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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8.

목사님께 축복 기도를 받으려고 교회에 갔다.
50일도 안 된 아기를 벌써 데리고 나왔다고 어른들께 야단도 좀 맞았지만
쑥쑥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건강한 다솔이를 어찌나 자랑하고 싶은지
엄마가 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목사님께서 축복해 주셨으니 더 지혜롭고 더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다' 다윗처럼 용맹스럽고 꽃미남으로 자라렴 다솔아.
'솔'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되렴 다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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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7.

오잉?
다솔이가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그려진 이불 위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다.
어찌나 똘망똘망한지 당장 가서 꽉 껴안고 싶게 귀엽다.
아직 머리카락이 별로 없고
배냇 저고리가 많이 큰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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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18.



신이 난 다솔이가 웃음을 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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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6.

식품 체험단 활동을 하게 된 엄마가 다솔이를 안고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솔이는 졸린지 하품을 하면서 자고 싶어했으나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사진을 찍고 있다.
사실 아직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한 쪽 팔로 다솔이를 안는 것이 다고 버거웠지만
좋은 사진을 뽑아내고자 끙끙대며 열심인 엄마, 표정에서 힘듦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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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의 한 버스 정류장. 모두들 자신이 탈 번호를 속으로 외면서 왼쪽만 목이 빠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또각또각또각 경쾌한 구두굽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이십 대로도 보이고 삼십 대로도 보이는,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이 여성이었다. 170쯤 되는 큰 키에 하이힐까지 신어서 더 키를 키웠다. 버스 정류장에는 남자들을 포함해서 그녀 보다 더 큰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녀를 향했지만 곧 그녀에게서 눈길을 거두는 듯 했다. 다시금 버스 정류장은 조금 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버스 정류장에 있는 모든 여성들은 그녀가 나타났을 때부터 줄곧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음을, 티나게 힐끔거리는 몇 몇의 남자들 보다 훨씬 더 자세히 훨씬 더 치밀하게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훓어내리고 있음을 말이다.

여자들은 여러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옆에도 붙어 있고 뒤에도 있고 머리 위에도 있는 듯 하다. 상대로부터 철저하게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보고야 말며, 알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알아내고야 만다. 그게 여자고 그게 여자의 여섯 번째 감각이다.

기품있고 정숙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은 잃지 않은 그녀, 시쳇말로 자체 발광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톡톡히 받고 있는 그녀는 고상한 멋스러움이 솟아 내렸는데, 나는 가재미 눈을 하고 최대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무심한 채를 하면서 그녀가 입은 모든 옷들을 살폈다.



아, 딱 내가 찾던 느낌의 옷인데. 나이가 드니 감각은 유지하면서도 귀티나는 옷이 필요했다. 꾸미지 않은 듯 소박한 멋이 있으면서도 발랄한 느낌이 첨가된 옷을 갖고 싶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그녀에게도 역시나 여섯 번째 감각이 있기에 그녀는 이미 내 시선을 눈치 채고 있었다. 주목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것을 즐길 줄도 아는 법이다. 큼지막한 가방에서 앙증맞은 손거울을 꺼내더니 거울 속 자신을 향해 씽긋 웃어주고는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꺄르르 웃기도 한다. 연인에게라도 닭살스러운 목소리로 말이다. 그러더니 별안간 패션 잡지를 꺼내 들고는 뜬금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우리들의 시선을 눈치 챈 정황들이다.

나는 로고를 통해 그녀의 옷들이 헤지스라는 것을 알아냈다. 집에 오자마자 신들린 검색질로 헤지스 홈페이지를 탈탈 털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헤지스는 그 스타일의 줄기를 영국의 전통의상에 두고 있었다. 전통과 신사도를 사랑한 영국 상류사회는 그들의 가치관과 전통생활 습관에 맞춰 복식 체계를 발전시켰고, 영국 사립학교 덕분에 유행하게 됐단다. 명문가 자제들이 입던 교목은 일반인에게도 서서히 전파되어 품격과 격식을 갖춘 영국 전통 캐주얼로 자리를 잡았고 헤지스는 영국의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면서도 진취적인 기상과 도전정신을 추구하는 감각있는 옷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역시나 그랬기에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그리도 기품있어 보였던 것이다.


헤지스가 이번에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고 있었는데, 바로 헤지스 컬쳐클럽 6기를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십 년만 젊었어도 나도 응모를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대학생(대학원생 포함)만 가능하다고 한다. 모집요강을 읽어 보니 진짜 재미있고 신나는 활동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끼리 모여서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을 것 같은데 LG패션 입사 지원시 가산점도 주고, 헤지스 의류도 듬뿍 준단다.
자세한 내용은 헤지스 홈페이지 http://www.hazzys.com 참고

나이 때문에 내가 지원할 수 없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해지스 컬쳐 클럽이란 게 어떤 일들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 봤더니,
 
로잉문화체험,



사회공헌활동,


영국문화체험,


가장 부러웠던 화보촬영까지!


와! 정말 대단했다. 나도 헤지스 컬쳐클럽으로 활동해서 기품있고 멋스러운 헤지스도 맘껏 입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회 활동들도 신나게 하고 싶다. 어떻게 좀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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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5.

물을 좋아하는 다솔이가 아주 즐겁게 목욕을 하고 있다.
어찌나 시원하게 잘 즐기는지
표정이 예술이다!
룰루룰루 이렇게 시원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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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4.

산후조리원을 4주 동안 있는 걸로 모자라 친정으로 왔다.
내 목표는 백일 동안 산후조리를 하는 것.
역시나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으니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아기 씻기기도 수월하다.
조심스럽고 서툴러서 엄머께 세수를 부탁드리고
나는 그저 어푸어푸 세수하는 다솔이의 머리를 받히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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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3.

다솔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몰라서 내 눈에 가장 예뻤던 배냇 저고리로 준비를 했었다.
분홍색 배냇 저고리를 입은 남자 아기 다솔이.
이제 몸무게도 꽤 나가고(아직 3kg대) 팔 다리도 많이 굵어졌지만
집에 와서도 여전히 캥거루 중인 아빠와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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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2.

드디어 집으로 가는 날
산후조리원을 나서는 중 엘리베이터 앞에서다.
다솔이가 태어난지 32일째이니 출산 후 32일 동안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었다.
출산 후 처음으로 밟아보는 땅은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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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1.

산후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밤
2009년 9월엔 어찌나 아기들이 많이 태어났는지
예약을 했음에도 빈 방이 나지 않아서 병실에서 대기도 했고
2주 뒤에 다른 산후조리원으로 옮기기도 하면서 참 오래도 몸조리를 했다.
얼른 집에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막상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아쉬움도 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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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0.

하루가 다르게 영특해지는 귀여운 다솔이가 생후 30일을 맞았다.
이제는 꽤 오래 깨어 있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면 나를 알아보고 빙그레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땐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신생아에서 아기로 거듭난, 나는야 생각하는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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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8.

넓은 이마 덕(?)분에 늘상 햇님과 관련된 별명을 가졌던 아빠와,
역시나 이마 넓이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엄마,
그런 넉넉한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 다솔이.
역시나 다른 아기들보다 월등한 크기의 이마를 가지고 태어났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머리를 뒤덮고 있긴 하지만 그게 머리카락인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
어디까지가 이마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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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7.

아기들은 배가 고플 때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거나 무언가를 쪽쪽 빠는 시늉을 하거나
입 주위에 손가락을 대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아니면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친다.
다른 땐 절대 울지 않지만 배고픔은 못 참는 우리 다솔이처럼.
엄마, 밥 주세요
새끼 제비처럼 입을 쫙쫙 벌린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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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10. 6.

수유 쿠션에 눕혀서 다솔이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
몸집이 어찌나 작은지 수유 쿠션에 가로로 눕혀도 세로로 눕혀도 넉넉하다.
다솔이를 내 다리 위에 얹고 수유 쿠션을 등받이 삼아 기대게 해 주었더니 참 편안해 한다.
조금씩 살이 오르는 다솔이와
조금씩 부기가 빠지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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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꼴꼴꼴꼴꼴, 오랫만에 분위기 잡을 일이 있어서 포도주를 따서 우아하게 생긴 잔에다 따르는데, 잠깐!! 신랑이 황급히 손으로 포도주병을 잡아 챈다.

왱?

포도주를 따를 땐 이렇게 해야지.
남편은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던 참 버거워 보이던 그 자세로 포도주를 따르기 시작한다. 병 꽁무니를 엄지 손가락으로만 받히고 나머지 손가락으론 병 몸체를 잡은 그 자세. 그리고 병을 돌리면서 마무리.
자고로 포도주는 이렇게 따라야 되는거야?

왱? 왜 포도주만?

오렌지주스도 입구가 둥글고, 막걸리도 입구가 둥글고 음료를 담은 모든 병은 다 그렇게 생겼는데 왜 포도주만 그렇게 따라야 돼?
나도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포도주를 마시는 장면들을 많이 봐 왔기에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이야기의 귀재로 알려진 '로알드 달'의 소설 <맛>에는 포도주 이름 맞추기를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포도주 전문가들은 킁킁킁 코로 먼저 향을 느끼고 조금 입에 머금은 후 입을 벌려 흡흡 공기를 들어 마시면서 공기와 포도주가 잘 섞이게 하여 맛을 극대화한다는 뭐 그런 장면이 나온다.(너무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

이야기꾼 답게 그 책에 나온 묘사가 참 구체적이면서 사람을 쏙 빠져들게 해서 나는 도저히 따라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물 한 컵을 따라 놓고는(당시 포도주를 구할 재간이 없었다.) 마치 사용 설명서를 읽는 듯 찬찬히 포도주 맛을 음미하는 부분만 다시 읽은 후 책 속 인물이 하는 것 처럼 해 봤다.

혀를 굴리면서 공기를 흡흡...... . 물만 질질질이었다.

Glitter / Brillo
Glitter / Brillo by victor_nuno 저작자 표시비영리


얼마 전에 다이어트에 대한 모든 자료를 뒤지다가 뒤늦게 <프랑스 여인처럼 먹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프랑스의 음식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만큼 그 속에 포도주도 빠질 수 없었고, 그 속에서 '글'로만 배웠던 포도주 마시는 법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책 속에 써 있던 것과 똑같았다. 코로 먼저 킁킁킁. 입으로 흡흡.

그런데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내가 참 무식하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진지하게 설명하면서 포도주 맛있게 마시는 법을 설명해 주는 그 장면이 참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그 분은 전문가라서 나 처럼 질질질 흘리지는 않았지만 포도주하면 딱 떠오르는 고상한 느낌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만약 첫 데이트를 할 때 평소 포도주를 즐긴다는 걸 알리고자 그 전문가처럼 했다간 딱지맞기 쉽상일 것 같았다. 포도주에 관해 잘 모르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우아하게 식사를 즐기려고 할 때 포도주를 곁들이는데 과장된 몸짓과 얼굴 표정으로 포도주를 마신다면 분위기가 완전 꽝이기 때문이다.(포도주를 잘 모른다는 전제가 있다.)

당연히 무식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왜 꼭 포도주를 마실 때는 그렇게 요란을 떨어야 될까? 나는 그냥 우아하게 소주를, 멋스럽게 맥주를, 달달하게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더 좋다. 당연히 모유 수유가 끝난 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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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도 몰랐다. 다솔이의 얼굴에 하나 둘 씩 붉은 반점이 생겨나고, 늘상 잘 웃던 아기가 자꾸만 칭얼거렸지만 영문을 몰랐다. 무언가가 불편했기 때문일텐데 그 무언가가 뭔지 몰랐기 때문에 더 속상한 마음이었다. 끙끙대며 보채는 아기를 밤새 보살펴야 했지만 피곤이 대수가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울 수밖에 없는 아기가 너무나 가여워서 나도 같이 울 뿐이었다.

나는 출산 후 아기를 혼자서 돌볼 수 있을 때까지 친정에서 머물렀었다. 다솔이의 외갓집은 경북 안동인데 그곳에서도 외곽으로 벗어난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전원 주택이다. 아버지께서는 평생 염원이셨던 가축을 기르고 텃밭을 일구는 삶을 드디어 살게 되셨고 나머지 가족들도 덩달아 자연 친화적인 삶을 새로 얻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흙을 밟고 다녀야 되는 먼지 나는 시골이 탐탁지 않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손길이 닿아 그곳에 철마다 다른 채소들이 자라고 토끼, 닭, 개가 있는 그야말로 그림 속 전원 풍경이 생겨나자 내 눈에도 참 좋아보였다. 나중에 다솔이가 크면 그곳에서 살아있는 자연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욕심에서였다.

게다가 황토로 만든 찜질방이 딸려 있어서 산후조리하기에도 딱이었다. 다솔이는 산후조리원을 나와서부터 꽤 오래 안동에 있는 외갓집에서 머물렀었다.

그동안 잘 있었다는 인사를 드리고 분당에 있는 우리집에 와서부터 얼굴에 붉은 것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친정 어머니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아기를 돌보느라 내가 서툴렀기 때문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나는 곧 임신 중에 새로 입주한 우리 아파트가 다솔이를 아프게 한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나마 많이 나았을 때의 다솔이 얼굴이다.


세상에!
현대식으로 갓 지어진 아파트에서 아기와 함께 알콩달콩 새롭게 살아보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아기를 아프게 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새집증후군이라는 말과 사례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나에게, 특히나 가장 소중한 내 아이에게 일어나다니 참을 수 없이 속상했다.

물 맑고 공기좋은 시골에서 지내다 와서 더 변화를 크게 느끼는 것 같았다. 얼굴과 몸에 오돌토돌한 붉은 것들이 올라와 아기를 상하게 하는 것도 마음 아팠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간지러움이었다. 시간이 지나 아기가 손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긁기 시작했는데, 아직 어려서 얼굴엔 손이 닿지 않아 긁을 수 없으니 애꿎은 귀만 탈이 나도록 긁어댔다.

정확하게 어디가 간지러운지는 잘 모르겠고 간지러움 때문에 짜증은 나고, 해서 쉽게 손이 가 닿는 귀를 피가 날 정도로 잡아 뜯은 것이었다.

안쓰러운 다솔이의 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가 유해한 환경 때문에 아픔을 겪고 있으니 엄마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친환경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례를 찾아보니 우리 다솔이의 경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솔이는 워낙에 얼굴이 깨끗했기에 울긋울긋한 것들이 나타나자마자 내가 낌새를 알아차리고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다른 아이들을 보니 말도 못하게 심하나 경우도 있었다.(그러나 내 아이의 눈에 티끌만 들어가도 가슴이 무너지는 것이 엄마다.)

하도 긁어대서 온몸을 전부에 성한 데가 하나도 없는 아이, 너무 쇠약해져서 도시에서는 도저히 살지 못하고 결국 나무가 많은 곳으로 이사를 해야 되는 아이, 아토피 때문에 밤에 잠도 잘 수 없는 아이, 심지어 학교에도 갈 수 없는 아이,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 그 아이들의 엄마는 얼마나 많은 밤을 아이와 함께 울었을까?

원인은 화학 성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원인을 '집', 구체적으로는 집을 지을 때 사용된 화학 성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학교나 집) 보낸다. 그만큼 실내 공간의 환경은 아이들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내 공기 안에는 석유 화학 문명이 만들어낸 각종 화학 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이지 않는 유독 화학 물질들이 많이 있다.

더 예민할 수록 더 약할 수록 더 크게 다칠 수밖에 없는데, 세상에서 가장 예민하고 약한 존재는 바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너무 소홀했다. 눈 앞에 있는 이익에 연연했기 때문이었다. 환경을 지키는 것이야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을 왜 내가 하필 왜 지금 해야 되는지 개연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이 바로 나, 더 나아가 내 가족, 그리고 내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현대인들은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 화려한 외관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좀 더 비싸보이도록 좀 더 눈에 띌 수 있도록 막대한 화학 물질들을 쏟아 부었다. 자연은 처참하게 무시한 채 말이다. 그러나 겉보기에만 화려하게 만든 집들이, 우리의 홀대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환경이 거꾸로 우리를 상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눈에 화려하게 보이는 제품일수록 몸에 치명적인 유해 성분들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우리들은 회의에 빠지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목놓아 찾았던 삶의 질 향상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안락하고 편리한 아름다운 집이 사실은 우리를 불편하고 아프게 한다니 말이다.

그린 투모로우-화석 연료가 제로(0)인 집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수고롭고 표가 안 나는 일이지만 '겉모양'보다는 '건강'과 '자연과의 화합'을 더 중시한 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총 68가지의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그린 투모로우'는 건물 효율화를 통해 연간 에너지 수지를 제로나 플러스로 유지해 주고 재생목재, 바이오융합재재 등 친환경 마감를 사용한 친환경 건축물이다.

에너지가 절약되니 경제적으로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아서 더 좋다. 그동안 벽이나 바닥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 아이들의 피부와 호흡기를 상하게 했었는데 그린 투모로우는 친환경 마감재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생태복원 개념을 적용한 친환경 조경 등으로 탄소제로를 실현해 국내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갖춘 미국그린빌딩협의회가 주관하는 친환경 인증제도인 LEED 인증 플래티넘 등급을 받기도 했다.)

실제 그린 투모로우는 건물의 최적화 배치와 향, 고성능 단열, 벽체나 창호 등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크게 낮추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계 및 전기 설비를 적용해 기존 주택 대비 약 56%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여전히 남게 되는 약 44%의 에너지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자체 생산, 궁극적으로 화석 에너지 사용을 제로화 했다. 그 결과 일반 주택은 40년 생애주기 동안 55.7kg-co2/m2.yr을 발생시키는 반면 그린 투모로우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0'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제로라니 이제 자연에게 덜 미안해해도 되겠다.


그린 투모로우는 외관은 일반 주택과 비슷하지만 곳곳에 최첨단 녹색 기술이 숨어 있어서 아이들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태양열 발전 시스템은 일반 전기와 급탕용 전기를 생산한다. 지하 10m는 연중 15도를 유지하는 점을 이용, 지열을 끌어와 온수와 난방을 해결해준다. 집은 북동쪽을 높게, 남서쪽을 낮게 지어 여름에는 자연 통풍이 되고(환기만 잘 시켜줘도 집안 내부의 공기가 맑아지기 때문에 아토피의 염려가 덜해진다.) 겨울에는 북쪽의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했다.

우리가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

찬바람이 씽씽쌩쌩 겨울에도 우리집의 창문은 매 시간 열렸다. 벽지에서 바닥에서 더이상 토해 낼 화학 성분, 포름알데히드가 없어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환기를 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오염 물질이 들어올까봐 꽁꽁 닫고 살았던 것이 오히려 실내 공기를 탁하고 위험하게 만들었었다. 듣기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다솔이의 피부는 백옥으로 돌아왔다.

다행히도 그리 심하지 않을 때 내가 알아차린 덕분이기도 하고, 꽤 오랜 시간 전원 주택에서 머물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 안타까운 것은 한 번 화학 성분 때문에 쇠약해져 앓게 된 사람은 상황을 호전시키기도 힘들뿐더러 평생 조심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단다. 그러니 미리미리 주의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 옛날 부모님 세대가 사셨던 구닥다리 방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러니 삶의 질을 높여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환경과 친하게 지내는 삶을 지금부터라도 살아야 된다.

엄마가 되면서 내 인생의 두 번째 막이 열렸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 왔던 '집'의 의미가 그저 평안과 쉼을 주는 공간이었다면, 다솔이가 태어남으로 인해 행복이 넘쳐나는 곳, 사랑이 가득한 곳, 충분한 휴식과 넉넉한 음식이 있는 건강함 그 자체로 바뀌었다. 어릴 땐 흙먼지 날린다고 마땅찮게 생각했던 우리 친정집, 나는 이 곳에서 힌트를 얻어서 이 다음에 다솔이가 좀 더 자라면 흙장난하면서 맘껏 뛰놀 수 있는 집을 선물하고 싶다.

감자를 캐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게 돼도 괜찮다. 아장아장 걷다가 풀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괜찮다. 아침이면 아직 어스름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강아지들에게 냠냠냠 맛있는 밥을 주고, 닭이 횃대에서 내려와 제일 먼저 마실 물통을 채워 주고, 토끼가 밤새 잘 잤는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아이가 꾸는 꿈 속에 무채색 빽빽한 보기 싫은 빌딩숲 보다는 넓고 푸른 숲이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가 그리는 그림 속에 무표정한 사람들이 가득하기 보다는 이름모를 벌레며 달콤아삭 과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다솔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집, 다솔이의 생각이 더 크게 자라는 집에서 우리 가족이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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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5.

눈을 슬며시 뜨고 있지만 다솔이는 자는 중.
우리 다솔이는 몸에 있는 태지는 다 벗겨졌는데
아직 얼굴과 머리에는 태지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태지는 외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인위적으로 떼어내면 안 된다.
아직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에겐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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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4.

태어났을 때 너무 작고 가벼워서 우리 부부는 캥거루 요법으로써
틈만 나면 다솔이를 우리의 배 위에다 올려 놓았었다.
미숙아들을 치료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인데, 아기는 엄마 아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안정돼서 살도 토실하게 붙고 키도 쑥쑥 큰다고 했다.

미숙아는 아니었지만 다솔이를 좀 더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늘상 배 위에서 잠을 자게 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배 위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다솔이는 저 자세를 가장 좋아한다.
폭신(?)한 아빠 배 위에서 콜콜콜 편히 자는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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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3.

매일 퇴근 후에 산후조리원으로 출근하는 아빠는
 다솔이가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작을 수 있는지 경이로움을 금할 수 없는 아빠,

아빠, 아무리 귀여워도 그렇지 이 자세는 너무 힘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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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

얼굴이 간지러운지 속싸개에 폭 싸인 손으로 부비부비 얼굴을 긁적거리고 있다.
이런 모습도 귀엽고 저런 모습도 귀여워서
엄마, 아빠는 어쩔 수 없이 마구마구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찍고나니 한 장 한 장 소중하지 않은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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