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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젖'은 '수도꼭지'가 아, 니, 다.
나도 아기를 낳기 전에는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엄마 젖도 그런 줄 알았다. 그저 아기 입에 물리기만 하면 젖이 콸콸 쏟아지는 줄로만 알았다는 말이다. 나와 내 동생도 순전히 모유만 먹고 자랐다기에 엄마를 닮은 나에게 모유 수유가 두려울 리 없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모유 수유는 출산의 과정보다 더 힘든 것이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수의 새내기 엄마들이 모유 수유 때문에 울고 웃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이 귀해서 그런지 요즘 엄마들은 하나같이 모유 수유에 성공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사회적으로도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그러므로 좋은 엄마라면 응당 모유로써 아기를 길러야 된다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보통 출산을 하고 나면 삼일 후쯤부터 젖이 돌기 시작하는데 이 때 산모들은 첫번째 고통을 맛보게 된다. 젖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마사지로 풀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다. 남편들은 출산의 과정도 잘 이겨낸 아내가 그깟 가슴 통증 때문에 낑낑거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테지만 가슴을 옥죄어 오는 아픔은 정말 겪어보지 않고선 모르는 것일게다.
뜨거운 물수건으로 아픈 가슴을 마사지 하고 유선을 뚫어(막힌 변기를 뚫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확신한다.)젖이 잘 나오도록 한 다음 아기에게 본격적으로 먹이게 되는데, 솔직히 텔레비전에서 보던 '감동'보다는 악 소리나는 '아픔'이 더 큰게 사실이다.
나는 아기에게 한 방울도 아깝다는 초유를 먹일 때 한 손에는 꼭 손수건을 쥐고 있었다. 어찌나 아픈지 손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손수건이 흠뻑 젖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성이란 대단해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모유를 계속 먹였다. 그것도 세 시간에 한 번씩!! 세 시간에 한 번씩 아기에게 먹이거나 유축을 해야 되는데 깜박 잠이 들어서 그 시간을 넘겨 버리면 야속하게도 가슴은 또 돌덩이가 되고 그것을 풀기 위해 또 눈물 콧물을 다 빼야만 한다.
그래도 모유 수유는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나는 모든 고통을 감내했다. 아기를 먼저 낳은 선배 엄마들을 조언을 들어보면 모유 수유를 몇 개월동안 했냐는 것에 따라 남편과 시댁의 대우가 달라지기에 힘들어도 꾹 참아야 된다고 했다. 분유를 먹인 엄마들은 아기가 조금만 아파도 '모유를 못 먹였으니'라는 핀잔이 평생 따라 붙는다고도 했다. 무,서,운,일,이,었,다.
젖가슴이 돌이 되는 젖몸살을 잘 넘기고 나니 유두 균열이 시작됐다. 균열, 말 그대로 갈라진다는 말이다. 말랑해야 할 유두가 마른 논처럼 쩍쩍 갈라지고 피도 나며 헤진 옷처럼 너덜거리는 증상이다. 운이 좋게도 잘 넘기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또 한번 손수건을 쥐어 짜야만 했다.
균열이 있어도 아기에게 먹어야 되기 때문에 약은 바를 수 없다. 낳을만 하면 또 젖을 주고, 낳을만 하면 또 주니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나는 수유때문에 살짝 우울증도 겪었다. 다행히(?) 한 쪽 가슴에 문제가 극심해지면 다른 쪽이 조금 괜찮고, 또 그 쪽이 심각해지면 다른 쪽이 덜 아프고를 반복해서 여러 번의 고비를 잘 넘겼다. 출산한지 50일을 넘긴 지금 가슴이 너무 심하게 아플 땐 유축을 해서 젖병으로라도 모유를 먹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젖양이 괜찮은 편이라서 참아내기만 하면 되지만 선천적으로 젖양이 부족한 엄마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모유와 분유를 함께 먹이기를 권장하거나 아니면 분유만 먹이도록 해야 된다. 그런데도 모유만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 중에는 너무나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었다. 시댁이며 친정에서 젖이 잘 나오느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울상이 돼서는 하소연을 해 왔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들의 아기를 사랑한다.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를 이기적인 엄마라고 단정짓지 말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땐 분유를 먹이더라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 봐 줄 필요가 있다. 다른 가족들은 반드시 모유 수유를 해야 된다고 강요하기 보다는 엄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그저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유두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모유 수유를 했듯 모유를 가장 먹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엄마 자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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