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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요?
직접 안 키워 보면 모릅니다. 암요~ 암만 말 해도 절대 모르실걸요?
아니요~ 예전에 키워 봤다고 해도 모르세요~
지금, 직접 키우고 있지 않으시면, 모릅니다. 모르고 말고요~
에이~ 설명해 드려도 모르신다니까요...





예전에 애들 둘을 다 재워 놓고,
밤 12시에, 소파에 누워서 초콜릿이 듬뿍 들어 있는 쿠키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요~
밤 늦도록 잠 안자고 간식까지 먹으며 보기엔 살짝 민망했던,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날 그 방송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다이어트 주제가 '산후 다이어트'였었거든요~
다이어트가 시급한 주인공이 나와서
각 분야의 다이어트 전문가들에게 생활 습관과 현재 몸 상태를 체크 받은 후
짝이 된 다이어트 전문가와 함께 살을 뺀다...뭐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저를 발끈하게 만든 건 출연자의 생활 습관을 체크하던 중에 나온 '발언'이었어요.


산후 다이어트가 시급한 통통녀(뚱뚱은 슬프니까 ㅜㅜ)는
출산한지 1년도 채 안 된 새내기 초보 엄마였지요.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씨름을 하는 과정이 화면에 담겼는데,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를 남편에게 건네고 소파에 벌러덩 눕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을 보던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야유를 보내는 거예요~
남편이 퇴근을 하면 아이를 맡긴 후에
운동을 해야지 왜 그 즉시 눕냐는 거였죠.


저런!!! 저 육아의 'ㅇ'도 모르는 나쁜 전문가들 같으니라고 ^^
출산한지 고작(?) 10개월 남짓 된 엄마라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눕지도 못했을 텐데
머리 속으로는 남편의 퇴근 시간만 계산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퇴근한 남편에게 애를 맡기고 곧바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겠어요?
소파에 벌러덩 드러 눕는게 당연하지~
누워 봤자 고작 몇 분이나 쉰다고... 퇴근 한 남편 밥 차려야지, 밀린 집안 일 해야지 ......





집안 일은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다고요?
육아를 하면서, 틈틈히 운동하고 또 동시에 집안 일까지?
몰라도 너무 모르시옵니다~


다른 집 꼬맹이들은 어떨 지 모르나
저희 집 개구쟁이 오누이들은 등만 보이면 무조건 올라 타고 (말도 아닌데 ㅜㅜ)
앉아 있을 땐 둘이서 한꺼번에 매달리고, 서 있어도 매달리니
운동을 하려고 하면 그냥 놔 둘리가 없죠.
정리를 하면 따라다니며 흐트리기, 설거지 하면 다리 잡고 늘어지기, 둘이서 한꺼번이 늘어지기~
쓰다보니 판소리 놀부 심보랑 비슷하네요^^




게다가 아이에게서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는게
아들내미는 툭하면 얼굴에 낙서를 해서 얼굴에서 비가 오고,
딸내미는 툭하면 얼굴에 파우더를 발라 뽀얗게 해서 나타나니 애들을 따라다니지 않을 수가 없고
또 큰소리를 안 낼 수도 없어요.


지난 주 <아빠, 어디가?>에서 성동일이 뉴질랜드에서 딸아이를 크게 혼낸걸 두고
왈가왈부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전적으로 성동일이 잘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칭얼거리고 떼쓰는 아이들은 한 번 받아 주면 끝까지 칭얼대기 때문에
처음에 말썽을 부렸을 때 따끔하게 혼을 내야 쓸 데 없는 기력 낭비를 막을 수 있어요.
특히나 성동일은 여행 중이었으니 더더욱 초장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었죠.


아이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면 안 된다,
아이에게 화내지 마라,
무조건 칭찬하고 따뜻하게 안아줘라~
아이는 사랑으로 키워야 앞으로 잘 된다...고 하셨던
저희 부모님, 시부모님 포함 '현재 육아를 전담하지 않는 분들'의 말씀을 참 많이도 들었는데요~


다른 분들께는 아이들을 맡겨 본 적이 없으나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께는 아이들을 부탁하나 적이 종종 있는데
말썽꾸러기 3살, 5살 두 아이를 맡겨 놓은지 30분도 안 돼
삐뽀삐뽀 경찰 아저씨 온다(아이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면 안 된다)
이 녀석이 왜 이래, 혼 좀 나 봐야겠구나(아이에게 화내지 마라)
...... .
하시는 소리를 들었었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아이들이 한창 말을 안 들을 때거든요~
아이를 키워 보면 늘 좋은 엄마, 따뜻한 엄마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어떤 글이 하나 올라 왔어요.
속상함을 토로하는 글이었는데,
친 이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 올린 사연이었어요.
퇴근하고 돌아 왔는데 이모님께서 아이가 침대에서 놀다가 떨어졌다는 얘길 들은 모양이었죠.
아이는 한참 울었지만 다행히 상처도 없고 다친 데도 없고 
지금은 잘 자고 있다는 얘길 전해 들은 아기 엄마는 속이 상해 카페에 글을 올렸고
글의 내용은 어떻게 아이를 침대에서 떨어지도록 그냥 놔 둘 수 있냐는 것이었죠.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은 다 알죠~
아이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침대에서 떨어지고, 잠깐만 안 보면 모서리에 머리를 찧고,
물 마시다 옷에 쏟고,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진다는 사실을요.
아이들은 조금만 자라면 장난이 심해져서 하루종일 장난을 쳐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아이가 침대에서 뛰고, 소파에서 넘어지고, 책장을 기어 올라가서 떨어지는 걸 일일이 다 받아낼 수는 없어요.
놀아도 놀아도 체력이 남아 도는 아이들과 순식간에 에너지가 고갈되는 엄마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따라 다니며 날쌘돌이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 셋, 넷이라면???
오, 마이, 갓!!!


인터넷 카페의 그 글에,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이 남긴 덧글은요~
엄마가 봐도 아이들은 다칠 수 있다는 내용이 제일 많았어요.
아이가 멀쩡한데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신 그 이모님이 참 좋으신 분이라는 말도 있었고요.
직접 키워 보면 하루종일 숨 쉴 틈도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거예요.
육아를 전담하지 않으면 모르죠, 모를 수 밖에요.


저는 아이를 둘 키우는데
하나만 키우는 엄마들이 이제 좀 살만하지 않냐고 물어 보면 눈에 쌍심지를 켠답니다^^
하나랑 둘은 천지차이이거늘~!!
그리고 아이를 셋, 넷, 다섯....키우는 엄마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답니다.
둘과 셋, 넷, 다섯...은 절대 절대 같을 수 없음을 잘 알기  아니요, 알 수가 없죠. 짐작도 못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없는 것 보다는 하나가 있는 것이, 아이가 하나인 것 보다는 둘인 것이 훨씬 더 행복한 까닭은,
생각해 보면 제가 웃는 이유의 80% 이상이 아이들 때문임을,
생각해 보면 남편과 제가 하는 대화 중의 80% 이상이 아이들과 관련된 것임을,
생각해 보면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과 만날 때 당신들이 행복해 하시는 이유 중 80% 이상이 아이들 덕분임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없었다면....이라고 상상하는 것 조차 끔찍한 것임을...


아이들을 키워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누리지 못할 것들을
아이들 덕에 팍팍 누리고 있음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셋, 넷, 다섯 있는 댁에서는 제가 감히 상상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더 행복할 것임을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요.
육아요? 직접 키워보지 않고서는 모릅니다. 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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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둘이서 일찌감치 저녁을 먹은 다솔이는
아빠가 식사를 하시는 모습에 또다시 군침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빠의 저녁 메뉴는 생선초밥과 라면.
매콤한 고추냉이 위에 날 생선이 올려져 있는 초밥과,
꼬불꼬불 라면은 다솔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지요.
살짝 고민을 하다가 엄마는 다솔이에게 면만 조금 삶아 헹궈서 줘 보기로 합니다.
이미 밥도 먹었겠다 맛만 보라는 의미로 말이에요.


예나 지금이나,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어쩜 그리 맛있게 느껴질까요?
다솔이는 아무 양념도 없는 라면 가락을 오물오물 잘도 먹네요.
어느 정도 먹다가 손으로 주물거리며 장난을 치기에 물렁한 자두를 하나 주었더니
손이며 옷이며 얼굴이며 하나같이 찐득찐득합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찐득한 걸 다 묻힌 다솔이는 손을 내밀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엄마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닦아주기 전에 먼저 사진에 담기로 했는데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다솔이를 보던 엄마가 문득 찡~해집니다.




어떤 생각에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솔이가 엄마를 보고 웃으며 '사랑해'를 해 주었기 때문이에요.
아직은 어눌한 발음으로 '사랑해' 하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주는 다솔이.
그 모습이 어찌 감동스럽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사실 다솔이가 '사랑'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사랑해는 커녕 순식간에 엄마를 때리고 할퀴는 다솔 군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것도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요,
아이가 점점 자라나면서 욕구는 점점 많아지는데,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때리고 할퀴는(가끔은 박치기까지) 행동으로 표현됐던 것 같아요.


한동안 다솔이에게 어찌나 많이 맞았던지 다솔이가 제 얼굴 가까이에 손을 올리기라도 하면
저절로 눈이 질끈 감기고, 고개를 홱홱 돌리게 되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잘 타이르고 상황을 설명해 줬어요.
그 대신 안아주고, 뽀뽀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가르쳐 줬지요.


이제는 다솔이가 엄마를 때리고 할퀴는 경우가 전혀 없고요,
예전에는 인형이나, 책 속 주인공에게만 해 주어 치사하게 느껴졌던 값비쌌던 뽀뽀도
자기가 먼저 '뽀뽀!'하면서 엄마의 눈, 코, 입 할 것 없이 퍼붓고 있답니다.
뽀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인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혹시나 남자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의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고민하셨던 엄마들이라면
조금 더 기다리면서 잘 타일러 주세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다감한 아이로 자라 나 엄마를 감동시킬 겁니다.


식사 후 난장판이 된 식판과 거실을 치우고 다솔이는 아예 목욕을 시켰어요.
한참 물속에서 놀리다가 꺼내 놓으니 다솔이는 또 장난기가 발동해 제대로 닦지도 않고 도망을 갑니다.
 
 

 
 
꺅꺅거리면서 손을 들고 침대 위를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일부러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서 뱅글뱅글 돌고, 꺄르르 웃으며 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다가
볼록 나온 자기 배를 보고 또 한 번 웃었다가......를 반복하며 한참을 놀더니
 
 
 
 
마무리는 '사랑해'
다솔아, 엄마도 다솔이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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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사랑 없이는 같이 못 먹는다는 양푼이 비빔밥을 넉넉하게 비볐다. 송송 썰어 살짝 무친 배추 겉절이도 넣고, 신선한 상추도 아낌 없이 팍팍 넣고, 두부가 듬뿍 들어간 구수한 멸치 된장찌개에 알맞게 매운 고추장까지 인심 좋게 넣어서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숟갈까지 넣으니 와! 기가 막히다. 남편이랑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아구아구 냠냠냠 볼이 터지도록 먹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1박 2일이 한창 방송되고 있었다.

마침 1박 2일 속 그녀들도 오물오물 맛있게 무언가를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 나는 순간 볼이 미어지도록 밀어 넣은 내 밥숟가락이 심히 부끄러워졌다. 다행히 남편은 열중해서 먹고, 집중해서 보느라 내 볼에 부끄러워 소름이 돋은 줄을, 부지런히 음식을 퍼 나르던 내 숟가락질이 점점 느려졌음을, 모르는 듯 했으나 나는 더 이상 아구아구 비빔밥을 퍼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여배우라고 해도 서른 일곱 살의 최지우가, 서른 넷의 김하늘이 그리도 다소곳이 앉아 저리도 얌전히 음식을 먹는데, 아무리 아줌마라고 해도 서른 셋의 나는 좀 심하지 않나 싶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들을 보면 아줌마 경력이 늘어갈 수록 점점 더 화통대담해지고 점점 더 내숭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이 보이던데, 어쩌면 여자들에게 내숭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사랑 받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말이다.

사실 나라고 처음부터 양푼에 밥을 비벼 하마 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먹었겠는가? 나도 한 때(??)는 음식점의 음식들을 남길 줄도 알았으며, 입가에 양념이 묻을까 조심조심 신경 써 가며 밥을 먹기도 했었다. 뜨거운 국을 그릇째 후후 불어 마시지도 않았었고, 스파게티나 라면 같은 면 요리는 포크로 돌돌 말아 입을 '아~'가 아닌 '오~' 정도로 벌려 오물오물 먹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는 말이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마트에 갔을 때 남편에게 무언가 말 실수를 하여 급히 남편을 달래줘야 했을 때가 있었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으로 남편에게 팔짱을 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콧소리를 냈던 것 같은데, 남편은 의외로 굉장히 좋아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팔짱을 끼고 다니자며 한동안 싱글벙글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생긴 후 아이를 안고, 업고, 쓰다듬어 주느라 남편에게는 제대로 된 애정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은 끊임 없이 노력하며 지켜 가는 것이라고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 받지 않도록 신경써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표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워 보이도록 노력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리라 다시금 결심하는 것, 이미 결혼한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전혀 다른 사람이 돼라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본모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남편과 연애를 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올백으로 머리를 틀어 올리고 출신을 알 수 없는 축축 늘어진 옷들을 입고 아구아구 밥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더워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도 절대로 머리를 바짝 묶지는 않았던(큰 얼굴이 드러날까봐), 연애시절 남편을 만날 때는 가장 예쁜 옷들로만 입고 있었던, 자장면도 아름답게 먹었던 과거의 내 모습을 꼭 다시 되찾겠노라고 결심에 결심을 했다.

남편을 위해, 나를 위해, 우리의 사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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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나를 폭발하는 남편의 대화법'이라는 글을 썼다가 '웃기네, 너나 잘 하세요'류의 덧글 폭탄을 맞았다. 행여나 나를 옹호해 주는 (큰절을 올리고 싶도록 고마운) 분들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로 쓴소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었는데, 가뭄에 콩 나듯 했던 고마운 분들의 덧글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삼일 동안 컴퓨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불을 덮어 쓰고 반성에 또 반성을 했다.

무엇을???
나는 왜 이렇게도 글을 쓰지 못하는 가! 하는 것을...... .
가볍게 한 번 웃자는 의미로 쓴 글에, '그래도 남편을 사랑하시죠?'라는, '4주 후에 뵙겠습니다'가 언뜻 떠오르는 덧글까지 달린 것을 보면 올바른 대화를 못 하는 것은 남편 뿐만이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든다.
네네, 당연히 저는 남편을 98% 사랑하고요, 다만 2% 부족한 남편의 대화 '기술'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제목에도 썼었잖아요,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것이 '남편'이 아니라 남편의 '대화법'이라고요.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 아래에도 어쩌면 나를 울상짓게 만드는 덧글들이 가득 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곳은 내 블로그고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권한이 있으니까......
그런데 뭐지? 은근히 소심해지는 이 상황과 어쩐지 비겁해 보이는 이 변명들은?(참고로 내 혈액형은 A형이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자들은 역시 화성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홀로 쓴 웃음을 짓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여심을 감동시키기가 쉽다는 것을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남편들이 잔뜩 화가 나 있는 아내의 마음에 기름을 부어 결국 폭발하게 만드는 이유는 자꾸만 '원인''해결책'을 제시해 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상황 1> 원인을 찾는 대신 공감과 이해를

자고 일어났는데 한겨울에 모기에 물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한 두방 물린 것이 아니라 허리에 네 개, 다리에 세 개 물린 자국이 있어서 여간 가려운 것이 아니었다.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래도 간지러워서 벅벅 긁다가 나는 남편에게 모기에 물린 자국, 내가 벅벅 긁어서 더욱 벌겋게 부어 오른 자국을 보여 주며 '나 모기 물렸어"라고 말했는데, 남편은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당신 어제 입었던 옷이 뭐지?' ----'몰라' 
'요가 갔을 때 입었던 요가복 그 옷 속에 모기가 살고 있나? ---- '어??'
'이불 언제 빨았어?'----'뭣이라???'

결국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남편에게 모기에 물러 잔뜩 부어 오른 모습을 보여 준 까닭은 당장에 모기를 잡아서 죽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런 간지러움에 시달리니까 나를 좀 위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식구 중 나 혼자서 모기에 물렸으니까 그 윈인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는 질문 공세를 했고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럴 땐, '많이 간지러웠겠다'. 딱 한마디면 되었을 것을...... .


<상황 2> 말 대신 행동으로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하면서 청소, 빨래, 음식 장만까지 혼자서 다 해야했던 내가 남편의 퇴근 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어깨를 있는 대로 늘어 뜨리고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오늘 하루 종일 나 혼자서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했을 때, 남편은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집으로 좀 오셔서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그럼 당신이 회사가서 돈을 벌어 오라'고 맞불을 놓아 나를 기막히게 만든다.

나도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전업 주부이므로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잘 해나가는 것도 프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도 가끔은 불평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 법, 유독 그 날따라 혼자서 전전긍긍 힘들었기 때문에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게다.

이럴 땐 '힘들었지? 내가 많이 도와줄게'라든지 (하나도 도와주지 않아도 이미 아내는 맘이 녹아내렸다. 걸래질을 진짜 시킬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맘에 없는 말을 하기가 손발이 오그라든다면 차라리 없이 꼭 껴안아 주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러면 아내는 금세 생기를 찾게 될 것이니 말이다.



<상황 3> 맞장구, 혹은 말꼬리 따라하기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 요즘 한창 잘 나가는 걸그룹을 보느라 헤벌쭉해진 남편을 보며 나는 인터넷에서 본 과거 사진과 함께 과거에 그 소녀가 사실은 좀 놀았던 언니 중 하나였다더라, 요즘에는 꼭 성형 수술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주사로 시술만 받으면 이미지가 확 달라져서 예뻐진다더라, 나도 의학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누구 못지 않게 예뻐질 수 있을텐데...... 등등 내가 생각해도 쓸 데 없는 소리를 늘어 놓을 때

남편은 어디서 그런 소리를, 네가 봤냐며 정색하고 따져서 아내를 무안하게 만들기 보다는 아내가 하는 말에 '그래, 그래, 그렇다며?, 응, 그렇지, 얼씨구, 오호라!' 맞장구를 쳐서 아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여자란 때로는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 일도 좋아하고 자기가 연예인이랑 비교하는 자체가 이미 허튼 소리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래도 한 번 무리수를 던져 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맞장구를 치거나, 아내가 하는 말의 마지막 부분을 따라하며 반복하면(누구누구가 어릴 때 그렇게 놀았다던데? 하면 아,,,좀 놀았었구나. 나도 조금만 손 보면 엄청 예뻐질 수 있을텐데, 하면 그럼 엄청 예뻐질 수 있지. 하며 말꼬리를 따라하는 대화기술) 남편이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나를 엄청 대우해 준다며 감동받을 것이다.

아참!
내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해서 우리 부부 사이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나는 그저 이따금씩 여자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해서 내 속을 긁는 남편의 대화법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짝, 찰떡궁합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나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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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해가 중천에 떠서 나를 빼꼼히 (햇님에게 진짜로 눈이 있다면 아마도 한심한 눈으로) 내려다 볼 때까지 쿨쿨쿨 자다가, 띠리링~ 울리는 문자 메시지 소리를 듣고서야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애써 시계를 외면하고서 약간의 코맹맹이 소리를 섞어 잘 자고 일어났더니 피부가 좋아졌다는둥 역시 잠이 보약이라는둥 애교아닌 애교를 부릴 수 있었던 까닭은,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는 까닭이었다.어제 저녁에 양파와 마늘을 달달달 향기롭게 볶고 감자, 고구마에 닭고기까지 듬뿍 넣어 만들어 맛나게 먹었던 카레라이스가 아직도 한솥 가득 남아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대접에 밥을 넉넉하게 푸고 그 위로 카레를 보 기좋게 담으면 따로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훌륭한 아침 식사가 된다. 뜨끈하게 카레를 데우고 적당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 한 접시만 곁들이면 되니 식사 준비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길게 기지개를 켜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잠기운을 눈가에 붙인 채 카레솥에 불을 올린 후 '식사하세요' 남편을 부른다. 고양이 세수만 하고 돌아와 김치 접시를 식탁에 내려 놓는데, 끙끙끙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냄비 뚜껑을 열자 이미 하얗게 곰팡이 비스무리한 것이 노란 카레와 뒤엉켜 있다.
어제 저녁 딱 한 끼 먹은 카레가, 이 추운 겨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끓여 두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왜왜왜 벌써 상해 버렸는지 속상해 하고 있는데 남편이 식사를 하러 왔다. 어쩌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남편에게 카레가 쉰 것 같다고 어제 '팔팔'은 아니지만 '슬쩍'은 다시 끓여 두었는데도 쉬어 버렸다고, 그래서 아침은 '라면(그나마 소시지와 만두를 넣은)'을 먹어야 되겠다는 끔직한 소식을 전했다. 남편의 눈치를 살살 보며 다른 냄비에다 물을 받아 가스불에 올리는데, 의기양양한 남편의 목소리가 등뒤로 들렸다.

'나는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카레가 왜 쉬었는지 알아. 당신이 카레를 팔팔 끓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미생물은 100도 이상에서는 죽지만, 당신은 적당히 끓여서 오히려 미생물이 살기에 적당한 온도로 맞추어 주었기 때문에 카레를 상하게 만들었어'



사실 남편에게는 말 하지 않았지만 어제 먹다가 남긴 카레를 그대로 카레솥에다 부었기 때문에 침이 들어가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남편의 말이 백번 옳다. 그러나 꼭 그렇게 따져야 했는지...... 하긴 되짚어 보니 남편은 위로를 구하는 내 말에 늘 이런식이었다.

몇 년 전
결혼하고 처음 맞는 '초복'에 나는 난생처음으로 삼계탕을 끓였다. 그것도 시부모님까지 초대한 자리였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결혼초라) 어려운 시부모님 앞에서 혹여 실수라도 할까봐 끙끙대면서 닭 네 마리를 기적적으로 끓여 내 식사 대접을 했다.

맛있게 드세요.

닭다리가 잘 뜯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이미 실패를 예감하면서, '복화술'로 슬쩍 남편에게 귓속말을 했다. 삼계탕이 좀 이상하지?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우렁찬 남편의 목소리,

응. 닭을 좀 더 끓여야 했어. 덜 익어서 닭다리에서 냄새나.

그 때 내가 웃었던가? 웃었대도 웃는게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 말고도 나를 화나게 만드는 남편의 대화법은 수두룩 빽빽이다. 

아무리 화성에서 온 남자들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화법을 고수하는 족속들이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닌 듯 싶다. '이해' 받길 원하고 '공감'해 주길 바라는 여자들의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도 몰라 주는지......

이 글을 쓰다가 나는 글을 한 번 날렸다. 다행히 자동저장 기능이 있어서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시 불러올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복구시킨 후 가슴을 쓸어내리며 왜 갑자기 내 글이 모두 없어져 버렸는지 모르겠다고 웅얼거리는 내 이야기에 남편은 대답한다. 대답을 원한 질문이 아니었는데도 굳이 대답을 한다.

당신이 뭔가를 잘못 건드렸겠지!

내 저 인간을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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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일이 있어서 외출한 남편.
아이에게서 콧물 기침 감기가 옮아 훌쩍 훌쩍 캘록 캘록, 홀로 고단하게 아이를 돌보는 힘들고 지친 주말 오후가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같이 감기를 앓으면서도, 콧물은 나보다 훨씬 더 심하면서도 깨어 있을 때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온 집안을 활개치는 다솔이,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끝없이 푱푱푱 샘 솟는 것일까?

아이와 시계를 번갈아 보면서,
한 손으로는 책상 위에 올라가 흔들거리는 아이의 다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편에게 언제 오느냐는 협박성 문자를 날리면서 속으로 부글부글 거품을 만들어 거의 뿜어내기 일보직전!! 지원군 남편이 돌아와 주었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 한 주말 저녁이 말 그대로 휙 지나가 버리고 한밤 중 나만 홀로 깨어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 밤.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 버려 도저히 그냥 잘 수 없었던 이 밤에 나는 창고방을 뒤집기로 맘 먹었다. 

이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창고방 속 커다란 상자에는 오래 전부터 잡다한 물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는데 이사 날짜가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취소가 되었기에 이제는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들춰봐야 될 시점이 되었던 거다.

애걔! 겨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상자 속에 가득했다. 공예용 철사 무려 세 꾸러미, 이제 그만 버려도 될 낡은 여행 가방 몇 개, 왜 넣어 둔 지 모르겠는 플라스틱 컵들, 그리고 버리기도 가지고 있기도 애매한 임용 고사 시험 준비용 책만 잔뜩...... . 실망하다가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게 진짜 보배함이었다. 

보배함을 속에는 2004년부터 시작되었던 우리의 추억들이 가득들어 있었다. 연애 시절에 남편과 찍었던 사진들, 주고 받았던 편지와 성탄 카드들. 그리고 잃어 버린 줄 알았던 타임 캡슐까지. 특히나 타임 캡슐은 2010년에 열어 보기로 하고 쓴 것인데 너무 꽁꽁 숨겨 놓은 나머지 어디에 뒀는지 몰라서 포기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봉인되었던 남편과 나의 타임 캡슐 속 사랑 편지가 
2011년 1월의 어느 밤에 우연하게 발견된 것이다!


위의 편지가 2004년 5월 5일에 써서 2010년에 열어 보자고 했던 우리들의 타임 캡슐이다.
말로만 타임 캡슐이지 실은 가지고 있던 싸구려 편지지에 써서 결혼 전에는 내 방에, 결혼 후에는 우리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편지에 불과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남녀 주인공이 튼튼한 철재 상자에 고귀한 무언가를 넣고 머나먼 산꼭대기에 올라가 크고 곧게 뻗은 나무 밑을 파고 묻는 것이 타임 캡슐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나에게 그런 방법은 옳지 않다.


주황색 편지지에 1번부터 15번까지 항목을 적고, 각자 항목에 맞게 자신의 이야기를 쓴 다음 파란색 편지 봉투에 질문지와 같이 넣어 보관해 두었었다.

질문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처럼 손발이 오그라 드는 유치한 것도 있고, '2006년에 유행하는 것들'이라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있으며, 연인이 쓴 것에 걸맞게 '서로에게 해 주고 싶은 것, 해 주고 싶은 말'을 쓰라는 것도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만의 타임 캡슐 편지를 읽노라니 다시금 2006년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요즘 아이를 기르느라 진이 너무 빠져서 서로에게는 조금 소홀해진 면도 있는데, 늘 따뜻했고 배려심 넘쳤던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유해진 나오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너무 반성된다.) 계속 노력하며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의 타임 캡슐이라 손발 오그라드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좀 민망하고, 2006년에 유행하던 것들을 같이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면,

2006년에 유행하던 것들

내가 쓴 글 : 왕의 남자의 흥행과 공길 역 이준기의 영향으로 예쁜 남자 신드롬이 일어났다. 그와 더불어 이준기가 광고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음료수도 함께 유행하고 oo(남편 이름)이의 머리 모양인 포일 파마도 인기가 있고, Dr 깽(드라마)에서 한가인이 입고 다니는 공주풍의 긴 레이스 치마도 유행이고, 아! 밑으로 갈수록 단이 좁아지는 스키니 바지도 인기다.

남편이 쓴 글 : 포일 파마, 스키니진, 공주풍의 옷, 축구, 소형 타블렛 노트북, 블루투스, LCD 대형 TV.

그리고 남편이 썼던 내용 중에 철사 공예에 관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예를 들면, 앞으로 나에게 철사 공예로 장신구를 100개 만들어 준다느니, 100만원 어치의 철사를 사고 싶다느니......) 아까 사 놓고 쓰지도 않은 철사 뭉치들을 발견한 후 치밀어 올랐던 화가 싹 사라졌다.(남편은 결혼 전 나에게 선물을 하려고 철사 공예를 배웠었다)

타임 캡슐을 읽다가 싸이월드에 우리 연애담이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사진을 찾아 봤더니 역시 있었다. 사진에 따르면 우리는 일찍부터 만나서 대학의 강의실에서 이 글을 쓰고 영화(도마뱀)를 봤다.

짜잔, 2006년의 우리다.



남편과 함께 2015년에 뜯어 볼 새로운 타임 캡슐을 얼른 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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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삼십 분 전만 해도 나는 그건 엄연한 '양다리'라며 친구 C양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추석, 얼굴을 보는 사람마다 '올해는 가야지, 결혼은?, 아직도?, 네 나이가 몇이더라, 뒷집 누구는 애가 돌이라던데......' 등등 레퍼토리를 돌려가며 결혼과 관련된 끊임없는 곡괭이질 질문을 해대는 통에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는 친구의 말에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나와 동갑내기인 친구의 나이는 올 해 서른 둘, 속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은 지난 설에 뵙고 이번에 다시 만난 친척 어르신이 아니라 내 친구일 텐데 걱정을 가장한 호기심으로 자꾸만 친구에게 결혼 이야기를 묻는 통에 C양은 혼쭐이 났단다.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것이 그녀의 작은 소망이다. 되도록 일찍 독신의 지옥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결코 아무나하고 결혼하는 일은 없을 거라도 다짐을 하는 내 친구 C는 두 달 전만 해도 '모태솔로'였다. 

고등학교 교사인 탓(?)에 0교시 보충 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되는 억울한 시간표를 지켜 내느라 내 친구는 도무지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었다. 게다가 학교와 집의 거리마저 멀어서 스스로 차를 운전해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까닭에 평일에는 남자의 'ㄴ'도 만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친구의 곁에 이번에는 두 명의 남자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일이 잘 되려고 그러는 건지 잘 안 되려고 그러는 건지, 어찌저찌해서 일주일 상간으로 잡혀 있던 두 건의 소개팅에서 C양은 괜찮은 남자 둘을 만났고 이들 모두와 약 한 달에 걸친 데이트를 해 오고 있단다. 말이 한 달이지 평일에는 절대 시간을 낼 수가 없다니 토요일에는 A, 일요일에는 B와 데이트를 했다치면 많아 봐야 4번 남짓 만났을 것이다.

친구 왈, 가타부타 사귀자는 말이 없었으니 절대 양다리는 아니고, 지금의 상황에서 한 쪽을 재빨리 정리하는 것 보다 신중하게 몇 번 더 만난 상황에서 더 확신이 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남자의 스타일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단다.

남자들 중 한 명은 연하, 한 명은 연상이라서 그런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 내 친구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이들의 스타일은 대충 이렇다.

내 친구는 서른 둘, A씨는 서른 다섯. 겨우 세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너무 늦게 남자친구를 만들려고 하니 벌써 삼십 대 중반의 풍채 좋은 아저씨가 상대라고 떡하니 나타났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차태현도 서른 다섯이지만 일반인 서른 다섯이 어디 그런가? 그러나 외모는 좀 그래(?)도 매사에 친구를 배려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아주 넉넉하단다.

서른 둘의 내 친구를 막내 동생 대하듯 챙겨주고 먹을 것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줘서 만날 때마다 대우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집에까지 늘 데려다 주는 것은 기본!

Erin and Jeff

Erin and Jeff by avpjac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한편 연하남 B군은 서른 살로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느라 오래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해서 그런지 유난히 해맑다는 B군(서른의 남자를 나도 어느새 -군으로 칭하고 있다.)은 데이트를 할 때 발랄 그 자체란다.(서른 살 남자 연예인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조인성, 강동원이 있다.)

지난 번 만났을 때는 놀이 공원에 가서 초등학교 다닐 때 사 먹어 보고 조카들 간식으로나 사 주던 솜사탕을 사 먹었단다. 우리가 어렸을 땐 서른 살 아저씨들이 그저 늙수그레하게만 생각되더니, 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연하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무엇을 해도 귀엽고 산뜻해 보인단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꾸만 '연인'보다는 '누나'의 심정으로 그 녀석(??)을 보게 되고 챙김을 받는 것 보다 챙겨 주는 것이 속편한 것이 흠이란다.

문득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른 다섯의 남자도 서른 일곱의 여자 앞에서는 어리광도 부리고 상큼이로 돌변하지 않을까? 서른의 남자도 스물 대여섯의 여자 앞에서는 의젓하게 무게도 잡고 오빠만 믿으라고 엄포를 놓지 않을까? 생전 처음으로 연애라는 달콤한 마법에 빠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얼른 둘 중 한 명을 선택했으면 좋겠는데, B군 보다는 A씨에게 한 표를 던진다. 내가 마흔이 되도 여든이 되도 항상 나를 어리게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는 훨씬 더 좋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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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피곤했던 탓에 버스 안에서 잠시 기대에 쉬고 있었는데 건너편 옆자리에서 할머니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 왔다. 할머니는 귀찮아 죽겠다는 듯 있는대로 툴툴거리셨는데, 그와는 별개로 나는 슬며시 웃음이 났다. 안방으로 가서 전화기 옆을 보라는 할머니의 심술궂은 대꾸를 들으니 무슨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짜증이 날 만도 하지, 젊었을 때부터 몇 십년 동안 남편이 OO어디있어? OO는? 이라고 물어 봤을 것 아닌가?

남편의 출근 준비로 한창 바쁜 우리집의 아침, 남편이 갈 곳 잃은 새처럼 안방과 거실을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무언가를 또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모습인데 잘 찾아지지 않는지 한참 동안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나에게 야단(?) 맞을(??) 것이 두려워 차마 못 물어 보고 계속해서 왔다갔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남편이다. 으이구--하는 소리가 목까지 차는 순간이었지만 모르는척 눈을 돌리다가 책상 위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수건 아래에 빨간색 휴대전화 끄트머리가 보인다.

이거?
남편의 눈 앞에 휴대전화를 대령했다.



그러나 아침마다 이어지는 남편의 보물찾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는 대개 아침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부처님 손바닥 처럼 나는 남편이 다음에 찾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알면서도 척척 대령해 주지 않는 것이 남편은 서운할 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스스로' 단번에 무언가를 찾아 낼 수 있는 연습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는 천성이 게으른 탓에 정리정돈을 깔끔하게 잘 해 두는 편은 아니지만 양말, 속옷, 아기 기저귀, 손수건 등등은 늘 같은 서랍장 안에다 넣어 둔다. 이를 테면 양말은 작은 서랍장의 가운데 칸에, 아기 손수건은 아기 서랍장의 세 번째 칸에 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침마다 '여보, 양말 어디있지?'를 하염없이 외쳐댔다. 남편은 늘 느즈막히 출근 준비를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시간에 쫓겨 허둥대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서 더 그러는 것 같았다.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2~3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우는 아기 때문에 늦도록 잠을 못자고 시달렸던 탓에, 나는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해도 눈을 반쯤 감고 비몽사몽 아침상만 겨우 차려 주었었는데, 그 때마다 등 뒤에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 '여보, 양말 어디있지?'는 결국 나의 버럭질을 유발했다.

결혼한지 햇수로 3년 째. 그동안 버럭 버럭 몇 번을 했더니 남편은 무언가를 찾아야 될 때 나에게 어디 있는지를 묻는 대신 서랍장을 위에서부터 하나씩 열어 보거나 냉장고와 냉동실을 번갈아 가며 몇 번씩 열어서 원하는 것을 찾곤 한다. 미안하게...... .

paper heart
paper heart by tuli nishimur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대신 나는 남편에게 무언가를 찾아서 가져다 줄 것을 부탁할 땐 조금 더 친절해 지는데,
여보, 아기 서랍장 맨 윗 칸 오른 쪽에 보면 가위 손톱깎이가 있어. 그거 좀 가져다 주세요.
여보, 냉장고 문 열면 문쪽에 양념통 가득 들어 있는 곳이 있거든? 거기서 케찹 좀 꺼내 올래요?
...... .

문득 뜨끔한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방향성을 잃고 업무 시간에 남편에게 전화했을 때도,
집에 있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말썽이라고 징징대며 전화를 했을 때도,
생수통에 물이 떨어졌다고 자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을 때도,
남편은 아무 말 없이(그 쉬운 버럭질도 없이) 차근차근 모든 일을 해결해 주었었다.

남자와 여자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점들이 기록된 갖가지 심리서적들을 섭렵했음에도 이렇게 이해심이 부족하다니!(뜬금없는 반성의 시간이다.) 버스 안에서 나를 씽긋 웃게 만들었던 휴대전화 속 할아버지처럼 남편이 계속해서 이것저것을 물어 올 지라도 나는 너그러히 대응해 주어야겠다. 물론 나도 어찌할 바 없는 버럭질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등장할 지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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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왔어,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 여닫는 소리, 부스럭부스럭 옷 갈아 입는 소리, 쏴-하는 물소리(오늘도 대충 씽크대에서 손을 씻었음에 분명한), 콜콜콜콜 정수기에서 물 받아 마시는 소리가 차례로 난다. 나는 남편의 나 왔어, 하는 소리에 큰 소리로 얼른, 응 어서와 하고 응수를 했지만 정작 반갑게 나가서 맞이하지는 못한다. 하필이면 남편의 퇴근 무렵에 다솔이가 응가를 했기 때문이다. 물휴지로 엉덩이를 대충 닦아 내고 다솔이를 어깨에 척 걸치게 안은 후 욕실로 데려가 엉덩이를 싹싹 씻어주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느새 후다닥 달려와서는 자신이 드디어 퇴근을 했음을, 퇴근한 자신을 반겨주고 하루 동안의 참 많은 일들이 있었음 알리고자 했었다. 그러나 응가를 치울 때조차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들썩거리며 장난치는 다솔이를 한 손으로 제압하며 뒷마무리를 하고,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 한 팔로 안은 채 다솔이를 씻기고 있었던 중이었기 때문에 남편에게까지 신경을 써 줄 겨를이 내게는 없었다. 

등 뒤에서 뭐 하고 있어? 묻는 남편에게 반갑게, 밝게, 상냥하게, 사랑을 담아 대답해 줄 겨를이 내게는 없었다.
그저 귀만 쫑긋 세워 남편의 동선을 가늠함과 동시에 손으로는 계속 뽀드득 소리를 내고 있어야만 했다.

응, 왔어? 옷 갈아입고 거실에서 조금만 기다려줘. 저녁 차려 줄게. 건성으로, (보면 모르냐는 듯) 약간의 짜증을 담아서 대답을 한 후에 나는 다시금 다솔이 씻기기에 열중했다. 부스럭부스럭 옷 갈아 입는 소리, 쏴-하는 물소리와 손 씻는 소리, 콜콜콜콜 정수기에서 물 받아 마시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



다솔이를 다 씻긴 후 피부가 건조하지 말라고 아기 로션을 발라주고,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는 보송보송하게 파우더도 발라주고, 깨끗하게 빨아 놓은 새 옷으로 갈아 입히고 나니 다솔이가 새로 태어난 듯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정말 귀여워 보였다. 나는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동요 몇 곡을 순서대로 불러주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참! 남편이 들어왔었지? 아기에게 신경을 쓰느라 남편의 귀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이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소파에서 고꾸라져서 자고 있었다. 어찌나 깊이 잠에 빠졌는지 내가 곁에 간 줄도 모르고 쿨쿨쿨 자고 있었다. 한 손에는 리모컨을 꼭 쥐고서. 

남편의 자는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 순간이 다시 없다는 듯 천천히 남편의 꼭 감은 눈이며, 굳게 담은 입 등을 자세히 살펴 봤다. 그런데 원래부터 남편의 얼굴이 이렇게 쓸쓸했던가? 밖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까닭인지 남편의 자는 얼굴은 세상의 시름을 다 안고 있는 듯 슬퍼 보였다. 스마일맨의 얼굴을 완벽하게 거꾸로 그려 놓은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기가 태어난 이후 내 모든 신경은 아기에게로 쏠려 버려서 남편이 찬 밥 신세를 면하지 못한 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제대로 아침 밥을 차려 주지도 못했고 맘 편히 둘만의 시간을 가지지도 못했다. 모든 사랑과 관심을 빼앗긴 채 늘 2순위로 밀려 났기에 어쩌면 남편은 허전함과 외로운 마음이 가득했을 지도 모른다. 언제였던가 앵앵 우는 다솔이의 엉덩이를 발로 툭 차면서(?) 미워!라고 했던 이유도 같지 않을까?

나는 남편이 자는 동안 얼른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리고 토닥토닥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얼굴을 하고 말이다. 피곤한 듯 부스스 일어나는 남편의 얼굴이 참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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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내가 말했지만
말투나 표정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노라고,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노라고 후배 아이는 반박했다.
그 남자는 정말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진심인 척 했을까? 것도 아니면 진심인 척 하다가 스스로 믿어버린 것일까. 진실은 그 남자만 알고 있겠지. 헤어진지 6개월이나 지난 전 남자친구인 그가, 이미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내 후배에게 연락을 했다.

바로 어제 연락을 했던 사이인 것 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전화를 하는 그 남자를, 같이 저녁 식사를 하자는 그 남자를 차마 모른척 할 수 없었다며, 왜 또 만나서 일을 만들었냐고 구박하는 나에게 후배는 변명을 했다.

그런데 그는 후배를 만나자마자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생각은 다 정리를 했느냐고 묻더니 새삼스럽게 살가운 척을 하더란다. 후배 아이는 영문을 몰라 근황을 얘기하면서 대충 맞장구를 쳐 줬는데 상황을 파악 해 보니, 6개월 전에 헤어졌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가 자신은 그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 뿐이라는 것이었단다.

잠시? 6개월동안???

Endless love

Endless love by millzero 저작자 표시비영리

사귈 때 '우리 사귀자'라고 말 해야 되는 것처럼 헤어질 때도 '우리 헤어져'라고 못을 박아야 되는 것인가? 애둘러 표현하더라도 그 날 분위기가 헤어지는 느낌이었다면 그것으로도 끝이 될 수 있지는 않은가? 떨어져서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한 후, 정확히 6개월동안 아무런 연락한 번 없었다면 그건 이미 헤어진거나 다름없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후배도 그렇게 믿었는데, 그 남자만 딴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연인끼리의 문제를 제 삼자인 내가 다 알수도 없거니와 한쪽말만 듣고 모든 정황을 확실하게 파악해내기도 힘들지만 후배에게 얘기를 듣기론 그 맘때 그 둘은 크고 작은 문제들로 내내 삐그덕거렸었다. 그러다 서먹해지고 그러다 미워지고 그러다 싫어지고 그러다 어색해져서 헤어지자는 말은 못하고 빙빙돌려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했단다. 내 생각엔 그도 일찌감치 후배와 헤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랬기에 6개월 동안 시시껄렁한 문자 한 통 없었겠지.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민망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헤어졌는데 그 남자는 괜히 헤어졌다는 후회가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 와서 그런 허무맹랑한 이유를 들먹이면서 아직도 남자 친구인 척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막 새로운 남자와 알콩달콩 잘 사귀어 보려고 하는 후배에게 그런 일이 생겨서 참 딱하고 어떻게든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하는 그 남자가 참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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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의 여자가 스물 넷의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다니 실제로도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가 범이 처럼 웃어만 준다면, 내 가슴도 박진희의 가슴처럼 콩닥콩닥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두근거릴 것만 같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처음 봤던, 애인 줄로만 알았던 김범이 어느새 성장해서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 유명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지 않아서 범이가 그 속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드림'을 보면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었다.

드림에서 김범은 수컷(?)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격투기 선수로 출연을 했었지만 일부러 거친 척 하는 폼세가 무언가 어색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방울을 보면서 매력을 느낀다고 하던데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였을 지 몰라도 누나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극중에서도 그의 팬클럽은 여고생 뿐이었고 손담비에게는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지만 거절당했듯 말이다.(끝까지 보지 않아서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내가 손담비였어도 어리광쟁이 막내 동생 쯤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풋내를 숨길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미성숙. 드라마의 성숙도도 별로 인 것 같아서 중간 정도까지 보다가 말았었다. '드림'이 종영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김범은 몰라보게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요즘 내가 열광하는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김범은 인디밴드계의 천재 뮤지션 하민재로 출연한다. 사랑에 대해 냉소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선수'인데, 때론 자상하게 때론 무뚝뚝하게 여자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쳐 버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오랫만에 내가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났고 드라마가 박진희, 왕빛나, 엄지원 등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로 완벽하게 구성되었다는 사실에 더 신나있었다. 그러다가 박진희의 상대가 풋내나는 김범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땐 '왜왜왜'하며 절규했었다.


김범 때문에 감정이입이 어려울까봐 혼자서 못내 아쉬워하며 1회부터 야금야금 봐 왔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이미 결혼한 내가 보기에도 정말 재미있다.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은 역시 박진희이지만 엄지원도 귀엽고 왕빛나는 멋지기까지 하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 수록 김범을 보는 내 시선도 달라졌다. '흐음 그런대로 괜찮군, 짜식 꽤 늘었는데'하다가 어느새 꼴까닥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극중 하민재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라도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하게끔 만들 수 있다고 단언했던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중에는 이런 독백이 나온다. 민재(김범)에게 점점 끌리는 신영(박진희)의 독백이다.

나한텐 시간이 멈추고 이 남자한텐 시간이 후딱 흘러서
내일 아침 우리가 동갑이 돼 있으면 어떨까요?
내가 이 사람 나이로 돌아가긴 싫어요. 그 동안의 맵고 쓴 시간들을 어떻게 다시 겪어...... .
난 지금 내 나이가 좋아요. 이 나이를 품어 줄 남자가 없을 뿐.
이 아이한테 끌리는 마음이 두려울 뿐, 내 나이가 죄는 아니잖아요.
이 나이에도 이런 떨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연애에 감을 잃어 심한 현기증을 느끼는 이신영입니다.


극중에서 이신영은 서른 넷, 하민재는 스물 넷이다. 열 살이라는 터무니 없는 나이 차가 참 속상하지만, 나는 이 둘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를 바란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조금씩 민재에게 빠져 들 신영과 조금씩 조금씩 신영을 사랑하게 될 민재. 누나의 눈에는 어릴 적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 때로는 가엾은 마음에 보듬어 주고 싶은 민재, 가끔은 어깨가 참 넓고 믿음직스럽게도 보여 맘 놓고 한참 기대 쉴 수도 있을 것 같은 민재, 그런 민재 역을 김범이 해 줘서 참 다행이다.

어느새 훌쩍 성장하여 눈부신 미소를 뿜어내는 민재, 김범이 누나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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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보는 순간 쏙 빠져들게 돼 버린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나왔던 이야기다. 극중 나반석(최철호)은 너무 반듯하고 순수해서 연애에 서툰 한의사인데, 자신이 반한 여자 이신영(박진희)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기로 어렵게 결정한다. 영국에 일이 있어 다녀오면서 그녀를 기쁘게 할 선물을 하나 사 오는데 그것은 바로 초콜릿이다.

서른 넷의 남자가 동갑내기 여자에게 줄 귀국 선물로 고른 것이 초콜릿이라니, 그 남자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편지 한 장 없이 달랑 초콜릿 한 상자를 선물하다니 좀 심하잖소!(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선물이 있다며 나반석이 며칠 전부터 약속을 잡았었고 이신영은 그것을 건네 받으러 인천공항으로 마중까지 나온 상황이다.) 친구들과 함께 선물을 열어 보았다가 당황한 이신영은 친구들과 일일이 초콜릿을 녹여 먹으면서 그 속에 들어 있을 지도 모를 '반지'를 찾는다.

첫 선물로 웬 반지? 하시겠지만, 열정이 넘쳐 앞서나가는 것이 '달랑' 초콜릿 한 상자 던져주는 것 보다야 낫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을 더듬어 봐도 초콜릿으로 좋아한다는 고백을 주고 받던 것은 초등학교 때나 하던 일이니까 말이다. 혹여 오해를 하실까봐 미리 말씀을 드리는데, 절대로 선물의 '가격'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초콜릿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 순수하다.


결국 선물이 정말 초콜릿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 남자를 폭탄으로 규정짓는다.(명색이 한의사인데.) 남자에 목숨거는 여자 정다정(엄지원)마저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가면서 어떻게 이 남자와 사귈 수 있냐며 나반석을 거부했다.

참 애석하게도 여자들은 뻔히 알면서도 '선수'에게 마음이 끌리는 반면, 착한 것이 틀림없는 순진남을 보면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다.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바람둥이를 만나 된통 당해 울지언정 순수한 폭탄남 때문에 속터지는 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착해서 헤어지기가 죄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남동생이 적극 추천해서 보게 된 케이블 방송 '총각 연애하다'에 나오는 무수한 총각들도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 순수남인 동시에 폭탄이다. 총각들과 소개팅을 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이 착한 것은 알겠는데 절대로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고백한다. 내 동생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방송이라며 '총각 연애하다'를 소개했지만,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소개팅녀들처럼 행동을 했을 것이다.


연애경험이 전무하여 여자들의 마음을 전혀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순진한 남자들, 자신들의 실수 때문에 화가 나 있는 여성들을 보고 오히려 자신의 매력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가엾은 남자들, 여자친구들에게 줄 선물이라면 서른이 훌쩍 넘었어도 맨먼저 꽃 한 송이와 곰인형을 떠올리는 철없는 남자들, 여자들이 아무리 암시를 줘도 전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허허 웃기만 하는 속없는 남자들...... . 정말 미안하지만 폭탄이라고 부를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영영 폭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 중 '여자가 화났다'를 열심히 보면서 여자들의 심리 상태를 열심히 공부하고 주변에 친구인 여자들을 만들어 그녀들과 자주 교류하다보면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순진한 남자들은 다른 이유로 폭탄이 된 것이 아니라 너무 몰라서 폭탄이 된 경우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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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릴 요랑으로 연락 없이 고향집에 내려갔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서둘렀더니 아침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모님이 1박 2일 동안 부부동반으로 나들이를 다녀 오신다는 것이 아닌가. 하필이면 이 때, 약간 아쉬웠지만 며칠 동안 집에서 지낼 계획이었는지라 웃는 낯으로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재미있게 다녀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는 대학 때부터 집을 떠나서 생활했기에 혼자서 지내는 것에는 이골이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가 혼자서 집에 있다는 것이 걱정이셨나보다.

'가스 밸브는 꼭 잠그고 잘 때 창문이랑 문 단속 철저하게 해. 누가 와도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 집에 없는 것 처럼 소리도 내지 말고 문 꼭 잠그고 있고, 알았지? 무서우면 불 하나 켜 두고 라디오 들으면서 자고...... .' 내 나이 서른 하나, 엄마는 내 나이 때 이미 동생과 나를 유치원에 보내셨으면서도 딸이 마냥 어리게 느껴지시나 보다.

나는 속으로 무척 우스웠지만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엄마와 약속했다. 다 큰 내가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이색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올 줄 몰라서 밥도 반찬도 마땅한 것이 없다며 걱정하셨지만 혼자서 척척 잘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미안해 하시는 부모님의 등을 떠밀어 모임에 보내 드리고 나는 혼자가 됐다.


참 이상한 것이 엄마가 나를 애 취급 하셔서 그랬는지 갑자기 혼자서 보내는 1박 2일이 너무 무료하고 두려워졌다.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을 챙겨온 가방은 쳐다보기도 싫어졌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싫었다. 침대에 뒹굴거리면서 철지난 텔레비전 재방송을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또다시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면서 그렇게 오후까지 시간을 때웠다.

점심은 밥만 겨우해서 냉장고에 있던 김치들과 먹었고 저녁은 라면으로 해결했다. 닭볶음탕, 갈비찜도 뚝딱 만들고 크림소스 스파게티며 매운탕도 만들 수 있는 나인데 말이다. 또다시 침대에서 왼쪽으로 뒹굴 오른쪽으로 뒹굴거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삽십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산책 겸 다녀오기로 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어차피 다음날에도 아무것도 해 먹기 싫을 것 같아서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빵으로 끼니를 떼우려는 심산이었다.

마트로 걸어가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산책하러 나왔다고 말씀드리니 화들짝 놀라시는 엄마, 밤중에 위험하니 얼른 들어가라고 다시 신신당부를 하신다. 시계를 보니 겨우 9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대학원 수업만 9시가 넘어서 끝났었고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는데 나는 다시 아이가 됐다. 엄마의 말씀을 들으니 순간 또 무서워져서 얼른 빵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방마다 불을 다 밝히고 늦게까지 라디오를 들으면서 인터넷을 하다가 새벽녘이 돼서야 겨우 잠을 잘 수가 있었는데, 아예 밤을 새워 버리고 부모님이 오신다는 오후 늦게나 일어날까 하는 한심한 생각까지 했다. 부모님이 퇴근하시기를 기다리던 그 옛날의 나처럼 혼자서 지내는 1박 2일이 너무나 길고 싫었다. 문득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찡했던 글 한 단락이 떠올랐다.

이제 막 출산을 한 어떤 산모가 친정에 와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단다. 밤이 되어 산모와 신생아가 한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거실에서 산모의 부모님이 하시는 얘기가 들렸단다. 친정 엄마가 친정 아빠에게 '아기'가 이불을 잘 덮고 자고 있는지 좀 보고 오라고 부탁하는 얘기였다. 산모의 친정 아빠는 아기와 산모가 자고 있는 방으로 조심조심 들어오더니 갓난아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산모의 이불을 잘 덮어 주고는 방을 나갔다고 한다. 그 할아버지에게는 자기 딸이 영원히 '아기'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산모도 그 마음을 헤아리고는 눈물을 지었단다.

나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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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하는 마음을 숨긴 채 끙끙 앓는 장면을 볼 때면 너무 답답해서 화가 날 지경이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데도 무엇이 문제인지 그저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만 볼 뿐 결국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멀어져 가는 그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이별 후 쓸쓸히 돌아서며 이미 다 안다고, 말 안 해도 괜찮다고, 애써 자신들을 위로할 지는 모르나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분노로 가득찰 뿐이다. '사랑해' 말 한 마디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은 분위기인데, 결국 입을 떼지 못해서 헤어지고야 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은 진정 '마음'이 아닌 '말'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제 3자가 돼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땐 잘도 지적하는 우리들, 그런데 실제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신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표현하는 차세대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은가? 아니면 우유부단 흐지부지, 속 답답한 옛날 드라마와 같은가?


나는 아주 오래전에 어느 월간잡지에서 공감할 만한 좋은 글을 몇 개 읽었다. 하나는 신혼부부의 이야기이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신혼인데도 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일찍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출장도 잦았다. 그런 남편 때문에 혼자서 집에 있어야 할 때가 많았던 전업 주부 새댁은, 남편이 보고 싶기도 하고 밤에는 무섭기도 해서 늘상 현관에 남편의 구두 한 켤레를 꺼내 놓았다.

어느 날 오랫만에 일찍 집에 들어온 남편의 얼굴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던 새댁은 애교반 어리광반으로 남편을 반기며 슬쩍 얘기를 꺼냈다. 새댁은 남편에게 그동안 현관에 그의 신발이 늘상 있었던 것을 보았느냐고, 왜 그런지도 아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남편이 볼멘 소리로 하는 말이, '내가 계속 늦게 들어오니까 보기도 싫고 귀찮아서 신발 정리를 안 한 거잖아' 남편은 아내가 자기 대신으로 신발을 상징처럼 현관에다 놓아두었던 것을 전혀 알지 못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얘기는 이러하다. 어느 가난했던 부부가 있었는데 하루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에 맞추어 삼겹살을 먹기로 했고,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터라 2인분을 시켜서 아내는 그저 굽기만 했단다. 남편이 복스럽게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했던 아내는 남편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밑반찬과 야채만을 먹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은 그 식당에서 외식을 했고 아내의 그러한 행동도 계속 되었다. 이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남편은 4명이 간 자리에 3인분만을 주문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한 나머지 이유를 물으니, 남편은 이 식당은 양을 많이 주기 때문에 넷이서 3인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단다. 그동안 둘이서 2인분을 시켰을 때 어찌나 양이 많던지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고 했단다. 이 사람 또한 그동안 아내의 배려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소개한 이야기는 모두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었던 내용이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많을 것이다. 남편의 상징이었던 신발과 아내의 배려 덕에 푸짐했던 음식. 상대방은 전혀 이런 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꼭 그 사람들의 둔함때문인가? 나는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들처럼 속깊은 사이에서 굳이 말로써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냐고, 자신들에게는 말 하지 않아도 애틋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는 사람을 우매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향한 내 오묘한 마음은 말로써 표현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또한 끈끈한 사이일수록 사랑한다는 말은 더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착각하지 말자, 아무리 깊은 사이라도 상대방은 내가 아니니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봐 줄 수는 없다. 설령 그 마음을 훤히 꿰 뚫고 있을지라도 사랑한다는 말로써 그 마음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사랑은 소모품이 아니기에 많이 사랑한다고 쉽게 닳아 없어지지 않으며, 사랑한다는 말은 아낄 필요가 없다. 사랑이라는 말의 고귀함 때문에 아껴두고 싶다는 사람은 정말 상대를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한다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왜 그 말을 아끼는가? 가끔은 진심어린 말 한마디로 모든 복잡했던 상황이 순식간에 말끔히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표현을 해 보자. 다시 말 하지만, 사랑은 '마음'이 아닌 '말'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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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 전문점에 갔다. 어릴 적에는 오므라이스 하면 동네 분식점에서 그저 그렇게 흔하게 먹는 음식이었다. 물론 오므라이스는 볶음밥 위에 커다란 달걀이 예쁘게 덮혀져 있는 형태를 지니다보니, 다른 음식보다 더 들어가는 정성때문에 가격이 약간 더 비쌌다. 그래도 떡볶이나 김밥, 볶음밥 보다는 오므라이스라는 어감이 주는 고급스러움(?) 탓에 그것을 먹을 때마다 조금 우쭐해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오므라이스가 환골탈태를 했다. 분식점에서 쉽게 먹던 음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급 음식으로 탈바꿈해서 그 음식만의 전문점이 생겼고, 맛을 내는 소스와 재료에 따라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친구와 같이 간 식점도 오므라이스만을 파는 곳이었다. 솔직히 자주 먹기에는 부담스러울만큼 가격이 올라버렸기 때문에 한 번 먹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적당한 가격 수준을 정하고 가격대비 가장 맛있어 보이는 오므라이스를 골라내기 위해 메뉴판에 몰두했다. 그러다 우리 근처 식탁에 앉아 있는 어느 가족들을 보게 됐다.
 
엄마, 아빠와 어린 아이들 두 명. 모두 네 명의 가족들이 단란하게 외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 보기가 좋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식탁을 무심코 봤는데, !!! 엄마의 오므라이스는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음식이 비싸지면서 양도 같이 많아졌기에 여자들이 혼자서 다 먹기에 약간 버겁기도 하다. 그러니 아이들이 혼자서 한 그릇씩 맡으면 분명히 다 먹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네 명이서 세 그릇을 주문한 것 같았다. 알뜰한 가족의 지혜로운 선택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엄마 혼자서 숟가락만 들고 아이들과 아빠 앞에 놓여있는 음식을 한 숟가락 씩 얻어(?) 먹는 모습이 왠일인지 보기가 싫었다.

왜 늘 엄마가 그렇게 배려해야하는 것일까? 철없던 내가 다 커 철이 드니 이제 엄마가 보이나 보다. 얼핏 우리 엄마의 잔상이 스쳤다. 식구들끼리 여럿이 모여 과일을 먹는 자리에서 사과를 깎으시던 엄마. 먹성 좋은 우리는 엄마가 사과를 깎아 놓기가 무섭게 하나 둘 씩 다 집어 먹어서 엄마는 계속 과일을 깎으셔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고 나서 엄마가 드신건 다 깎은 사과에 붙여 있던 남은 과육이었다. 그 뿐인가, 엄마는 우리들이 무심하게 남긴 밥을 그냥 버리지 못하신다. 우리가 밥을 남길 때마다 엄마는 그것을 드셔야했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 집을 떠나와 자취를 하면서,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목이 뜨거워지는 것은 엄마의 배려에 대한 답이 너무 작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여성은 아줌마가 됨과 동시에 배려와 희생이라는 굴레(?)도 함께 받게 되나보다. 얼마전 사촌 언니에게 놀러갔을 때에 언니가 형부의 늘어진 티셔츠와 무릎나온 운동복 바지를 물려(?)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집에서라지만 형부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는 언니가 참 낯설었다. 처녀 땐 그렇게도 잘 꾸미고 다니던 언니었는데, 주부가 되고나니 자기를 위해 무언가를 사는 게 참 어렵단다. 새 옷 한 벌 사입고 싶다가도 그 돈이면 교통카드 충전에 반찬을 몇 가지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단다.

나는 철이 들어서 엄마의 수고로움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 엄마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엄마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저 우리 '엄마'들이 당신들을 위한 삶도 살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의 엄마로서 누구의 아내로서의 삶을 살다가 당신들의 삶을 잃어버릴까봐 두렵다. 엄마만을 위한 음식, 엄마만을 위한 여행, 엄마만을 위한 휴식과 여유. 그런 것들을 딸이라는 이름의 '감사하는 맘'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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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이 다가와도 별 감흥이 없는 '그녀'는 둘 중 하나다. 현재 지독히 외로운 '싱글'이거나 무슨무슨 날들의 추억을 뒤로 한 채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줌마'이거나.

3월 14일이 다가와도 설렘이 없는 '그'는 둘 중 하나다. 여러 번의 사랑 고백을 번번히 거절당해 자신에게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가엾은 '소심남'이거나 이미 잡은 고기(?)에게 절대 떡밥(?)을 주지 않는 가혹한 '냉혈인'이거나.

외로운 '그녀'에게도 소심한 '그'에게도 봄이 시작됨과 동시에 어김없이 '화이트데이'가 찾아왔다. 혹자는 하필이면, 몸에 좋지도 않은 사탕으로 사랑 고백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올해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제과점의 장삿속에 놀아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떠랴? 연인들(혹은 예비 연인들에게)에게는 ~날을 핑계삼아 로맨틱한 하루를 더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데 말이다. 달달한 사탕보다 더 달콤한 사랑이, 제과점의 장삿속을 눈감아 줄 만큼 더 큰 사랑이 그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에도 사랑을 하고 나서 더 예쁘고 멋져진 커플들이 있다. 그들의 팬들은 내심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영원히 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스타들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요즘에는 속은 상하지만 공개 커플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있다. 그럼 이제 사탕보다 더 달콤한 연예계 커플들을 만나보자.

1. 이서진&김정은 커플
 
최근 결혼설까지 솔솔 흘러나와 더할나위 없는 애정을 과시하는 '이서진&김정은' 커플. (김정은이 이서진을 만나서 훨씬 더 어려지고 예뻐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사실) 알콩달콩 깨소금인 이 커플은 화이트데이를 어떻게 보낼까?






2. 하하&안혜경 커플
철없는 상꼬맹이를 의젓한 그녀에게 맡기는 듯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이 커플도 꽤 오래된 연인사이란다. 얼마전 하하의 공익 입대와 관련해서 안혜경은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었다. 사실, 공인된 커플이지만 아직은 결혼 전이기에 세간의 과도한 관심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는데, 안혜경은 모든 인터뷰를 의연하게 마쳤단다. 이런 그녀에게 귀여운 하하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어떤 보답을 할른지.

3. 나얼&한혜진 커플
서로의 팬으로 만나 진지한 만남을 진행중인 소서노 한혜진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나얼. 한혜진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나얼의 순수하고 진실된 모습에 그에게 더 큰 호감을 가지게 됐단다. 보기드문 에피소드로써 사랑을 시작하게 된 순수커플인 그들에게 화이트데이는 어떤 의미일까?


그 밖에도 배아픈 커플 유재석&나경은, 오랜 연인 김주혁&김지수, 재밌는 커플 김재우&백보람, 의외의 커플 유지태&김효진, 노래잘하는 채동하&이보람, 김용준&황정음 등등 사탕보다 더 달콤한 연애를 하는 연예인들은 참 많다.

남자들이여, 다가오는 14일에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달콤한 사랑을 고백해보자. 사탕이 아니어도 좋고, 선물이 없어도 좋다. 여자들은 화이트데이를 빌려 당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니 말이다. 남자들의 용기 있는 사랑의 표현이 올 한 해를 훈훈하게 보내는 사랑의 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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