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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방송분이었던가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김성민이 곱슬머리였음을 알게 됐다.
곱슬머리. 머리카락이 고불고불하게 말려 있어서 평소에도 관리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비가 내리는 날엔 제 마음대로 모양을 바꿔 버리는 탓에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기도 하는 골칫 덩어리!!!-라고 곱슬머리인 남편은 말한다. 남편은 다른 것에는 무딘 편인데 유독 머리카락에는 민감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머리카락이 엉키도록 손을 대어 만지거나 쓰다듬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내가 그 전에는 미쳐 몰랐던 <남자의 자격>김성민의 머리카락이 곱슬거리는 성질을 알아 낸 것은, 그가 어울리지 않은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것을 '매의 눈'으로 알아 보았기 때문이다.(아닌가?) 그러나 무더웠던 그 날,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던 그 날 김성민의 머리는 초췌의 극치를 보여 주었고, 땀에 젖어 어색하게 착 달라 붙은 앞머리와 옆머리는 그의 얼굴을 한층 더 커 보이게끔 만들었다.
다른 땐 참 잘생겨 보였는데...... 쫙쫙 편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른지 모를른지, 아마 앞으로도 계속 쫙쫙 편 스트레이트 머리를 정기적으로 할 것 같은 예감은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sweet locks by Norma Desmond |
곱슬머리들은 한결같이 '곱슬'이 싫다고 하지만, 곱슬머리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멋스럽게 구불구불한 머리는 오히려 세련되고 근사해 보일 때가 더 많다. 남자들도 일부러 물결 파마를 하는 시대니 말이다. 하늘이 주신 자연 곱슬을 조금만 잘 매만지면 훨씬 더 돋보이는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인데, 곱슬머리들은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유독 찰랑거리는 직모를 좋아하는 것 같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곱슬기가 심해 슬픈 모 선배가 있었다. 유난히 긴 생머리의 여학우를 사랑하던 그 선배는 바람에 머리카락 한 번 날려 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심한 곱슬머리의 소유자였는데, 보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스트레이트 파마를 해 왔다. 학생이라 매번 미용실에 갈 수는 없고 주로 스트레이트 파마약을 사다가 후배의 손을 빌려 스트레이트를 했는데, 그 선배가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날이면 우리들의 마음은 훨씬 더 짠해졌다.
그 선배가 생각하던 자신의 모습과 우리 눈에 보인 그 선배의 실제 모습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자신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순정 만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처럼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샤방하게 흩날리고, 특히 시원하게 쭉 뻗은 앞머리가 자신의 얼굴을 훨씬 더 멋지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상상했겠지만, 그건 선배의 슬픈 환상에 불과했다.
스트레이트 파마약으로 인해 푸석해진 머릿결과 볼륨감이 사라져 얼굴에 짝 달라붙은 머리카락들은 선배의 얼굴이 참 크구나 하는 인상만 줄 뿐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심한 곱슬머리였던 탓에 파마의 효과도 길게 지속되지 못해서 며칠만 지나면 머리카락이 다시 곱슬거리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우리 후배들은 그런 모습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움이 최상이어서 선배가 가장 멋져 보였을 때 다시금 선배는 김초밥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
김성민의 머리를 보고 그 선배가 생각난 나는 남편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남편은 자기도 학창 시절 숱하게 스트레이트를 해 봤노라고 고백했다. 머리숱이 많지가 않아서 하고 나면 머리카락이 얼굴에 딱 붙고 며칠이 지나면 또 다시 머리카락이 꼬불꼬불해졌지만 찰랑거리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연애시절 남편이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별로 잘 안 어울렸던 것 같다.
요즘에는 매직 스트레이트의 기술이 그야말로 마술과 같아서 심한 곱슬머리도 찰랑거리는 직모로 만들어 준다고 하던데, 그래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자들이라면 빳빳하게 딱 붙은 머리보다는 부들부들 잘 넘어가는 곱슬머리가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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