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유기농 전문 매장이 새로 생겼다. 처음 그 매장을 지나치면서 봤을 땐 커피와 빵을 파는 가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빵집 치고는 서서 물건을 고르는 손님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자세히 안을 들여다 보니 수퍼마켓처럼 야채를 파는 부분도 있고 과자나 양념류를 파는 곳도 있고 생선과 육류를 파는 곳도 보였다. 한 쪽에서는 커피와 빵을 즐기고 또다른 쪽에서는 물건을 고르는 풍경이 약간 생경해서 이번에는 간판을 자세히 읽어 보았는데 유기농 전문점이었던 것이다.
처음 그 가게를 발견했을 때는 일이 있어서 서둘러야 했기에 가게 안을 구경해 보지는 못했다. 그 이후에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지하철역에 가려고 걸어 갈 때마다 그 가게를 보고선 아참, 한 번쯤 구경해 봐야 했는데 하면서 새롭게 마음만 먹었었다. 그러다가 어제야 비로소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유기농'이라 하면 내 머릿속에는 일단 '비싼 것'이라는 정의가 먼저 내려진다. 그래서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에도 유기농 제품이 있는 쪽에는 잘 보지 않고(유기농이 몸에 좋은 것이야 잘 알지만, 평생 비싼 값을 치루고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 앞은 당연히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 보니 유기농 제품들을 이렇게 자세히 관찰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대형 매장에서는 작은 부분 한 쪽에만 유기농 제품들이 있었는데, 전문 매장을 둘러 보니 유기농 제품들이 정말 다양했다. 야채는 말할 것도 없고 생선, 육류(그런데 육류야 유기농 사료를 먹였다 쳐도 바다에 사는 생선은 어떻게 유기농이 나올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와 라면에 과자까지 정말 없는 것이 없었다.
작게 작게 포장 된 제품들이 대부분이라서 보기에는 깔끔하고 좋아 보였는데,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가격이었다. 야채 값은 일반 제품이 어느 정도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지 잘 몰라서 유기농이 얼마쯤 더 비싼 지 가능할 수가 없었지만 우유값을 보고는 진짜 놀랐다. 1리터짜리 우유 한 병에 5천원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라면도 한 봉지에 천원이 조금 넘었고 과자도 스넥이든 비스킷이든 시중 제품들 보다 3배 정도 더 비싼 것 같았다. 그런데도 매장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인 것을 보면 역시나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유기농 전문 매장을 찾은 까닭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장을 보다가 그 옆에 마련 돼 있는 작은 빵집에서 역시 유기농 빵과 유기농 커피류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는데, 제품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가격에 놀라기만 하는 나에 비해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대충 다 둘러 본 나는 매장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홍보책자만 챙겨서 가게를 나왔는데 그 책을 읽어 보니 몸에 좋은 먹거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건강과 맛을 둘 다 충족시키기 위해 튀기지 않고 구워서 만든 도넛에 관한 글도 참 흥미로웠고(튀겨서 만든 도넛이 맛이야 훨씬 더 있겠지만 그것을 먹을 때마다 드는 묘한 죄책감은 늘 나를 괴롭혔다. 달콤하면서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소한 도넛이지만 살찌는 성분들이 너무나도 잘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에 좋은 성분들로 만들어서 구워서 만든 도넛이라니 역시나 값은 비싸겠지만서도 최소한 기분 좋게 먹을 수는 있지 않을까.) 빨기 등의 과일을 듬뿍 넣어서 만든 아이스크림에 관한 글도 재미있었다.
삶이 풍족해지면서 사람들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참 높아졌다. 나야 아직은 맛있으면서도 좀 더 싼 제품들에 눈길을 주고 있지만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먼저 찾고 있는 것 같다. 몸에 좋고 맛도 괜찮다는 유기농 제품들, 얼른 가격도 대중화 돼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가 돼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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