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훈련
개월 수가 아닌 아이의 상황에 맞게 시작해야 돼요.
'배변 훈련'이란 말을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헛! 생각해 보니 애완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있었네요~ 흠흠... 암튼.)
하나부터 열까지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아기를 낳아보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었더라고요.
밥 먹는 법, 옷 입는 법, 물 마시는 법... 심지어 자는 것까지.
초보 엄마, 아빠가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 온) 울상을 지으며 꼭 내뱉는 탄식이,
왜 아이들은 졸릴 때 그냥 자지 못할까? 왜 수면도 교육이 필요한 것일까? 인데요,
지나고 보니 수면 교육은 육아의 기초중의 기초였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생활 습관 교육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배변 훈련인 것 같아요.
맘 급한 엄마들은 돌만 지나도 기저귀부터 뗄 궁리를 하든데,
그건 좀 심하고요,
배변 훈련은 아이의 발달 단계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아이의 특성에 맞추어 20개월~24개월 즈음 시작하는 것이 좋으나
요즘은 점점 기저귀 떼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고 해요.
아이들은 분리 불안이라는 걸 겪잖아요? (엄마와 떨어지면 두렵고 불안해 하는...)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목욕할때를 제외하고는 늘 차고 있었던 기저귀와 이별하는 것도
일종의 분리 불안을 부른다고 해요.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죠?
게다가 만 1세 정도가 되어서야 뇌와 방광을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생긴다니
엄마들은 너무 조급하게 배변 훈련을 계획하지 말고
오히려 조금 느즈막히 기저귀를 천천히 떼야겠다고 생각하는 편이 맘이 편할 것 같아요.
배변 훈련을 너무 일찍 시작했다가 실패를 한 경우에는 아이에게 죄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보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예요.
저는 큰아이는 30개월이 되어서야 배변 훈련을 시작했어요.
고것 참 기특한 것이
30개월(우리 나이로 네 살이잖아요~?)이나 되었어도 할 수 있겠나 염려 되었었는데
막상 시작을 하니까 늦게 시작을 해서 그런지 소변을 쉽게 가리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낮과 밤 동시에 기저귀 떼는 데 성공을 해 준 것이 참 고마웠어요.
물론 바지에다가, 이불에다가, 화장실에 가다가, 화장실 변기 앞에서 의도치 않게 쉬를 싼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럴 때 절대로 화를 내서는 안되는거 아시죠?
배변 훈련을 시작했다면
변기와 친숙해지기, 아이 전용 변기커버 마련해 주기 등으로 아이의 마음을 살살 달래 줘 보세요.
그리고 요즘에는 배변 훈련 관련 동화책도 많이 나오잖아요?
동화속 주인공이 변기에 끙끙 응가와 쉬를 하고 책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물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배변 훈련 동영상도 있어요.
변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공이 앉아서 일을 보는 장면을 자주 보여 주는게 좋고요,
아이 전용 변기(화장실 말고 다른 곳에서 눌 수 있는 플라스틱 변기)를 사 주시는 것도 괜찮아요.
저는 느즈막히 시작했기에 아예 어른 변기에다가 유아용 커버를 씌워서 사용을 했었답니다.
몇 주 전부터 두 번째 배변훈련을 시작했어요.
아직 아기인줄로만 생각했던 우리 둘째 아이가 어느새 31개월 !!!
저는 큰아이도 기저귀를 늦게 뗐으니 둘째도 그래야지...했었는데 엄마, 아빠, 오빠가 모두 변기에 용변을 보니까
작은아이도 자연스레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둘째 아이는 제 계획이 아닌, 본인의 의지에 따라 배변 훈련을 시작했답니다.
이로써 큰아이는 30개월, 작은아이는 31개월에 배변훈련을 시작한 셈인데요,
30개월에 시작한 큰아이는 배변훈련을 시작한 후 실수가 거의 없었는데 비해, 31개월에 시작한 작은 아이는 바지도 많이 버렸고 ^^
거실 한 가운데에다가 응가를 눈 것도 두 번 ㅜㅜㅜㅜㅜ
아이가 원해서 시작한 배변훈련이지만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아직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니었더라고요.
차라리 기저귀 차고 있는게 편하겠다 싶은 때도 많았지만^^
일단 배변 훈련을 시작한 다음에 다시 기저귀로 돌아가면 안 되기에 ㅜㅜ
배변훈련 기간에 (지금까지도) 무수한 손빨래와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어요.
그것 뿐인가요?
밤에, 자려고 누우면 '쉬~~' 졸린 눈 비비며 화장실로 데려가면 '안 나와' 다시 누우면 또 '쉬~~', '안 나와'를 반복 ㅜㅜ
아직 잘 때에는 기저귀를 채우는데 자고 일어나면 밤사이 기저귀가 젖어 있지만
어쩌다 실수로 잠 들기 전에 기저귀가 살짝 젖으면 옛날 생각은 못하고 ^^ 축축한 걸 견디지 못하는 깔끔쟁이 ^^
이제 배변훈련을 시작한지 3주 정도가 흘러 처음 보다는 익숙해졌답니다.
둘째는 딸아이라서 화장실 갈 때 마다 일일이 앉혀줘야 되고 손이 더 많이 가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인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지나면 밤중에도 기저귀를 안 찰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보는데,
배변훈련을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실수를 했을 때 절대로 화내면 안 된다는 거!!! 주눅들기 시작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거 ^^
기저귀까지 떼면 이제 정말 다 큰 어린이처럼 보일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저귀 떼기의 경과를 계속 올려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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