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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촌 오빠 집에 놀러를 갔을 때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를 보러 가는 길이었기에 아기 옷가지며 기저귀 등을 선물로 샀었다.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드디어 도착한 오빠의 현관문 앞에는 특별한 종이 쪽지가 적혀 있었다. '쉿! 아기가 자고 있으니 노크를'. 초인종 소리에 아기가 깰까봐 벨을 누르는 대신 문을 똑똑 두드리라는 의미였다. 그 문구를 보고 속으로 얼마나 재미있던지, '오빠'가 '아빠'가 되더니 자기 자식 생각을 엄청 하는구나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오빠처럼 아기를 애지중지 기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어른들도 생활을 해야 되는데 아기가 깰까봐 말도 제대로 못하고 텔레비전도 화면으로만 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나는 나중에 아기를 낳게 되면 시끌시끌한 환경 속에도 아기가 푹 잘 수 있도록 처음부터 너무 예민하게 기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오늘, 거실을 걷는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 뒷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마치 고양이가 된 것 같다. 소리가 날 만한 모든 것은 다른 방으로 미리 옮겨 놓아 집 안에는 바람 소리 한 점 없이 고요하다. 설거지를 하면서 물소리가 크게 날까봐 연신 고개를 돌려 안방 쪽을 쳐다보고, 끝내고 나서는 홀로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고양이가 되면 어떠랴 이렇게 평온한 것을 하면서 소리없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다섯 시간 만에 극적으로 다솔이를 재운 것이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른 아침부터 앵앵거리기 시작한 다솔이가 젖을 먹고도 자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줘도 보채기 시작하더니 다섯 시간 동안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이제 70일이 조금 넘은 우리 다솔이는 체중이 6kg이 넘어서(태어날 때 2.84kg) 오래 안고 있기가 슬슬 버거워지려는데 다섯 시간을 연속해서 안고 있으려니 보통 지치는 것이 아니었다.
화장실을 갈 때 잠시 내려 놓은 것 빼고는(이 때도 집이 떠나갈 듯 자지러지게 울었다.) 이쪽 팔에서 저쪽 팔로 이쪽 어깨에서 저쪽 어깨로 다솔이를 내내 안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도 잠에 들지 않던 다솔이가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근육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저질체력의 소유자이다. 오죽했으면 체질량을 측정할 때마다 하체 부실에 상체 근육 빈약이라는 진단이 뜨고, 1kg의 아령으로 잠깐만 운동해도 낑낑대며 곧 운동을 중단해야만 하는 물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런 내가 6kg이 넘는 다솔이를 다섯 시간이 넘게 안고 있었다니, 이것은 차라리 기적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다솔이를 재우고 보니 절대로 아기를 깨워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여러 장 인쇄해서 눈이 닿는 곳곳에 붙여두고 집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고양이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기가 있는 부모들이 쉬쉬하는 까닭이 아기의 숙면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휴식을 위함임을 엄마가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다솔이가 자는 동안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샤워를 느긋하게 하면서 거울을 봤더니 이런! 다크서클이 정말 무릎까지 내려 올 지경이었다.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고 '우리 다솔이가 지금부터 열 시간 동안 쭉 자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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