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4주에 한 시간 반 동안 등산을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고 또 아찔한데요(지금은 아파트 단지 한 바퀴 돌기도 벅차답니다.), 그 때 등산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저 혼자 하라면 절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겠지만...... . 리솜 포레스트에 놀러 갔을 때 에코-힐링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문 가이드 분과 함께라 가능했을 거예요.
리솜 포레스트의 에코-힐링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9시와 3시 30분에 약 2시간 정도 일정으로 등산을 하는 것인데요, 저희 가족의 생활 습관상 오전 9시에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아서 오후 3시 30분 것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해밀 레스토랑 근처에 에코-힐링 프로그램 출발지가 있어요.
저 길을 따라 올라가게 된답니다.
완벽한 등산 복장을 하고 나타나신 산 전문가 분이에요. 평일이라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저희 가족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다행이었죠. 그래서 아이와 임신부가 있는 저희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꼭 맞도록 천천히 그리고 매우 친절히 리솜 둘레길을 안내해 주셨답니다.
처음에는 씩씩하게 선두로 걸어간 용감한 임신부. 안내 해 주시는 분이 정말 친절했어요.
와! 얼마 안 가서 만난 것은 새집인데요, 새집은 리솜에서 만들어서 나무에 달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만큼 구멍을 막은 것은 새가 직접한 것이라고 해요. 인간이 만들어 준 집을 새가 고쳐서 쓴 셈이지요. 새와 인간의 함작품이에요.
그리고 또 귀여운 다람쥐도 만났지요. 다솔이에게 가까이에서 다람쥐를 볼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신이 났어요. 착한 다람쥐가 그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꽤 오랫동안 포즈도 취해 주고, 충분히 자신을 보여 준 다음에 갔답니다.
으... 그 다음에 만난 것은 소나무인데요, 백 오십 년 이상 된 오래된 소나무인데, 한 눈에도 아파보이죠? 바로 일제 식민지 시절에 일본 사람들이 송진을 체취하기 위해 나무에 상처를 내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래요.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 당시 상처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야~ 이야~ 조금 더 올라가니 어여쁜 빨간 열매를 가진 식물이 나타났어요. 예쁜 것 좋아하는 제가 저건 뭐냐고 물었더니, 가이드 분이 예쁘긴 하지만 독이 있는 식물이래요.
예쁜 겉모습에 현혹되었다간 독이 퍼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되는 거래요. 동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잎사귀에 벌레 먹은 자국도 하나 없이 깨끗하더라고요.
그 옆에 있는 잎에 구멍이 송송 나있는 것과 정말 대조적이지요?
결국 맨 끝으로 쳐지고 말았지만 장하게 잘 올라가고 있는 임신 34주의 저예요.
다솔이가 발견하고 발로 쿵쿵 밟았던, 두더지 굴. 넓고 보드랍고 평평한 땅에는 두더지의 흔적이 있었어요.
다솔이가 계단 오르기 힘들까봐 조금만 경사가 있으면 할아버지께서 다솔이를 안아 주셨는데, 다솔 군 신이 났네요. 할아버지께서 지금까지 헬스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으시니 망정이지 왠만한 할아버지라면 13kg의 아이를 안고 등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저는 원래 산을 싫어하는데요, 나무와 풀, 꽃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면서 오르니 정말 재밌었어요.
아이들 체험 교육에도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손대면 톡! 하고 터지는 물봉선인데요,
오동통 살이 오른 봉오리를 손으로 만지면 톡 터져서 씨를 퍼뜨리게 된대요. 너무 잘 터져서 깜짝 놀랐어요.
이건 벌레들이 점령해 버린 것. 다녀 온지 2주가 넘었는데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을 하다니,
역시 전문가가 해 주신 생생 교육의 효력이 대단하네요.
산에 오르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하시면 돼요. 가이드 분이 공부를 많이 하셔서 꽤 명쾌하게 대답해 주신답니다. 척척박사가 따로 없어요.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시죠?
에구 힘들다, 좀 쉬고 싶다...... 싶을 때 쯤 나타난 나무 그루터기.
이 곳에서 한 숨 돌리면서 쉬었다가 갈 수 있어요. 다솔이와 동요도 부르고,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도 감상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충분히 쉬다가 또다시 산길을 걷게 되는 일정이랍니다. 이제 내리막길로 내려가게 돼요.
내리막길로 내려 오면 별똥카페가 보이는데요,
이 곳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또 한 번 쉴 수 있어요. 에코-힐링 프로그램은 등산코스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도 하고 나무가 뿜어 주는 피톤치드도 마시고 운동도 겸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 않답니다. 그래서 저와 다솔이도 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주말에 오면 뮤직 힐링 공연이 별똥카페에서 펼쳐지니까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공연 일정을 확인하세요.
별똥카페의 안과 밖을 보여드렸어요. 꽤 넓직하지요?
아래에 분수도 보이고, 역시나 눈만 돌리면 하늘, 나무, 산이라 운치있어요.
에코-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시는 시원한 녹차를 마시면서 이십 여분 정도 별똥카페에서 쉬었어요. 의자가 어찌나 편한지 일어서기가 싫었답니다.
이제 1/3 정도의 일정이 더 남아 있어요. 비교적 쉬운 길이에요.
줄기가 화살처럼 생긴 화살나무(정확한 이름이 맞나?)도 만나고
공연장도 지나면서 천천히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은은하게 음악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뭐지뭐지?
위 사진에서 스피커를 찾으실 수 있겠어요?
작은 바위처럼 생긴 이것이
스피커였더라고요. 그래서 숲길을 걸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가 있었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솔방울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요, 이 곳에서는 나무로 만들어 놓은 네모 모양 속에 솔방울을 던져서 넣는 게임을 했어요. 다솔이는 어리니까 가까이에서, 어른들은 조금 더 먼 곳에서 솔방울을 던져 봤는데, 그 중 몇 개가 네모 속으로 쏙 들어 갔어요.
이야이야~~ 솔방울 넣기에 성공한 저희 가족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주셨답니다. 다솔이가 대표로 받았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폭풍 감동을 받았어요.
소원을 담아 돌쌓기를 하고,
저는 작은아이 '달'이가 건강하고 예쁘고 똑똑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오길 기원했어요.
엽서를 써서 넣으면 1년 뒤에 배달해 준다는 느림 우체통도 만났지요.
밤에 남편이랑 둘이 사랑을 담아서, 다솔이에게 서로에게 자신에게...... 일곱 장의 엽서를 썼어요.
이제 에코-힐링 프로그램의 막바지입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촬영장소가 바로 이곳 리솜 포레스트였네요. 시크릿 가든을 열심히 봤던 애청자로서 무척 반갑더라고요. 현빈은 군생활 잘 하고 있는지...... .
앗! 마지막 코스에서 이 나무와 열매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일본에서는 이 열매를 묵처럼 만들어서 먹는다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나요.
그리고 진짜 마지막,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기면 얇게 종이처럼 벗겨지는데요, 이 나무에 대한 설명도 전혀 기억이......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1시간 30분의 등산코스를 임신 34주의 임신부가 완주!! 했다는 기쁨에, 잠시 귀가 닫혀 버렸나봐요. 우후훗~! 그만큼 뿌듯했던 산행이었답니다. 끝나고 숙소에 가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어요.
리솜 포레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 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