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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늘 깨닫는 사실이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인 것 같다.

우리의 몸은 참 신비해서 특별한 상황이 되면 그에 맞게 스스로 변화를 하는데, 임신을 하게 되면 여자의 몸은 참 아름답게 변한다. 가슴과 엉덩이가 더욱 봉긋해져 지금껏 가장 여성스러운 체형을 가지게 되고 제모가 전혀 필요없게끔 팔, 다리에 있던 모든 털들이 사라진다.(나는 원래부터 팔, 다리 제모는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머리숱이 많아져서 삼단 같은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머리카락이 가늘고 힘이 없었고 머리숱도 적었다. 엄마의 머릿결을 그대로 닮았는데 때문에 엄마는 늘 입버릇 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다. '너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서 그렇지 결코 머리숱이 적은 것은 아니야. 머리카락만 굵었으면 감당 못할 만한 머리숱이야.' 당신을 닮은 머리카락이 못내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그래도 머릿결 만큼은 내로라할 만 해서 숱은 적었지만 찰랑찰랑 아주 보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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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게 되면 열 달 동안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고 윤기도 생겨서, 배가 나오기 전(임신 6개월쯤)까지는 생애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피부도 좋아지지, 몸매는 에스라인이 되지, 쓸 데 없는(??) 팔, 다리 털은 사라지지, 게다가 머리카락은 삼단같이 고와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머리카락을 차곡차곡 쌓이게 하여 탐스러운 머리숱을 만들어 주었던 그 마법이 출산과 동시에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출산 후 일정시간(보통 백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자고 나면 베갯잇을 가득 덮은 머리카락 때문에 심란하고, 머리를 감을 때 마다 쑥쑥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괴롭다.

임신&육아 책에서 보니 출산 후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일시적으로 머리숱의 30%(!!!!!)가 빠진단다. 그동안 빠지지 않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기도 하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니까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손에 한가득 잡히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호,혹시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닐 지 정말 걱정스럽다. 나도 임신 초기부터 출산을 하면 으레 탈모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예사로 넘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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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빠지는 것이 무서워서 샴푸를 좀 좋은 것으로 바꾸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베르데 내츄럴'에서 나온 허벌 샴푸를 쓸 수 있게 됐다. 베르데 내츄럴사는 자연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 왔는데 나만 몰랐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유명한 회사라고 한다.

베르데 내츄럴의 제품은 두피에 좋은 에스피노질리아, 네틀, 알로에베라 등의 자연원료를 사용함으로써 화학성분이 가져오는 모낭제거, 건조모발, 갈라짐 등의 두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두피를 청결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모근을 자극하여 탈모까지 예방할 수 있어 두피 건강을 좋게 만드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한다.
제품을 받게 되자마자 개봉을 하여 머리를 감았는데, 천연 성분이기 때문에 보통의 샴푸보다 거품이 덜 생기는 특징이 있었다. 머리카락을 적신 상태에서 손에 샴푸를 덜어 비빈 후 손가락 지문부분을 이용하여 두피를 마사지 한다. 보통 머리를 감을 때 물로 바로 헹구곤 했는데, 이 제품은 두피 마사지 후 4~5분 동안 그대로 나둔 후 물로 헹구라고 했다. 사용 설명서가 시키는 대로 해 봤더니 두피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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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머리를 감을 때에도 머리카락이 한 웅큼 빠졌는데, 꾸준히 천연 성분으로 두피를 마사지 하면서 건강하게 관리 해 주면 탈모가 덜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기대감이 생긴다. 호르몬의 장난질이 중단되고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났을 때, 베르데 내츄럴 허벌 샴푸로 관리 해 준 내 머릿결이 다시 삼단 같이 고와질 수 있을까? 나는 왠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품질에 대한 입소문은 그냥 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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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지 잠시 궁금했으나 호기심 보다는 피곤함이 더 컸기에 그냥 잠자코 누워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니 다솔이 특유의 '에...... .' 소리가 들린다. 옹알이를 시작한 다솔이가 자기만의 언어로 말을 하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직감으로 번역하자면 '엄마, 좀 도와주세요' 정도였을까?

다솔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황급히 몸을 일으켜 아기 쪽을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창 뒤집기에 맛이 들린 다솔이가 자다 말고 일어나 벽에 '쿵' 머리까지 박으면서 몸을 뒤집은 후, 다시 돌아 눕지 못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낑낑대면서 나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니 씩 웃는 다솔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자다말고 한바탕 놀아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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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전후로 아기들은 뒤집기를 시도한다. 정확히 말하면 옆치기인데, 누워 있다가 차츰 몸을 옆으로 세우는 연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다리와 팔의 힘으로 배를 바닥에 붙일 수 있게 된다. 나는 다솔이가 백일이 넘도록 뒤집을 시도를 하지 않아서 슬슬 심심해지려던 참이었는데, 몸이 배배 꼬이면서 옆으로 누워 노는 다솔이를 손으로 몇 번 엎치게 만들었더니 어느새 스스로 엎드릴 수 있게 됐다.

한 번이 어렵지 스스로 엎드리기에 성공하게 되면 이때부터 아기들은 신들린 뒤집기 실력을 자랑하게 된다. 육아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도 아기가 하루종일 낑낑대면서 뒤집기를 하는 통에 안쓰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는(아기에게서 시선을 떼기가 힘들기에) 어떤 엄마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다솔이도 몸을 뒤집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온종일 왼쪽, 오른쪽으로 몸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엎드려서 팔로 온몸을 지탱하고 머리를 드는 것이 아직은 힘든 탓인지, 다솔이는 침을 질질 흘리고 어떨 땐 괴성을 지르고 정말 힘들 땐 토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좀 쉬라고 편안하게 뉘여 놓으면 힘들어도 뒤집기 만큼 재밌는 놀이가 없다는 듯 금세 또 엎드려 버려서 요즘엔 다솔이의 근처를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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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솔이는 스스로 엎드릴 수는 있지만 다시 돌아 누울 수는 없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면 돌려줘야 되는데 돌려 놓기가 무섭게 다시 엎드려 버리는 다솔이, 이 신들린 뒤집기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뒤집기 다음엔 배밀이, 그 다음엔 혼자 서기, 그 다음엔 걷기를 하게 된다는데 우리 다솔이가 너무 빨리 자라버릴까봐 괜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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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좋은 엄마 되기' 공부를 시작했다. 임신&육아관련 책을 기본으로 하여 EBS나 기타 방송국에서 보여 준 육아 관련 방송을 참고서 삼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필수 과목이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문제아의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잘 기르기 위해서는 더더욱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많이 해 줘서 부모와 바람직한 애착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고, 어린 시절부터 되도록 자주 엄마가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알아 듣든 그렇지 않든 말을 많이 걸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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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몇 년 동안 계속 됐던 아이의 문제적 행동이 전문가의 진단 후 단 며칠, 심할 경우 몇 주 만에 해결됐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자기 자식을 제대로 기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주지 않고 자녀 교육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자녀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육아 공부를 해 보니 엄마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공부가 필요했다.

다솔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어느 정도 끝마친 다음에는 임신 기간 내내 공부했던 것을 실천에 옮겼는데,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려고 몸짓을 동반한 노래를 자주 해 주려고 특히 노력했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엄마께 다솔이를 맡겨 두고 거실에서 소설을 읽으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오랫만에 나 혼자서 간식으로 군고구마와 우유까지 먹으면서 자유(?)를 만끽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소설의 내용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방에서 엄마가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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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다솔아, 이것은 뭐지? '해',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 다솔아, 이것은 누구일까? '엄마', '엄마 앞에서 짝짝꿍, 아빠 앞에서 짝짝꿍...... .

엄마는 내가 가져간 아기용 그림책, '무엇일까, 누구일까'를 가지고서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중이셨는데 그림책을 보고 거기에 나오는 대상을 먼저 읽어 주신 후 그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꾸며서 해 주시거나 그림과 관련된 노래를 찾아서 노래를 같이 불러 주시는 방법으로 놀아주고 계신 것이었다.

내가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던 이유는 엄마께서 다솔이에게 해 주시는 방법 그대로, 어쩌면 노래까지 똑같이 내가 다솔이에게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과 이야기와 노래를 엮어서 놀아주는 방법이라 내가 개발하고도 참 기특하다고 하던 참이었다. 엄마께서 보시는 앞에서 다솔이와 내가 논 적이 없는데 엄마는 어떻게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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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배운대로 다솔이를 교육시키고 있었다고 굳게 믿었었는데, 알고보니 어린 시절 엄마가 나를 교육시켰던 그것이 잠재돼 있다가 나온 것이었다. 그것도 나는 1절 밖에 모르는 동요들을 엄마는 2절 3절까지 다 꿰고 있으셨으니 당연히 엄마가 나보다 한 수 위셨다.

나를 포함한 요즘 젊은 엄마들은 일찍부터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 열성적으로 교육 관련 자료들을 찾아 따라하기 바쁘다. 그런 자료들이 부족했던 시기에 자녀를 기르셨던 우리 윗세대 어른들의 교육 방침을 못 미더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길러 내신 분들은 우리 부모님들이시고 지혜는 말할 것도 없으니와 경험까지 풍부한 분들도 우리 부모님들이시다. 우리가 아무리 똑똑한 척 해 봐야 부모님의 연륜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나중에 내가 엄마는 어떻게 동요를 그렇게 많이 아시느냐고 언지시 여쭤봤더니,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초등학교 음악책을 얻어다가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셨단다. 우리가 아는 것을 이미 부모님들은 다 알고 계시니, 젊은 엄마들 할머니를 우습게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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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멀리 미국땅에 가서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해외를 그것도 미국에를 간다고 했을 땐 다들 좋아했겠지만 김태호 피디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무한도전 팀은 그곳에서 정말 비행기삯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찍어왔다. 방송을 보니 정말 그랬다.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비빔밥 알리기에, 달력 찍기, 갱스 오브 뉴욕 등등 엄청나게 강행군을 한 것 같았다.

다른 오락 방송에서는 해외촬영을 빙자해서 그동안 고생해 준 출연진들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셈 치던데, 무한도전은 보는 내가 더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찍어 온 것 같았다.


무한도전에서 길이 한 이야기이다.

다들 하루에 두세시간씩 자고 촬영하러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날씨도 춥고 피곤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날도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두시간 남짓을 잔 후 다시 나가야 되는 일정이었단다. 길과 유재석이 방을 같이 썼는지 유재석이 길에게 출출하다며 뭘 좀 먹고 자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둘이 같이 부엌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는데 2층보다 훨씬 더 추운 그곳에서 카메라맨 한 명과 피디 한 명이(밤에 테이프를 점검하고 연기자들을 지키기 위해 스테프 두 명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섰단다.) 파카만 입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대부분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우선 나부터 힘들어 죽을 지경인 상황이고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으러 간 때였으므로 맛있는게 있는지 찾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유재석이었다면 톱스타인 내가 그 상황에서 스태프까지 챙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러나 유재석은 역시 달랐다.



유재석은 파카만 입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스태프를 본 순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고 한다. 자기들 때문에 편한 잠자리에 자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자게 해서, 이 힘든 상황이 정말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모두들 힘든 상황에서 유재석의 눈물이 도화선이 되어 길을 포함한 네 명의 남자가 서로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며 그 밤을 보냈다고 했다.

무한도전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은 새내기 길은 유재석의 눈물을 보고 나서, 비록 한시간만 자고 다시 나가서 찍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하리라 다짐을 했단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한 회, 한 회를 유재석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5년 동안 계속해 왔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재석이 우리나라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또 한 번 알게 됐다. 최고이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겸손히 촬영에 임하고 무한도전의 출연진 모두를 이끌어가야 되는 위치에서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그가 어찌 최고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피곤함을 더 먼저 발견하고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유재석, 아마도 당분간 그가 우리나라 최고임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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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기는 케이블 방송 중에는 연예인들의 옷차림과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의 전체적인 조화를 평가해 주는 것들이 있는데 노홍철이 진행(!!)하는 '트렌드리포트 필'이 그런 부류다.

공식적인 행사에 초대된 연예인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그 장면을 방송 진행자들이 찬찬히 훑어 보면서 연예인이 입은 옷의 브랜드명과 대략적인 가격 등을 말해준다. 또한 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무엇무엇이 잘 되었고 잘못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데 전문가들의 평이라 그런지 듣고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아무래도 요즘은 시상식이 많은 연말이라서 그런지 여배우들의 드레스를 주제로 하여 잘 입은 드레스와 못 입은 드레스를 평가해 주는 내용이 많았다. 나 같은 일반인이 결혼식 때 말고 드레스를 입을 일이 또 어디있겠냐만 예쁜 여자 연예인을 보는 재미로 그림의 떡을 구경했다.

여자 연예인들은 영화제나 시상식이 있기 만을 기다렸던 것 처럼 한 해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너나할 것 없이 파격적인 노출 의상을 선보였는데 역시나 예쁘긴 정말 예뻤다.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나도 예쁘고 근사해서 감탄을 하면서 보고 있노라니 진행자들은 어김없이 드레스와 액세서리의 가격을 읊어준다. A양이 입은 B사의 드레스는 5천만원대이며!!! 포인트로 한 블링블링한 귀고리와 반지 등의 액세서리는 모두 다해 억대란다.


시상식 때 여배우들에게 드레스를 협찬해주는 이유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고 유명한 여배우들이 입은 것은 그 다음날이면 완판이 된다고 하던데, 수천만원이 넘는 드레스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진짜 궁금했다. 그 보다 더 궁금한 것은 대체 그 드레스를 입고 어디에 가느냐인데, 역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것 같다.

대다수의 여배우들은 앞섶이 깊게 파져서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덮고 있는 드레스를 양면테이프로 고정한단다. 이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됐지만 처음엔 당연히 드레스 자체에 고정 기능이 있는 줄 알았다. 아찔한 모양의 드레스이지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단단한 고정 장치가 돼 있어서 그 옷을 입고 맘껏 춤을 춰도 원치 않는 노출 사건이 생기지는 않을 줄 알았었다. 왜냐하면 옷 값이 너무나 비싸니까 말이다.

명품 가방은 속을 꽉 채우지 않아도 모양이 늘 한결같이 잡혀있고, 명품 구두는 아찔한 높이의 굽을 신어도 발이 아프지 않으며 명품 드레스는 입고서 널뛰기를 해도 벗겨지지 않는 것인 줄 알았었는데, 그래서 비싼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수천만원 짜리 옷을 입으면서 양면 테이프로 드레스와 맨살을 붙이는 광경이라니! 잠시 생각해봤는데 참 우스꽝스러운 것 같다. 겉보기엔 우아한 백조가 물 밑에서는 빠른 발길질을 하듯, 살을 에는 추위를 참으며 영하의 기온에 홑겹 드레스만을 입으며 고운 미소를 지어야 하다니. 가슴이 드러날 듯 말 듯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서 한 껏 포즈를 취하지만 사실은 온통 양면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니.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웃고 있는데 귓가로 또다른 여배우의 옷차림을 설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C사의 드레스 3천만원대, 클러치 5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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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날이 오긴 오네요. 제왕절개 수술로 다솔이를 낳고 입원을 하고 산후조리원에서 4주를 보내고 친정에 다니러 갔다가 유선염 세번을 경험하고 나니, 다솔이가 백일을 맞았어요. 백일의 기적이라더니 요즘은 정말 아기 돌보기가 수월하답니다. 지긋지긋하고 무섭기까지 하던 유선염이 괜찮아지고 나니 이젠 정말 살 것 같네요. 다솔이는 꽤 의젓해져서 별로 울지도 않고 배고프지 않게 젖만 잘 주면 하루 종일 울 일이 없어요.


애교도 어찌나 많이 늘었는지 조금만 놀아주면 방긋방긋 웃음이 떠나질 않고 조금 더 과장해서 웃기면 꺄르르르 숨넘어가는 웃음 소리로 엄마 아빠의 애간장을 녹인답니다. 아기를 낳게 되니 어느새 고슴도치가 돼 세상에서 우리 아들이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네요.


백일이 약간 지난 오늘 집 근처 사진관에서 백일 앨범 사진을 찍었어요. 차만 타면 잠이 들어 버려서 사진 찍으러 가는 십여분 동안 내내 쿨쿨 자고 사진관에 도착해서도 잠에서 깨질 않았는데 토닥토닥 등도 두드리고 볼도 살살 만져주었더니 방긋 웃으며 일어나는 것이에요. 다솔 아빠가 아기를 안고 사진관 풍경을 구경시켜주고 다른 친구들 사진 찍는 것도 구경하면서 잠을 깨운 후에 다솔이를 주인공으로 한 사진 촬영이 시작됐답니다.


네 가지 배경으로 이루어진 사진 촬영 내내 아기 모델 분위기를 풍기면서(콩깍지가 심하지요?) 좌중을 압도 하더니 원래 계획에 없던 가족사진에 까지 방긋 웃어주었어요. 사진관 관계자분들 말씀이 다른 아기들보다 체력이 좋아서 오랫동안 좋은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칭찬도 받았지요. 아기 모델로 데뷔시켜볼까 하는 욕심이 조금 생기기도 했는데 정말 그래도 될 지는 다음 번 글에서 검증을 받아볼게요. 오늘은 덤으로 찍은 우리 가족사진을 올려봅니다. 보정없는 원본 사진이에요. 제 얼굴이 맘에 안들어서 뽀샵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만, 그냥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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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사진을 찍고서 힘들었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 자기 시작해서 다섯시간을 푹 잤는데 조금 전에 일어나서 아빠하고 또 놀고 있어요. 아무것도 한 것 없는 우리도 함께 골아떨어졌으니 아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도 나중에 백일 사진보고 웃으며 이야기 할 날이 오겠죠.


다솔이의 백일을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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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게 되면 여자들은 엄마들에게서 참 많은 당부를 받는다. 남편에게 내조는 어떻게 해야 하며 시부모님 봉양은 어찌 해야 되는지 등등등. 결혼 날짜를 잡고 나서부터 엄마는 '행복한 가정 꾸리기' 강좌 쯤 되는 이야기들을 틈만 나면 하시더니, 드디어 결혼식 하루 전이 되자 내 손을 꼭 잡으시곤 마무리 특강을 하셨다.

결단코! 집에 있을 때 남편의 늘어진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지 말것이며, 식탁 위에 남은 밥이며 반찬들을 탐하지 말지어다.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눈 딱감고 버릴지어다, 버릴지어다, 버릴지어다.

결혼 전날 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웃었던가 울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내 평생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거라는 호언장담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멀쩡한 내 옷 놔두고 뭣 하러 남편의 옷을, 그것도 늘어진 티셔츠를 주워 입겠으며 이미 식사를 마쳤으면 당연히 배가 부를 것인데 왜 먹다 남긴 반찬을 아구아구 먹는단 말인가. 아마도 강좌의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상견례 이후 6개월 뒤에 결혼을 했다.) 엄마께서 더이상 하실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땐 몰랐다. 그 이야기를 왜 결혼 전날 '특강'으로 하셨는지를...... .



흔히들 여자들이 결혼과 동시에 아줌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여자들은 다르다. 결혼을 한 이후에도 여자들은 아가씨 때와 별로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욱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 화려해지고 더 예뻐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가씨가 아줌마로 둔갑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이후부터이다.

...... .

맛있는 저녁 시간. 맛깔나게 무쳐놓은 시금치 나물과 오징어채, 얼큰하게 끓여 놓은 돼지고기 김치찌개, 몸에 좋은 샐러드와 땅콩, 호두가 듬뿍 들어간 콩자반, 없으면 허전한 계란 말이와 구운 김, 친정에서 공수해 온 갖가지 김치들을 잔뜩 차려 놓고 냠냠 쩝쩝 행복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중반으로 치닫는 순간 나는 빠르게 다른 사람들의 밥그릇에 남아 있는 밥의 양과 반찬의 양을 비교해 보았다. 이 정도라면 얼추 밥과 반찬의 비율이 비슷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며 안심했는데 아뿔싸 식사 종료. 반찬들이 또다시 애매한 숫자로 남아서 내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금치 나물과 오징어채는 반줌씩, 샐러드와 콩자반은 한 숟가락 정도, 계란 말이 세 개과 김 몇 장, 김치 몇 조각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민망한 양 만큼 남아 있었다. 럴수럴수 이럴수! 남편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밥도 두 숟갈 정도를 남겼다. 나 또한 이미 배불리 식사를 마친 상황이었기에 정말 기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른 배를 두드리며 모두 식탁을 떠난 순간 나는 '2차'로 남은 반찬 싹쓸이에 들어갔다. 모든 접시들이 비워지는 것은 한 순간이요, 내 뱃살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은 숙명이다.

어쩔 수 없는 아줌마 본능으로 밥상을 싹쓸이 하고 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 왔다. 정말 내가 아줌마가 됐구나 싶었다. 물론 밥상 싹쓸이는 이미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이런 감정의 쓰나미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늘어진 티셔츠도 입게 됐냐고? 임신 이후 더이상 맞는 옷이 없어질 무렵부터 나는 은근 슬쩍 남편의 오래된 티셔츠를 탐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다솔이가 토하고 침흘려 얼룩덜룩 해 진 남편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소중한 내 옷에 다솔이가 토하는 것은 싫으니까? 아, 귓가에 설경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쯧쯧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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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력(?)을 다해 화장을 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원래부터 머리 손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생머리일 때도 파마 머리일 때도 그저 드라이어로 젖은 머리만 바짝 말리는 것으로 외출 준비는 끝이다. 머리 모양을 예쁘게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어색해지고 엉망징창이 됐기 때문에 머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됐을 수도 있고, 어쩌면 화장에 들이는 공과 시간이 너무 많아서 머리는 대충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당연히 미용실에 가는 것은 연중 행사요, 단골을 지정해 두지도 않는다. 맘 내키는 대로 A매장에도 갔다가 B매장에도 가는데 솔직히 내 눈에는 A나 B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1mm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미용사들이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겠지만 문외한인 내 눈에 그 정도의 경지가 보일 리 없다. 아무튼 여러 가지 사정상 1년 하고도 6개월 동안 미용실에 가지 못해서 부스스를 넘어서 초라해 보이기 시작하여 오랫만에 미용실을 찾게 됐다.

그동안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길어 버려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큰 맘 먹고 단발로 싹둑 자르기로 했다. 머릿속에는 가인을 떠올리고 있지만 그녀를 닮기엔 너무 넓데데한가? 미용사 언니가 나는 힘없는 머릿결에 볼품없는 머리숱의 소유자이기에 머리를 자르고 볼륨매직을 해 줘야만 예뻐보일 수 있다기에 전문가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고 장장 세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미용실에 붙들려 있어야만 했다.


목선이 드러나는 단발 머리에 볼륨 좀 줄 뿐인데 세 시간이 넘도록 지지고 볶고를 해야 한다니 좀이 쑤셔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곳곳에서 풍기는 파마약 냄새 중화제 냄새에 눈이 빠지고 몸이 배배 꼬여 꽈배기가 될 무렵, 그런 내 모습이 안 쓰러웠는지 차 한 잔과 함께 두툼한 잡지책이 전달 돼 왔다. 그나마 읽을 거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대충 그림만 보며 휘리릭 넘기다가 '트로피 와이프'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우리 말로 해석하면 '상 부인'쯤 되는 말인가? 호기심이 생겨 내용을 읽다가 나는 머리를 만 채 미용실 천장을 뚫고 날아갈 뻔 했다. 잡지책은 아무렇지도 않은 심상한 말투로 설명을 해 주었는데, 트로피 와이프의 뜻은 다음과 같다. 여러 번의 이혼을 경험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어느 정도 나이도 들고 인정도 받게 되자 그간의 수고를 보상 받듯 트,로,피 처럼 미혼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 하는 것이란다. 이 무슨 빵꾸똥꾸 같은 말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늙으막하게 처녀 장가를 가는 것을 미화시켜서 이런 표현을 쓰는가 본데, 나이 차이가 상상초월이었다. 열 두 살 연하는 기본이고 어떤 80대 재벌은 63세 연하(절대 오타 아님)를 '상 부인'으로 받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단다. 외국 배우들의 사례를 먼저 나열하다가 우리 나라 배우들도 몇몇 거론이 됐던데 그 분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여기다 옮기지는 않겠으나 좀 심한 듯 했다.


그냥 사랑해서 결혼하다 보니 나이 차이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이혼을 한 명예와 재력을 갖춘 남성이 상으로 미모의 미혼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라니, 누가 지어낸 말인지 참 나빴다. 63세 연하와 결혼을 했다는 80대 할아버지를 비롯한 외국 배우들이야 우리 나라 잡지를 사서 읽을 리가 없으니 괜찮다쳐도 우리 나라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여 이런 빵꾸똥꾸같은 기사를 써 놓은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화가나겠나. 특히 아내들이 이 잡지를 본다면?

미용실에서 우연히 알게 된 '트로피 와이프'라는 단어를 내 인생 최악의 단어로 지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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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공감백배, 감동백배를 얻게 되는 '롤러코스트'의 남녀 생활 백서에서 나온 내용이다. 여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에 감정이입을 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크게 웃는 것과는 별개로 여자 주인공의 모든 것을 제빨리 스캔하는 능력이 있단다.

슬픈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여자 주인공의 머리 모양, 화장법, 옷 스타일, 들고 있는 가방, 구두 굽의 모양 등을 순식간에 다 파악을 하면서, 여자 주인공이 지난회 비해 살이 더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요즘 무슨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단다. 동시에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외출 준비로 화장을 할 수도 있으니 남자들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여성들만의 기술이다.

지난 번에 '지붕뚫고 하이킥'의 두 여인 황정음과 신세경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의견 차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남자들은 청순하고 참해 보이는 신세경을 더 많이 좋아하는 것에 비해 여자들은 세련되고 옷 잘 입는 황정음의 손을 더 많이 들어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참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


그런데 여자들이 신세경의 청순한 매력을 무시하지 못하고 때때로 그녀처럼 차분한 듯,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숭을 떠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황정음의 애교 공세에 깜빡 넘어가게 된다.

나는 하이킥에서 신세경 보다는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황정음이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 시트콤을 볼 때면 황정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스캔하면서 그녀의 스타일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다. 얼마 전 케이블 재방송으로 '우리 결혼했어요'를 봤는데 예전 같았으면 채널을 돌렸겠지만 황정음의 스타이리을 복습(?)해야 됐기에 그 방송을 매우 자세히 보게 됐다.

내가 본 방송에서는 세 커플들이 모여서 운동회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실제 연인 사이인 황정음-김용준은 단연 다른 커플들 보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황정음은 실제로도 애교가 많은 성격인지 다른 커플들과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도 자연스레 김용준의 어깨에 매달리거나, 기대거나, 허리를 껴안거나 손을 잡거나, 대롱대롱 업혀 다녔다. 그녀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도 여전했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황정음 보다 신세경 쪽에 더 가까워서(물론 외모는 어느 쪽도 아니다.) 애교의 'ㅇ'도 모른 채 살아 왔다. 학창시절엔 무슨 까닭에서인지 감정이 표정에서 읽히는 것은 굴욕이라고 생각해서 얼굴도 늘 무표정이었으며 소리내어 웃지도 않았다. 그러다 감정 표현 잘 하는 'B형에, 곱슬머리에, 왼손잡이에, 외아들인' 남편을 만나서 그나마 많이 나아졌지만 생각해 보니 신랑에게 업힌 것도 연애시절 딱 한 번 이었던 것 같다.

방송을 보고 나서 나는 남편에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황정음의 이러 저러한 애교 공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남편도 신세경의 청순함에 한 표를 주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황정음의 애교를 좋아했다. 그 날 이후 황정음을 더욱 자세히 관찰을 해 봤는데 얼마나 애교 기술 숙련자인지 뭐 별 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애교가 몸에 배어 있었다. 눈도 애교, 코도 애교, 입도 애교, 몸짓도 애교, 손짓도 애교, 발짓도 애교 그 자체였다.

애교를 '글'로 배워 남편이 쓰러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나는 그녀의 다양한 표정들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그녀가 출연한 다양한 영상들을 봤지만 역시나 삼십 일년 목석(!?!) 인생이 하루 아침에 달라 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예쁜 그녀 황정음, 오늘도 그녀를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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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과자 어디있어? 맛만 좀 볼게. 나 한 개만, 하고 조르는 사람은 백일 된 아들 다솔이도, 남편도 아닌 우리 엄마다. 좀 전에 부스럭 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부엌 찬장이며 여기 저기를 들추는 소리가 나더니 나몰래 과자를 찾고 계셨던 모양이다. 홀로 아기를 보기가 조금 힘들어져서 당분간 친정에서 머물게 됐는데 이 때를 기회로 삼아 엄마하고 같이 다이어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아기를 낳은지 백일 쯤 됐으니 산후조리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서 십여개월을 함께 했던 살들과 격한 작별 인사를 하기로 했다.

두리둥실한 배며, 엉덩이와 경계가 사라진 허벅지, 흔들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겨드랑이 살을 찌우기는 참 쉬웠는데 빼려고 하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스키니 바지를 낑낑거리며 입으니 숨을 훅 들이쉬면 꼭 끼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전혀 맵시가 나지 않는다. 하긴 코웃음을 치며 우습게 봤던 잉여 살 3kg을 아직까지도 못 빼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모유 수유를 하고 있으니까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다. 세 끼는 든든하게 챙겨먹되 간식을 되도록 먹지 않으며, 오후에 동네 한바퀴를 돌고 저녁에는 DVD를 보며 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까 엄마와 함께 운동삼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게까지 걸어가서 먹고 싶은 간식을 사 왔는데, 하루에 한 번 일정량만큼 덜어서 먹기로 약속을 한 다음 나머지는 엄마 몰래 장식장 속에 숨겨 놓았다. 솔직히 나도 아구아구 과자를 뜯어서 한꺼번에 다 먹어버리고 싶은데 다이어트를 먼저 제안한 사람도, 조교를 자처한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손가락만 빨고 있다. 출출할 땐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면 조금 나아질거라며 큰 컵으로 하나 가득 따라서 엄마께 드리고 나도 배부르게 마셨는데 다솔이에게 젖 한 번 물리고 나니 뱃속에서 과자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저녁 먹기 한 시간 전에 45분짜리 DVD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완벽한데 삼일 정도 하니 매트를 깔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를 누가 지었는지 그 사람은 천재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먼저 오늘 하루만 운동을 쉬자고 말씀해 주시면 오죽 좋을까마는 엄마는 벌써 운동할 채비를 마치신 듯 했다. 다이어트 조교 체면에 삼일만에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헛둘헛둘 오늘도 운동을 마쳤다. 혼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에라 모르겠다면서 벌써 침대에 대자로 누워버렸을텐데 역시 엄마와 함께 하기를 잘 한 것 같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서 우리 모녀를 지켜보시던 아빠가 한 말씀 하신다. DVD 속 S라인 언니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나는 건성건성 시늉만 하는 것 같다는 말씀! 운동은 시작하기 전에는 끔찍하게 귀찮지만 막상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어서 아까도 겨우 귀차니즘을 떨쳐내고 나니 슬슬 리듬도 타지고 기분 좋게 땀도 송글송글 맺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의아해 하던 찰나 에어컨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S라인 언니와는 전혀 딴판인 여자(물론 나이다.)가 전혀 엉뚱한 동작을 박자도 못 맞추면서 엉거주춤 하고 있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적어도 이 DVD 속 동작들을 완벽하게 해 내기 전까진 운동을 거르지 않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엄마와 함께라서 내일도 모레도 더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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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 고개를 까딱까딱 손바닥을 빙글빙글.

알람 시계 대신 다솔이가 응애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다솔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과 최대한 유치한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부르는 것으로 내 아침은 시작된다. 역시 사람은 못할 것이 없는 게 잠꾸러기였던 내가 이제는 아침형 인간으로 변했다. 어느 날은 정말 달고 개운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서 시계를 봤더니 겨우 네 시간 남짓 잔 것이었다. 고 3때도 일곱 시간 이상씩 꼬박꼬박, 수업 중에도 깜빡깜빡 잠을 잤었는데..... .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견할 따름이다.

이제 곧 백일을 맞는 다솔이는 점점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특히나 아침에 젖을 먹고 나서는 '엄마, 놀아줘'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기 시작했다. 신생아였을 땐 잠을 재울 때만 노래를 불러줬기에 잔잔하고 고요한 노래만 선곡했었는데 지금은 재미있고 쾌활한 동요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기억의 물꼬를 트니 내가 아는 동요도 꽤 많았다. 다솔이 앞에서 동요제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면 다솔이는 좋아서 방긋방긋 웃고, 그러면 나는 더 신나서 다음 곡을 생각해 내곤 한다. 아침 체조 겸 다솔이의 손가락 발가락을 자극하는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불러주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라고 스스로 자부하니 하루를 시작하는 내 기분도 더이상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우연히 '신데렐라' 노래를 듣다가 가사가 조금 달라진 것을 알았다. 딱 한 단어가 바뀌었는데 누가 바꾸었는지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로 참 적절했다. 내가 어릴 때 부르던 신데렐라 노래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로 시작을 했다.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나쁜 사람은 계모와 언니들, 계모는 새엄마, 새엄마는 나쁜 사람.

이러 저러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새엄마를 맞이할 수도 있고 새롭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도 있는데 노랫말과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새엄마는 한결같이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새엄마를 둔 아이들은 신데렐라 노래를 신나게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 바뀐 노래 속에는 '계모' 대신 '엄마'로 돼 있다. 요즘처럼 이혼율이 높고 자연스레 재혼율도 높은 시대에 딱 알맞게 바뀌었다.



한편 듣다가 바뀐 가사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던 동요도 있다. 송혜교의 귀여운 율동과 함께 다른 나라에까지 유행이 됐던 '곰세마리'가 그것인데,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을 '아버지 곰, 어머니 곰, 아기 곰'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이들에게 아버지, 어머니를 가르치기 위함이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노래는 한결 칙칙했다.

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귀엽고 재미있는 동요, 듣기 좋고 내용 좋은 동요를 많이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이에 맞지 않는 가사를 읊조리며 섹시 웨이브 춤을 추기 보다 예쁜 율동과 함께 율동을 더 많이 불렀으면 좋겠다. 우리 다솔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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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리모컨을 이리저리 누르다가 엉거주춤 어색한 자세의 임신부들을 발견했다. 10kg의 육중한 배를 껴안은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던 그녀들은 '골드미스가 간다'의 출연진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골드미스가 임신을 할 리는 없고 그녀들은 이 날 방송분에서 특별히 임신부 체험을 한 것이었다. 사실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10kg이 훨씬 넘게 체중이 불어나고 손발도 엄청나게 부어 골드미스들이 느낀 것 보다 더 많이 힘들것이다. 그러나 골드미스들은 갑작스레 10kg을 떠안게(?) 돼서 그런지 진짜 임신부 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아들 다솔이가 이제 곧 백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출산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임신과 출산에 관련 내용이 담긴 방송을 볼 때면 다시금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목이 약간 메어온다. 이 날 방송에서는 세 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장을 보러 갔고 다른 한 팀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는데, 낑낑대며 힘들어하는 그녀들을 보며 새삼스레 옛 생각이 났다.

아가씨들이 임신부 체험을 하면서 잠시나마 임신의 고충을 느껴본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실제 자연분만 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던 장면이었다. 가족분만실에서 신봉선과 박소현이 함께 한 가운데 어떤 산모가 아기를 낳게 됐는데, 조금 편집이 됐긴 했겠지만 길고 힘들었던 진통 끝에 아기를 낳아 가슴에 품는 과정이 너무나도 의미있게 느껴졌다.


산모는 출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후-후- 호흡을 했는데 아마도 라마즈 호흡일 것이다. 나도 당연히 자연분만을 하는 줄 알았기에 남편과 함께 라마즈 호흡법을 배우러 다녔다. 라마즈 호흡으로 출산 중 통증을 아주 없앨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만 활용하면 외로운 진통의 과정을 훨씬 쉽게 견뎌낼 수 있다.

진통이 오면 산모들은 남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나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이 고통을 잘 모른다.) 아기고 남편이고 다 내팽겨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부정적인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겠다. 라마즈 호흡은 이것을 연상, 이완, 호흡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통해서 임신부의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 호흡법은 조건 반사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꾸준히 계속 연습을 해야만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다.

라마즈 호흡법의 순서는 연상-이완-호흡인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 속에서는 기분이 좋을 때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연상법은 말 그대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머리에 떠올려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과정이다. 결혼식 장면이나 맛있는 음식을 마구마구 먹었던 장면 등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려 애쓰면서 부정적인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런 다음 온몸의 이완을 위해서 몸의 관절부위부터 힘을 뺀다. 진통이 시작되면 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그 통증 때문에 온몸이 경직되고 경직된 근육에서 나오는 젖산의 축적으로 피로가 더욱 심해지게 된다. 경직된 근육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궁문이 열리는데 방해가 되므로 분만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완하면 엔돌핀의 분비도 촉진돼 또다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호흡을 한다. 호흡법을 배우는 목적은 산소를 체내에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근육이나 조직의 이완을 돕고 더불어 태아에게도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통증 리듬에 맞추어 호흡함으로써 진통에 집중돼 있는 관심을 호흡쪽으로 분산시켜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분만의 진행 과정에 따라 호흡도 달라지게 되는데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배우고 꾸준한 연습을 해 봐야 체화시킬 수가 있다.

나는 임신부라면 누구나 라마즈 호흡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나햐면 나처럼 제왕절개를 한 사람들에게도 이 호흡법은 유용하기 때문이다. 척추마취를 하여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수술대에 홀로 누워 수술의 전과정을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일인데, 이럴 때도 연상, 이완, 호흡을 하면서 출산의 무서움을 이겨낼 수가 있다.


병원에서 4주동안 이 과정을 배우고 집에서도 충분히 연습을 하면 라마즈 호흡법을 체화시킬 수가 있는데, 긴장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도 이 호흡을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골드미스가 간다' 속 자연분만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나는 또다시 출산하는 기분이 들었다. 산모의 후-후 내쉬는 호흡에 맞추어 같이 후-후 호흡을 하니 새삼스레 손에 땀이 나기도 했다. 곁에서 사랑스럽게 잠이 들어 있는 다솔이를 내려다 보니 어떻에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내 뱃속에서 쏙 나왔나 싶기도 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라마즈 호흡법을 배워서 출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건강한 아이를 좀 더 쉽게 쑴풍쑴풍 낳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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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동생이 결혼을 했다. 참하고 상냥한 며느리를 본 외삼촌 내외분들은 예식 내내 싱글벙글이셨고 축복 속에서 결혼식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되는 결혼식의 여운 속에서 부모님의 걱정은 시작됐다. 이제 곧 서른이 될 남동생 때문이었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보기에 내 동생은 결혼의 'ㄱ'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말로는 맘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으며 기꺼이 자신의 연인이 돼 줄 여자들이 줄을 섰다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성교제를 해 본 적도 없으니 부모님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사례들을 봐 온 결과 남자든 여자든 서른을 넘기면 결혼하는 것이 꽤 어렵다. 내 주위에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의 입을 빌리자면, 참 희안하게도 서른까지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데 서른이 되고 나면 금세 서른 다섯, 마흔이된단다. 좀 못마땅하지만 노총각들은 결혼이 늦어져도 운(??)이 좋으면 어린 신부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처녀의 경우엔 결혼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늙수구래한 신랑(?) 혹은 헌랑(??)을 떠맡아야 되니 더욱 분발해야 된다.



내가 생각할 때 나이가 들수록 결혼하기가 더 힘든 이유는 다음의 두가지인 것 같다. 첫째로는 연애를 너무 많이 해 봤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연애를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정말 그런 것 같다.

빼어난 미모 덕에 학창시절부터 무수한 남성들을 울렸던 A언니, 연예 경력도 화려한 그 언니는 지금 반올림해서 마흔인데 어쩌면 영영 혼자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쪽지세례부터 길거리 헌팅까지 언니 주변에는 늘 남자들이 득실댔는데 어느 순간 썰물빠지듯 한꺼번에 사라지더니 여태껏 혼자다. 간간히 선을 보는 모양이지만 언니 나이에 맞춘 남성들이 콧대 높은 언니의 눈에 찰 리가 없다.

언니가 선을 보고 와서 하소연 할 때마다 솔직한 내 생각으로는 그만하면 괜찮은 것 같았으나 언니의 래퍼토리는 한결같다. 최소한 그동안 언니가 매몰차게 거절했던 A군, B군, C군, D씨, E씨, F씨 보다는 나아야 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퀸카는 아닐텐데, 사실은 지금도 이미 퀸카는 아닌데 지난 날 언니 곁에 있는 숱한 남성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언니는 쉽사리 결혼을 할 수가 없다.



반면 내 친구 B양은 서른 한 살이 되도록 남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다. 번듯한 직장에 괜찮은 외모도 갖추었지만 여중, 여고 출신에 대학까지 남자 적은 국문과를 졸업해서 남자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종교도 없어서 그 흔한 교회 오빠 한 명이 없는 그야말로 순도 100%의 천연기념물이다. 고등학교 교사라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까닭에 결혼은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이 친구도 요즘들어 부쩍 선을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역시나 당분간은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찾는 남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성교제를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과 같은 남자들이 진짜로 존재하는 줄로만 아는 그녀. 남자에 대한 환상이 커도 너무 큰 것이 문제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80% 정도 마음에 들면 사귀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나머지 20%는 네가 채워주면 되지 않겠냐고 말해봤지만 내 친구의 이상형은 너무나도 이상적이었다.

결혼 적령기가 점점 더 늦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사랑 하나만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있는 이십대가 지나고 나면 이성의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하나 둘 씩 원하는 것들이 더 생겨나기 때문이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고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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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내가 아슬아슬하게 스물 아홉 살에 결혼을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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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전력질주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 때야 학교에서 시키는 것은 무조건 해야 되는 줄 알았기 때문에 1년에 딱 한 번 체력장이 있을 때 달리기를 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슬슬 꾀가 생겨서 체력장 100미터 달리기 때도 미리 친구(나와 비슷하게 운동에 소질이 없는...... .)와 약속하고 속도를 맞춰서 뛰었고(기록이 25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이 되었을 땐 그마저도 하지 않아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뛰지 않았으니 어쩌면 나는 이제 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지도 모른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기 전에 내가 타야 될 차가 도착하거나, 저 멀리 신호등 불빛이 녹색으로 바뀌면 나는 오히려 더욱 천천히 걷는다. 어차피 다음번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서 달리기 보다 빠르게 걷기가 더 운동 효과가 있다며 런닝머신을 할 때도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이런 내가 오늘 뛰고 싶어졌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2주에 걸쳐서 아저씨들의 하프 마라톤 도전기를 보여주었다. 지난주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전 각 출연진들의 체력을 검사해 보았고 이번주 방송분에서는 실제로 마라톤에 참가한 모습이 방송됐다. 마라톤은 아무나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경규, 김태원, 이윤석, 김국진, 이정진, 김성민, 윤형빈. 이 일곱 명의 남자들은 대회를 앞두고 저마다 개인 연습을 했다. 그래도 2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완주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지난주에 황영조 코치와 연습을 하면서 김태원과 이윤석은 아예 마라톤을 해서는 안된다는 평을 받았고 김국진과 이정진을 제외하고는 체력상 완주를 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생각해도 김태원의 체력으로 '뛴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듯 싶었다. 이경규와 이윤석도 마찬가지여서 방송상 뛰는 시늉만 하다가 포기할 것이 뻔하다고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기대해 볼 수 있는 사람은 근육질 이정진과 열정 넘치는 김성민, 그리고 늘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윤형빈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방송에서 이 일곱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국민 할매 김태원은 특별한 경우니까 열외시켜주고, 국민 약골 이윤석과 뺀질 대마왕 이경규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내 이겨 하프 마라톤을 완주 해 낸 것이다. 둘 다 체력에 한계가 와서 쉬며 걸으며 치료받기를 반복하다가 장장 5시간 정도만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다른 남자들도 쉬웠던 것은 아니다. 경기 내내 안정을 잃지 않았던 김국진을 빼고는 모두 포기와 도전 사이에서 계속되는 갈등을 한 것 같다. 이정진은 무릎 통증으로 고생을 했고 늘 힘이 넘치던 김성민도 이번 방송에서는 완전히 방전된 모습을 보였다. 윤형빈도 무척이나 힘겨워 했지만 마라톤에 참가했던 일반인 아저씨들의 도움 덕분에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고 막판에는 내내 선두를 유지하던 김국진을 제치고 일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마라톤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져 있다고 하더니 결승선을 통과한 남자들은 알 듯 모를 듯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였고 특히나 감성이 풍부한 김성민은 유독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보는 내가 더 감동적이었다. 내 저질체력으로 하프 마라톤은 가당치도 않겠지만 이 방송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도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외로운 질주 과연 나도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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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 아이가 생기다 보니 근래에는 더욱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즐겨보게 된다. 물론 우리 다솔이는 겨우 3개월 남짓 되었기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크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지만(솔직히 지금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아기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 머리 모양을 했나, 옷은 어떤 것으로 입었나,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나 등등을 살피니 내 아이 못지 않은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방송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을 고르라면 단연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다. 이 방송은 연예인들의 자녀들이 출연해서 부모 못지 않은 입담을 과시하고 어린 아이들 특유의 기발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7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여러 명 출연하기에 각 아이들의 개성이 더욱 뚜럿하게 드러나는데, 나는 제 나이보다 너무 성숙한 아이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가진 아이가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다소 엉뚱하고 독특한 발상을 해서 학교에서의 성적은 부진할 지라도 진정 '아이'답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몇 주전부터 정말 좋아하게 된 아이가 있는데 바로 정은표씨의 아들 지웅이다. 정은표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이기에 얼굴을 보면 다들 '아하'하실 것인데, 나도 그동안엔 별로 관심을 두지 못한 인물이었다. 지웅이를 보기전까지는 말이다.

지웅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면 힘센 수퍼맨이 되고 싶어서 몰래 유치원 화장실에서 연습하는 것이 있는데,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완성이라고 하기에 어른들이 한 번 보여달라고 했다. 지웅이는 매우 진지한 자세와 얼굴 표정으로 팔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굽히면서 목청껏 '돈가스, 돈가스, 돈가스....'를 외쳤다. 처음에는 발음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 했지만 지웅이의 설명으로 이것이 곧 힘이 세지는 주문임을 알게 되었다. 팔을 휘저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열 번 외치면 힘이 세진다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책에서 봤다며 홀로 유치원 화장실에서 이 주문을 외치고 있었던 지웅이,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완성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지웅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찌나 빠른지 애어른 같은 소리를 할 때가 많다. 조기 교육 덕(?), 탓(?)인지 어린 나이에도 제법 어려운 책들을 줄줄 읽어내 어른들 못지 않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아이들도 많고 어른들보다 훨씬 더 좋은 영어 실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나도 우리 다솔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크기를 바라지만 여자 친구보다 장난감이 더 좋은 순진한 지웅이처럼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아이스께끼를 못하도록 치마에 쇠사슬을 묶는 게 어떠냐는 지웅이, 통통한 볼살이 싫어서 조혜련 아줌마처럼 물구나무를 섰지만 살이 빠지지 않는다며 뾰로통한 지웅이, 아빠의 비밀을 폭로하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아빠의 품으로 달려오는 지웅이가 나는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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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식감 좋은 빵에 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발려진, 엊그제 남편 생일이라 사 온 먹음직스러운 초코케이크을, 내가 냠냠냠 흐뭇하게 맛있게 먹고 있는 시각은 새벽 5시!!! 이승기가 김치 냉장고 광고를 하면서 '딱 한 입만' 먹겠다고 했다가 김치를 포기째 먹어 버린 것처럼 나도 시작은 '딱 한 입만'이었다.

어젯밤에 왔다갔다 할 때마다 심하게 눈에 띄던 초코케이크. 심호흡을 하면서 절대 먹지 안겠노라고 참다가, 꿈에도 나올 뻔한 바로 그 초코케이크를 새벽에 눈 뜨자마자 냠냠거리면서 먹어 치운 것이다. 공복에 먹어서인지 케이크는 무한정 들어갔고 첨부터 작은 크기이긴 했지만 반 정도 남은 것을 결국 다 먹고 말았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다솔이가 배고프다며 깼길래 젖을 먹이고 등을 두드려 다시 재우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졌고 어젯밤부터 심하게 먹고 싶었던 케이크로써 공복감을 달랬다.

사람들은 흔히 모유 수유를 하면 살이 쫙쫙 빠진다고 얘기하는데, 내 생각에 이 말은 '대학 들어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고 똑같다. 통통하던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된다고 거저 살이 빠질 리 없듯, 임신 과정에서 찐 살이 출산과 동시에 다 빠지지는 않는다. 살을 빼겠다는 굳은 의지가 없으면 오히려 살을 더욱 찌울 수 있는 기간이 바로 모유 수유 기간이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산모에게 모유 수유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소개된 적이 있다. 나도 눈을 반짝이면서 봤는데 그 방송에서는 모유 수유 활동이 런닝 머신 위에서 1시간 동안 뛰는 것 보다 더 좋은 운동 효과를 낸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 보니 하루 8번, 한 번에 100ml씩 수유를 한다는 가정하에서였다. 물론 아기들은 보통 그 정도 젖을 먹는다. 그러나 세 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24시간) 수유하는 것이 한 시간 남짓 뛰는 것보다 낫다니 삼십분만 더 뛰어도 상황은 역전되지 않을까?

한편 모유 수유 기간을 다이어트 기간으로 삼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젖을 먹이고 나면 너무 배가 고프다는 데 있다. 임신 기간보다 오히려 수유 기간에 먹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도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고 젖 한 번 물리고 나면 급격하게 밀려오는 배고픔 때문에 참기가 너무 힘들다.


방송에서도 엄마가 먹는 양과 젖의 양은 무관하다면서 젖을 물린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내가 방송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출산 후에 임신전 몸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반 성인 여성이 먹는 양 만큼만 먹고(굶는 것은 절대 금물!) 수유를 부지런히 하고 틈틈이 운동도 열심히 해야만 했다. 아니 운동은 필수였다. 수유만으로 몸매를 되돌리기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는 신랑보다 내가 더 많이 먹는 것이 확실한데 이 식탐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탁위에는 얄미운 신랑이 먹다가 남긴 피자 조각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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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마루 풀몬 3기로 활동하게 된 지도 벌써 7주가 흘렀어요. 산후 보양 식품으로 선택한 것인데 7주가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것 같아요. 아기는 낳아 놓으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더니 24시간, 한 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보통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는 것이 육아더라고요. 아침 저녁으로 흑마늘 링거(?)를 맞는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먹으면서 오늘까지 잘 견뎌왔답니다.

침대와 가장 가까운 곳,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흑마늘 팩을 놓아두고 일어나자 마자 하나를 마시고 잠들기 전에 또 하나를 마셨어요. 공복에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정말 5일쯤 지나니까 화장실 가는 것이 훨씬 더 편해졌고 숙변까지 제거되는 기분도 들었죠. 그리고 하루에 2번, 밤에 2시간 아침 무렵 2시간 총 4시간을 자는데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더라고요. 그만큼 피로를 해소하는데 흑마늘이 도움을 줬다는 증거지요.

매일 흑마늘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지었는데 이렇게 활동이 끝나고 나니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드네요. 풀몬 활동은 마무리 짓지만 흑마늘과의 인연은 계속 될 것 같다는 느낌?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은 계속 먹어줘야 되니까요. 요즘처럼 면역력을 높이는데 사력을 다 해야할 때, 간편하게 마시면 되는 흑마늘 진액이 안성맞춤이에요. 곧있음 다가 올 추위를 이기기 위해, 신종플루를 비껴가기 위해, 그 흔한 감기 한 번 앓지 않기 위해 흑마늘 한 팩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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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마루에서 나온 유기농 흑마늘 진액 16, 두 상자째 마시고 있는데 정말 마늘의 효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제조 과정을 공개했다기에 동영상으로 담아왔답니다. 함께 보실까요?






우리가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흑마늘 진액 한 팩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공정을 거치는 줄 몰랐었는데, 정성이 들어간 만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믿을 수 있는'풀마루', 효과 좋은 '유기농 흑마늘 진액 16'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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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딱 한 번 가족들끼리 잠실 경기장에서 야구를 본 적이 있다. 어느 야구단의 경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열광적인 야구팬들과 귀를 울리던 함성 소리에 어리둥절했던 것은 생각이 난다. 그 틈에 뒤섞여서 오징어 다리와 과자를 씹으면서 나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오직 사람들만 구경을 했던 것 같다. 야구 경기는 뒷전인 채 말이다.

나는 누가 공을 치고 누가 점수를 내는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예쁜 언니들의 응원에만 눈길이 갔다. 경기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 까닭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는 아저씨나 자리를 박차고 환호하는 앞자리 오빠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잠시 어렸던 나는 곧 야구장에서의 놀이가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 경기를 끝으로 야구장에는 가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경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고 모르니 재미가 없다. 요즘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아서 응원 도구를 갖추어 정기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던데, 나는 도무지 흥이나지 않는다. 그러니 프로 야구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경기인들 볼 리가 없다.

그런데 요즘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경기를 본 까닭이다.  임창정, 오지호 김창렬, 한민관, 마리오, 마르코, 이하늘, 이현태, 조빈, 김성수, 동호. 이들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구성원이고 김C가 감독을 맡고 있다. 이들 중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한 명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의 야구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이유는 그들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이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가 정말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9회말까지의 야구 경기 전체를 그대로 보는 것 보다 편집된 영상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보기 쉽고 재미가 있는데, 이 방송 속에는 야구 경기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선수들의 진지함도 같이 들어 있기에 프로 야구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단원들은 선수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야구단이 창단된 이래로 실력이 나날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그들의 땀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예인이면서도 야구 경기를 할 때의 진지한 모습, 그리고 주전으로 뛰고 싶은 욕심과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함에 대한 속상함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이 방송은 웃음이 묻어나는 감동의 덩어리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야구 연습을 하고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꿈에서도 야구를 보는 그들, 천하무적 야구단이 언제까지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욱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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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촌 오빠 집에 놀러를 갔을 때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를 보러 가는 길이었기에 아기 옷가지며 기저귀 등을 선물로 샀었다.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드디어 도착한 오빠의 현관문 앞에는 특별한 종이 쪽지가 적혀 있었다. '쉿! 아기가 자고 있으니 노크를'. 초인종 소리에 아기가 깰까봐 벨을 누르는 대신 문을 똑똑 두드리라는 의미였다. 그 문구를 보고 속으로 얼마나 재미있던지, '오빠'가 '아빠'가 되더니 자기 자식 생각을 엄청 하는구나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오빠처럼 아기를 애지중지 기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어른들도 생활을 해야 되는데 아기가 깰까봐 말도 제대로 못하고 텔레비전도 화면으로만 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나는 나중에 아기를 낳게 되면 시끌시끌한 환경 속에도 아기가 푹 잘 수 있도록 처음부터 너무 예민하게 기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오늘, 거실을 걷는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 뒷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마치 고양이가 된 것 같다. 소리가 날 만한 모든 것은 다른 방으로 미리 옮겨 놓아 집 안에는 바람 소리 한 점 없이 고요하다. 설거지를 하면서 물소리가 크게 날까봐 연신 고개를 돌려 안방 쪽을 쳐다보고, 끝내고 나서는 홀로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고양이가 되면 어떠랴 이렇게 평온한 것을 하면서 소리없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다섯 시간 만에 극적으로 다솔이를 재운 것이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른 아침부터 앵앵거리기 시작한 다솔이가 젖을 먹고도 자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줘도 보채기 시작하더니 다섯 시간 동안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이제 70일이 조금 넘은 우리 다솔이는 체중이 6kg이 넘어서(태어날 때 2.84kg) 오래 안고 있기가 슬슬 버거워지려는데 다섯 시간을 연속해서 안고 있으려니 보통 지치는 것이 아니었다.


화장실을 갈 때 잠시 내려 놓은 것 빼고는(이 때도 집이 떠나갈 듯 자지러지게 울었다.) 이쪽 팔에서 저쪽 팔로 이쪽 어깨에서 저쪽 어깨로 다솔이를 내내 안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도 잠에 들지 않던 다솔이가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근육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저질체력의 소유자이다. 오죽했으면 체질량을 측정할 때마다 하체 부실에 상체 근육 빈약이라는 진단이 뜨고, 1kg의 아령으로 잠깐만 운동해도 낑낑대며 곧 운동을 중단해야만 하는 물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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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6kg이 넘는 다솔이를 다섯 시간이 넘게 안고 있었다니, 이것은 차라리 기적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다솔이를 재우고 보니 절대로 아기를 깨워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여러 장 인쇄해서 눈이 닿는 곳곳에 붙여두고 집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고양이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기가 있는 부모들이 쉬쉬하는 까닭이 아기의 숙면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휴식을 위함임을 엄마가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다솔이가 자는 동안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샤워를 느긋하게 하면서 거울을 봤더니 이런! 다크서클이 정말 무릎까지 내려 올 지경이었다.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고 '우리 다솔이가 지금부터 열 시간 동안 쭉 자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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