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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김범도, 섹시디바 손담비도 털털한 덕만 이요원에겐 상대가 안 되었나 보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치열하게 홍보를 해 온 '드림'은 뚜껑을 열어 보니 이게 뭔가 싶다. 아직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란 말이다. '드림'을 본 시청자들도 재미있다는 평과 별로라는 평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결혼 못하는 남자'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에서 '드림'마저 아직 더 지켜 봐야겠다는 평을 듣고 있으니 이 시점에서 가장 신난 것은 '선덕여왕'이다. 시청률 30%를 가뿐하게 넘기면서 월, 화 드라마의 절대 강자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선덕여왕. 그런데 왜 나는 선덕여왕을 진득하게 볼 수가 없을까?

내가 드라마를 보는 감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한 심정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선덕여왕'을  재밌다 재밌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재밌는 쪽으로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질질 늘어진 엿가락 처럼 드라마의 전개가 너무 쳐진다는 느낌이 든다. 덕만이의 신분이 밝혀질랑말랑 할 때도 특유의 긴장감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참고 봤다. 덕만이가 천명 공주의 동생이라는 사실만 밝혀지면 다시금 급박하게 상황이 재설정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은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인 미실과 쌍둥이 자매의 불꽃 튀는 대결구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어찌저찌하여 덕만이의 존재가 밝혀진 다음에도 뭐 하나 달라진게 없다. 여전히 덕만이는 힘없는 낭도에 불과하고 미실에게는 감히 도전장조차 내밀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내가 자꾸만 '선덕여왕'을 '자명고'와 대조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하지만, '자명고'에서는 희희낙낙의 단원으로서 천하게 살아왓던 뿌꾸가 자신이 사실은 낙랑의 왕 최리의 딸 자명 공주라는 것을 알아 차리자마자 금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런데 왜 덕만이는 계속 일개 낭도일 뿐인 것일까? 뿌꾸와 덕만은 참 많이 닮아 있는데 둘 다 한 나라의 공주이지만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하고 천한 인생을 살아 왔다. 그러나 공주 답게 소신이 있었고 당당했으며 둘 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더욱더 강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뿌꾸와 덕만이가 동일 인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비슷하다. 그런데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너무나 다른 행보를 보인다.

'자명고'의 뿌꾸는 다른 사람들(최리의 둘째부인 왕자실 측근의 사람들)이 자신을 자명 공주라고 인정해 주든 말든 자신의 소신대로 강력하게 밀어 붙인다. 목숨을 버릴 만큼 사랑했던 호동 왕자를 버리고 당연히 호동의 나라인 고구려와 적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 낙랑의 원후를 단번에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사랑할 뻔뻔함(?)도 가지고 있었고 갑자기 낙랑의 온 백성을 진심으로 애닯아 할 수 있는 포용력도 갖추가 된다. 그리고 갓난쟁이 때부터 뿌꾸를 키우고 기예를 가르쳤던 희희낙랑의 단장 부부와 평생을 뿌쿠의 오빠로 살아왔던 행카이(일품)의 태도또한 백팔십도 달라진다. 그들은 뿌꾸가 자명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망설이지도 않고 자명에게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며 존대를 한다. 어제까지 한솥밥 먹으며 욕도 하고 스스럼없이 대하던 뿌꾸를 단숨에 공주로 대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왜 '선덕여왕'의 덕만이의 경우는 어떠한가.

천명 공주가 마야부인 앞에서 덕만에게 사실 너는 내 동생이었노라며 사실을 밝힐 때, 덕만이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끝까지 공주가 자신을 벌한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야 만다. 김유신이 그게 사실이라고 다시금 확인 시켜주자 그제서야 자신의 신분을 받아들이는데, 계속 우울모드이다. 뭐, 덕만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화를 엄마로 알고 사막에서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자기가 신라의 공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을테니 얼떨떨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당황스럽고 믿어지지 않아서 그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회피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유신의 그 태도는 무엇인가. 쌍생을 숨겨야 하든 말든 덕만은 신라의 공주이고 그러면 당연히 자신이 모셔야 할 대상인데 넙죽 절은 하지 못할망정 여전히 덕만이를 자신의 낭도로 대하는 그 무례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쌍둥이 천명과 덕만이 얼른 힘을 합해서 몇 주 동안 별 활약을 못 하고 있는 미실과 대결을 펼쳐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덕만이는 신분을 되찾은 후에도 너무나 무력하다. 심지어 28일 방송 마지막 부분에는 시력을 되찾은 칠숙이 덕만을 보고 살의에 찬 표정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더이상 덕만이는 어린 아이도 아니고 이제 장성하여 궁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인데 아직도 칠숙을 보고 도망이나 쳐야하는 상황이라는 말인가. 대체 언제쯤 덕만이는 늠름(?)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참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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