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만날 다이어트 운운하는 여인네가 갑자기 웬 야식?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어제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 짭짤한 과자, 시원상큼한 아이스크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침부터 저녁밥을 다 먹을 때까지 느껴지는 허전함.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저녁밥이 다 소화될 무렵 집 앞에 있는 수퍼마켓으로 신나게 뛰어갔다.
 
헉! 고급 과자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에 첫번째 놀랐고 과자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에 두번 놀랐다. 과자 좋아하는 꼬맹이들이 있는 집들은 과자값만 해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자 하나라도 몸에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인데, 고급스러운 재료를 썼다는 과자들은 하나같이 값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야 뭐 질보다 양이란 생각으로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먹었고 값도 비교적 저렴한 옛날 과자들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야금야금 과자를 먹었다. 과자 먹고 부른 배를 부여잡고 그대로 자고 일어났는데, 오늘 아침 타는 듯한 목마름과 속을 박박 긁는 아픔때문에 불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늦게 음식을 잘 먹지 않다가 먹어서 그런지, 밤에 먹은 것이 과자라서 그런지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날처럼 무척이나 괴로웠다. 거울을 보니 역시나 얼굴이 팅팅 부어있다. 얼굴 붓는 것이야 예상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아삭아삭 맛있게 짭잘한 과자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물을 많이 마시게 됐고 그러니 얼굴이 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속이 이렇게 쓰릴 줄은 정말 몰랐다. 과일류는 많이 먹어도 다음날 아침에 이렇게까지 속이 쓰리지는 않을텐데 역시나 과자는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원래 아침에 맛있는 음식을 먹기를 좋아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도 근사한 아침상을 차려서 먹을 정도로 아침 입맛을 잃은 적이 없었다.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매운 비빔국수도 한그릇 뚝딱할 수 있는 식성이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는 저녁을 유난히 가볍게 먹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아침 식사 메뉴로 정해서 그거 먹는 설렘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아침이라 입이 깔깔해서 밥맛이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그동안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늘 아침 식사 때 밥을 잘 드시지 못하시고 1/3 정도를 남기는 경우도 많으신데, 나는 그 이유를 이제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저녁식사 후에도 늘 입이 궁금하다고 하시면서 과일도 드시고 치즈도 드시고 떡도 드시고 각종 음료수도 드시고 주무시기 전까지 음식을 입에 달고 사신다. 그러니 거의 매일 아침 속이 더부룩 답답하시지 않으셨을까? 나도 오늘 아침에는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주스를 만들어 먹고 말았으니 말이다.

점심 때가 되어서는 밥을 먹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그 때까지 속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과자 좀 먹었다고 너무 유난스러운 반응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짭잘한 맛, 달콤한 맛, 고소한 맛 등의 과자를 많이 먹었더니 몸에서 놀란 것 같다. 몸에 좋은 것들만 먹고자 오랜 기간 노력하다가 갑자기 좋지 않은 것을 먹으니 몸이 금방 반응을 한 것이다.
 
친구는 몸을 너무 곱게 길들이는 것 아니냐고 그냥 과자에 야식에 팍팍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강한 몸으로 단련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놀렸는데,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야식은 정말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잠들기 전 최소 4시간 전까지는 모든 식사 및 간식을 끝내는 것이 좋은 습관인 것 같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