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솔이가 7개월이 넘었다. 이유식과 함께 여전히 모유만 먹이는 것을 보고 주윗 사람들, 특히 다솔이 또래의 아기를 기르는 엄마들은 깜짝 놀라 묻곤 한다.
'모유가 모자라지는 않아요?'라고 말이다.
나는 심상한 표정으로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말지만, 속으로는 '야호!'쾌재를 부른다. 바로 이런 날을 생각하면서 분유 수유의 유혹을 떨쳐 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분유를 먹이면 큰일이라도 날 것 처럼 얘기하지만, 나는 이전에 쓴 글(모유 수유, 강요만 할 일이 아니다 http://www.hotsuda.com/277)에서도 밝혔듯 모유를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그 선택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제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엄마요,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사람도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 보면 분유를 먹고서도 아주 바람직한 잘 큰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도 많은 수의 새내기 엄마들이 모유 수유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나도 그랬지만 가슴에 상처가 나고 탈이 나면서도 주윗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 두려워서 모유 수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참 많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도 자신의 아이가 자주 아프고 체격이 작은 이유를, 분유탓으로 돌리는 것을 봤다. 벌써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니까 까마득한 예전 일일텐데도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아이 엄마를 원망하는 말을 할 때면 내 속이 다 상한다. 모유야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분유를 먹고 자랐다고 해서 아이가 약골로 자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해서 내내 속상해 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서 나는 이를 악물고 모유 수유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었다. 7개월 동안 온전히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모유량을 늘리는 방법이 다음과 같다.
1.규칙적으로 수유 및 유축하기.
아기가 잘 먹지 못해고 수유 자세가 나빠서 나는 한동안 유두가 너덜너덜 해지고 피가 나고 갈라지고 형편없었다. 그래서 근 한 달간을 유축을 해서 먹였는데, 유축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
바로
'젖은 비워 내는 양 만큼 새로 또 생긴다'는 것이다.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 젖량이 많지 않을 땐 양을 늘리기 위해 아기에게 직접 수유를 한 후에도 조금 더 짜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다음 번 수유시에 비워 낸 것 만큼 또다시 젖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젖량이 너무 많아서 골치인 경우엔 아기에게 먹인 후 남은 젖을 그대로 두면 된다. 그러면 다음 수유시엔 그만큼 적게 젖이 돌게 되는 것이다.
전유가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고민인 엄마들도 있는데, 사실 전유와 후유의 구별은 그리 크지 않다. 아기가 꼴깍꼴깍 젖을 먹을 때 몇 모금의 차이 밖엔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젖양이 너무 많은 경우에도 굳이 전유를 짜 내지 않아도 되니 걱정하지 마시라.(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들은 말이니 믿어도 됨.)
백 일 정도 지나면 아기도 요령이 생겨서 잘 먹고 수유에도 규칙이 생기니 엄마의 고생도 백 일이면 끝이다. 백일 동안만 고생하면 아기가 먹는 만큼 젖이 생긴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유축(유축기 보다 손이 훨씬 더 안전하다. 손으로 젖짜는 법도 예전에 쓴 글 중에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http://www.hotsuda.com/390)을 해서 젖병에 담아서 젖을 먹였는데, 처음엔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했다. 서툴러서 한 번 유축할 때 너무 오래 걸려서 몹시 힘들었지만 자다가도 일어나서 세 시간에 한 번, 한 번에 한 시간씩!!! 유축을 했다.
세 시간마다 유축을 할 땐 세 시간마다 젖이 불었다. 나중에는 요령도 생기고 젖이 너무 남아서 네 시간에 한 번, 다섯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럴 땐 네 시간에 한 번, 다섯 시간에 한 번, 젖이 불었다. 바로 젖은 비워 내는 양 만큼 새로 또 생긴다는 말이 꼭 맞아 떨어진 것이다.
2.하루에 3L씩 물 마시기.
가물치, 돼지족, 잉어탕 등등 젖량을 늘리기 위해 뽀얗고 기름진 국물들을 코를 막고 마시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에 나열 된 음식들은 젖량 늘리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부인과 의사도 그랬다. 정말이다. 뽀얀 국물이 젖이랑 색깔과 질감이 비슷해서 그런 낭설이 생겼나 본데 먹을 때 비위만 상하지 젖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단다.
그러면 뭘 먹어야 될까?
아주 쉽다. 바로
'물'이다. 모유는 아주 영양이 풍부한 음식인데 엄마의 몸에 있는 여러가지 영양소들을 엄마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골고루 쏙쏙쏙 빼 가서 만든다. 이 때 다른 것은 이미 엄마의 몸 속에 있고(엄마가 영양 결핍 상태가 아니라면) 수분만 더 필요하다. 그래서 엄마가 물을 많이, 아주 많이 마셔야 된다.
모유를 먹인다고 해서 엄마가 더 많은 영양 섭취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신다. 임신 기간과 마찬가지로 음식으로 치자면 빵 한 쪽, 고구마 한 개, 밥 반공기 등만 더 먹어도 충분하다. 이미 임신 기간 동안 찌운 살들이 엄마의 허벅지, 배, 엉덩이에 덕지덕지 붙어서 아기에게 줄 모유의 재료로 대기하고 있다. 그러니 더 먹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간혹 엄마가 밥을 잘 먹어야 아기도 잘 먹는 것이 아니냐며 억지로 밥을 두 그릇씩 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안 된다. 산후조리 기간에는 엄마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많이 먹어야 되지만 그 이후엔 얼른 예전의 몸매로 돌아가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기에게도 좋다. 아기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엄마가 무엇을 먹든 얼마를 먹든 자기가 필요한 것은 쏙쏙쏙 다 가져가니까 말이다.
대신 물은 꼬박꼬박 잘 마셔주어야 된다. 나는 원래부터 물을 많이 마셨는데 요즘에는 더욱 많이 마시고 있다. 물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는 곁에 물이 없으면 심한 갈증을 느낀다. 내가 마시는 물은 일부러 재 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3L 정도 되는 것 같다.(국, 음료수 제외한 순수한 물) 물을 많이 마시니 젖도 잘 돌고 순환도 잘 돼서 몸 속 노폐물도 다른 사람들보다 잘 빠져나가는 것 같다
평소에 물을 적게 마시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3L를 마시는 것은 무리일테니 보리차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양을 늘려 나가길 바란다.
분유를 먹인다고 해서 비난하는 사람은 참 나쁜 사람이다. 해 본 사람은 다 알지만 물 끓이고, 분유를 타고, 식히고, 먹이고, 젖병을 씻고...... . 분유를 먹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분유에도 좋은 성분이 참 많이 골고루 들어있다. 그래서 나는 분유 먹이는 엄마들도 참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모유 100%에 성공하고 싶으신 분들은 앞서 내가 이야기 한 2가지를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