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멀리 미국땅에 가서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해외를 그것도 미국에를 간다고 했을 땐 다들 좋아했겠지만 김태호 피디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무한도전 팀은 그곳에서 정말 비행기삯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찍어왔다. 방송을 보니 정말 그랬다.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비빔밥 알리기에, 달력 찍기, 갱스 오브 뉴욕 등등 엄청나게 강행군을 한 것 같았다.
다른 오락 방송에서는 해외촬영을 빙자해서 그동안 고생해 준 출연진들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셈 치던데, 무한도전은 보는 내가 더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찍어 온 것 같았다.
무한도전에서 길이 한 이야기이다.
다들 하루에 두세시간씩 자고 촬영하러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날씨도 춥고 피곤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날도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두시간 남짓을 잔 후 다시 나가야 되는 일정이었단다. 길과 유재석이 방을 같이 썼는지 유재석이 길에게 출출하다며 뭘 좀 먹고 자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둘이 같이 부엌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는데 2층보다 훨씬 더 추운 그곳에서 카메라맨 한 명과 피디 한 명이(밤에 테이프를 점검하고 연기자들을 지키기 위해 스테프 두 명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섰단다.) 파카만 입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대부분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우선 나부터 힘들어 죽을 지경인 상황이고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으러 간 때였으므로 맛있는게 있는지 찾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유재석이었다면 톱스타인 내가 그 상황에서 스태프까지 챙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러나 유재석은 역시 달랐다.
유재석은 파카만 입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스태프를 본 순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고 한다. 자기들 때문에 편한 잠자리에 자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자게 해서, 이 힘든 상황이 정말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모두들 힘든 상황에서 유재석의 눈물이 도화선이 되어 길을 포함한 네 명의 남자가 서로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며 그 밤을 보냈다고 했다.
무한도전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은 새내기 길은 유재석의 눈물을 보고 나서, 비록 한시간만 자고 다시 나가서 찍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하리라 다짐을 했단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한 회, 한 회를 유재석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5년 동안 계속해 왔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재석이 우리나라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또 한 번 알게 됐다. 최고이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겸손히 촬영에 임하고 무한도전의 출연진 모두를 이끌어가야 되는 위치에서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그가 어찌 최고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피곤함을 더 먼저 발견하고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유재석, 아마도 당분간 그가 우리나라 최고임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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