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0년 1월 16일 목요일. 필리핀 마닐라에 온 지 16일째 되는 날입니다. 필리핀에서 아들과 한 달 살기를 못하고 17일 살기가 되었는데요, 마닐라 탈화산(따알화산)의 폭발로 인해 급하게 한국으로의 귀국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화산이 폭발했고, 월요일에 휴교령이 내려져서 약간 패닉 상태에 빠졌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처음엔 별거 아니겠지 했지만, 총 5단계의 경보 중 4단계까지 올라갔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4단계는 몇시간 혹은 수일 내에 재폭발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서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는데요, 시나리오는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폭발이 안 일어나는 상황이고, 두 번째는 재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폭발이 안일어나면 예정대로 모든 스케줄을 하고, 숙소나 비행기, 학원비등의 손해를 보는 것 없게 됩니다. 더 많은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여러 비즈니스 기회도 더 얻을 수 있고, 여행도 좀 더 다녀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화산재 때문에 매일 수영하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고, 주요 여행지가 탈화산 근처에 있기에 여행을 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화산이 재 폭발할 경우는 필리핀에 있는 현지인들도 패닉에 빠질 것입니다. 불안감은 더 증폭될 것이고, 50여 년 만에 처음 맞아보는 화산 폭발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감은 사재기를 일으킬 것이고, 첫 번째 폭발 때 마스크가 바로 품절되고 사재기된 N95 마스크가 몇 배의 가격에 재판매되었던 것처럼, 이번엔 생필품이 될 것입니다. 특히 물을 사재기할 것이고, 좋은 품질의 물은 모두 동이 나 몇 배의 가격에 되팔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농산물의 가격도 오를 것이고, 북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교통편이 마비될 것 같습니다. 공항은 다시 폐쇄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연착이 되어 공항이 재개될 때는 연착되었던 사람들부터 우선권이 부여될 것이고, 마닐라발 비행기표는 매진이 되거나 비싸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행객인 저와 아들이 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숙소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숙소의 기간도 정해져 있고, 장기화될수록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결국 두 시나리오 모두 부정적인 결론이 났고, 영어 공부와 비즈니스 기회는 언제든 다시 얻을 수 있지만,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의 상황은 저희 부자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기에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특히나 현재 계속 내리고 있는 화산재의 경우 성인인 저도 밖에 나가면 목이 따끔거리는데 아이의 호흡기에는 더욱 좋지 않기에 이번 어학연수는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했어요.
그 덕분에 미리 장봐둔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서 특히 망고가 너무 많이 남아서 아침부터 망고와 수박을 먹었습니다. 수박은 이제 다 먹었고, 망고는 5개 정도 남았어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마지막 수업을 위해 학교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지름길을 알아냈어요. 최단거리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알아냈습니다. ㅎㅎ
마지막 수업이니 선생님과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전에는 1대 1 수업이었어요.
오전에 미팅이 있어서 미팅 전에 어학연수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여기서 지불하면 되고요, 현금, 카드 모두 가능합니다.
오전에 비즈니스 미팅을 했습니다. 저는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필리핀에서도 좋은 기회가 생겨서 비즈니스 제안 피칭을 했고, 고객사도 매우 만족해하였습니다. 영어 공부도 하고 배운 걸로 바로 비즈니스에 써먹을 수 있어서 매우 흡족했어요. 제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사업 때문이었는데 영어를 통해서 사업이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오전 소셜수업의 중간 쉬는 시간에 미팅이 끝나서 바로 들어갔는데요, 크리스틴 선생님의 소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오늘은 새로운 학생이 왔는데 대만에서 온 조나단이라는 11살 남자 학생입니다. 아들과 동갑인 학생인데 종종 이렇게 영어를 배우러 온다고 해요. 영어를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성인 수업 중에도 수업 수준이 높은 곳인데도 잘 적응하여 수업을 하더라고요. 나름 생활에 루틴을 벌써 가지고 있어서 아침에는 무조건 농구를 하고, 역사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아들과 동갑이라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 소개해주지는 못했어요.
겨울의 경우는 한국이 겨울 방학을 일찍 시작하는 편이라 다양한 나라의 학생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해요. 학기 시작이 다르기도 해서 보통 여름방학 때 오면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수업은 토론이었어요. 지능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에 대해서 동의하는 그룹과 반대하는 그룹의 서로 토론을 벌이는 수업이었는데 선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후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손들라고 한 후 반대 의견을 가지고 토론하게 하였어요. 전 후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천적이라는 주장을 가지고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요, 희안하게도 반대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 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항상 아이들을 데리고 온후 밥을 먹어서 좀 늦으면 반찬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미리 아이들이 와 있어서 다양한 반찬 중 고를 수 있었습니다.
생선 한마리를 통째로~! 이게 2,400원짜리 밥의 퀄리티입니다. ㅎㅎㅎ
전 닭고기를 선택했어요~ 닭가슴살 한덩이와 야채 그리고 갈비탕 같은 고기 수프와 디저트입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수업인 오후 수업에 들어갔어요. 스피킹 수업이었는데요, 롤플레이를 하였습니다.
두 명씩 짝을 지어서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작성한 스크립트를 가지고 실제 상황처럼 연극을 하는 것인데요,
다들 열심히 공부를 해 와서 그런지 재미있게 잘하였습니다.
롤플레이는 각자 다른 사람이 되어 볼 수 있어서 여러 상황에서의 스피킹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직접 점수도 내서 긴장되는 수업이었습니다.
저도 존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상황으로 진행했습니다. 제가 인터뷰어고 존이 인터뷰이였어요. 제 스코어는 100점. ㅎㅎㅎ
다음은 지난 시간에 내준 숙제인 3가지 주제 중 하나로 5분간 스피칭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제한 시간은 5분이고, 발표 자세나 아이콘텍트등 퍼블릭한 스피킹을 위한 연습이었는데요, 간단한 큐시트만 가지고 청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 왔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학생들은 미리 다 적어서 스크립트를 만든 후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시간까지 재 보았다고 하네요.
제임스는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지난 주까지만 해도 말을 잘 못했는데 이제는 꽤 잘합니다.
존은 정말 많은 준비를 해 왔는데요, 노트 두권을 가지고 나오는 열정을!!! 필리핀의 명문 대학이라는 라살 대학 경영학과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엔더런대학교에서 5개월 공부했고, 1년간 어학연수 후 라살 대학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해요. 열정이 정말 멋집니다!
간사이 대학 법대생인 씨야. 씨야도 이번 토요일에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해요. 언제나 싱글벙글한 인상 좋은 씨야.
창원대학교 교수님입니다. 김교수님은 이번에 학생들을 데리고 캠프에 오셨는데, 직접 수업도 들으시고 계세요.
비비안의 발표시간입니다. 영상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고 있는 중이에요. 영상을 보고 다시 고칠 부분을 보고 싶어서 영상으로 남겨놓은 것 같아요. 비비안도 저희 반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 중 한 명입니다.
모든 발표를 마치고 선생님의 평가를 기다리는 떨리는 순간입니다. ㅎㅎㅎ
제가 받은 결과표이고요, 롤플레이는 100점이고, 스피킹 점수는 99점. 역시 문법이 약하네요. 저는 키워드 몇개 준비해서 즉석 해서 스피킹을 했는데요, TV의 장단점에 대해서 미리 장점을 7개, 단점을 5개 적어두고, 제 경험을 말해가며 쭉 시간을 끌다가 타이머에 5분이 되었을 때 마무리를 하는 전략으로 스피킹을 했어요. 단점은 5개 다 말했고, 장점은 3개 정도 이야기할 때쯤 5분이 되어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문법이 정말 엉망이었나 봐요. 문법 공부 좀 더 해야겠습니다.
항상 상냥하게 수업을 해 주신 정 많은 미쉘 선생님. 어제 아들 수업에 선생님이 갑자기 펑크가 나서 미쉘 선생님이 대신 했었나봐요. 아들이 영어 잘한다고 칭찬을 해 주시더라고요. 아들에게 물어보니 무서운 선생님이었다고 ㅋㅋㅋ
마지막으로 같이 사야카와 셀카를 찍었습니다. 간사이 대학의 학생이고, 문학 소녀여서 항상 책을 보는 사야카인데요, 이 수업을 통해서 친해준 친구 중 한 명입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도 마지막 수업이 끝나서 선생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수업이 끝났다고 신나하는 아이들 ㅎㅎㅎ 1주차에는 재미있다고 난리더니 2주차가 되어서부터 현타가 오기 시작했나봐요. 하루에 6시간씩 영어공부라니 힘들만도 하죠. 그래도 2주간 잘 버텨준 아이들이 대견스럽습니다.
모두 같이 모여서 마지막 인증샷을 찍고,
수료증도 받았습니다.
수료증 증정식도 있었습니다. 뭔가 굉장히 뿌듯하네요~ ^^
수업이 끝나고 그랩을 타고 SM몰로 향했습니다. 원래 키자니아를 한번 가려고 했는데 오후 4시까지 밖에 안해서 대신 타임존을 가기로 했거든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 SM몰로 가서 선물도 좀 사고 저녁도 먹기로 했습니다.
저녁은 MANAM으로 갔어요. 2층에 있는 식당인데요, 수업 시간 때 선생님이 추천해준 식당 중 하나입니다. 필리핀 현지 음식을 파는 곳인데 유명한 현지 음식점이라고 해서 마지막 저녁 식사는 마남에서 하기로 했어요.
오픈된 공간에 있는 마남인데요, 그래도 와서 현지 음식을 몇번 먹어봐서 익숙한 메뉴들이 있더라고요.
시니강과 시식등 다양한 음식이 있더라고요.
에그타르트를 시켰는데요, 제가 먹어본 애그타르트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요. 약간 레몬의 시큼함과 애그의 부드러움과 위에 약간 카라멜라이징해서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타르트에 생크림을 찍어 먹으면 환상의 맛이 펼쳐집니다.
역시 빠질 수 없는 산미구엘~!
비프 시니강을 시켰는데 마치 김치찌개와 매운 등갈비찜같은 맛이 납니다. 시니강은 약간 시큼해서 똠양꿍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입니다.
갈릭라이스는 사랑이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밥 사이즈는 무조건 라지로~!
크리스피한 국수를 시켰는데 이름을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튀긴 면이 산더미처럼 나오는데,
여기에 소스를 쫙 뿌려주면 면이 소스를 머금으면서 서서히 무너집니다.
그럼 희한하게 쫄면의 형태를 갖추게 돼요. ㅎㅎㅎ
불랄레. 이건 한국의 갈비탕과 거의 흡사한 맛인데 고기가 엄청 많이 들어가 있고, 푹 익혀서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이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돼지 등뼈가 들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유독 잘 먹었어요.
치킨도 시켰는데 나오자마자 아이들에 한 조각씩 순삭을 해서 2조각 남았네요. ^^
오늘따라 아이들도 잘 먹더라고요. 필리핀 현지에 이제 적응이 다 된 것인지... 마남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점인 것 같아요. 음식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대기줄이 긴 맛집이었어요~
마남 오기 전에 중화요리집과 일식집이 있었는데 오픈키친으로 만두를 빚고 있더라고요. 신기한지 계속 보는 아들.
3층으로 올라가서 기념품을 샀습니다. Kultura는 필리핀 현지인들도 이용하는 기념품 가게라고 하는데요, 미셀 선생님이 강추한 기념품 가게입니다.
온갖 기념품을 다 팔고 있고요, 전 이미 3번이나 온 곳이기도 한데 올 때마다 하나씩 사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곳이에요.
아들과 함께 커플티. 제가 여기서 필리핀 현지 느낌 나는 티셔츠를 사서 입고 다니니까 아들이 내심 부러웠나 봐요. 자기도 하나 사달라고 해서 커플티로 맞춰 입었습니다. 가격은 399.75페소인데 400페소로 보면 8천 원 정도 합니다. 아무래도 기념품 가게이다 보니 가격이 로컬 시장보다는 좀 높습니다.
끝나고 다시 가게 된 타임존. 이번 어학연수 기간 중 가장 많이 온 곳이 바로 타임존. 이제는 거의 도사급이 되어서 이 게임은 한 번에 티켓 60개는 기본으로 뽑아냅니다.
돈 자랑하듯 티켓 들고 흔들어대는 아들 ㅎㅎㅎ
마지막이니 티켓 탈탈 털어서 모두 기념품으로 바꿨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린다는 야시장에 가 보기로 했어요. 하이스트리트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가는 거리기에게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7번가와 25번가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어요. 맥도널드 맞은편이 바로 야시장인데요,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150개가 넘는 점포들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가보니까 야시장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텐트의 상태를 보니 화산재가 가득 있는 것이 화산재로 인해서 당분간 안 하는 것 같아요. ㅠㅜ 리뷰보니까 지난 토요일까지도 했던데.. 화산이 일요일에 터졌으니 이번 주 수요일부터 계속 쉬는 것 같습니다. 화산재가 아직도 저렇게 많은데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건 좀 위험할 수 있겠네요.
아쉽지만 여기 왔었다는 인증샷이라도 남겼습니다. ㅎㅎ
2020년의 새해 첫날부터 오게 된 필리핀 마닐라. 2020년의 시간도 쏜살같이 지나가서 벌써 중반이 넘어섰는데 벌써부터 다사다난한 2020년입니다. 난생처음 화산재도 맞아보고, 지금도 약간은 마음이 불안하고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는 계속 불안한 마음이겠지만 갑작스러운 큰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마음들이 들었는지 경험한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자연 앞에 다시 한번 겸손해지고, 누구나 계획은 있다. 한대 얻어맞기 전까지라는 타이슨의 말처럼 2020년에는 정말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자연재해를 한대 얻어맞으니 계획이 얼마나 허무한지, 하나라도 빨리 실천에 옮기고 후회 없이, 즐겁게, 행복하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 2020년 1월이었습니다.
내일이 저의 연재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무사히 잘 한국에 도착해서 마지막 정리하는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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