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부채과자 어디있어? 맛만 좀 볼게. 나 한 개만, 하고 조르는 사람은 백일 된 아들 다솔이도, 남편도 아닌 우리 엄마다. 좀 전에 부스럭 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부엌 찬장이며 여기 저기를 들추는 소리가 나더니 나몰래 과자를 찾고 계셨던 모양이다. 홀로 아기를 보기가 조금 힘들어져서 당분간 친정에서 머물게 됐는데 이 때를 기회로 삼아 엄마하고 같이 다이어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아기를 낳은지 백일 쯤 됐으니 산후조리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서 십여개월을 함께 했던 살들과 격한 작별 인사를 하기로 했다.

두리둥실한 배며, 엉덩이와 경계가 사라진 허벅지, 흔들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겨드랑이 살을 찌우기는 참 쉬웠는데 빼려고 하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스키니 바지를 낑낑거리며 입으니 숨을 훅 들이쉬면 꼭 끼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전혀 맵시가 나지 않는다. 하긴 코웃음을 치며 우습게 봤던 잉여 살 3kg을 아직까지도 못 빼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모유 수유를 하고 있으니까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다. 세 끼는 든든하게 챙겨먹되 간식을 되도록 먹지 않으며, 오후에 동네 한바퀴를 돌고 저녁에는 DVD를 보며 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까 엄마와 함께 운동삼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게까지 걸어가서 먹고 싶은 간식을 사 왔는데, 하루에 한 번 일정량만큼 덜어서 먹기로 약속을 한 다음 나머지는 엄마 몰래 장식장 속에 숨겨 놓았다. 솔직히 나도 아구아구 과자를 뜯어서 한꺼번에 다 먹어버리고 싶은데 다이어트를 먼저 제안한 사람도, 조교를 자처한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손가락만 빨고 있다. 출출할 땐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면 조금 나아질거라며 큰 컵으로 하나 가득 따라서 엄마께 드리고 나도 배부르게 마셨는데 다솔이에게 젖 한 번 물리고 나니 뱃속에서 과자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저녁 먹기 한 시간 전에 45분짜리 DVD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완벽한데 삼일 정도 하니 매트를 깔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를 누가 지었는지 그 사람은 천재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먼저 오늘 하루만 운동을 쉬자고 말씀해 주시면 오죽 좋을까마는 엄마는 벌써 운동할 채비를 마치신 듯 했다. 다이어트 조교 체면에 삼일만에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헛둘헛둘 오늘도 운동을 마쳤다. 혼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에라 모르겠다면서 벌써 침대에 대자로 누워버렸을텐데 역시 엄마와 함께 하기를 잘 한 것 같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서 우리 모녀를 지켜보시던 아빠가 한 말씀 하신다. DVD 속 S라인 언니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나는 건성건성 시늉만 하는 것 같다는 말씀! 운동은 시작하기 전에는 끔찍하게 귀찮지만 막상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어서 아까도 겨우 귀차니즘을 떨쳐내고 나니 슬슬 리듬도 타지고 기분 좋게 땀도 송글송글 맺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의아해 하던 찰나 에어컨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S라인 언니와는 전혀 딴판인 여자(물론 나이다.)가 전혀 엉뚱한 동작을 박자도 못 맞추면서 엉거주춤 하고 있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적어도 이 DVD 속 동작들을 완벽하게 해 내기 전까진 운동을 거르지 않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엄마와 함께라서 내일도 모레도 더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