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에는 이름난 볼 거리 '문경새재'가 있어요. 꽤 오래 전에 부모님과 함께 가 보고 내내 머릿속으로 좋았었는데...... 하는 기억만 가지고 있다가 시간을 내어 다녀 오게 되었답니다. 너무 오랫만이라 생각하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는데 오히려 훨씬 더 볼 거리가 많아졌고요, 문경시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을 많이 들이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즐거웠어요.
문경새재 도립공원은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서 눈만 돌리면 작품이 보이는데요, 인근 주변에도 즐길 거리가 많지만 제 생각으로는 하루 종일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만 놀아도 하루가 짧겠다 싶었어요. 특히 공원 안에 KBS 드라마 촬영지가 있어서 드라마와 연예인을 좋아하는 저희 가족에겐 정말 재미있는 곳이었지요.
드라마 촬영장은 입구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원래 저희의 계획은 문경새재 제 2관문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다는 것이었지만, 촬영장 앞에서 대기 하고 있는 보조 출연자와 의상차를 보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에요. 딱 봐도 촬영 중인 것이 뻔하니까요.
KBS에서 방송되는 모든 사극은 이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해도 될 만큼 촬영장 앞에는 드라마 포스터가 쫙-- 붙어 있었어요. 얼마전에 인기리에 종영된 '성균관 스캔들'도 문경새재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던데, 박유천과 유아인을 보러 일본팬들이 많이 왔다 갔을 것 같아요. 아궁~ 나도 그 때 왔어야 됐는데...... .
공원 입장료는 없는 대신(주차료는 일반 승용차 한 대에 종일 2,000원 정도 해요,) 드라마 촬영장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받더라고요. 별로 비싸지 않아서 가뿐하게 들어갔습니다.
안내도를 먼저 살피고,
드디어 들어가요!
와!! 들어가자마자 광화문이 보여요! 여긴 경상북도 문경인데요.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규모는 작지만 세심한 촬영장에 우선 감탄을 했고요, 산으로 빙 둘러 쌓여 있는 곳에서 기와집과 (요즘엔 밟기 힘든) 흙길을 만나니 마냥 기분이 좋아졌어요. 공기는 또 얼마나 좋았고요.
어머낫! 광화문 옆에 촬영차가 쭉 서 있는 것을 보니 이번 촬영은 광화문에서 진행되고 있나 봐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공주의 남자'라고 하던데, 그럼 문채원과 박시후를 볼 수 있는 건가요? 흐뭇~
광화문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너무너무 예쁜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어요. 사진을 보니 한복이라도 입고 갔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저와 다솔이가 옥의 '티'네요.
광화문 안으로 들어가니 근정전이 보이고, 한창 촬영 중인 것 같았어요. 궁궐 장면이니 단종이나 경혜 공주(홍수현)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괜히 두근두근.
생각보다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서, 기침 소리 하나도 내면 안 되는 상황이더라고요. 저희 일행 중엔 복병 다솔 군이 있으니 교대로 계단 아래에서 다솔이를 보필하기로 하고, 한 명씩 조심스레 촬영장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어요. 당당하게 들어갔더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더 깊숙하게 들어가서 나중에는 감독님 바로 뒤에 서서 모니터로 등장 인물의 모습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촬영 구경을 할 수 있었답니다.
같은 장면을 진짜 많이 찍더라고요. 제가 봤던 장면은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성군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던 것이엇는데, 대사를 하도 또 하고 카메라를 돌리고 또 돌리고...... 아무래도 아역이라서 만족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번 반복했나봐요.
그럼으로 저는 단종과 수양대군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지요! (보조 출연자 아저씨가 촬영은 하지 말라고 손짓을 하십니다. 깨갱...) 단종 역을 맡은 노태엽 군은 엄마랑 같이 왔던데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잘 생겼고요,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 아저씨는 짐작보다 작으셨어요. 두 사람 외에도 주로 아저씨 배우들만 눈에 띄고~ 제가 원했던 사람은 홍수현, 이민우, 문채원, 박시후였는데 말예요.
흥미진진했던 촬영 현장을 떠나 다른 곳들도 둘러 봤는데요,
곳곳에 볼 거리들이 즐비하더라고요.
앗! 스파이더맨이 나타났네요.
다솔이도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 다니면서 옛 집들을 구경하느라 바빴어요. 아이들 데려 와서 같이 보고 듣고 즐기기에 정말 좋은 곳 같았답니다.
아이들이 뭘 알까 싶어도,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물어 보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느끼고 배웠더라고요. 기와집을 처음 본 다솔이는
처마를 올려다 보며 신기해 하기도 하고,
아궁이와 장독대 앞에서 한참동안 골똘히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혼자서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생각의 지경을 넓혔을 거예요.
자그마한 연못과 앙증맞은 돌 다리가 있어서 올라가 봤는데,
아참! 여긴 드라마 촬영장, 세트장이었지? 돌다리가 아니라 스티로폼 다리였더라고요. 연못에는 잉어들이 유유자적 놀고 있었는데, 저는 혹시나 다리가 부러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답니다.
가 보지는 않았지만 의적 일지매의 산채가 있는 산책로도 있고,
작은 개울도 있었어요.
드라마 찍기엔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조성해 두었더라고요.
다솔이를 따라서 돌계단으로 올라가,
저 멀리 소나무 산을 바라 보는데, 이야...... 모든 시름이 잊혀질 것만 같이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카메라로 다 담아 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진짜 예술이었답니다.
한참동안 앉아서 쉬는데, 한 무리의 보조출연자들이 우르르 걸어가는 것이 보였어요. 이제서야 근정전에서의 촬영이 끝나,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러 이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현장에서 보니 스태프들과 보조 출연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희도 다른 곳으로 좀 이동을 하려고 하던 중에, 다솔이가 손을 잡아 끄는 곳으로 따라가 봤더니 거긴 기방인 듯 보였어요. 창문에 색색깔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다솔이의 눈에 띄었나 봐요. 슬쩍 들여다 보니 그냥 비단 옷들과 물레만 잔뜩.
이번엔 저잣거리로 가 보려고요.
저잣거리를 어떻게 꾸며 놓았을까 궁금해서 갔는데, 앗! 다음 촬영 장소가 저잣거리였나봐요. 보조 출연진들이 대기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옛 옷을 입고 있는 분들이 함께 계시니, 진짜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를 최근에는 보지 않아서 김승유(박시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랐었는데, 다음 촬영이 푸줏간에서 이루어지는 김승유의 촬영이라고 하는 말이 들렸어요.
박시후도 제법 인기가 많은지 서울에서부터 아줌마 팬들이 내려 왔더라고요. 그 분들 앞에서 '나는 박시후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뒤통수가 따갑게 눈총도 받았는데요, 연예인들은 지극정성 팬이 있어서 참 좋겠어요.
다솔이와 함께 나무도 많이 보고, 흙도 만지고, 돌도 던지며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던 문경새재 KBS 드라마 촬영장, 볼 거리가 정말 많으니 1박 2일 정도로 계획 세우셔서 가족들과 함께 뜻깊은 추억을 만드시길 권해 드려요. 가을에 떠나면 선선해서 더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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