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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리모컨을 이리저리 누르다가 엉거주춤 어색한 자세의 임신부들을 발견했다. 10kg의 육중한 배를 껴안은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던 그녀들은 '골드미스가 간다'의 출연진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골드미스가 임신을 할 리는 없고 그녀들은 이 날 방송분에서 특별히 임신부 체험을 한 것이었다. 사실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10kg이 훨씬 넘게 체중이 불어나고 손발도 엄청나게 부어 골드미스들이 느낀 것 보다 더 많이 힘들것이다. 그러나 골드미스들은 갑작스레 10kg을 떠안게(?) 돼서 그런지 진짜 임신부 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아들 다솔이가 이제 곧 백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출산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임신과 출산에 관련 내용이 담긴 방송을 볼 때면 다시금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목이 약간 메어온다. 이 날 방송에서는 세 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장을 보러 갔고 다른 한 팀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는데, 낑낑대며 힘들어하는 그녀들을 보며 새삼스레 옛 생각이 났다.

아가씨들이 임신부 체험을 하면서 잠시나마 임신의 고충을 느껴본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실제 자연분만 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던 장면이었다. 가족분만실에서 신봉선과 박소현이 함께 한 가운데 어떤 산모가 아기를 낳게 됐는데, 조금 편집이 됐긴 했겠지만 길고 힘들었던 진통 끝에 아기를 낳아 가슴에 품는 과정이 너무나도 의미있게 느껴졌다.


산모는 출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후-후- 호흡을 했는데 아마도 라마즈 호흡일 것이다. 나도 당연히 자연분만을 하는 줄 알았기에 남편과 함께 라마즈 호흡법을 배우러 다녔다. 라마즈 호흡으로 출산 중 통증을 아주 없앨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만 활용하면 외로운 진통의 과정을 훨씬 쉽게 견뎌낼 수 있다.

진통이 오면 산모들은 남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나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이 고통을 잘 모른다.) 아기고 남편이고 다 내팽겨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부정적인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겠다. 라마즈 호흡은 이것을 연상, 이완, 호흡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통해서 임신부의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 호흡법은 조건 반사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꾸준히 계속 연습을 해야만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다.

라마즈 호흡법의 순서는 연상-이완-호흡인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 속에서는 기분이 좋을 때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연상법은 말 그대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머리에 떠올려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과정이다. 결혼식 장면이나 맛있는 음식을 마구마구 먹었던 장면 등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려 애쓰면서 부정적인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런 다음 온몸의 이완을 위해서 몸의 관절부위부터 힘을 뺀다. 진통이 시작되면 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그 통증 때문에 온몸이 경직되고 경직된 근육에서 나오는 젖산의 축적으로 피로가 더욱 심해지게 된다. 경직된 근육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궁문이 열리는데 방해가 되므로 분만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완하면 엔돌핀의 분비도 촉진돼 또다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호흡을 한다. 호흡법을 배우는 목적은 산소를 체내에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근육이나 조직의 이완을 돕고 더불어 태아에게도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통증 리듬에 맞추어 호흡함으로써 진통에 집중돼 있는 관심을 호흡쪽으로 분산시켜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분만의 진행 과정에 따라 호흡도 달라지게 되는데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배우고 꾸준한 연습을 해 봐야 체화시킬 수가 있다.

나는 임신부라면 누구나 라마즈 호흡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나햐면 나처럼 제왕절개를 한 사람들에게도 이 호흡법은 유용하기 때문이다. 척추마취를 하여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수술대에 홀로 누워 수술의 전과정을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일인데, 이럴 때도 연상, 이완, 호흡을 하면서 출산의 무서움을 이겨낼 수가 있다.


병원에서 4주동안 이 과정을 배우고 집에서도 충분히 연습을 하면 라마즈 호흡법을 체화시킬 수가 있는데, 긴장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도 이 호흡을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골드미스가 간다' 속 자연분만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나는 또다시 출산하는 기분이 들었다. 산모의 후-후 내쉬는 호흡에 맞추어 같이 후-후 호흡을 하니 새삼스레 손에 땀이 나기도 했다. 곁에서 사랑스럽게 잠이 들어 있는 다솔이를 내려다 보니 어떻에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내 뱃속에서 쏙 나왔나 싶기도 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라마즈 호흡법을 배워서 출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건강한 아이를 좀 더 쉽게 쑴풍쑴풍 낳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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