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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안동찜닭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한 이 요리는 몇 년 전만 해도 안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음식이었어요.
닭고기에 갖은 채소를 넣고 당면으로 푸짐함까지 더한 찜닭은 언제 먹어도 정말 맛있는데요, 언뜻 보기에는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한 번만 먹어 보면 그 맛을 쉽게 잊을 수 없답니다. 달콤 짭조름한 간장 양념과 매콤한 청량고추의 조화가 진짜 환상적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찜닭을 좋아해서 무슨 건수(?)만 생기면 사 먹곤 했는데요, 가격도 저렴해서(지금은 값이 많이 올라서 한 마리에 약 2만원이에요.) 돈 없는 학생들도 친구들끼리 맛있게 외식을 할 수가 있었지요. 열 살 때부터 먹었다고 치면, 찜닭 내공 어언 20년! 서당개 삼 년 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저도 제 느낌 닿는대로 집에서 찜닭을 흉내내 보기도 하는데요, 비슷하게는 되지만 절대로 식당에서 먹는 그 맛에는 도달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 참고로 저는 절대로 타 지역에서는 찜닭을 사 먹지 않는답니다. 안동찜닭이 한바탕 유행이 됐을 때, 분명히 안동 찜닭 골목에서 그 비법을 전수 받아서 갔다고 하던데 어찌 된 영문인지 서울에서 먹은 찜닭에서는 안동에서 먹던 맛이 안 나더라고요. 특히나 찜닭 체인점에서 5~10분만에 후딱 만들어서 대령하는 찜닭은 모양만 비슷하게 해서 대강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찜닭의 속 깊은 달콤, 짭잘,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40분은 걸리기 때문이랍니다.
추석 연휴에 안동에 있는 친정집에 방문하면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저도 당연한 듯 명절 음식을 마다하고 찜닭을 먹으러 갔어요. 안동 시장골목에는 1박 2일이 다녀갔다는 모 찜닭집을 비롯하여 십 수 개의 찜닭집이 잔뜩 늘어서 있는데요, 꼭 그 골목이 아니더라도 안동에 위치한 식당에서는 차림표에서 쉽게 찜닭을 찾아 볼 수가 있답니다.
안동의 번화가를 구경하고 싶으시면 시내 중심에 있는 찜닭 골목을 방문하시면 되고요, 조금 조용하게 즐기시고 싶으시면 저희 처럼 안동댐 등지를 찾으시면 된답니다.
아기와 함께 식당에 갈 때는 방이 있고 조용한 곳이 좋겠죠. 그래야 저희도 좋고 다른 손님들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아울렛에서 구입한 1호 한복(2만 9천원)을 입은 다솔 군도 함께 갔어요. 추석은 이미 지났지만 한복입은 모습이 귀여워서 당분간은 한복을 더 입히기로 합니다.
안동 간고등어 정식, 헛제사밥 등 안동의 토속 음식을 파는 곳이라 실내 장식도 고풍스러웠어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서 도착하자마자 맛있는 찜닭을 먹을 수 있었는데요,
정말 맛있어 보이지요?
이 식당의 찜닭 가격은 한 마리에 2만원이었고 밥까지 시키면 4명 정도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
채소도 적당이 아삭거리고요,
닭고기는 쫄깃쫄깃, 당면 면발은 탱탱해요.
저는 찜닭에서 닭고기보다 당면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고기 보다는 당면을 더 많이 먹으려고 눈치를 본답니다. 제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잘 되지 않는 부분도 바로 당면의 맛이에요. 어떻게 하면 식당에서 사 먹는 것 처럼 간도 잘 배고 탱탱함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솔이가 참 의젓하게 기다려 주고 있네요. 아기용 식탁 의자를 가져 가서 다솔이를 앉혀 두고는 과자를 쥐어 주고 어른들이 식사를 다 끝낼 때까지 먹인 다음, 상을 물리고 마음대로 놀게 했더니 신이 난 모양이에요.
얼른 자라서 맛있는 찜닭을 함께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제 생각이 무색할 만큼 세월은 빠르고 다솔이도 눈 깜짝 할 사이에 훌쩍 커 버리겠지요?
연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 또 이 맛을 보게 될까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맛, 안동 찜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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