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경복궁 나들이를 했어요.
와, 설계를 누가 했는지 정말 멋있지 않나요?
광장의 끝에 보이는 광화문과 북악산,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탁 트인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어요.
지엔느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 본 경복궁은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요~
어쩜 그렇게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설계를 했는지,
어쩜 그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인테리어를 해 두었는지
지금 봐도 감탄이 저절로 나왔어요.
경복궁을 보니
좋은 인테리어란 시공을 초월하는 것인 것 같아요.
자, 그럼 저와 함께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둘러 보실까요?
우리 말고도 주말 아침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참 많았습니다.
보통 토요일 오전 10시쯤엔 쿨쿨 잠을 잤었는데,
제가 자는 동안 부지런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나들이를 다니고 있었네요.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게으른 엄마인 제가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답니다.
이제 따뜻한 나들이 가기 정말 좋은 계절이 왔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무조건 나가는 것이 좋겠어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쏙 통과해서 들어왔어요.
경복궁의 궁성 안쪽에 위치한 첫 번째 문인 흥례문이에요.
자,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경복궁 공부가 시작되는데요, 어떤 방향과 순서로 경복궁을 둘러 볼지 미리 정해야 해요.
아주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경복궁에 와 본 적이 있어요.
그 땐 휙휙 건물 외부만 건성으로 대강 둘러 보고는 다 봤다고 했지만
인테리어에 눈을 떠 가는 이제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랐어요.
하나하나 허투루 볼 게 없었죠.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가이드를 기다리는지 잠시 쉬고 있었어요.
경복궁에는 참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의 옛 궁궐을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이 있다는 것이 다시금 행복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저만 모르고) 다들 아시다시피 경복궁은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이지요.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하였고, 1592년 임진 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고종 때인 1867년 중건 되었어요. 흥
선대원군이 주도하여 중건된 경복궁은 500여 동의 건물들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선 웅장한 모습이었어요.
궁궐 안에는 왕과 관리들의 정무 시설, 왕족들의 생활 공간, 휴식을 위한 후원 공간이 조성돼 있어요.
또한 왕비의 중궁, 세자의 동궁, 고종이 만든 건청궁 등 궁궐 안에 다시 여러 작은 궁들이 복잡하게 모인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철거 되어
근정전 등 극히 일부 중심 건물만 남았고,
조선 총독부 청사를 지어 궁궐 자체를 가려버렸었습니다.
다행히 1990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추진되어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흥례문 일원을 복원하였으며,
왕과 왕비의 침전, 동궁, 건청궁, 태원전 일원의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국보 223호 근정전이에요.
국가 의식을 치르고 신하들이 하례를 하거나 사신을 맞이 하던 곳이라고 해요.
근정전은 궁궐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이에요.
중층으로 된 근정전 건물은 2단의 높은 월대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전면에는 중요행사를 치를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고 그 둘레를 행각이 감싸고 있어요.
건물 하나만 혹은 전체적으로 봐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공식적인 업무를 보는 근정전이지만 이토록 아름답게 지어 놓았어요.
근정전 월대의 조각상을 찍어 봤어요.
옛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멋스러울까요?
작은 부분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이렇게 아름답고 정교한 조각을 해 둔 모습,
옛날 사람들이 요즘 사람들보다 훨씬 더 풍류와 멋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임금이 사는 곳이니 더 정성을 쏟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근정전 내부의 어좌인데요, 한번 올라가서 떡하니 앉아 보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지요?
단청과 처마를 좀 보세요. 그 우아한 아름다움에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국보 제224호 경회루예요.
침전인 강녕전 서쪽 연못 안에 조성된 누각으로 외국 사신 또는 군신간의 연회 장소이지요.
임금은 올바른 사람을 얻어야만 정사를 바로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경
사스러운 모임이 있는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경복궁 창건 당시는 작은 누각이었던 것을 태종 12년(1412)에 크게 연못을 파고 지금과 같은 규모로 만들었대요.
그러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모두 소실되었지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너무 화가나서 가슴이 다 먹먹해 져요.
경복궁이 중건될 때까지 (건물은 없었어도) 이 연못에에서 나라에 가뭄이 들 때마다 기우제를 지냈다죠.
아, 어쩐지 저를 잡아 당기는 건물이라고 생각했더니, 교태전(왕비의 침전)이었어요!
궁궐에서 침전은 왕과(왕의 침전은 강녕전) 왕비가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며,
내외 종친을 불로 연회를 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정사와 전혀 무관한 곳은 아닌 것이
왕이 신하를 불러 은밀하게 정사를 논의했던 곳 또한 침전이었다고 해요.
교태전 후원 아미산인데요,
아미산에는 다양한 화초를 심어 화계를 꾸미고
교태전 온돌에서 나오는 연기가 빠져 나갈 수 있는 굴뚝을 세웠어요.
또한 호수나 연못을 상징하는 모양의 석함을 두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조성하고 있지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굴뚝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다니...!!
경복궁에서는 담장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이곳은 대비전인 자경전의 서쪽 담장인데요,
외벽에는 매화, 천도, 모란, 국화, 대나무, 나비, 연꽃 등을 색깔이 든 벽돌로 장식하고 있어요.
꽃과 나무가 수 놓아진 담장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게 뭔지 아시나요? 잘 생각해 보시면 답을 찾으실지도?
자경전 뒤뜰 꽃무늬담에 새겨져 있는 보물 제810호 십장생 굴뚝이에요.
불로장생을 표상한 열 가지 물상을 새겨 놓았는데요,
절대무식의 강자인 저는 당연히 열 가지가 뭔지 다 알지는 못했었지요.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십장생이니
저와 비슷하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알아 두시길 ^ .^
한 폭의 그림 같은 이곳은 향원정이에요.
고종이 건청궁을 지을 때 옛 후원인 서현정 일대를 새롭게 조성했는데
연못 가운데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육각형 정자를 짓고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간다'는 의미를 붙여 향원정이라 불렀대요.
연못 향원지를 건너는 다리는 '향기에 취한다'는 뜻의 취향교예요.
알면 알 수록 더 뿌듯하고 뭔가 뭉클하기까지 한 경복궁.
경복궁을 보며 좋은 인테리어란 시공을 초월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