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 키나발루 산이에요. 코타키나발루의 어원이 코타 + 키나발루인데, 여기서 키나발루가 산의 이름이니 키나발루산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얼마나 멋있기에 도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했을까 기대도 컸답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같이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섬이나 바다에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것만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러나 여행에서 도시의 상징물이자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키나발루산을 빼놓는다면 찐빵 속에서 팥을 골라낸 것과 같은 상황! 이미 코타키나발루를 여행하고 온 저는, 일정 중 꼭 키나발루산에 올라 볼 것을 권해드려요. 키나발루산에는 우리의 짐작과는 조금 다른, 생각 그 이상의 특별함이 존재하거든요.
키나발루산은 해발고도 4,101m로 동남아시아 최고봉으로 알려 져 있어요. 히말라야를 오르기 전 필수 연습 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는 곳이라 산악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지요. 그래서 제가 '키나발루산에 다녀왔다'고 말씀을 드리니 여행 가방에 등산화, 등산복을 챙겨 갔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키나발루산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물론 키나발루산 정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2박 3일 정도가 걸리기에, 미리 산속 숙소와 가이드, 포터를 예약하는 등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저처럼 하루만에 '키나발루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세 가지'를 야금야금 맛있게 즐기는 데에는 반나절이면 충분하고 편한 차림의 옷과 모자, 운동화 정도로도 거뜬하지요.
본격적으로 키나발루산을 만나기 전, 나발루 전망대에서 본 키나발루산이에요. 전망대에 그 흔한 망원경 하나 없을 정도로 키나발루산을 가깝게 볼 수가 있는데요, 날씨가 맑으면 키나발루산의 산새가 한눈에 다 보인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갔을 땐 하늘이 무심해서 먹구름 살짝 끼었더라고요. 덕(?)분에 많이 무덥지 않아서 여행하기에는 좋았으나 화려하고 장엄하다는 키나발루산을 자세히 볼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답니다.
키나발루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하나,
난공원에서 즐긴 힐링.
MOUNT KINABALU BOTANICAL GARDEN
개장시간 : AM 9:00 ~ PM 1:00
PM 2:00 ~ PM 4:00
(3시 40분까지 입장 가능)
입장료(외국인) : 어른(18세 이상) RM5
어린이(18세 이하) RM2.5
모두 둘러 보는데 보통 40분 정도 소요 됨.
초록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나 싶게, 키나발루산 난공원은 저를 아이처럼 들뜨게 만들었어요. 초록 식물들이 한낮동안 내뿜는 피톤치드가 저에게로 와 쏙쏙 흡수 되는 듯, 머리는 청량해지고, 숨쉬기는 편안해지며, 걸을 수록 발걸음은 더 가벼운... 이런게 산림욕의 힘인가요? 더운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나무들 덕에 난공원 안에서는 계절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시원했고요, 난(蘭)공원인데 비해 난초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긴 했지만 곳곳에 피어 있는 색색깔의 꽃과 풀들이 저를 쉼없이 재잘거리게 했답니다.
난공원은 걷기 편한 산책로로 만들어 져 있어서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두루 걷기에 편한데요, 보통 40분 정도면 한바퀴를 휘리릭 둘러 볼 수 있어요, 개울도 흐르고 있었지만 땅 속 여러 줄기로 물이 흐르는 듯 여기저기에서 이끼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어머낫! 이 큰 꽃은 뭐지??? 이것은
라플레시아라고 하는 꽃인데 꽃잎 한 장의 폭이 1m 이상, 무게는 10kg이상이나 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에요. 커다란 꽃이라 희귀하긴 하지만 냄새가 지독해 벌레들이 꼬이고 꽃이 질 때 색깔이 까맣게 변해버리는 등.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요. 키나발루산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이라고 해도, 라플레시아는 9~12개월 정도를 봉우리로 있다가 일주일 정도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것은 어려워요. 난공원에 있는 라플레시아 모형을 보여드리려고 사진으로 찍어 왔답니다. 실제로 저 만큼 클 수도 있다니 정말 거대하지요?
키나발루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둘,
캐노피에서 즐긴(?) 스릴.
캐노피 워크
입구에서 835m 떨어진 곳에 위치.
개장시간 AM 9시 ~ 4시
입장료 RM5
카메라 입장료 RM5
키나발루산 캐노피 워크를 체험하기 전에는, 산은 그저 산에 불과한 줄 알았어요. 산행을 하면서 아름드리 나무를 즐기고, 산이 우리에게 내뿜어 주는 신선한 공기를 즐기고 유유자적하며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값진 땀방울에 만족하는 것이 산을 즐기는 전부인 줄 알았었답니다. 키나발루산 캐노피 워크를 체험하기 전까지는요...... .
키나발루산 아래에서 835m를 오르면 캐노피 워크가 나오는데요, 경사가 별로 가파르지도 않고 길도 괜찮아서 운동화만 잘 신었다면 무리없이 캐노피까지 오를 수 있어요. 키나발루산에서는 서양인들을 아주 많이 만났는데 언뜻 보기에도 80대 같았던 어르신들도 거뜬하게 등산을 하셨어요. 키나발루산을 오르면서도 저는 난공원에서의 들뜬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여전히 재잘재잘 아이 처럼 천방지축이었는데요, 저희 일행에게 산행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가 흠짓!! 마음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캐노피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보는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게 바로 캐노피예요. 지상 41m, 길이 157m의 흔들다리.
말이 지상 41m지 저 위에 서 보지 않은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래는 까마득~ 머릿속은 아찔~ 도저히 발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선 채로 얼음이 되게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캐노피가, 키나발루산의 또 하나의 선물(?)이랍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 준비를 하면서 캐노피를 왜 찾아 보지 않았겠어요?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키나발루산 캐노피 워크는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있는 재미있는 흔들다리였는데요, 놀러코스터를 식은 죽 먹기로 타는 제가, 번지점프를 아무 망설임 없이 뛰었던 제가, 캐노피 위에서는 거의 죽다 살아 났네요. 진짜 달리 표현할 방법 없이 말 그대로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 바로 캐노피 워크입니다.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을 땐 다리가 그렇게 후덜덜 떨릴 줄은 몰랐었는데요, 막상 제 차례가 다가 오고 캐노피를 건너야 할 상황이 되자 진짜 어떻게 건너야할지 난감하더라고요. (사진 속 제 모습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제 심정이 느껴지시나요?) 겨우 20cm 남짓 되는 나무판에 의지해서 걸어야 되는데 나무판이 흔들흔들 금방이라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그물망 위로 튕겨져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몹쓸 상상이 범벅이 되어, 밧줄을 잡는 손과 어깨에 얼마나 힘이 들어 갔던지 담이 걸릴 지경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롤러코스터는 기계가 움직여 주는 것이었고, 번지점프는 딱 한 번만 용기를 내면 되는 아주 쉬운(?) 것들이었네요. 반면 키나발루산 캐노피는 절정의 두려움 속에서 제 의지로 발을 내딛여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네 번씩이나......!!! 비슷한 길이의 캐노피 네 개가 주르륵 이어져 있어서 캐노피 워크를 한 번 시작했으면 네 개를 다 건너야 한답니다. 중간중간에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쉽터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키나발루산 캐노피 워크로 인해 겁쟁이로 판명이 난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캐노피 워크를 신나게 즐기는 듯 보였어요. 저는 꽥꽥~ 꺅꺅~~ 비명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런 저를 비웃는 무리들이 많았다는 주위의 증언들. 다들 속으론 어땠는지 몰라도 이 날 캐노피 워크를 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꽥꽥이는 저 혼자밖에 없었거든요. 햇볕도 없었는데 선그라스를 끼고 있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캐노피는 한 번에 6명씩 건너도록 안내 돼 대부분 자신의 일행들과 함께 건너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재밌게 잘 건너가신 캐노피, 그러나 저에게는 정말 무서웠던 캐노피 워크. 41m의 캐노피 위에서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키나발루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셋,
포링 온천에서 즐기는 휴식 .
포링 온천
개장시간 AM 9시 ~ PM 6시
입장료 : RM15
유아풀, 개별 자쿠지있음.
캐노피 워크를 체험하고 내려 온 후 포링 온천을 즐기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두려운 마음으로 캐노피를 건너느라 경직되었을 근육들을 풀어주고, 반나절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쌓인 피로도 확 풀 수 있을테니까요. 생각보다 훨씬 더 잘 관리 돼 있는 온천은 물이 맑고 깨끗해서 무척 많은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어요. 저희가 키나발루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오후 세 시 정도였는데, 한낮의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뜨뜻한 온천욕을 즐겼어요. 키나발루산은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갑자기 흐려질 때면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는데 그 때 섭씨 50도의 유황 온천인 포링 온천이 빛을 발할 것 같아요.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며 온천욕을 즐기는 부류는 대부분 서양사람들이었고요,
태양을 살짝 피하면서 온천욕을 즐기는 부류는 대부분 동양 사람이었어요. 지붕이 있는 온천장은 발만 담글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간이 온천장인데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들은 족욕 만으로도 기분 좋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키나발루산은 시내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므로 키나발루산이 주는 세 가지 선물(난공원, 키나발루산 캐노피 워크, 포링 온천)을 다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침 일찍 서두르시는 것이 좋아요. 등산복을 준비할 필요는 전혀 없고 편안한 옷차림과 운동화는 필수랍니다. 키나발루산이 주는 힐링, 스릴, 휴식을 체험하실 준비가 되셨나요?
이 글은 하나투어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