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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퇴원을 했습니다. 출산한지 얼마나 됐다고 퇴원이라니 대체 무엇 때문에 또 입원을 한 것인지 궁금하시지요? 부모님께 아기도 보여드릴 겸, 산후조리도 더 할 겸, 겸사겸사 경북 안동에 있는 친정에 온 지 딱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마침 주일이라 교회 목사님께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한 축복 기도를 받기로 했어요.

오랫만에 고향에 왔고 게다가 출산 후 첫 나들이를 하는 것이라 공들여 외출 준비를 했지요. 아기가 태어나니 외출 준비 시간이 2배는 더 드는 것 같았어요. 준비를 하다가도 아기가 배고프다고 하면 기꺼이 가슴을 열어 주어야 하고, 참을성 있게 트림도 시켜야 하며, 그 와중에 작은 볼 일 큰 볼 일을 시원스럽게 해결하는 아기의 찝찝함도 해소해 줘야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벌써 예배 시간은 다가오고 내가 제일 공을 들이는 눈 화장은 반도 덜 끝냈고 시간을 맞추느라 허둥지둥 아기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교회에 갔답니다. 목사님께 축복 기도를 받고 나서 예배 일정을 살폈는데 그 날따라 부서별 찬양 경연대회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말 재밌겠다 싶어서 17개 팀의 찬양 경연을 참 즐겁게도 봤습니다. 아기에게는 미리 유축해 둔 젖을 젖병에 넣어서 먹었고요. 오랫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올 때쯤 되니 벌써 가슴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옷이 터져버리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외출 준비한다고 제대로 여유있게 앉아서 젖을 물리지도 못했고 그 다음 수유 시간에는 유축해간 모유를 먹었으니 두 번 정도 수유할 때를 놓쳐 버린 것입니다. 몸은 어찌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집에 오자마다 유축을 시원하게 하니 평소보다 곱절로 많은 양의 젖이 젖병에 가득찼습니다. 그러나 기어이 그 날 밤 탈이 났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오한이 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아 위아래턱이 덜덜 떨리면서 엄청나게 추운 것입니다. 장롱에 있던 두꺼운 이불을 겹겹이 덮어도 추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열이 심해서 40도가 넘어갔습니다. 그 때가 벌써 밤 1시. 병원에 가기 애매한 시간이기도 하고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왠지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쉽게 열도 내릴 것 같아서 그냥 버틴다고 우겼습니다.

몇 시간 쯤 지나니 오한은 사라졌지만 열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38도 이하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어요.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도 있었고요 그래도 그 다음날(월요일)에는 37도 정도까지 열이 내렸고 그 다음날(화요일) 정상체온을 찾았습니다.

다시 아기에게 24시간을 다 할애하느라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아기를 재우고 나서 그 옆에 같이 누웠는데 가슴이 또다시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피곤해서 딱 한 시간만 자자고 했던 것이 화근이 돼 다시 오한과 함께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 길로 병원에 갔는데 심한 젖몸살인 것 같다면서 입원을 권했습니다. 열이 40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집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서는 금방 나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요. 저도 그럴 것 같아서 일단 입원을 했는데 검사를 더 해 보니 젖몸살 보다 한 단계 더 진행된 유선염이었습니다.


수유 시기를 놓치거나 수유 자세가 나쁠 때, 젖을 제대로 비우지 못하게 되면 유방에 울혈이 생기게 되고 그 부위에 열이 심하게 나면서 통증이 생기는데 이런 증상을 젖몸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더 심해져서 유선에 염증이 생기면 유선염으로 발전합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 중 30%가 유선염에 걸린다고 하는데 그 30%에 제가 낄 줄은 몰랐지요.

친정 엄마께 아기를 맡기고 홀로 병원에 누워 있으니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며칠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전적으로 엄마께만 아기를 맡기는 것이 더 죄송했습니다.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열이 24시간 낮아져야 퇴원을 시켜준대서 빨리 낫기 위해 수시로 젖을 유축하는 등 애를 많이 썼습니다.

4일만에 정상 체온을 찾았고 의사에게 졸라서 퇴원을 했습니다. 먹는 약을(아기에게는 지장을 주지 않는) 일주일치 처방 받아서 얼른 집에 왔어요.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쓸 예정이지만 모유 수유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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