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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끝나면 룰루랄라 신나게 놀게 될 줄 알았던 수험생들이 아마도 지금쯤이면 그것은 한낱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았을까? 시험은 끝이 났지만 자신이 받은 성적으로 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될 때이기 때문이다.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서 더 이름 난 대학에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 담임선생님과 합심해서 좋은 전략을 짜야만 한다. 시험 공부를 할 때보다야 시간이 열 배 정도는 남아돌겠지만 역시나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기 전까지는 수험생 딱지를 떼기는 힘들다.

80일만 따라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솔깃한 광고로 시작한 케이블 방송 '80일만에 서울대 가기'에 참여한 학생들도 수능 시험을 봤고 가채점 결과와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공개됐다. 나는 그들이 어떤 결과를 낼 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에 1회부터 빠짐없이 방송을 봐 왔다. 매 회 방송이 진행될 때마다 그럴듯한 형용사를 써 가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도록 했는데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나는 이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누구나 방송에서 채널 고정을 외쳐가면서 전해주는 비법만 전수 받으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80일 동안의 비법 전수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놀라운 결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 등등을 자막과 진행자를 통해 끊임없이 외쳐댔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족집게 선생님들이 다년간 연구해서 얻어낸 비법을 고스란히 전수받은 학생들이 맡은 바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원래 성적보다 더 나은 점수를 얻어내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80일만에 서울대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능이 끝난 다음 방송에는 전국의 학교와 학원등을 순회하면서 하위권의 학생일 지라도 대학 진학 전략만 잘 짜면 상위권의 대학에 입학 시켜 준다는 이른바 '원서쓰기 전문가'가 등장했다. 그가 서울대에 보낸 학생만 2000명이 넘고 서울 중위권에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을 서울 상위권 대학에 척 하니 붙여 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난 이맘 때 즈음엔 그를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런 사람을 왜 이제야 투입시켰냐는 것이다. 처음부터 학생들과 같이 해서 방송에 참여한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 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해도 되었을 텐데, 수시 1차 지원이 끝난 상황에서 뒤늦게 등장해서 염장만 지르고 있었다. 내 조언을 받아서 원서를 이렇게 저렇게 썼더라면 서울대에도 갈 수 있었을텐데 하며 말이다.

지난 방송에서는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이 결국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당당함을 잃지는 않은채 예비 고1,2,3학년 학생들이 따라하기만 하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주었다. 나는 보다가 짜증이 약간 나서 그 부분은 보지 않았다. 방송을 보면 볼수록 족집게 과외 선생님들이 모여서 돈을 주고 방송을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서 서울대에 간 학생은 한 명도 없지만 과외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데는 확실히 성공을 했고 나는 듣도 보도 원서 쓰기 전문가까지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실히 알리게 되었다. 이제 이들은 내년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을 엄청나게 모집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80일 만에 서울대에 갈 수는 없었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방송이 계속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최종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더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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