반응형

선덕여왕이 얼마나 재밌는데 그깟(?) 자명고를 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십화랑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그 중 몇몇이 너무나 멋있고 잘생겼지 않냐면서 가슴 설레 하던데, 정말 화랑들이 그렇게 멋있게 나왔었나? 나는 드라마들에 관심이 많기에 본방송과 재방송을 다 보는 방법으로 이런 저런 드라마들을 많이 보고 있다. 그래서 선덕여왕과 자명고 모두를 봤다. 선덕여왕이 덕만의 신분이 밝혀질 듯 말 듯한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말 재미가 있지만 이전 몇 회는 인기와 높은 시청률에 비해 별로 재미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들이 꽃미남 십화랑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나로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은 안 해 봤는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원래 십화랑은 완벽한 꽃미남 부대로 섭외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랬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몇 명만을 잘생긴 배우로 섭외하고 다른 이들은 그냥 인원수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 역설적이게도 친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배역이 엄태웅과 홍경인이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외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엄태웅은 엄청 중요한 배역인 김유신이고 홍경인이 맡은 배역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둘은 연기력 만큼은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다른 화랑들과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바람에 이러한 원성을 듣게 된 것이다. 솔직히 김유신이 다른 화랑들보다 너무 늙어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미남 부대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잘못 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고 여겼던(순전히 내 입장에서) 선덕여왕은 큰 배역이 아닌 화랑들에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또한 그들을 꽃미남 부대라고 부르면서 연기력 뿐만이 아니라 외모에도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왜 같은 사극인 자명고는 끝까지 한자리 숫자의 시청률 밖에는 올리지 못했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명고의 마지막 두 회를 보면서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자명고를 보지 말 걸 그랬다. 나는 비극적인 결말을 무척 싫어한다. 역사적으로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끝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전쟁을 치르면서 드라마가 끝을 맺었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이 죽음에 이르고 특히나 세 주인공이 모두 죽어 버리다니 너무 슬펐다.


예상한 바와 같이 호동은 결국 낙랑 공주(라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하고 연민했으며 자명 공주를 사랑하고 끝까지 잊지 못해서 결국에는 같이 죽고야 만다. 낙랑 공주는 호동이 자신이 아닌 자명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호동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거둘 수 없어서 나라와 아버지를 배신하고 백성들에게 돌팔매를 맞아 죽게 된다. 그리고 자명은 호동을 사랑했고 호동이 자신을 아껴줌도 알았지만 그 보다 자신의 나라였던 낙랑을 더 사랑했기에 호동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마지막회에서 낙랑 공주 라희가 호동에게 애절하게 매달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예나 지금이나 신분이 낮으나 높으나 여자들은 사랑 때문에 참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는구나 싶었다. 물론 남자인 호동도 자명이를 좋아해서 죽게 되지만 상황이 반대였다면 호동이 자명을 위해 고구려를 망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낙랑 공주가 참 불쌍했다. 어린 시절에 그저 사랑을 위해 자명고를 찢었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그 후에는 이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사랑을 위한 죄로 낙랑 공주는 돌에 맞아 죽고 호동은 사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명고의 마지막회는 너무 슬펐는데, 선덕여왕은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반응형
반응형

만날 다이어트 운운하는 여인네가 갑자기 웬 야식?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어제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 짭짤한 과자, 시원상큼한 아이스크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침부터 저녁밥을 다 먹을 때까지 느껴지는 허전함.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저녁밥이 다 소화될 무렵 집 앞에 있는 수퍼마켓으로 신나게 뛰어갔다.
 
헉! 고급 과자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에 첫번째 놀랐고 과자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에 두번 놀랐다. 과자 좋아하는 꼬맹이들이 있는 집들은 과자값만 해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자 하나라도 몸에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인데, 고급스러운 재료를 썼다는 과자들은 하나같이 값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야 뭐 질보다 양이란 생각으로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먹었고 값도 비교적 저렴한 옛날 과자들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야금야금 과자를 먹었다. 과자 먹고 부른 배를 부여잡고 그대로 자고 일어났는데, 오늘 아침 타는 듯한 목마름과 속을 박박 긁는 아픔때문에 불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늦게 음식을 잘 먹지 않다가 먹어서 그런지, 밤에 먹은 것이 과자라서 그런지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날처럼 무척이나 괴로웠다. 거울을 보니 역시나 얼굴이 팅팅 부어있다. 얼굴 붓는 것이야 예상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아삭아삭 맛있게 짭잘한 과자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물을 많이 마시게 됐고 그러니 얼굴이 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속이 이렇게 쓰릴 줄은 정말 몰랐다. 과일류는 많이 먹어도 다음날 아침에 이렇게까지 속이 쓰리지는 않을텐데 역시나 과자는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원래 아침에 맛있는 음식을 먹기를 좋아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도 근사한 아침상을 차려서 먹을 정도로 아침 입맛을 잃은 적이 없었다.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매운 비빔국수도 한그릇 뚝딱할 수 있는 식성이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는 저녁을 유난히 가볍게 먹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아침 식사 메뉴로 정해서 그거 먹는 설렘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아침이라 입이 깔깔해서 밥맛이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그동안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늘 아침 식사 때 밥을 잘 드시지 못하시고 1/3 정도를 남기는 경우도 많으신데, 나는 그 이유를 이제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저녁식사 후에도 늘 입이 궁금하다고 하시면서 과일도 드시고 치즈도 드시고 떡도 드시고 각종 음료수도 드시고 주무시기 전까지 음식을 입에 달고 사신다. 그러니 거의 매일 아침 속이 더부룩 답답하시지 않으셨을까? 나도 오늘 아침에는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주스를 만들어 먹고 말았으니 말이다.

점심 때가 되어서는 밥을 먹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그 때까지 속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과자 좀 먹었다고 너무 유난스러운 반응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짭잘한 맛, 달콤한 맛, 고소한 맛 등의 과자를 많이 먹었더니 몸에서 놀란 것 같다. 몸에 좋은 것들만 먹고자 오랜 기간 노력하다가 갑자기 좋지 않은 것을 먹으니 몸이 금방 반응을 한 것이다.
 
친구는 몸을 너무 곱게 길들이는 것 아니냐고 그냥 과자에 야식에 팍팍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강한 몸으로 단련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놀렸는데,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야식은 정말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잠들기 전 최소 4시간 전까지는 모든 식사 및 간식을 끝내는 것이 좋은 습관인 것 같다.


반응형
반응형

조기 종영 설도 있었지만 나는 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자명고, 내가 알던 호동 왕자 낙랑 공주 이야기와 너무 달라서 살짝 충격도 있었지만 뜻밖의 전개가 정말 재미있다. 스스로 울려서 적군의 침입을 알린다는 자명고가 실제로는 그저 북인 것이 아니라 낙랑의 공주 자명이었다는 것도 참신했고, 호동이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낙랑 공주가 아니라 사실은 자명 공주였다는 것도 새로웠다.

호동이 낙랑 공주를 사랑한 척 하면서 그녀를 이용한 것에는 살짝 화가 났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나라까지 배반한 낙랑 공주의 삶이 너무 애처로웠지만(어느 것이 진짜인지 나는 모른다. 역사에도 호동이 낙랑을 사랑을 미끼로 이용했다는 얘기와 정말 사랑했다는 얘기 두 가지가 전해진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자명고를 보면서 극중 '모양혜'라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락부락한 얼굴과 기차 화통 같이 큰 목소리, 그리고 뚱뚱한 몸매. 그녀는 각종 영화에 아주 강한 역할로 등장해서 외모는 낯익었지만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자명고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음으로써 나는 그녀의 이름이 고수희라는 것도 알았고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해 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모양혜, 고수희는 연극 배우 출신이란다. 어쩐지 탄탄한 연기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성량이 풍부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친절한 금자씨에도 그녀가 나왔는데, 좀 끔찍하게 기억되는 목욕탕 장면의 그 여자가, 영애씨가 락스를 꾸준히 먹여서 결국 죽게 만드는 그 여자가 바로 고수희였다.

그 뿐 아니다. 그녀는 분홍신, 너는 내 운명, 괴물, 그 놈 목소리 등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작품에도 출연했단다. 고수희는 자명고에서 왕이 될 뻔 했다가 여동생인 왕자실(이미숙)에게 죽임을 당하는 왕굉(나한일)의 아내인 태대부인 모양혜로 나온다. 왕비가 될 뻔 했다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역할이기에 모양혜는 왕자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후사를 도모한다.


난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껏 그녀와 같은 여배우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여자 배우들은 여린 몸매와 나약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무서운 역할을 할 때에도 우렁차다기 보다는 앙칼진 쪽에 가까운데, 고수희는 진짜 왕후감인 것 같다. 장군역을 맡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절대 욕 아님) 건강한 몸과 목소리가 정말로 매력적이다.

바람이 있다면 고수희와 같은 외모를 가진 여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멜로 드라마를 찍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닌데, 뚱뚱한 여인들도 사랑을 하는데, 왜 그녀들이 주인공인 멜로 드라마는 없는 것인가.

반응형
반응형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밀린 이메일도 다 확인했고(뭐 그다지 영양가 있는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 기사들도 쫙 훓었다. 일주일 정도 컴퓨터 없이 살았더니 어찌나 답답하던지, 예전에는 인터넷 안 하고 어찌 살았나 싶다.

텔레비전에서 디도스 바이러스 얘기호 한창 시끄러울 때에도 난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설마 내가 그 바이러스에 걸릴까 싶었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해를 입히려고 누군가가 만들어서 뿌린 바이러스이니 기업이나 국가 주요 기관의 컴퓨터가 주 목적일 텐데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내 컴퓨터에까지 침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으로는 뉴스에서 컴퓨터를 켤 때 F8 버튼을 누르고 안전모드로 넘어가게 되면 날짜를 일정 기간 이전으로 설정해 두라는 내용을 보고 있으면서도 태연하게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아뿔싸,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몇 시간동안 컴퓨터가 켜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 때까지도 설마설마 했다. 전원에 문제가 있는지 다른 부속품의 수명이 다 했는지, 나는 컴퓨터를 조금 안다는 친구에게는 모두 전화를 해서 내 컴퓨터의 상태를 설명했다. 친구의 말로는 디도스 바이러스가 확실하단다. 이번 바이러스를 고치고 프로그램들을 새로 깔려면 못 줘도 20만원이 넘게 들 것이라면서 안 그래도 속상한 내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20만원이면 떡볶이가 몇 그릇이고 크림빵이 몇 개인가.

정말 억울했다.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을 여러 개 돌리면서 내 나름대로 대비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맥없이 당하다니. 뉴스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더라도...... .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기에 고장난 컴퓨터와 며칠 더 실랑이 하다가 결국 출장 수리 아저씨를 불렀다.

친구들의 조언대로 컴퓨터를 아주 잘 아는 듯 이것저것 참견하면서 아저씨 옆에 바짝 붙어서 그 아저씨가 어떻게 수리를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컴퓨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출장 수리 아저씨에게 하드와 함게 8만원의 출장비를 속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바짝 긴장을 했다. 거의 10년 전쯤이었는데 대학생이었던 내가 컴퓨터를 잘 모르는 것을 알고는 컴퓨터를 수리하러 온 아저씨가 용량이 컸던 내 하드를 떼어가고 겨우 2기가짜리 하드를 붙여 놓고는 출장비 8만원을 요구했던 것이다. 나중에 속았다는 것을 알고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

아무튼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았던지 그 아저씨는 출장비 2만원만을 청구했다. 그, 러, 나! 내 컴퓨터는 결국 고쳐지지 못했다. 아저씨가 원인을 진단은 해 주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부품 손상이라서 용산까지 하드를 가지고 가야 한단다. 아저씨에게 그 부품을 사면 훨씬 더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직접 가지고 가서 부품을 갈아 끼워야 한단다. 그래도 원인을 알았으니 답답했던 마음이 좀 풀어지긴 했지만 차도 없는 내가 지하철을 타고 낑낑대면서 컴퓨터를 용산까지 가져 가서 고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비 때문에 빨리 고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나는 노트북을 놀리고 있는 친구에게 우는 소리를 했다. 착한 친구는 나를 가엾이 여기고 기꺼이 노트북을 빌려 주었고 나는 이 대신 잇몸으로 다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됐다.

무릎팍 도사에서 안철수 편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내가 당해보니 안철수 연구소에서 무료 백신을 배포하는 일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공익을 위해 당시 적자를 면치 못했던 회사를 팔지 않았던 안철수 씨. 이번 디도스 사건 이후로 회사의 주식이 연일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는데 남 잘 되는 일에 배 아프지 않은 이유가 그 사람의 진심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나저나 내 컴퓨터는 언제 고칠 수 있게 될까.



반응형
반응형

고향집에서 오래 머물면서 지내다보니 서울과는 참 여러 가지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산부인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사촌 언니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임신 이후에도 일을 계속 하고 있다가 임신 7개월 말이 되면서 회사를 휴직하고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아주 가깝게 지내는 언니라서 서울에 있을 때도 몇 번 병원에 같이 가곤 했었는데 그래서 언니를 통해서 알게 된 임신, 육아 정보가 꽤 많다. 요즘 임신부들은 얼마나 똑똑한가. 임신 관련 책들도 엄청 많이 쏟아져 나와 있고 각종 사이트에서 다향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모들은 임신 기간을 거치면서 거의 박사가 된다.

친정에서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 언니는 임신 27가 되었을 때 산부인과를 바꾸었다. 지역에도 좋은 병원이 많고 실력을 인정 받아서 신축확장을 한 병원도 있으며 당연히 종합병원도 있다. 언니가 서울 사람이었으면 지역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 걱정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고향이니까 안심하고 병원을 옮길 수 있었다.


(조금 다른 얘기, 우리 고향에는 아주 유명한 성형외과가 있는데 그 병원에서 수술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아주 싼 값에 아주 훌륭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 토박이 친구들이 성형 수술을 하려고 고민을 하면, 나는 대뜸 이 병원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내가 아무리 좋다고 주장을 해도 그녀들은 미심쩍어 하며 두 배 이상 비싼 서울에서 수술을 하는 것을 보았다.) 서울보다 규모나 서비스면에서 약간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지역 병원을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언니 말로는 언니가 26주까지 다녔던 서울에 있는 병원에 비해서 너무나 싼 값(?)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진작에 내려와서 모든 검사를 받았으면 얼마나 많은 돈을 아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단다. 특히나 언니는 나이도 있는데다가 첫아이라서 서울에서도 꽤 유명한 산부인과에 다녔었는데, 거기는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비싼 병원비를 지불해야 했단다. 그래서 지역에서 받는 이러한 가격적인 헤택에 아주 즐거워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데 언니가 알고 있기로는 임신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해야 되는데 바꾼 산부인과에서 아무 말이 없더란다. 계속 기다리다가 조바심이 나서 29주차가 되던 날 병원에 물어 봤단다. 벌써 29주가 지났는데 왜 임신부 당뇨 검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병원 간호사는 아예 임신부 산전 검사 중에 당뇨 검사가 있는 지도 모르더란다.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 본 후에야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언니가 바꾼 산부인과의 의사 선생님은 서울과는 달리(?) 임신부에게 꼭 필요한 검사만 하기 때문에 당뇨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단다. 해당 산부인과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산부인과에서는 모두 당뇨 검사를 하지 않는단다. 언니는 고민 끝에 하지 않으면 계속 찜찜할 것 같아서 수소문 끝에 종합병원 산부인과에 가서 당뇨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나도 그 의사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다.


반응형
반응형

장마 때문에 맘대로 놀러 다니지 못했던 기간 동안(게다가 컴퓨터까지 고장이 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요리 재료를 잔뜩 사서 냉장고 속을 가득 채워 넣었다. 책꽂이에서 먼지가 쌓여 가던 요리책 두 권을 적극 활용해서 이번 기회에 요리 연습을 해 볼 참이었다. 내 요리책은 모두 두 권인데 둘 다 정말 제목이 소박하다. 나 또한 거기에 끌려서 이 책들을 사게 됐지만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하는 학생들이나 처음으로 요리를 배워보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손에 집어 봤음직한 책들이다.

정확한 책 제목을 쓰기는 그렇고 대충 뜻을 전달해 보자면, 한 권은 2천원으로 만드는 멋진 요리를 다른 한 권은 3천원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흉내내는 요리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주부 9단들은 요즘 물가에 2, 3천원으로 무슨 음식을 만들겠냐고 하시겠지만 딱 1~2인분을 만드는 요리법이기에 장을 잔뜩 봐 두고 같은 재료들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게 되면 하나의 음식당 재료비가 2, 3천원 쯤 든다는 말이다.(정확하게 따져보면 2, 3천원이 넘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부담없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면 된다.)

 내가 외외로 요리에 소질이 있는지 몇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모양도 그럴싸하고 맛도 그럴싸해서 음식을 만들어 볼 수록 자신감이 마구마구 생겼다. 요리책을 참고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맛을 내기 위해 조금씩 요리법도 바꾸어 보고 재료도 더 넣으니 마치 내가 새롭게 창작한 음식인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감자를 삶아 으깨서 견과류를 부숴 넣고 잘게 썬 양파도 넣고 슬라이스 치즈도 녹여서 넣은 다음 마요네즈와 허니머스타드를 섞어서 샌드위치를 만드니 정말 맛있었다. 더 강한 맛을 원할 땐 핫소스나 케찹을 미리 식빵에 발라서 속을 채우면 더더욱 맛있는 샌드위치로 변한다.

같은 재료로 또 다른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감자를 삶아 버터를 녹여 으깨고 후추와 소금을 뿌린 다음, 적당량의 물과 우유를 넣고 잘게 썬 양파, 햄과 함께 끓여 내면 정말 그럴싸한 스프가 된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분들도 끓인 우유는 부담이 덜 할 것이니 미리 준비해 두시면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아침 식사를 즐기실 수 있다. 소시지 야채볶음도 만들었고, 꽈리고추찜도 만들었고, 어묵 볶음, 오징어채 무침, 깍두기 등 밑반찬도 흐뭇하게 잘 만들어 냈다. 그러던 중에 초복이 와서 삼계탕으로 몸보신도 했고 점점 더 나는 기고만장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호박죽과 단호박 샐러드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 단호박죽은 미용에 정말 좋을 것 같았고 단호박 샐러드는 피자집에 가서 내가 정신없이 먹는 메뉴이기 때문에 정말 기대가 컸다. 이 두가지 음식을 만들려면 먼저 딱딱한 단호박을 잘라서 삶아야 되는데 단호박을 갈라서 껍질을 벗기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찌나 딱딱한지 식칼이 잘 들어가지도 않아서 마늘 빻는 방망이로 칼을 두드려 가면서 호박을 가르고 씨앗을 파냈다. 그런데 자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호박 껍질을 벗겨 내는 일이었다. 과도로는 어림도 없어서 식칼로(!) 껍질을 조심조심 벗겨 냈는데 위험한 작업이라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한 조각을 남기곤 칼에 손가락을 베고 말았다.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아프다는 생각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얼른 지혈을 하고 소독약을 발랐지만 피는 좀처럼 멎지 않았다.

그래도 음식을 하다가 말 수는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다시 호박을 삶고 호박죽과 호박 샐러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찹쌀 가루로 만든 새알심도 물 조절 실패로 동그랗게 만들어지지 않고 끓이는 도중 다 풀어져 버려서 호박과 섞이게 됐고 맛은 또 왜 그리 느끼한지 정말 호박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냥 삶아서 먹을 것을! 샐러드는 더 처참했다. 호박죽을 설탕으로 간 했으니 샐러드는 소금으로 간 해서 짭짤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소금을 넣었는데 너무 많이 넣은 것이 문제였다. 도저히 그냥 먹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까운 것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 호박죽은 노란 부분만 걷어 먹고 샐러드는 식빵에 속으로 넣어서 샌드위치로 먹어 보려고 한다. 비록 손은 다치고 음식은 망쳤지만 실수를 하면서 실력이 늘어갈 것이라고 위안을 해 본다.

반응형
반응형
벤처소비자 서포터즈 품평회에서 받은 딜레마코리아의 펜토체스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발달시키기에 아주 좋은 교구이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기에 그야말로 놀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밋밋한 나무 조각이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아이들이 집중해서 조각들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품평회에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이 있었다. 집중력이 5분 정도밖에 안 된다는 미취학 아동들이 펜토체스와 교재를 가지고(펜토체스에는 그것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담긴 교재가 같이 나와 있다.) 이렇게 저렇게 모양을 만들면서 노는 모습을 지켜 봤는데 놀이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교재를 따라 오랜 시간 동안 곧잘 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을 사로잡을 무엇인가가 분명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당연히 수학 성적도 나빴기에 더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는 수학의 'ㅅ'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간단한 셈조차도 계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마트 등지에서 물건을 사고 나서 거스름돈을 받을 때에도 어련히 알아서 줬겠지 하며 그것을 영수증과 맞춰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창 시절 수학문제에 간단한 도형이라도 나오면 지레 겁을 먹어서 연필을 굴릴 생각부터 했으며 지능 검사나 적성 검사를 할 때 나를 가장 애먹였던 것도 바로 도형 문제와 공간 지각 능력 평가이다. 내 상황이 이렇기에 이번에 받은 펜토체스는 아이들의 교구일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굳어버린 수학적 사고력을 깨울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펜토체스의 조각들을 가지고 놀다보면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유창성), 더 독특하고(독창성), 더 다양하고(융통성), 더 치밀하게 사고하는 방법(정교성)을 계발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정말 창의력 발달에 좋을 것 같다. 다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역시 가격이다. 펜토체스는 단순해 보이는 모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5만원이라는(교재 포함) 가슴 떨리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나무 조각들을 들여다보면 세심하게 마감처리를 했고, 교재 연구에도 정성을 쏟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지만 5만원을 주고 선뜻 펜토체스를 선택하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홈쇼핑에서 많이 쓰는 방법처럼 가격을 9만 9천원으로 조금 올리고 딜레마코리아에서 나온 다른 놀이용 교구들을 함께 판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텐데 말이다.
반응형
반응형
지난 6월 26일에 벤처 소비자 서포터즈 3차 품평회에 다녀왔다. 이대 yesAPM 6층 스토리라운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블로거들과 카페 운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미 1, 2차때부터 행사에 참여한 분들도 있었고 나처럼 3차에 처음 참석한 사람들도 있었다. 행사 시간은 저녁 7시. 나야 집에서 룰루랄라 하다가 간 것이지만 퇴근후에 바로 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기에 은근히 저녁 식사를 기대하고 갔는데, 역시나 나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은 주최측의 배려. 스시캘리포니아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초밥과 롤을 도시락으로 준비해 주셔서 음료수와 함께 냠냠 먹는 것으로써 행사가 시작됐다. 우물우물 밥을 먹으면서 주위를 살피니 각자 차고 있는 명찰에서 낯익은 별명들도 눈에 띄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만 만나다가 그들과 한 자리에 모이니 기분이 더욱 새로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벤처 소비자 서포터즈 3차 품평회에는 5가지 업체가 참여를 했는데 모두 벤처답게 훌륭한 품질과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적절한 가격에 우수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 무척 좋은데, 다만 벤처 기업이다 보니 브랜드와 상품의 가치가 제대로 입소문이 나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많다. 그래서 이 행사가 주최됐을 것이고 나같은 블로거들에게 체험할 기회를 주는 것일 게다. '우리 상품이 이렇게 좋으니 많이 좀 알려주세요' 쉽게 말하면 이것이 바로 이번 행사의 취지가 아닐까.

첫번째 순서는 각각의 업체에서 자신들이 선보일 제품들에 관한 설명을 하는 시간이었다. 맨처음 소개된 것은 '펜토체스70'이라는 어린이용 교구였다. 이것말고도 단계별로 교재와 함께 판매되는 것인데 아이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길러 주는 데 안성맞춤인 놀이형 교구다. 어린 아이들은 도형의 모양을 따라서 맞추며 노는 것으로 공간 지각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아이의 나이 많아지고 지능이 발달할 수록 교구의 수준도 점점 높아진다. 요즘 수학 문제들은 정답보다는 정답을 찾는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추세다. 어떤 방법으로 그러한 답을 내게 되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서 하나의 문제를 푸는데만 만여가지가 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고수준형 교구를 직접 해 보니, 수학적 사고를 한 지 꽤 오래 된 내가 하기에도 벅찬감이 있었다. 그러나 엄마를 따라 품평회에 참석한 여러 꼬마 아이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집중해서 도형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추고, 옮기고 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엔 충분한 교구인 것 같았다. 이 날 품평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펜토체스70을 하나씩 다 나누어 주었는데, 나 또한 이제부터라도 굳어져 버린 수리력과 공간지각능력을 발달시켜 봐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번째로 소개된 상품은 조그셔틀 기보드였는데 역시나 블로거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제품이다. 1인 1디지털카메라 시대가 돼 버린 현대인,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됐을 땐 컴퓨터에 저장을 해 두고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앨범에 끼워넣고 보는 옛날의 향수에 젖는 사람들이 늘었다. 컴퓨터 폴더에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하기에는 사진과 추억들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카메라도 발달하고 일반 사람들의 사진 편집 실력도 늘게 되니 이제는 그저 사진으로만 보기엔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편집 기능을 익히고 프로그램만 구입한다면 내 방이 방송국이고 내가 PD가 될 수 있기에, 가족들이나 연인과 함께한 특별한 날 찍은 사진을 그저 사진으로만 즐길 수는 없다. 사진을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돌잔치나 결혼식 회갑연 등 특별한 날에 뮤직 비디오처럼 보여주는 것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나와 우리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영상이 생기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다만 동영상을 만드는데 수고와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된 GR100 하나만 있으면 단 몇 분만에 멋들어진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 PD들이 방송을 편집하는 장면을 봤는데 조그셔틀로 앞뒤로 빨리 감으면서 편집하는 것이 무척 멋있어 보였다. 이 GR100  키보드에는 방송국에서 쓰는 장비와 비슷한 기능으로써 동영상의 고속검색과 정밀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8개의 미디어 단축키로 영상 편집 및 관리 작업이 편리하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으로는 핫탑이라는 제품이 소개 됐는데 사무실에서 뜨거운 음료를 마시기에 정말 편리해 보였다. 나처럼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와 차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다. 요즘엔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두는 경우가 많으니 여름이라고 너무 찬 음료만 마시는 것보다 따뜻한 것을 마시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좋겠다. 이 제품은 핫탑이라는 것인데 머그컵과 찻잔의 온기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며 한약과 차가운 음료를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다.

어떤 용기라도 사용할 수 있는데 컵에다 음료를 끓여서 핫탑 위에 올려 놓으면 60도 정도로 온도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차를 즐길 때 일에 몰두를 하더라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이 없을 때는 찬물부터 서서히 데울 수도 있으니까 편리하다. 한약을 먹을 때 따뜻하게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한약 봉지를 머그컵에 그대로 담고 뜨거운 물로써 그것을 데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환경 호르몬이 나올 것만 같다. 이럴 때 컵에 한약을 붓고 핫탑 위에 올려 놔만 주면 먹기에 알맞은 온도로 따끈하게 데워주니까 그러나 단점도 눈에 띄었는데 전기가 있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어뎁터가 너무 커서 약간은 불편할 것도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번째로는 휴대폰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인 TocToc(톡톡) 서비스가 소개됐다. 차 안의 유비쿼터스 TocToc은 무선 네트워크 통신을 통한 안전운전 데이터 업데이트 및 실감나는 3D맵을 제공해 주어 간편하고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한 네비게이션이다. 나는 차가 없어서 특별한 관심이 없었는데 같이 갔던 친구의 말이 꼭 운전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처럼 유난히 길눈이 어두운 길치 방향치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약속 장소를 잘 몰라서 헤멜 때 간편하게 휴대폰을 꺼내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도중에 전화가 오면 네비게이션을 종료하고 전화로 전환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전환이 된단다. 그러니 전화가 올 때는 휴대폰으로 변신, 통화가 끝난 후에는 다시 내가 원하는 곳을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으로 변신하니 참으로 똑똑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소개된 제품은 내가 가장 눈독을 들였던 것인데 여자라면 누구나 다 갖고 싶어하는 원적외선 전기레인지이다. 품평회에서도 남성 블로거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 것이 키보드였다면 여성 블로거들의 사랑은 전기레인지로 향했다. 제이씨텍의 카본레인지는 연속 발열 방식을 채택하여 밥짓기, 전골요리, 곰국 끓이기 같은 장시간의 조리까지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개발된 한국적인 주방요리 기기이다. 세라믹 투명 진공관에서 발열하므로 히터의 수명이 길고, 발열온도가 다른 조리기기보다 높기 때문에 아주 편리한 환경에서 요리를 할 수 있단다.

보통 주부들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이라고 한다. 나도 요리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 정도 시간을 들이는 것 같은데, 가스레인지에서는 켜서 요리를 할 때 미세하게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주부들에게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란다.매스컴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찜찜했지만 전기레인지가 가격도 비싸고 화력도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선뜻 바꾸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품평회를 통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화력이 세서 좋았고 국내에서 생산된 벤처 회사의 제품이라서 그런지 가격도 한결 저렴했다. 요즘처럼 웰빙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 주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전기레인지로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명회가 끝난 후에 각각의 제품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이후에는 가슴 떨리는 체험 상품 추첨 시간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제품이 당첨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행사에 참여해서 여러 블로거들과 기업인들과 만난 것 만으로도 정말 의미있고 재미있어서 정말 좋았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자주 참여하고 싶다.
반응형
반응형
백 년 손님 같았던 택배 아저씨가 다녀 가시고, 나는 설레는 맘으로 택배 상자를 열었다. 지름신께서 하사하신 앵두무늬 미니 원피스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만 보았지 실물은 처음이라 반갑게 첫인사를 건내고 후다닥 거울 앞으로 뛰어갔다. 고양이 세수만 겨우 하고 오전내내 빈둥대고 있다가 갑자기 헤벌쭉해져서는 원피스에 팔이며 머리를 끼워 넣는 내 모습, 누가 볼까봐 무섭다. 그래도 좋다고 히히덕대면서 전신 거울 앞에선 내 모습을 확인하는데, 뭐지? 이, 싸한 느낌은??

사건은 이틀 전 밤 9시~12시 사이에 일어났다. 이번주까지 반드시 써야 하는 글이 있기에 나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그러나 아직도 나는 그 글을 쓰지 못했다.) 정작 아무런 처리는 하지 않으면서 고민과 생각만 많은 나는야 A형, 직장에서도, 밥을 먹을 때도 늘 생각이 그 글에 가 닿을 때면 불안함에 몸을 떨었었다. 그 날 밤에도 눈으로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머리로는 써야 할 글의 소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깜박깜박 커서는 움직이는데 째깍째깍 시간만 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책상 위에는 바나나 껍질 두 개와 체리씨앗 약 서른 개, 눈 깜짝 할 사이에 먹어 치운 것이 틀림없은 초코파이(너는 왜 그리도 작아진 것이니?) 봉지만 덩그러니 놓였고, 역시나 모니터 속에는 아무런 글씨가 없다. 우울해진 나는 슬그머니 인터넷 창을 띄운다. 친구에게서 추천을 받아서 알게 된 여자 옷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어릴 때부터 예쁜 옷을 너무 좋아해서 끼니는 김밥으로 떼우면서도 사시사철 때때옷을 거른 적은 없다. 옷을 꼭 사지 않아도 여기 저기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난 날 백화점에서 큰 맘 먹고 산 옷이 몇 달 만에 온라인에서 1/3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본 이후로는 인터넷으로만 옷을 사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온라인 쇼핑의 고수라 자부하고 있던 차였다.

친구가 알려 준 쇼핑몰은 정말 아기자기 하면서도 맘에 들었다. 그동안 나는 대형 쇼핑몰에서만 옷을 사 봤기 때문에 그 곳은 나에게는 신천지나 마찬가지였다. 야외와 커피숍, 극장 등에서 일상 생활을 찍은 듯한 옷 사진도 그렇고 모델의 포즈와 표정도 정말 예뻤다. 연예인은 아니면서도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자신을 뽐내고 있는 모델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와 같았기에 나는 그녀가 입은 옷뿐만이 아니라 머리 모양, 화장법, 액세서리 등도 세심하게 잘 관찰했다. 당연히 잘 배워두면 써 먹을 일이 있겠지 하는 맘에서다. 외투에서부터 바지까지 그 쇼핑몰에 있는 모든 옷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럽게 '그 분'이 오셨다.


예쁜 옷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고 또 고른 후에 겨우 하나를 정할 수 있었는데, 바로 앵두무늬가 앙증맞게 찍혀 있는 미니 원피스였다. 민소매 원피스라 약간 부담이 없지는 않았지만 가을부터는 가디건을 하나 더 입으면 꽤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 고심끝에 선택했다. 간단히 결재를 마치니 뿌듯함과 함께 피로가 밀려왔다. 너무 오래, 너무 자세히 쇼핑몰을 훓어 보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었고 손목과 어깨도 뻐근했다. 해야할 일은 시작도 못한 채 간식만 실컷 먹고 옷만 산 것이다.

드디어 앵두 원피스를 입고서 거울 앞에 섰는데, 모델이 입던 그 옷이 맞나 싶었다. 내 팔뚝이 이렇게 굵었던가, 미니 원피스인데 길이는 왜 이리 어중간한 것인가. 인터넷 쇼핑의 고수인 내가 실수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급기야 생쇼가 시작됐다. 감지 않아서 부스스한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방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구두를 신고 맨얼굴에 립스틱을 바르는 등 별별 짓을 다 한 끝에서야 실수를 인정했다. 잘못 산 것이다.


다시 찾아본 인터넷 쇼핑몰, 낮에 보니 옷이 그다지 예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 눈을 홀렸던 것은 옷이 아니라 '모델의 외모'였던 것이다. 모니터 속 그녀는 아마 누더기를 입었어도 예뻤을 것이다. 사이트를 뒤져서 그 모델의 정보를 보니, 아뿔싸! 170센티의 키에 몸무게는 50kg이란다. 나는??? 옷을 살 때는 모델이 아니라 '옷'에 집중했어야 됐는데, 모델의 표정, 화장법, 머리 모양에 마음을 뺏겼으니 제대로 된 선택을 했을 리 없었다. 속이 상해서 굵은 펜으로 웃고 있는 모델의 얼굴을 까맣게 칠해 버렸다. 이따가 모니터를 닦아 내려면 속 꽤나 상하겠지만 그래도 한결 후련하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두 가지만 기억하자, 속지 말자 사진발, 보지 말자 모델 얼굴!!
반응형
반응형

책을 읽으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옆 자리에서 수근거리는 소리에 머리카락이 쭈뼛선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자기네들끼리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큰 소리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자기들의 목소리를 못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듣든 말든 상관 않는 것인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기분이 불쾌하고 내 가슴이 더 떨렸다. '저기 서 있는 저 여자, 정말 더워보이지 않냐? 저 몸을 해 가지고 또 먹는 것 좀 봐라. 저러니 살이 안 찌고 배기냐? 재,수,없,어' 재수가 없다니! 정말 너무했다.

먹고 있던 막대 사탕으로 그 여자를 가리키면서 수군대고 있는 여고생들. 슬쩍 쳐다보니 민망할 정도로 꽉 끼는 상의와 다리가 훤히 보이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 간혹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교복을 수선해서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나는 특별히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는데도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입시 준비 때문에 외모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늘 펑퍼짐한 모습으로 학교와 집을 오갔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잘 못하는 아이든 다들 어찌나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연하게 화장을 하고 다니는 애들이 태반이고 귀를 뚫고 파마를 한 아이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학교 교사인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 아이들이 어찌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 머리 모양을 조금만 바꾸어도 금세 알아차리고 새 옷이라도 입고 가면 난리도 아니란다. 그 정도로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니 뚱뚱한 여자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대놓고 수군거리다니 정말 심했다.

그 아이들의 말에 오르내린 여자는 맞은편 지하철 문 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솔직히 한 눈에 봐도 뚱뚱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욕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 나도 시간은 없고 너무 배가 고플 땐 지하철이든 버스든 상관 않고 빵이며 과자를 먹으면서 이동할 때가 많다. 그 여자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몸집이 좀 있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 무언가를 먹는다고 그런 말을 들어야 하다니, 정말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별 반응이 없다. 정말 아무것도 못 들었으면 좋으련만,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도 출입구 쪽에 서 있던 그녀를 흘끔 쳐다보는데, 그 여자가 못 들었을 리가 없다. 무신경한 눈초리로 계속 빵과 우유를 먹고 있던 그 여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내가 다 목이 맸다. 만약 이야기를 듣고서도 못 들은 척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면 체하지나 않았을지 걱정이다.

이번에는 버스에서 만난 여고생들의 얘기다. 같은 반 친구로 보이는 네 명의 여학생들이 버스를 탈 때부터 왁자지껄 심상치 않더니 타자마자 욕설을 내뱉는다. 나는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욕설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있는 욕도 모자라서 욕설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 하는 아이들, 그들의 입방아 도마에서 난도질 당한 사람은 학교의 선생님인 듯 했다. 버스를 전세낸 듯 큰소리로 떠들어 댔으니 아마도 그 버스를 탄 승객들은 모두 그 학교의 수학 선생님의 신상에 대해 다 알게 됐을 것이다.

친절하게 교복까지 입고 있으니 어느 학교 선생님인지도 대충 알려졌다. 수학선생님은 남자이고, 이름은 아마도 최XX일 것이며, 머리숱이 약간 없는 데다가 실력마저 없어서 어려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손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 몇 달 째 빨지 않은 손수건으로 손이며 벗겨진 머리를 닦는 것이 버릇이란다. 꼴(?)에 자기도 남자라고 예쁜 애들을 밝히고 가끔씩 멋있는 척을 하는데 역겨워서 화장실로 직행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


사실 아이들이 거친 욕설과 함께 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은 곧 있으면 보게 될 시험 때문이었다. 수학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는 하소연과 함께 시작한 이야기가 선생님에 대한 흉으로 끝이 나게 됐는데(사실은 내가 내리는 순간까지 이야기가 끝이 나지는 않았다.) 결국 시험 스트레스를 이런 방법으로 풀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학창시절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무척 힘들어 했기에 아이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혹시나 버스 안에 그 선생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타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대놓고 그런 욕설을 퍼붓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들을 지도해야 할 위치이면서도 서슬퍼런 아이들의 입담에 혹시나 당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내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 그렇지만, 요즘 여고생들 정말 무섭긴 하다.


반응형
반응형
우리가 원래부터 이렇게 뻔뻔한 사람들은 아닌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양껏 시킨 조각 케이크며 쿠키의 달콤함에 취해서였는지, 연거푸 마신 커피 속 카페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른한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줄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는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었든 상관없다. 깔깔거리며 웃고 믿을 수 없다며 야유하고 정말이라고 정색하는 동안 우리의 기분이 아주 상큼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 내 기분이 가장 산뜻했던 것은 친구들마저 두 손 들고 인정해 준 기분 좋았던 경험을 친구들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만에 경험한 이 일을 말이다.

시작은 새침대마왕 A양이었던 것 같다. 약속 장소였던 커피숍으로 들어오면서부터 호들갑을 떨더니 그녀는 말할 듯 말 듯 우리의 궁금증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이후에야 드디어 입을 연다. 돌이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는 듯 연신 한쪽 손으로 뺨을 쓸어내리면서, 지하철역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왔다는 어떤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커피숍 근처까지 따라오던 남자는 더이상 망설이면 안 되겠다는 듯 A양을 불러 세웠단다. 자신은 원래 이런 남자가 아닌데, A양을 보고 너무나 호감을 느껴서 용기를 내 말을 건다면서 괜찮으시면 같이 차라도 한 잔 하자고, 귀엽게도 길거리 헌팅남들의 뻔한 레파토리를 읊어댔다는 그 남자. 용기는 가상하나 이상형에 전혀 가깝지가 않았고 우리와의 약속이 무척이나 중요(??)하여 정중하게 거절하고 돌아섰다는 A양은, 몹시도 흐뭇한 모양이었다.

얼마만에 받아 본 헌팅이냐고 우리는 그녀의 즐거운(?) 소식에 어깨를 두드리며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조각 케이크를 반쯤 먹었을까, 이번에는 묘한 웃음을 웃던 B양이 슬슬 입을 열기 시작한다. 어쩌면 연하의 남자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는 놀랍게도 중학교 교사이다. 얼마 전 재충전의 기간을 가지겠다며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는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학부 남학생으로부터 고백쪽지를 받았단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친구를 어느새 흠모하게 되었다는 그 남학생은 내 친구를 같은 학부생으로 봤단다. 대학을 졸업한지 어언 8년이 지났기에 설마 그럴리가 있냐며 믿을 수 없다고 우리는 야유했지만 B양은 정색을 하면서 핏대를 올린다. 요새 도서관에서 책읽는 재미에 빠져서 수업이 끝나면 늦게까지 각종 도서를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는지라 교감선생님 몰래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것이 한 몫을 했다는 것이 그녀의 변이다.


그 남학생은 물어보나마나 당연히 복학생(그것도 4학년, 재수 혹은 삼수를 했을지도 모른다.)이겠지만, 그래봤자 우리에게는 귀여운 막내 동생뻘일 것이다. 그렇기에 서른이 넘은 B양을 동생으로 착각했다니 정말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덩달아 신이 나서 열량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달디 단 케이크를 마구 마구 먹었다. 연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혼자서 5조각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끼리끼리 노는 우리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대학생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소리였으니 절로 신이 아니날 리 없었다.

다음 주에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는데, 연하남을 만나 본 적이 없다는 B양은 당장 입고 갈 옷부터 걱정이라고 투덜댔지만, 엄청 설레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내 차례. 사실 나도 무척 흐뭇한 경험을 했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오늘 나는 모처럼 맘 먹고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공들여 치장을 하고 집에서 나왔다. 여름 맞이 세일로 80%나 싸게 산 쉬폰 원피스를 처음으로 선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고 오늘따라 피부 상태가 좋아서 화장이 쏙쏙 잘 먹기에 시간을 들여 화장에도 신경을 좀 썼다. 준비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내 외모)을 얻어서 샬랄라 즐거운 발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갔다.


그런데 집에서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도착할 때까지 정말 많은 수의 여자들이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훔쳐보는(정말?) 것이 느껴졌다. 사실 여자들은 멋진 남자보다 예쁜 여자(내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를 돌아볼 때가 더 많고 잘 꾸민 여자를 볼 때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된다. 오히려 여자들의 시선을 더 많이 받을 때가 '인정'을 받는 날이다. 나도 눈에 띄는 여자를 볼 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자꾸만 쳐다보게 된 적이 많아서 그런 상황을 잘 안다. 그런데 오늘 나를 보는 여성들의 시선을 맘껏 느낀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 이유와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전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내가 나에게 느낀 만족도가 컸기 때문에 내 맘대로 생각해 버리기로 했다.

내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길거리 헌팅을 받은 친구도, 연하남에게서 쪽지를 받은 친구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나를 인정해 줬다. 역시 그녀들도 여자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남자들에게서 받는 시선도 물론 좋아하지만 같은 여자들에게서 받는 은근하고 묘한 시선이 더 좋다. 정말 좋다.

반응형
반응형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선물 증정식(?)을 한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대학 동창인 우리들은 커피숍으로 우르르 몰려 나가 새신부를 기다리니, 면세점에서 샀다며 생각지도 않았던 고급 아이섀도우를 하나씩 안긴다. 없는 형편에 부조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너무도 황공하여 나는 4가시 색으로 구성된 아이섀도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새신부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급하게 눈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아닌게 아니라 결혼 전보다 피부가 한결 거칠어진 것도 같았다. 한창 깨가 쏟아질 시기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살짝 걱정을 했다가 그녀의 뜻밖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일시에 박장대소를 했다.

요즘 그 친구의 최대 고민은 '화장실'이란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좋든 싫든 하루에도 십수번씩은 화장실에 가야 되는데 화장실에서 자신이 낼 '소리'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결혼한 이후에 제대로 시원하게 볼일을 본 적이 없단다. 작은 일을 볼 때에도 그녀의 신경은 신랑이 있는 바깥의 동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고, 신랑이 퇴근한 이후에는 배가 아파도 절대 집에서 일을 해결한 적이 없단다. 신랑과 둘이 사는 집이라 평수가 크지 않는 신혼집이니 큰일을 치루게 되면 거실이나 다른 방에 있는 신랑에게 분명히 그 소리(?)가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하소연이다. 소리는 그렇다쳐도 냄새는??? 우리의 깔깔대는 얼굴과는 상반되게 너무 진지한 그녀를 보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은 상한 음식을 먹었는지 갑자기 배가 아파 오는데 진땀을 뺐다고 한다. 다음날 신랑이 출근할 때까지 도저히 참아 낼 자신이 없어서 결국 아파트 상가에 있는 화장실로 가기로 했단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신랑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가게에 뭘 좀 사러 가겠다며 태연한 척 지갑을 챙기는데, 사람 속도 모르고 따라나서는, 그 날따라 심하게 다정스러운 남편이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팔을 잡아 끄는 통에 하마터면 '욕'을 할 뻔 했단다. 뱃속은 부글부글 땀은 삐질삐질 한계에 다다를 쯤에서야 간신히 신랑을 떼어내고 상가 화장실로 직행,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단다.

음악을 틀거나 텔레비전 볼륨을 좀 높여 보라는 우리의 말에, 자기가 뭘 하려는지 신랑이 뻔히 아는 상황에서 어떻게 편히 일을 볼 수 있겠냐며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짐짓 눈물까지 보이려는 귀여운 우리의 새색시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편해질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라며 그녀를 토닥이는데 아까부터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있던 친구 하나가 불쑥 끼어든다. 양미간을 찌푸리며 속사포처럼 쏟아낸 그 친구의 말을 요약해 보자면, 1년 동안 연애하면서 순 내숭만 떨었으니 당해도 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쿨한 연애사를 자랑하듯 이야기한다. 3년 째 열애중인 그 친구는 만난지 두 달만에 남자 친구 앞에서 트림을 한 것을 계기(?)로 순차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했단다. 이제는 아주 편한 사이가 돼서 서로 방귀를 뀌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맨얼굴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땐 머리도 안 감고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그녀였다. 이쯤돼야 편하게 사귀는 사이지 않냐며 의기양양해 하는데 나는 약간 우스웠다. 그 친구 딴에는 으쓱한 마음에서 한 이야기겠지만 종합해보니 아주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자다 깨서 약속 장소에 나온 부스스한 머리의 여자 친구가 밥 먹다 말고 트림을 하고 미처 못 씻은 몸이 가려운지 긁적대면서 종국에는 방귀까지 뽕 뀌어 댄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거뭇거뭇한 기미에 커질대로 커진 모공마저 눈에 띈다. 3년 째 열애중인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의 모습이다? 여기까지 상상을 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너무 신비주의인 새신부도 문제지만 너무 일찍 모든 것을 공개한 너도 문제라고 한 마디 했다. 연애가 길어질 수록 초반에는 감추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남자친구에게 어디까지를 공개해야 되고 어디까지를 꽁꽁 숨겨야 되는지 그 경계점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매일 남편이 회사에 가기를 기다렸다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친구도 참 불편할 것 같고 이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귀가 뽕 나와 버린다는 다른 친구도 참 딱하다.

반응형
반응형

봄이 됨과 동시에 여기 저기에서 청첩장이 쏟아지더니 5월이 되니까 아예 들이 붓기 시작했다. 다들 친한 사람들이기에 축하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장의 청첩장이 손에 들어오니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축,의,금' 늘 고놈의 돈이 문제다. 가장 기쁘게 축하해 주어야 할 날에 돈 걱정이 왠말이냐 말이다. 그래도 5월의 신부가 가장 아름답다는 망언을 한 사람을 찾아내어 따지듯 묻고 싶다. 신부는 다 예쁘지 왜 유독 5월이냐고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5월을 몸 보신의 달로 지정하고 매주 한 차례 이상의 뷔폐음식을 아주 즐겁게 먹어 주기로 했다.(5월을 축하의 달로 지정하지 못한 나는 역시 속물!)

어제도 결혼식장에 다녀 왔는데 특이하게도 이 결혼식에는 들러리가 있었다. 신부가 입장하기 전에 귀엽게 정장을 차려 입은 앙증맞은 꼬마들이 먼저 등장해서 신부가 사뿐히 즈려밟을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결혼식이 무엇인지, 자기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신랑 신부의 미니어쳐 같았던 두 꼬마 아이들은 꽃을 뿌리면서 자기들끼리 신이 났다. 연신 헤헤거리면서 결혼식장을 한결 밝게 만들어 주었던 꼬마 아이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7살짜리 사내 아이가 신부의 조카라고 했다. 은근히 길게 느껴졌던 주례사가 끝나고 덩달아 눈시울을 적셨던 부모님을 향한 인사도 끝났다. 신부 측에 서서 배시시 웃으며 사진 촬영까지 끝내니 이제 본격적인 식사시간(??).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식당으로 향해서 결혼식의 어느 순서보다도 더 엄숙한 자세로 음식을 뜨고 있는데,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그냥 우는 정도가 아니라 숨이 넘어가는 정도였기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 내 경건한 식사 의식을 방해하는 자가 누구인지 보기 위해 나는 식당 내부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엄마에게 잡힌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면서 온몸으로 울고 있는 아이가 이내 눈에 들어왔다. 더웠던지 정장 자켓은 벗겨지고 없었지만 아까 들러리를 섰던 그 남자 아이가 틀림없었다. 그렇게도 해맑게 웃더니만 뭐가 맘에 안 들어서 온 식당을 소란스럽게 만드는지 내 신경이 온통 그 쪽으로 쏠렸다.

그럼에도 음식을 한가득 먹음직스럽게 담아 와서 자리에 앉는데, 같이 갔던 동료가 한 마디 한다. '정말 웃기지 않니? 아까 울던 남자애 말야. 같이 들러리 했던 여자애하고 사귀는 사이인데 여자애가 먼저 집에 간다고 그렇게도 서럽게 울었단다. 듣자하니 걔네 엄마들끼리 벌써부터 사돈 맺자고 약속까지 하고 유치원에서도 다른 애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둘이서만 논다네' 일곱살 짜리 꼬마가 밥을 마다하고 사랑 때문에 그토록 서럽게 울었다니, 문득 그득한 내 뷔폐 접시가 부끄러워졌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참 빨리도 성숙해서 유치원에만 들어가도 사귀는 사람이 있고 초등학생들은 자기의 여자친구에게 반지며 각종 선물들을 기념일마다 사 준단다. 요즘 신세대 엄마들은 자녀들의 이성 교제에 관대해서 어린 자식들이 그들의 이성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해 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란다. 이미 짝이 맺어진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놀 때도 자신의 상대와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치게 된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남자 친구의 'ㄴ'도 겪어보지 못한 나와는 정말 세대 차이가 나는 아이들인 것이다.

그런데 아동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너무 일찍부터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내가 생각해도 아이들은 동성끼리의 우정을 먼저 쌓으면서 사회성을 길러야 하고 다양한 또래 아이들과 교류하면서 자라야 할 시기가 있는데, 이성 교제를 하느라 그 기간을 놓치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똑소리가 나서 애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너무 똑똑한 아이들에겐 왠지 거부감마저 드는데, 아이는 아이다운 것이 더 예뻐보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어른처럼 섹시 댄스를 추거나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아이들이 거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가 아니기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다소 모자란 듯 보여도 순수하고 아이답게 길러주셨으면 좋겠다.

반응형
반응형

'저는 한 번도 제가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예쁜 여자에게 자신의 외모 중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손사레를 치며 당치도 않는다는 듯 겸손을 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예뻐 보이는데 매일 거울보며 가꾸는 자신이 그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내가 관찰(?) 해 본 결과 자기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여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행동 양상이 보였다. '예쁘긴요~' 하면서 수줍게 웃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할 줄도 아는 여우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보일 것이니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1. 항상 호감 있는 남자 쪽으로 몸을 기울여 앉으며 말하거나 웃을 때 옆에 앉은 남자를 가만 두지를 않는다. 

이것은 만약 당신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남자라면 그녀의 여우짓에 홀려 눈치를 챌 수 없겠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예쁜 줄 아는 여자들은 자신의 손길(?)에 남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별로 웃기지도 않은 일에 크게 반응하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를 무지하게도 괴롭힌다.(물론 당하는 남자들은 오히려 좋아하겠지만.)

이 때 그녀의 옆자리를 꿰찬 운 좋은 남자는 그녀의 호감을 샀을 확률이 아주 높지만 어떨 땐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이기도 하니 스스로의 운명을 시험해 보시길 바란다. 그녀들은 웃으면서 슬쩍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별 것 아닌 개그에 박장대소를 하며 옆 사람을 마구 때리기도 한다. 그 뿐인가 스스럼 없이 팔이며 다리를 마구마구 만지기도 하는데 정말 강심장이다.


2. 남자들과 얘기할 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상대방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예쁜 것을 알고 있는 여자들은 무척이나 당당하다. 예쁜 그녀를 거절할 남자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당당함은 처음 만난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도발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지만, 앞서 말했 듯 그녀들은 여우이다. 그렇기에 상대의 눈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 대담성은 지녔으되 표정은 여고생처럼 수줍게 짓는다.

갑작스런 눈맞춤에 남자들은 더욱 긴장하여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그런 그를 보며 그녀들은 만족한다. 남자들은 그런 사실도 모른채 그녀가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의 눈빛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은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3.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주변에 남자들이 있으면 주우려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는 줍지 않는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녀들도 지체없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울 것이다. 그러나 근처에 남자들이 보인다면 떨어뜨린 물건이 휴대폰이든 지갑이든 그녀들은 구태여 수고스럽게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을 필요가 없다. 어디선가 나타난 짱가같은 남자들이 꼭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남자들은 호시탐탐 말을 붙여 볼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이때구나 싶어서 신나게 달려 왔을지도 모른다. 남자가 물건을 주워 주면 그제서야 자신도 주으려고 했다는 듯 시늉을 하며 깜짝 놀라는 척 연기하는 여우들. 고마움의 댓가로 아름답게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이다. 어리석은 남자들은 그것만으로도 황홀해 할 테니까 말이다.

4. 아이도 아니면서 아이스크림을 꼭 입 주변에 잔뜩 묻히고 먹는다.

운이 좋아서 예쁜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됐다면 참으로 이상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을 눈치챌 수 있는 남자는 몇명 없을 것이다. 그녀는 스파게티나 오므라이스와 같은 소스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늘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며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요령있게 음식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귀엽게 먹는 사랑스러운 그녀. 그런데 왜 아이스크림만 먹었다하면 입 주변에 잔뜩 묻힐까?

당연히 남자들은 한 번도 그녀를 의심해 보지 않았겠지만, 생크림이며 우유거품을 입가에 묻힌 그녀를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겠지만 따져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자장면을 먹었어도 절대 묻히지 않았을 그녀인데 왜 유독 아이스크림, 케이크, 우유를 먹을 때만 어린 아이가 될까?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칫 국물을 입가에 흘린 그녀와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묻힌 그녀를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인 그녀는 생크림이 입가에 묻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열열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인 당신의 그녀가 '여우'라면 당신은 행운아이다. 예쁘고 당찬 그녀를 여자 친구로 얻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그녀가 여우라면 당신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그녀는 당신의 마음을 눈치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감 무소식인 것은 당신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들의 여우짓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반응형
반응형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은 몇몇개의 방송을 제외하고는 유독 쓴소리가 많은 방송 연예 블로그 게시판. 나도 텔레비전 깨나 본 사람 중 하나인데 내가 봤을 땐 무난하게 재미있었던 방송이 여지없이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 당하는 것을 참 많이도 봐 왔다. 이미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등도 소위 대박을 칠 땐 온통 찬양조의 칭찬 일색이지만, 조금만 삐끗한 날이면 감이 떨어졌느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느니 원성이 자자한 곳도 바로 방송 연예 블로그 게시판이다. 특히나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해서 첫 방송이 끝나고 난 뒤에는 검증되지 않은 갖가지 비방들이 더욱 판을 친다. 그래서 방송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초치기를 당해서 김이 새 버리는 경우도 참 많다.

새로 시작한 '남자 이야기'와 '신데렐라 맨'도 초장부터 초치기를 당했던 드라마 중 하나이다. 가장 무성했던 글들은 각 드라마의 주인공인 박용하와 권상우의 연기력 논란과 미스캐스팅 논란이다. 내가 본 남자 이야기는 또다시 조폭 이야기를 다룰 것 같아서 약간 꺼려지기는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인 김강우와 박시연이 흥미롭고 그 중심에 선 박용하의 활약이 기대되는 드라마였다.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해야 잘 한다고 칭찬을 받을 지 궁금한 노릇인데 별로 문제가 없어 보였던 박용하에게 집중적으로 화살이 꽂혔다. 그리고 신데렐라 맨은 아직도 '권상우 발음 논란'이라는 문제가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을 만큼 치사하게 권상우의 발음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하면 정말 이상하게 느껴져 버린다. 남자 이야기는 '재미 없다던데, 박용하가 가장 문제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신데렐라 맨은 '권상우의 발음 때문에 자막까지 필요하다던데'라는 걱정을 하면서 드라마를 봤었다. 결론은 낚였다는 허탈감과 함께 잘못 된 정보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불쾌감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능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강호동과 유재석, 이 둘은 1등이기에 서로 간에도 늘 비교되지만 다른 사람의 가능성이나 재능을 판단할 때도 끊임없이 기준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금 돋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가 강호동이 될 수 없는 까닭이나 ~가 유재석처럼 되려면 갖추어야 할 조건' 등의 글들이 참 많이도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해피선데이에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새롭게 시작했다. 의외로(?) 아주 재미 있어서 요즘에는 패밀리가 떴다나 1박 2일보다도 더 기대되는 것이 남자의 자격이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라디오스타로 복귀 했을 때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암울했던 김국진의 재치가 다시 살아났고 2008년 가장 몰락했다는 이경규의 건장함을 확인 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도마 위에서 이경규와 남자의 자격을 봤다.

요즘 시대의 흐름이 '칭찬합시다'가 아니라는 것 쯤은 나도 잘 안다. 그래서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 윽박지르기, 쓴소리를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더 쉬운 방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방송 연예 블로거들의 글을 볼 때면, 마치 사냥꾼처럼 방송을 보는 내내 덫을 쳐 놓고 뭐 하나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조그마한 건수라도 챙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 채서 도마질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물론 나도 방송 연예 관련 글을 많이 썼고 그 중에는 비난하는 글들도 상당수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건전한 비판이 아닌 비난을 위한 비난하는 글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나부터 반성을 하게 됐고 적어도 사냥은 하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마저 하게 됐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도 참 무기력한 것이지만 건수 하나 챙기기를 도끼눈 뜨고 기다리는 모습도 참 안 됐다. 초치기를 하기 전에 과연 합당한 지를 먼저 생각하는 방송 연예 블로거들이 되길 바란다.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벌써 십여 분째. 버스 앞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실랑이를 벌이는 연인때문에 나는 기분이 심히 좋지 않다. 서슬 퍼런 내 눈초리가 느껴지지도 않는지, 사랑하는 그들에게 나는 그저 배경에 불과한 것인지 사람많은 버스 안에서 둘만의 영화를 찍고 있는 그들이다. 딱 한 번만 오빠라고 불러 달라며 애걸복걸하는 남자와 능숙한 솜씨로 그런 남자를 더욱 안달나게 만드는 여자. 여자는 불러 줄 듯 말 듯 감질나는 몸짓과 눈짓과 손짓으로 남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내 마음을 신경질 나게 만들고 있었다. 남자는 한계에 다달았는지 이제 '한 번만'하던 검지 손가락을 편 채로 몸을 배배 꼬며 여자의 팔을 잡고 늘어지고, 여자는 그런 남자가 재밌어 죽겠다는 듯 한참을 깔깔대더니 못 이기는 척 귓속말로 '오빠'를 불러 준다. 남자가 흡족한 듯 여자의 어깨를 감싸면서 드디어 볼썽 사나운 상황은 끝이났다.

왜 남자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오빠'라는 말에 사족을 못 쓰는 것일까?


나는 남동생만 하나지만 친척 오빠들이 많고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교회 오빠(!)들과도 친하게 지낸 편이어서 주변에 여러 오빠들이 있다. 나에게 있어 '오빠'란 그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남자를 의미하는 호칭에 불과하다.(나이가 아주 많으면 아저씨, 할아버지니까) 그래서 십 수년 동안 오빠들을 부르면서 그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누나'에는 없는 특별한 의미가 '오빠'에게는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졸업한 국어국문학과에는 남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동기 40명 중에서 남자들은 고작 7명, 2학년이 되자 대부분 군입대를 해서 ROTC를 지원할 2명하고만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와서 대학에 들어가면 수많은 남학생들과 교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기에 엄청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입학한지 얼마되지 않아 선배 언니들이 신입생 여자들을 집합(?) 시키며 당부하는 말이, 남자들에게 절대로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빠'라고 부르는 순간 남자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오해할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붙이면서 반드시 '선배'라는 호칭을 쓸 것을 명령했다. 도대체 그런 생각을 하는 바보가 어디 있다고 어이없는 명령을 하느냐고 분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남자 후배들이 여자 선배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을 금하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학을 다니다 보니 '오빠'가 왜 금기어가 되었는지를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선후배 사이로 거리를 두고 지내던 사람들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호칭도 선배에서 '오빠'로 변화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고, 특별한 관계임을 공공연하게 선포할 때도 '오빠'라는 호칭이 쓰이는 것을 봤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전히 나이가 조금 많은 남자를 부르는 말에 불과했기 때문에 꾸짖을 선배들이 없어진 3학년이 되던 해부터는 마음껏 '오빠'를 부르고 다녔다.(그 때는 이미 그렇게 부를 수 남자들도 많이 줄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남자 선배들은 내가 '오빠'라고 부를 때마다 괜히 얼굴을 붉히고 심할 경우 움찔 놀라기도 했다. 말의 내용은 똑같고 부르는 말을 그저 '선배'에서 '오빠'로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선배들이 나를 대해주는 태도가 한결같이 부드러워졌다. 역시 '오빠'에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별 뜻 없는 '오빠' 소리에 듣는 오빠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우쭐해진 남자들이 '오빠가 말이야~, 오빠 생각은, 오빠가 밥 사줄게...... .' 하면서 말머리마다 자신을 오빠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을 때면, 내숭 100단 여자가 'oo이 배고파요, oo이 추워요'하며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몸서리가 쳐 질 때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오빠, 오빠'하면서 추켜세워 주기만 해도 그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드라마를 속에서도 남자들이 '오빠' 소리에 헤롱헤롱하면서 선물을 사 주기도 하고, 머리 끝까지 솓구쳤던 화를 싹 풀어내며 히죽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특히나 젊었든 늙었든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남자라면 다 '오빠'소리에 살살 녹는 것 같이 묘사되고 있는데, 도대체 왜, 남자들은 '오빠' 소리에 사족을 못 쓰는 것인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반응형
반응형
오늘 아침 블로거뉴스 연예면을 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할 글을 하나 발견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 '신데렐라맨'의 주인공인 권상우에 관한 것이었는데, '자막이 필요하다'는 제목이었다. 글의 내용이 뻔히 짐작이 됐기에 나는 그 글을 읽지 않았다. 어제는 미처 방송을 보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므로 권상우의 대사처리에 문제가 있구나 싶었다. 오후에 이 드라마에 관한 또 다른 글 두 개를 더 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글의 내용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하나는 권상우가 드라마 선택을 잘못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뚜껑을 따 보기도 전에 김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소녀시대의 윤아가 나온다는 얘길 들어서 은근히 반감이 들었는데 기대했던 권상우마저 헤매고 있다니 완전 실패구나 싶었다.

그러나 저녁에 뒤늦게 본 신데렐라맨 1회는 내 짐작과는 전혀 달랐다. 비록 선입견 때문에 권상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지레 조마조마해 하며 대사 전달이 불분명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정말 그렇게 심각한 정도인가? 내가 보기에 권상우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첫회임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안정돼 보였고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장면마저 능청스럽게 잘 해 내었다. 1인 2역을 소화하기 위해 부잣집 인물의 목소리를 조금 더 낮게 깔았을 뿐이지 사람들이 수군대던 것 처럼 자막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상우의 연기 논란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맨에 관한 좋지 않은 글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선입견 때문에 권상우의 대사 처리에 더욱 문제가 있는 듯 생각될 것이고 보는 이 스스로 그 드라마에 몰입하기 전까지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 것이다.



신데렐라맨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밝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백마탄 왕자(?)를 만나 인생 역전이 되는 내용을 그릴 것 같다. 요새 드라마에는 출생에 문제가 없으면 안 되는 모양인지 너도나도 출생부터 아주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삽입해 두었다. 부모의 반대 때문에 아이를 출산하고도 헤어지게 된 비련의 여자는 쌍둥이를 낳았지만 이 중 하나만 부잣집이었던 남편의 집으로 가게 되고 나머지 하나는 동대문 시장에서 어렵지만 밝고 씩씩하게 신데렐라처럼 살고 있다. 이 둘이 운명처럼 제외하면서 앞으로 무궁무진한 얘기가 펼쳐질 것이다. 드라마 깨나 봤다는 사람은 누가 누구와 사랑을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지 쉽게 머리를 굴려볼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대중적인 얘기가 잘 먹히니 나는 그동안 '돌아온 일지매'가 낮은 시청률 때에 겪었던 수모를 신데렐라맨이 대신 갚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인과 아벨'이 더 화끈한 복수를 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고 '미워도 다시 한번'이 불륜과 사각관계와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결국 '아내의 유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이 시기에, '신데렐라맨'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 온 쌍둥이 형제의 재회라는 흥미있는 무기를 갖추고 있어 수목 드라마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윤아가 연기하는 장면을 한 번도 못 봤었는데 왠만한 신인 여배우들보다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았다. 가수가 연기를 해 봤자지 했던 내 선입견이 윤아의 연기를 보기도 전해 깎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권상우의 발음 논란은 그가 데뷔한 이래 한번도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였다. 이미 그도 그의 단점을 인정했고 어쩔 수 없는 부분에 연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분야를 찾아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런데 또 굳이 캐캐묵은 얘기를 또 끄집어 내어 잘 해보겠다는 사람에게 초를 칠 필요가 있겠는가. 다른 어떤 것이 아닌 그의 발음이 이제와서 또 다시 문제가 된 것을 보면 꼬투리를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 이외의 것에서는 건질것이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 내가 보기엔 재미만 있었던 신데렐라맨. 나는 권상우도, 신데렐라맨도 잘 되기를 바란다.
반응형
반응형
확실히 '솔'인 것 같다. 내내 우중충한 날씨처럼 풀이 죽어 있다가 어느 한 순간 경쾌한 '솔'음의 목소리를 내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변덕스러운 나. 물에서 건져 올린 미역줄기처럼 축축 늘어져 있다가 어느 순간 새로 산 용수철처럼 통통통 발랄하게 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동료들도 깜짝 놀란다. 이런 감쪽같은 변화의 이유가 갑자기 생긴 데이트 약속 때문도 아니고 책상 밑에서 눈 먼 돈을 주운 까닭도 아닌, 커피 한 잔 때문이라면 너무 싱거운가?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금연편'을 보고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사실 이주일 동안의 방송분에서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등등은 별로 한 것이 없었다. 다른 예능 방송들처럼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내면서 고군분투하지도 않았고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웃기기위한 몸부림을 치지도 않았다. 그저 담배를 피우지 않고 24시간을 견,녀,냈,을,뿐이다. 나는 흡연자가 아니라서 그들의 금단 현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그들이 힘든 24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남자의 자격'을 참 재미있고도 감동적으로 보았다.


방송을 보고 나서 나는 커피를 끊어 보기로 맘 먹었다. 남들보다 좀 일찍 시작(?)해서 15년 째 커피를 마셔대고 있는 나는 커피 중독자이다. 그런데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2% 부족한 감이 있어서, 여전히 커피와 크림을 듬뿍 넣어 달달하고 부드러운 다방 커피가 생각나는 걸 보면, 나는 카페인이라기 보다는 다방 커피에 중독됐다고 할 수 있겠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금연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흡연 역사와 폐건강 상태를 점검하던데 나는 특별한 측정 도구가 없으니 나 스스로 진단을 해 보는 수 밖에 없다.

내 상태가 어떤고 하니, 하루의 시작은 당연히 커피 한 잔과 함께 시작된다.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마셔 주지 않으면 나의 뇌는 여전히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커피 한 잔으로써 하루의 시작을 알려 주어야만 정상적인 일과를 시작할 수가 있다. 휴일 아침 커피 한 잔이 없으면 비몽사몽 하다가 다시 잠들어버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는 데에도 원칙은 있어서 빈 속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꼭 밥이나 간식을 먹은 후에 뱃속이 든든해 졌을 때만 하루 두 번 정도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직접 타서 먹을 땐 내 맘대로 양껏 먹지만, 커피 믹스나 자판기를 먹을 땐 가끔은 하나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커피 믹스 두 개와 자판기 커피 두 잔을 한꺼번에 마실 때도 있다.


가방 속에는 늘 커피 믹스를 가지고 다니는데 생각날 때 먹지 않으면 마시기 전까지 계속 커피 생각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나 연수를 갈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도 커피이다. 예전에 소개팅을 하면서 경양식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후식으로 뭘 드릴까요, 라고 묻는 종업원에게 다소곳이 커피 믹스를 내밀었던 적도 있다. 보통 그런 곳에서는 2% 부족한 아메리카노를 주니까 말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상대방이 경악을 했는지 귀엽게 봐 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15년을 한결같이 꼬박꼬박 마시던 내 친구 커피를 나는 독하게 끊어보기로 했다.

'딱 한 잔만!'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 아저씨가 딱 한 대만 피우고 시작하자고 했었는데, 정말 사실적인 반응이다. 나 또한 커피를 끊기 시작한 아침, 딱 한 잔만 마시고 점심 때부터 끊으면 안 되겠느냐고 얼마나 호소했던가.-물론 듣는 이는 나 자신이다.- 커피 없이 시작한 하루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고 커피 없는 강의가 재밌을 리가 없다. 학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축축처진 수업을 끝내고 나서 커피 대신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다음 수업 때까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남자의 자격 출연진들이 방송이라는 것을 잊고 저마다 자리 깔고 누웠던 것도 그럴만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책상에 엎드린 채로 마우스를 움직여서 내가 클릭한 것은 커피의 효능. 분명히 많이 마시면 나쁘지만 적당량을 마시면 커피도 좋은 점이 참 많았다. 그러면 어쩔텐가, 나는 이미 커피를 끊었는데...... . 좌절하면서 떠올리는 사람은 또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이다. 방송은 끝났지만 담배를 참을 수 있는 만큼은 참아보리라고 다짐했던 이경규, 김국진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내가 왜 이런 무모한 결심을 했던가, 후회가 막심하여 절규하고 있는데, 어제 잠 못 잤나봐 하며 누군가 내미는 종이컵 하나. 고개를 들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킁킁 커피이다. 고마워. 에라 모르겠다. 나는 슬그머니 모르는 척 일어나 커피잔을 받아들고 서서히 마신다. 한 모금을 마시자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세포들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곧 나는 다시 싱싱해졌다. 커피 한 잔에 금세 샬랄라로 변한 나를 보니 정말 눈물나게 우습다. 나 혼자 시작한 '여자의 자격'이 하루도 안 돼서 싱겁게 끝나버린 순간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정말 심란하다. 이 모든 일을 고작 지난 일주일 동안 다 겪다니. 이런 우울한 일들이 거듭 생길 땐 양푼에 밥을 한 가득 비벼서 아구아구 먹는 것이 상책이라, 볼이 미어 터지도록 먹었더니 조금 기운이 생기는 것도 같다. 참 단순한 나, 이런 내가 올 해 서른 하고도 한 살이다. 여자 나이 31세가 많으면 많은 나이지만 또 적다고 한들 어떠랴. 아직도 많은 남성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여자들에게는 질투와 동경의 대상인 이효리도 나와 같은 79년생 양띠인데 말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내가 겪은 이 모든 것들이 이효리를 따라 하려다 뻗친 망신살이기 때문에 결국 이효리와 나는 절대 같을 수 없다는 역설적이고도 기분 나쁜 결론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동갑내기인 이효리와 나, 그러나 효리는 되고 나는 절대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1. 양갈래 머리
내가 생각해도 살짝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이 나이에 양갈래 머리라니! 그러나 친구들과 꽃구경을 가기로 한 그날의 날씨가 너무도 화창하여 나는 잠시 나의 나이 따위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잊어버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만에 가는 나들이에 들떠 잠시 정신마저 나들이를 보내 버리고 너무나 생뚱맞은 차림으로 집을 나서고야 말았다. 연청색 멜빵 반바지(!)-남들은 짧은 치마도 입는 따뜻한 봄 날씨에 왜 유독 반바지는 아직 이르다며 눈총을 받는지 모르겠다.-에 빨간 꽃이 그려져 있는 흰색 져지 티셔츠를 받쳐 입고 울긋불긋한 색깔이 잔뜩 있는 운동화를 잘 차려 입었다. 이날 내 코디의 절정은 양갈래 머리. 멀리서 나를 발견한 내 친구들이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구박하기 전까지도 내 기분은 그냥 꽃과 같았다.

약속 장소로 걸어 가면서 '라라 라라라라 라라~ 날 좋아 한다고~' 이온 음료 광고에 나오는 음악이 나오는 듯 황홀경에 빠졌는데, 친구들의 냉정한 눈초리에 나도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드디어 미쳤구나 소리를 골백번쯤 들은 다음에 입을 삐죽이며 양갈래 머리를 풀어 하나로 묶었다. 대학에 강의 나가는 선생 꼴이 이게 뭐냐고 학생들하고 마주칠까봐 무섭다며 어찌나 구박들을 해 대는지 꽃구경은 하는둥 마는둥 후다닥 커피숍으로 숨었다. 강의 시간 외에는 나도 효리이고 싶은데 친구들은 내 맘을 너무 몰라준다.

2. 눈 웃음
꽃놀이 사건이 있은지 며칠 후 퇴근길 지하철에서 대학 선배와 우연히 마주쳤다. 98학번인 나와 93학번인 선배가 졸업한 이후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에야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내가 새내기였을 때 3학년 복학생이었던 남자 선배는 나에게 까마득한 존재였다. 그런 선배와 딱 마주치니 마치 다시 신입생으로 돌아간 듯 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학교 축제며 과 소모임 활동 등 너무나도 재미있었던 옛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눈 웃음을 지었나 보다. 그 순간 선배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와 역시 세월에는 장사없구나'하는 묘하게 기분 나쁜 말을 뱉는 것이 아닌가.

너 신입생 때는 그렇게 파릇파릇 하더니 오랫만에 보니까 많이 늙었다는둥, 자세히 보니까 피부도 까칠하고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하다는둥, 왠만하면 눈은 웃지 않는게 좋겠다는둥 처음과는 달리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갔다. 물론 옛날부터 장난기가 많던 선배가 나를 골리려고 더 심하게 그러는 것이었겠지만 나는 심히 마음이 상했다. 눈 웃음이 매력적인 이효리는 그 웃음 하나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던데, 나는 오늘부터 눈은 덜 웃고 입만 웃는 웃음을 연습해야만 하는 것인가.


3. 생얼
그리고 바로 오늘이다. 오늘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문득 맨 얼굴이 청초해보이는 것이(이게 다 백열등의 장난이다.) 그냥 출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오후에는 일이 없어서 집에도 일찍 들어 올텐데 공들여 화장할 필요가 있겠냐는 핑계도 생겼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면 자다 깬 효리는 맨 얼굴도 예쁘던데, 나도 가끔은 사람들에게 내 앳된(?)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는 과대망상까지 생겨서 간단히 선크림만 바르고 룰루랄라 출근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늦잠을 잤으면 비비크림이라도 듬뿍 바르고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뭘 믿고 그 얼굴로 그리도 당당하냐는 조롱과 함께 도대체 누구시냐는 괘씸한 장난까지 다들 나를 들들볶는 말 뿐이었다. 친한 사이기에 처음에는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았지만 점심 먹는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맨 얼굴이 추하지는 않지만 추레한 것은 사실이다'라는 말로써 굳이 내 마음을 후벼판 나쁜 사람들. 역시 이효리와 나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나보다.

아까는 그리도 기분이 나쁘더니 밥 한 양푼을 비벼서 배 부르게 먹고나니 금세 별 일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나는 효리처럼 예쁘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소중하니까.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