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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좋은 엄마 되기' 공부를 시작했다. 임신&육아관련 책을 기본으로 하여 EBS나 기타 방송국에서 보여 준 육아 관련 방송을 참고서 삼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필수 과목이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문제아의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잘 기르기 위해서는 더더욱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많이 해 줘서 부모와 바람직한 애착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고, 어린 시절부터 되도록 자주 엄마가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알아 듣든 그렇지 않든 말을 많이 걸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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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몇 년 동안 계속 됐던 아이의 문제적 행동이 전문가의 진단 후 단 며칠, 심할 경우 몇 주 만에 해결됐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자기 자식을 제대로 기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주지 않고 자녀 교육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자녀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육아 공부를 해 보니 엄마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공부가 필요했다.

다솔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어느 정도 끝마친 다음에는 임신 기간 내내 공부했던 것을 실천에 옮겼는데,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려고 몸짓을 동반한 노래를 자주 해 주려고 특히 노력했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엄마께 다솔이를 맡겨 두고 거실에서 소설을 읽으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오랫만에 나 혼자서 간식으로 군고구마와 우유까지 먹으면서 자유(?)를 만끽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소설의 내용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방에서 엄마가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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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다솔아, 이것은 뭐지? '해',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 다솔아, 이것은 누구일까? '엄마', '엄마 앞에서 짝짝꿍, 아빠 앞에서 짝짝꿍...... .

엄마는 내가 가져간 아기용 그림책, '무엇일까, 누구일까'를 가지고서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중이셨는데 그림책을 보고 거기에 나오는 대상을 먼저 읽어 주신 후 그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꾸며서 해 주시거나 그림과 관련된 노래를 찾아서 노래를 같이 불러 주시는 방법으로 놀아주고 계신 것이었다.

내가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던 이유는 엄마께서 다솔이에게 해 주시는 방법 그대로, 어쩌면 노래까지 똑같이 내가 다솔이에게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과 이야기와 노래를 엮어서 놀아주는 방법이라 내가 개발하고도 참 기특하다고 하던 참이었다. 엄마께서 보시는 앞에서 다솔이와 내가 논 적이 없는데 엄마는 어떻게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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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배운대로 다솔이를 교육시키고 있었다고 굳게 믿었었는데, 알고보니 어린 시절 엄마가 나를 교육시켰던 그것이 잠재돼 있다가 나온 것이었다. 그것도 나는 1절 밖에 모르는 동요들을 엄마는 2절 3절까지 다 꿰고 있으셨으니 당연히 엄마가 나보다 한 수 위셨다.

나를 포함한 요즘 젊은 엄마들은 일찍부터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 열성적으로 교육 관련 자료들을 찾아 따라하기 바쁘다. 그런 자료들이 부족했던 시기에 자녀를 기르셨던 우리 윗세대 어른들의 교육 방침을 못 미더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길러 내신 분들은 우리 부모님들이시고 지혜는 말할 것도 없으니와 경험까지 풍부한 분들도 우리 부모님들이시다. 우리가 아무리 똑똑한 척 해 봐야 부모님의 연륜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나중에 내가 엄마는 어떻게 동요를 그렇게 많이 아시느냐고 언지시 여쭤봤더니,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초등학교 음악책을 얻어다가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셨단다. 우리가 아는 것을 이미 부모님들은 다 알고 계시니, 젊은 엄마들 할머니를 우습게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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