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관한 한, 나를 포함한 여자들은 좀 불쌍하다. 혼자 간 목욕탕에서 들은 60대(혹은 그 이상) 아줌마들의 수다에서도 다이어트는 빠지지 않았다. 머리가 은빛인 그녀들도 단백질 위주의 식단의 중요성과 저녁 7시 이후의 금식이라는 원칙을 논하고 있으니, 어쩌면 우리 여자들에 다이어트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이 이중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다. 친구를 만나 다이어트를 계획하면서도 커피는 꼭 생크림을 듬뿍 얹은 것으로 마시고 칼로리가 적은 샐러드를 주문하면서도 마요네즈가 듬뿍 든 불투명한 소스를 마구 뿌린다. (내 이야기이다.사실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다. 역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날씬해지고 싶은 것은 분명하지만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공든탑 무너뜨리기 중에 '과자 한 봉지 다 먹기'도 있다.
차라리 안 먹는게 쉽지,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 것이 과자이기도 하다. 예전에 짭짤한 과자 한 봉지를 (노래방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보통보다는 더 큰 ) 무심코 집어 먹다가 반 쯤 먹었을 때 생각없이 읽은 칼로리표를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칼로리가 생각보다 적어서 안심하고 산 것이었는데, 내가 먹고 있었던 과자는 말도 안되게 '5회분'이었고, 언뜻 읽었던 칼로리량은 1회분이었던 것이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별로 크지도 않는 과자를 어떻게 5회로 나누어 먹으라는 것인지. 완전 속았다고 화를 내면서, 그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에 안정을 주기 위해(?) 나머지 과자를 다 먹었던 기억이 있다.
축산학과 모 교수님이, "여성들이 이유를 알 수 없이 더 비싼 저지방우유를 골라 마시면서(사실 우유는 지방을 3.4%함유하고 있는 것이 1등급이란다.) 지방은 물론이고 소금이 듬뿍 들어간 과자는 아무렇지 않게 다 먹는게 아이러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평생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우리의 몸이 매년 비슷한 까닭은, 공든 탑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기 때문인 것 같다. 먹고 싶은 것 참고 힘든 운동 견뎌가며 공들여 쌓아 온 다이어트라는 탑을 야식 한방(?)과 회식 한번으로 무참히 무너뜨리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곧 있으면 연말 모임이 쓰나미처럼 몰려올텐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탑'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내 책상 위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티라미슈'가 놓여있다. 나는 매일 1g 무너진 나의 탑을 1g 보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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