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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동글동글 감자도 큼직하게 썰고 길쭉길쭉 당근도 큼직하게 썰어서 각종 야채들과 햄을 넣어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서 먹었다. 따뜻한 밥 위에 카레를 넉넉히 올리고 잘 익은 김치 한 쪽을 곁들이면 다른 반찬은 필요도 없고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오늘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월요일이었지만, 야채들을 썰고 볶고 끓임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카레를 만든 것은 '찬란한 유산'에서 선우환이 은성이에게 해 줬던 카레밥이 부러웠기 때문이 아닐까.

까칠했던 선우환이 어느새 다정다감한 남자로 변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은성을 위해 밥 한끼를 마련해 줬다. 선우환이 메뉴로 카레밥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것 같다. 특별한 요리 실력이 없어도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근사해 보일 수 있고 또 맛과 영양도 좋기 때문이다. 분명히 선우환이 처음으로 해 본 음식이었을 테니 엠티를 떠난 대학생들도 쉽게 만들고 자취생 초대 요리로도 단골 손님인 카레가 아주 제격이다.


아주 바람직한 내용으로써 어제 찬란한 유산이 마무리 됐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착한 마음씨로써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 냈던 고은성은 모든 나쁜 일들이 다 해결됐고(그리워하던 아버지와도 만났고 잃어버렸던 동생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의지했던 할머니와의 나이를 초월한 신의도 확인했고 사랑했던 남자 선우환과도 예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악역을 잘 소화해 냈던 승미 엄마와 사랑 때문이라는 핑계로 악행에 동조했던 승미는 결국 그 죗값을 치루게 된다. 착한 사람은 복을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아주 쉽고도 명쾌한 결론을 내려준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은성이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던 박준세가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내 바람대로 은성이 환이와 연결된 것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드라마가 종영되기 전까지 은성이와 준세의 결합을 강하게 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은성의 곁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해 준 사람도 준세이고 은성의 아버지까지 도와준 은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행복한 것, 준세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은성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환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환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곁에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 때문에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나쁜 일을 했던 승미가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미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환이는 그래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은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마지막회가 더욱 흐뭇했던 까닭은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주인공들의 행복한 시간을 꽤 길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 항상 모든 갈등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드라마도 끝이 나 버려서 너무나 아쉬웠다.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이후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게 될 것인지를 그저 시청자들의 상상에만 맡기고는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과 그 결과만 보여주고는 성급하게 드라마를 끝내 버린다. 그래서 방송되는 내내 힘들게만 살았던 주인공이 맘껏 웃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 여운을 혼자서만 새겨야 했다. 그런데 찬란한 유산은 조금 달랐다. 비록 한회에 그치긴 했지만 환이와 은성의 데이트 장면도 보여주었고 가족을 찾은 은우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보여주었다. 은성이가 울어야 했던 시간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방송 분량이지만 은성이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환이, 가족들과 어떻게 행복해 하는지 보여주니 만족스러웠다는 말이다.

이제 찬란한 유산이 끝나버려서 더 이상 은성이의 선한 웃음도 환이의 매력적인 모습도 볼 수는 없지만, 찬란한 유산은 결국 가족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간 이 드라마를 당분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도 보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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