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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오붓한 저녁 시간을 가졌어요. 퇴근 시간에 맞추어서 남편의 회사가 있는 압구정으로 갔답니다. 어디를 가든 늘 다솔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같이 다니지만 오늘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음악과 알콜이 있는 재즈바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다솔이는 잠시 맡겨져야 했지요. 저녁이라 날씨도 꽤 쌀쌀했고(지난 주) 재즈바라고 해서 가죽 상의를 좀 입어 봤는데, 어울리나요? 에휴. 옷을 좀 사야겠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실내는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어요. 이 재즈바는 차가운 푸른색 계통의 색으로 인테리어를 해 두었는데요, 재즈라는 특유한 음악적 장르와 아주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에게 신명나는 재즈 음악을 들려주신 분들입니다. 사진으로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부부는 평소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이 날은 대화보다는 음악을 즐기고 돌아왔어요. 이 바에는 독특하게 곳곳에 꽃으로 장식을 해 두었더라고요. 실내가 차가운 느낌이 드는 푸른색을 주된 색으로 하고 있기에 꽃은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것들로 장식해 두었는데 정말 예뻤습니다.
남편이 이 글을 본다면 웃을지도 모르겠어요. 평소에 남편에게 꽃 선물을 받으면 '버럭'하는 사람이 꽃 장식이 예쁘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말예요. 꽃을 좋아하는 낭만적인 남편이 꽃 선물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낭만없는 저 때문에 꽃을 사지 못한 지도 꽤 오래 됐거든요. 사실 결혼 전에도 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사귄 지 백 일이 됐을 때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사 준 장미 꽃 백 송이를 받아들고 처음 한 생각도 '이게 다 얼마지?'였으니 말 다했지요.
아무튼 제 돈 들이지 않고 예쁜 꽃장식을 봐서 그런지 참 멋지고 좋아 보이더라고요.
어머나! 화장실에도 꽃장식이 있었습니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니 꽃이 더 멋져 보이네요. 저런 광경을 보면 우리집 화장실에도 예쁘게 꽃으로 좀 꾸며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
들어가는 입구에도 동일하게 따뜻한 느낌이 나는 꽃을 놓아 두었어요.
음식이 나오자 신이 나서 아구아구 먹는 저입니다. 바삭하고 고소한 마늘빵도 다 먹었고요, 구운 참치와 새싹 채소가 상큼했던 아삭한 샐러드도 다 먹었어요. 그리고 호박 스프까지 싹싹 비워내는 참 위대한 아줌마입니다. 연인들끼리 온 다른 손님들은 대부분 접시를 다 비우지 못하는데 말예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사실 스테이크야 집에서도 살짝 흉내내 볼 수 있잖아요? 좋은 식당들을 다니면서 접시를 활용하는 법, 음식을 정갈하게 담아내는 법, 고기에 어울리는 곁들이 야채를 쓰는 법 등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들어 새삼 느끼는 것인데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참 많습니다.
참 즐거웠던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음악과 꽃이 가득한 분위기에 취하고, 맛있는 음식에 취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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