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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3.

아직 산후조리원이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에는 다솔이를 늘 흔들 침대에 뉘여 두고
나와 마주보게 위치를 잡은 후
그 앞에서 밥을 먹었는데 속싸개로 꽁꽁 싸 놓으면 움직이지 못하니
누에고치처럼 귀엽다.
어른들이 보기엔 불편해 조이지만
사실 아기들은 손도 꼼짝 못하게 꽁꽁 싸서
누에고치를 만들어 두는 편이 훨씬 안정감 있고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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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2.

얼쑤!
살풀이 춤이라도 추는 듯 보이지만 실은 몸을 배배 꼬면서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다솔이다.
흔들 침대에 뉘여 놓았는데 아직 몸이 너무 작다보니 침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흔들흔들 하는 느낌도 썩 유쾌하지는 않은지 안아주는 것을 훨씬 좋아하고
흔들 침대는 싫어한다. 침대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도 질색하는 다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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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1.

태어나서 처음 입는 옷 배냇 저고리.
신생아들이 바지를 입을 필요가 없는 까닭은, 바로 배냇 저고리가 너무 커서
다리까지 덮히기 때문이다.
소매가 길어서 손도 안 나오고 다리까지 덮히니 바지도 필요없고.
기지개를 켤 때마다 온 몸을 좌우로 배배꼬는 까닭에 옷도 엉망, 속싸개도 엉망
다리가 앙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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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0.

앞짱구, 뒷짱구, 옆짱구여서 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줘야만 되는 다솔이
태어난지 열흘 된 우리 다솔이의 머리가 어찌나 작은지
아빠가 아-! 입을 벌리는 쏙 들어가게 생겼네.
엄마가 직접 만든 햇님,달님, 별님 모빌을 좀 봐 주면 좋으련만
우리 다솔이는 하루 종일 콜콜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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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9.

아직 태지(아기들이 태어날 때 싸여 있는 피부 보호막 같은 것)가 다 벗겨지지도 않은
다솔이가 아빠의 손가락을 꼭 쥐더니 씽긋 웃는다.
사랑은 말 해주지 않아도 손 끝으로 전해지는 것.
사랑은 가만히 바라만 봐도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
사랑한다, 다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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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8.

살갗은 쭈글쭈글 있는데, 아직 그 속에 살이 차오르지 않아서
조금 인상을 쓰면 온 얼굴이 쭈글쭈글 해 지는 다솔이다.
팔 다리도 골격은 좋으나 아직 가죽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만지기 조차 조심스럽다.
기지개를 펼 때마다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 귀여워서
'할아버지 표정' 짓는다고 했다가,
다솔 아빠는 어머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
아기에게 몹쓸 소리 했다고 말이다.
헤헤헷 사실은 내가 먼저 한 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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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7.

아직도 하루종일 잠만 콜콜콜 귀엽게 자는 다솔이가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다.
몸무게가 아직도 적게 나가고
황달 수치도 비교적 좋지 않은 상태.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몸무게도 '상태 나쁨'이 아니고
황달 수치도 좋아지려고 한다는 것.
모유의 양은 괜찮아서 열심히 유축을 해서 젖병으로 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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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6.

황달에 걸린 다솔이가 잘 먹지 못해서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졌다.
원래부터 작게 태어났는데(2.84kg) 더 빠져서
2.5kg까지 내려갔다.
2.5kg 미만으로 태어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되니
무척 심각한 상황이었다.
젖을 잘 먹이는 요령이 없고, 아기도 잘 빨지 못하고,
이럴 땐 유축을 해서 젖병으로라도 줘야 됐는데 몰랐다.
결국 아기에게 분유 혼합 수유를 하고
같이 있을 땐 무조건 '캥거루 요법'을 했다.

'캥거루 요법'이란 아기와 살을 맞댄채(여의치 않으면 옷을 입어도 된다.)
아기를 가슴에 올려 놓아 아기에게 엄마, 아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마치 캥거루가 새끼를 주머니 속에 품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이렇게 살을 맞대고심장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몸무게를 늘리고 잘 자랄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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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9. 15.

다솔이가 노랗다.
황달에 걸려 버린 것이다.
아기를 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내내 같이 있었지만
아직 요령이 없어서 젖을 잘 빨지 못하는 다솔이에게 젖병으로 유축을 해서라도
젖을 줬어야 되는데 초보 엄마 아빠가 잘 몰랐다.
신생아실에서 포도당만 먹으니 힘도 없고 황달기가 점점 더 심해졌다.
제왇절개 수술을 했기 때문에 몸을 잘 움직일 수가 없었고 회복이 더뎌서
편한 자세로 수유를 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더 배를 곯았을 것이다.
미안해, 다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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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4.

다솔이가 꽤 오래 눈을 뜨고 있다.
태어난 직후부터 눈을 조금 떴었는데,
(아버님께서는 어떻게 갓 태어난 아기가 눈을 뜰 수가 있냐시며 영험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셨는데, 알고 보니 요즘 아기들은 모조리 다 영험한 듯
모든 아기들이 다 태어나자마자 눈을 반짝 떴다.)
내내 자는 모습만 보여주더니 꽤 오래 눈을 떠서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10센티미터 정도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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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3.

다솔이는 하루 종일 잠만 잔다.
모자동실로 같이 있었는데 깨어 있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다.
콜콜콜 계속 잠만 잔다.
우리 다솔이는 앞짱구, 뒷짱구라서 똑바로 눕지 못하고
늘 머리를 옆으로 돌려서 누워 있다.
목이 아플까 염려돼 가끔씩 방향을 바꾸어 주는데
쌔근쌔근 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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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2.

제왕절개 수술 이틀 째, 낮 12시까지 머리를 들 수도 없고,
저녁 때까지 물 한 모금 먹을 수 없었는데도
나는 다솔이가 너무 귀여워서 곁에 두고 보고 싶었다.
모자동실을 신청해서 계속 다솔이와 같이 있었는데
초보 엄마 아빠라 기저귀를 갈아 줄 줄도 몰라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야 기저귀를 열어 봤더니,
짜자잔-.
태변을 눈 다솔이.
처음 경험한 배변이 불쾌했던지 잔뜩 찡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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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1일
(12시 52분/ 몸무게 2.84kg/ 키48.64cm)

다솔이를 처음으로 봤다.
입체 초음파를 하지 않은 까닭에 얼굴을 짐작 조차 못했었는데,
병원에서 성별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아들'인 것도 몰랐었는데,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겼었구나.
반가워, 다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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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책에서 배운대로 행동하는 착한(?) 다솔이 엄마는 모유를 먹이는 아기들은 6개월 때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소리에 주윗 사람들의 걱정어린 말들을 억지로 견디면서 6개월을 꿋꿋하게 버텼다. 누구는 보니까 3개월 되자마자 이유식 시작하던데? 아기 덩치가 그렇게 큰데 어떻게 젖만 먹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겠어? 이유식 얼른 시작해야 되지 않나? 주윗 사람들이 이유식, 이유식 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지만 임신 기간 동안 다니던 예비 엄마 교실 선생님도 그러셨고 책도 그랬기에 오직 6개월, 180일이 되기까지만 기다리고 기다렸다.

다솔이는 어느 덧 성장해서 어른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쩝쩝 입맛도 다시고 내가 무엇을 먹을 때 마다 뚫어지게 혹은 민망하게 쳐다보는 등 음식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한 번은 사과를 먹고 있는데 포크가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리면서 침을 질질질 흘리는 것을 보곤 너무나 주고 싶어서 맛만 좀 보라며 혀끝에 사과를 살짝 대 줬는데, 다솔이가 무서운 속도로 사과를 빠는 것이 아닌가.

처음 맛 본 사과의 맛과 달콤한 향에 홀린 듯 '에에' 소리까지 내 가며 사과를 빠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먹을 수 있는 월령이기도 해서 그냥 줘 버릴까 잠시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배, 운, 여, 자'가 아닌가? 이유식은 6개월부터(모유 먹는 아기, 알러지 있는 아기), 순서는 쌀(곡식)-채소-과일, 단 맛이 나는 맛있는 것은 나중에, 육류에 신경쓸 것! 이렇게 달달달 외우고 있는데 어찌 알면서 그것을 어기겠나.


이제 다솔이도 이유식을 시작할 때가 돼서 쌀죽부터 끓여서 먹였고 며칠 지난 후 양배추도 같이 갈아 넣어서 먹이고 있다. 일찍 시작하는 아기들은 불린 쌀을 갈아서 10배 죽을 끓이는데 다솔이는 8배로 시작을 했다. 7개월부터는 덩어리가 있는 것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보통 손가락이나 아기 숟가락을 입에 대 봐서 혀로 밀어내지 않으면 이유식을 시작할 때가 된 것이라고 하던데 나는 미리 다솔이와 숟가락으로 먹는 연습을 좀 해 두었다. 6개월을 고집하면서 남들보다 천천히 시작했는데 정작 때가 됐을 때 다솔이가 숟가락으로 음식 먹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 이유식을 못 먹게 되면 낭패가 아닌가. 그래서 5개월 중반이 넘어갔을 때 유축한 젖을 컵에 담아서 작은 숟가락으로 떠서 먹이면서 연습을 시켰다.

역시나 처음에는 주는 족족 흘려버리기 일쑤더니 두 번만 하니까 꼴깍꼴깍 곧잘 받아 먹었다. 경험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유식을 주는 첫 날부터 냠냠냠 참 달고 맛있게 잘 받아 먹는 다솔이. 보통의 아기들이 처음에 이유식을 먹을 땐 흘리는 것 반, 먹는 것 반이라던데 젖으로 연습을 해 봤기에 다솔이는 흘리는 것이 거의 없다.

이유식을 시작한 첫날엔 한 번만, 그 다음날 부터 하루에 두 번씩 먹이고 있는데 쌀의 양은 어른 밥 숟가락으로 반 숟가락(하루에 먹는 양)부터 시작해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한 숟가락씩 먹는다. 물론 이유식 후에는 바로 또 젖을 물려야 한다. 아직은 모유가 주식이고 이유식은 간식이기 때문이다.(하루에 분유나 모유를 최소 600cc는 먹어야 된다.) 

간도 하지 않은 쌀과 야채를 갈아서 만든 죽이 뭐가 맛있을까 싶기도 한데, 다솔이는 새로 먹는 음식이 너무나 맛있다는 듯 숟가락만 들면 자동으로 입을 쩍쩍 벌리면서 냠냠 쩝쩝 너무나 맛있게 먹어 준다. 이유식 만드는 것 때문에 하루는 더 바빠졌지만 그만큼 보람은 더 늘어났다.



오늘따라 유독 얼굴에 많이 뭍히고 먹는 다솔이 귀엽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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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에 있던 남편을 부르던 내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틀림없는 '환호'였다.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으면서도 불만이나 불안함 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이 더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여러 번을 반복했던 일이기에 다솔 아빠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대강 눈치를 챈 듯 서둘러 나에게로 달려왔다. 역시나 웃는 얼굴이었다. 이제부터는 분업이다. 아랫도리를 벗겨내고 나서도 심하게 버둥거리는 다리를 잡는 것은 남편의 몫, 나는 기저귀를 벗겨 낸 다솔이의 은밀한 부위를 세심하게 닦아 내는 일을 하면 된다.

욕조에 물을 받아서 엉덩이를 깨끗하게 씻기고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면 끝.

모유를 먹어서 며칠에 한 번씩 '응가'를 누는 다솔이는(모유는 분유보다 흡수력이 좋기 때문에 그렇단다.) 가끔 큰 일을 보는 대신 그 양이 어마어마한데 나는 그것을 치우는 일이 더럽기는 커녕 무진장 재미있다. 기저귀가 흘러 넘칠 듯이 꾸역꾸역(?) 나오는 그것을 볼 때면 혼자 보기가 너무나 아까워서 꼭 남편을 부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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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기들은 소화기관이 짧기 때문에 변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젖이 짧은 소화 기관을 빨리 통과하게 되면 소화액 때문에 녹변을 보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황금색변을 보여주는 다솔이가 어찌나 기특하고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임신 중이었을 때 시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어머님은 할머님과 함께 아기(현재 나의 남편)를 돌봤는데, 가장 속상했던 것이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셨단다. 다솔이 아빠는 어머님께도 첫 아이였지만(처음이자 마지막) 할머님께도 첫 손자였기 때문에 무척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는데, 그래서인지 기저귀를 갈 때가 되면 어머님이 손을 댈 겨를도 없이 할머님께서 쓱싹 해치워버리셨단다.

시어머님은 아들의 기저귀를 당신 손으로 갈아 본 적이 없어서 그게 너무 서운하셨다고. 나는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처럼 종이 기저귀가 흔한 시기도 아니었기에 천 기저귀로 작은 일 큰 일을 다 받아내야 했을텐데 누군가 냄새나고 수고로운 일을 대신 해 주면 고맙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어느 날 어머님은 할머님 몰래 아기 곁에서 기저귀를 지키고 앉아 계시다가 기저귀 갈 때가 되자 얼른 그걸 가지고 화장실로 가셔서 문까지 잠그시곤 감격하며 빨래를 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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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그 말씀이 이해가 되는 것이, 내가 낳은 아이여서 그런지 내 젖을 먹고 눈 '그것'이어서 그런지 기저귀를 갈 때 전혀 냄새가 나지도 않고 더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수시로 다솔이의 아랫도리를 킁킁거릴까. 다솔이는 용변을 보고도 보채지 않고 잘 노는 까닭에 냄새를 맡아 봐야 된다. 요즘엔 뒤집기가 숙달이 돼서 툭하면 엎드려서 노는데 응가를 하고 나서도 엎드리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럴 땐 '오 마이 갓'을 저절로 외치게 되지만 그 모습마저 정말 귀엽다.  

친정 엄마는 맨손으로 응가를 거침없이 만진다며, 나 더러 '엄마'가 다 됐다고 하셨는데 나에게 기저귀 갈기란 엄청나게 즐거운 놀이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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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지 잠시 궁금했으나 호기심 보다는 피곤함이 더 컸기에 그냥 잠자코 누워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니 다솔이 특유의 '에...... .' 소리가 들린다. 옹알이를 시작한 다솔이가 자기만의 언어로 말을 하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직감으로 번역하자면 '엄마, 좀 도와주세요' 정도였을까?

다솔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황급히 몸을 일으켜 아기 쪽을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창 뒤집기에 맛이 들린 다솔이가 자다 말고 일어나 벽에 '쿵' 머리까지 박으면서 몸을 뒤집은 후, 다시 돌아 눕지 못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낑낑대면서 나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니 씩 웃는 다솔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자다말고 한바탕 놀아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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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전후로 아기들은 뒤집기를 시도한다. 정확히 말하면 옆치기인데, 누워 있다가 차츰 몸을 옆으로 세우는 연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다리와 팔의 힘으로 배를 바닥에 붙일 수 있게 된다. 나는 다솔이가 백일이 넘도록 뒤집을 시도를 하지 않아서 슬슬 심심해지려던 참이었는데, 몸이 배배 꼬이면서 옆으로 누워 노는 다솔이를 손으로 몇 번 엎치게 만들었더니 어느새 스스로 엎드릴 수 있게 됐다.

한 번이 어렵지 스스로 엎드리기에 성공하게 되면 이때부터 아기들은 신들린 뒤집기 실력을 자랑하게 된다. 육아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도 아기가 하루종일 낑낑대면서 뒤집기를 하는 통에 안쓰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는(아기에게서 시선을 떼기가 힘들기에) 어떤 엄마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다솔이도 몸을 뒤집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온종일 왼쪽, 오른쪽으로 몸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엎드려서 팔로 온몸을 지탱하고 머리를 드는 것이 아직은 힘든 탓인지, 다솔이는 침을 질질 흘리고 어떨 땐 괴성을 지르고 정말 힘들 땐 토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좀 쉬라고 편안하게 뉘여 놓으면 힘들어도 뒤집기 만큼 재밌는 놀이가 없다는 듯 금세 또 엎드려 버려서 요즘엔 다솔이의 근처를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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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솔이는 스스로 엎드릴 수는 있지만 다시 돌아 누울 수는 없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면 돌려줘야 되는데 돌려 놓기가 무섭게 다시 엎드려 버리는 다솔이, 이 신들린 뒤집기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뒤집기 다음엔 배밀이, 그 다음엔 혼자 서기, 그 다음엔 걷기를 하게 된다는데 우리 다솔이가 너무 빨리 자라버릴까봐 괜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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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좋은 엄마 되기' 공부를 시작했다. 임신&육아관련 책을 기본으로 하여 EBS나 기타 방송국에서 보여 준 육아 관련 방송을 참고서 삼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필수 과목이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문제아의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잘 기르기 위해서는 더더욱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많이 해 줘서 부모와 바람직한 애착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고, 어린 시절부터 되도록 자주 엄마가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알아 듣든 그렇지 않든 말을 많이 걸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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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몇 년 동안 계속 됐던 아이의 문제적 행동이 전문가의 진단 후 단 며칠, 심할 경우 몇 주 만에 해결됐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자기 자식을 제대로 기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주지 않고 자녀 교육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자녀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육아 공부를 해 보니 엄마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공부가 필요했다.

다솔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어느 정도 끝마친 다음에는 임신 기간 내내 공부했던 것을 실천에 옮겼는데,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려고 몸짓을 동반한 노래를 자주 해 주려고 특히 노력했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엄마께 다솔이를 맡겨 두고 거실에서 소설을 읽으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오랫만에 나 혼자서 간식으로 군고구마와 우유까지 먹으면서 자유(?)를 만끽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소설의 내용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방에서 엄마가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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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다솔아, 이것은 뭐지? '해',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 다솔아, 이것은 누구일까? '엄마', '엄마 앞에서 짝짝꿍, 아빠 앞에서 짝짝꿍...... .

엄마는 내가 가져간 아기용 그림책, '무엇일까, 누구일까'를 가지고서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중이셨는데 그림책을 보고 거기에 나오는 대상을 먼저 읽어 주신 후 그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꾸며서 해 주시거나 그림과 관련된 노래를 찾아서 노래를 같이 불러 주시는 방법으로 놀아주고 계신 것이었다.

내가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던 이유는 엄마께서 다솔이에게 해 주시는 방법 그대로, 어쩌면 노래까지 똑같이 내가 다솔이에게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과 이야기와 노래를 엮어서 놀아주는 방법이라 내가 개발하고도 참 기특하다고 하던 참이었다. 엄마께서 보시는 앞에서 다솔이와 내가 논 적이 없는데 엄마는 어떻게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다솔이와 놀아주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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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배운대로 다솔이를 교육시키고 있었다고 굳게 믿었었는데, 알고보니 어린 시절 엄마가 나를 교육시켰던 그것이 잠재돼 있다가 나온 것이었다. 그것도 나는 1절 밖에 모르는 동요들을 엄마는 2절 3절까지 다 꿰고 있으셨으니 당연히 엄마가 나보다 한 수 위셨다.

나를 포함한 요즘 젊은 엄마들은 일찍부터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 열성적으로 교육 관련 자료들을 찾아 따라하기 바쁘다. 그런 자료들이 부족했던 시기에 자녀를 기르셨던 우리 윗세대 어른들의 교육 방침을 못 미더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길러 내신 분들은 우리 부모님들이시고 지혜는 말할 것도 없으니와 경험까지 풍부한 분들도 우리 부모님들이시다. 우리가 아무리 똑똑한 척 해 봐야 부모님의 연륜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나중에 내가 엄마는 어떻게 동요를 그렇게 많이 아시느냐고 언지시 여쭤봤더니,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초등학교 음악책을 얻어다가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셨단다. 우리가 아는 것을 이미 부모님들은 다 알고 계시니, 젊은 엄마들 할머니를 우습게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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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촌 오빠 집에 놀러를 갔을 때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를 보러 가는 길이었기에 아기 옷가지며 기저귀 등을 선물로 샀었다.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드디어 도착한 오빠의 현관문 앞에는 특별한 종이 쪽지가 적혀 있었다. '쉿! 아기가 자고 있으니 노크를'. 초인종 소리에 아기가 깰까봐 벨을 누르는 대신 문을 똑똑 두드리라는 의미였다. 그 문구를 보고 속으로 얼마나 재미있던지, '오빠'가 '아빠'가 되더니 자기 자식 생각을 엄청 하는구나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오빠처럼 아기를 애지중지 기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어른들도 생활을 해야 되는데 아기가 깰까봐 말도 제대로 못하고 텔레비전도 화면으로만 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나는 나중에 아기를 낳게 되면 시끌시끌한 환경 속에도 아기가 푹 잘 수 있도록 처음부터 너무 예민하게 기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오늘, 거실을 걷는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 뒷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마치 고양이가 된 것 같다. 소리가 날 만한 모든 것은 다른 방으로 미리 옮겨 놓아 집 안에는 바람 소리 한 점 없이 고요하다. 설거지를 하면서 물소리가 크게 날까봐 연신 고개를 돌려 안방 쪽을 쳐다보고, 끝내고 나서는 홀로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고양이가 되면 어떠랴 이렇게 평온한 것을 하면서 소리없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다섯 시간 만에 극적으로 다솔이를 재운 것이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른 아침부터 앵앵거리기 시작한 다솔이가 젖을 먹고도 자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줘도 보채기 시작하더니 다섯 시간 동안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이제 70일이 조금 넘은 우리 다솔이는 체중이 6kg이 넘어서(태어날 때 2.84kg) 오래 안고 있기가 슬슬 버거워지려는데 다섯 시간을 연속해서 안고 있으려니 보통 지치는 것이 아니었다.


화장실을 갈 때 잠시 내려 놓은 것 빼고는(이 때도 집이 떠나갈 듯 자지러지게 울었다.) 이쪽 팔에서 저쪽 팔로 이쪽 어깨에서 저쪽 어깨로 다솔이를 내내 안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도 잠에 들지 않던 다솔이가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근육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저질체력의 소유자이다. 오죽했으면 체질량을 측정할 때마다 하체 부실에 상체 근육 빈약이라는 진단이 뜨고, 1kg의 아령으로 잠깐만 운동해도 낑낑대며 곧 운동을 중단해야만 하는 물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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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6kg이 넘는 다솔이를 다섯 시간이 넘게 안고 있었다니, 이것은 차라리 기적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다솔이를 재우고 보니 절대로 아기를 깨워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여러 장 인쇄해서 눈이 닿는 곳곳에 붙여두고 집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고양이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기가 있는 부모들이 쉬쉬하는 까닭이 아기의 숙면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휴식을 위함임을 엄마가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다솔이가 자는 동안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샤워를 느긋하게 하면서 거울을 봤더니 이런! 다크서클이 정말 무릎까지 내려 올 지경이었다.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고 '우리 다솔이가 지금부터 열 시간 동안 쭉 자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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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환원수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사용해보기는 처음인데요, 알카메디의 체험단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써보게 되었습니다. 알칼리물이 좋은 것은 알고 계시죠? 하지만 알칼리라고 하여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랍니다. 환원수여야 건강에 좋은 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환원수라는 것은 전자를 많이 띈 성분을 말하는데요, 원자 주위에 전자가 많아서 근접한 성분에 전자를 나눠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같은 전자가 부족한 불안정한 성분이 있는데요, 노화를 일으킨다고 하죠. 그런 성분들에 전자를 공급해줌으로써 몸에 균형을 맞춰준다고 해요. 쉽게 예를 들면 마음씨 좋은 기부자라고 하면 될까요?

알칼리환원수기를 접하게 된 것은 1달이 지났는데, 리뷰를 지금에야 쓰는 이유는 체험을 해 본 후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알칼리환원수의 다양한 효능과 활용에 대해 리뷰를 할테지만, 오늘은 분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아기에게도, 산모에게도 좋다지만, 모유수유는 굉장히 힘이 듭니다. 유두균열이나 유선염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눈물을 흘리며 모유수유를 해야 하니 말이죠. 엊그제 열이 40도까지 올라가고 몸이 벌벌 떨리는 오한과 가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유선염을 앓게 되면서 당분간 분유와 모유를 반반씩 먹이게 됐어요. 분유를 탈 때 알칼리환원수를 이용하니 안심도 되고, 더 잘 타지는 것 같더라고요.

분유를 보통 물에 풀면 한참을 흔들어야 하는데, 알칼리환원수를 사용하면 흔들지 않아도 바로 풀어져 버립니다. 이유는 전기분해로 인해 알카리환원수가 된 물은 분자의 크기가 보통 물보다 작게 되기 때문이지요. 분자의 크기가 작다보니 다른 성분과도 잘 섞이고, 흡수력도 좋아져요. 또한 한꺼번에 들이켜도 목넘김이 쉬워지지요. 모회사의 소주 광고에서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광고가 있었죠? 그 소주도 알칼리환원수를 사용한 소주라고 하네요. 알칼리환원수의 특징이 바로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랍니다.

이런 특징은 분유를 탈 때 매우 유용한데요, 보통 분유를 탈 때 급하게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밥 달라고 울며 보챌 때 타기 때문이죠. 이 때 분유가 잘 풀리지 않아서 계속 흔드는 것보다 알칼리환원수로 하면 단번에 풀려버리니 더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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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설치한 알카메디의 알칼리환원수기인데요, 알칼리의 단계를 조절할 수 있고, 산성수도 2단계에 걸쳐 나옵니다. 알칼리수가 나올 때는 옆에서 산성수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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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스위치를 돌리기면 하면 알칼리수와 산성수가 동시에 쏟아져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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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유를 타기 위해 알칼리 2단계로 맞춰놓은 후 물을 주전자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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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유와 젖병을 미리 준비해 둔 후 물을 끓입니다. 분자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끓는 속도도 매우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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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다 녹긴 했지만 잘 섞이라고 흔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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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분유의 모습입니다. 잘 풀린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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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분유를 먹일 일만 남았네요. 금세 완성된 분유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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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환원수로 만든 분유를 맛있게 먹고 있는 다솔이입니다. 분유를 줄 땐 아빠가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다솔이의 만족한 눈빛이 보이시죠? 다솔이는 잘 토하는데, 알칼리환원수 덕분인지 이렇게 먹이니 소화를 잘 시키더라고요. 꼴깍꼴깍 맛있게도 먹었습니다.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잖아요. 제가 아파버려서 모유를 못 준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더 알칼리환원수라는 점이 그래도 다행이네요. 우리 다솔이가 건강한 물로 행복해지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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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젖'은 '수도꼭지'가 아, 니, 다.

나도 아기를 낳기 전에는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엄마 젖도 그런 줄 알았다. 그저 아기 입에 물리기만 하면 젖이 콸콸 쏟아지는 줄로만 알았다는 말이다. 나와 내 동생도 순전히 모유만 먹고 자랐다기에 엄마를 닮은 나에게 모유 수유가 두려울 리 없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모유 수유는 출산의 과정보다 더 힘든 것이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수의 새내기 엄마들이 모유 수유 때문에 울고 웃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이 귀해서 그런지 요즘 엄마들은 하나같이 모유 수유에 성공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사회적으로도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그러므로 좋은 엄마라면 응당 모유로써 아기를 길러야 된다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보통 출산을 하고 나면 삼일 후쯤부터 젖이 돌기 시작하는데 이 때 산모들은 첫번째 고통을 맛보게 된다. 젖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마사지로 풀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다. 남편들은 출산의 과정도 잘 이겨낸 아내가 그깟 가슴 통증 때문에 낑낑거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테지만 가슴을 옥죄어 오는 아픔은 정말 겪어보지 않고선 모르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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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수건으로 아픈 가슴을 마사지 하고 유선을 뚫어(막힌 변기를 뚫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확신한다.)젖이 잘 나오도록 한 다음 아기에게 본격적으로 먹이게 되는데, 솔직히 텔레비전에서 보던 '감동'보다는 악 소리나는 '아픔'이 더 큰게 사실이다.

나는 아기에게 한 방울도 아깝다는 초유를 먹일 때 한 손에는 꼭 손수건을 쥐고 있었다. 어찌나 아픈지 손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손수건이 흠뻑 젖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성이란 대단해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모유를 계속 먹였다. 그것도 세 시간에 한 번씩!! 세 시간에 한 번씩 아기에게 먹이거나 유축을 해야 되는데 깜박 잠이 들어서 그 시간을 넘겨 버리면 야속하게도 가슴은 또 돌덩이가 되고 그것을 풀기 위해 또 눈물 콧물을 다 빼야만 한다.

그래도 모유 수유는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나는 모든 고통을 감내했다. 아기를 먼저 낳은 선배 엄마들을 조언을 들어보면 모유 수유를 몇 개월동안 했냐는 것에 따라 남편과 시댁의 대우가 달라지기에 힘들어도 꾹 참아야 된다고 했다. 분유를 먹인 엄마들은 아기가 조금만 아파도 '모유를 못 먹였으니'라는 핀잔이 평생 따라 붙는다고도 했다. 무,서,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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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가슴이 돌이 되는 젖몸살을 잘 넘기고 나니 유두 균열이 시작됐다. 균열, 말 그대로 갈라진다는 말이다. 말랑해야 할 유두가 마른 논처럼 쩍쩍 갈라지고 피도 나며 헤진 옷처럼 너덜거리는 증상이다. 운이 좋게도 잘 넘기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또 한번 손수건을 쥐어 짜야만 했다.

균열이 있어도 아기에게 먹어야 되기 때문에 약은 바를 수 없다. 낳을만 하면 또 젖을 주고, 낳을만 하면 또 주니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나는 수유때문에 살짝 우울증도 겪었다. 다행히(?) 한 쪽 가슴에 문제가 극심해지면 다른 쪽이 조금 괜찮고, 또 그 쪽이 심각해지면 다른 쪽이 덜 아프고를 반복해서 여러 번의 고비를 잘 넘겼다. 출산한지 50일을 넘긴 지금 가슴이 너무 심하게 아플 땐 유축을 해서 젖병으로라도 모유를 먹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젖양이 괜찮은 편이라서 참아내기만 하면 되지만 선천적으로 젖양이 부족한 엄마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모유와 분유를 함께 먹이기를 권장하거나 아니면 분유만 먹이도록 해야 된다. 그런데도 모유만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 중에는 너무나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었다. 시댁이며 친정에서 젖이 잘 나오느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울상이 돼서는 하소연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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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들의 아기를 사랑한다.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를 이기적인 엄마라고 단정짓지 말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땐 분유를 먹이더라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 봐 줄 필요가 있다. 다른 가족들은 반드시 모유 수유를 해야 된다고 강요하기 보다는 엄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그저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유두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모유 수유를 했듯 모유를 가장 먹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엄마 자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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