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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고향집에서 만난 남동생. 그 날 따라 어깨가 유난히 축 늘어져 보이길래 무슨 일 있느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별일 아니라며 자리를 떴을 텐데, 그 날은 무척 속상했던지 '누나, 사실은...... .'하며 어렵사리 말문을 연다. 대학생인 동생은 우연히 학교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발견했고 몇 달 동안 그녀에게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서 첫눈에 반할 정도이니 그 여학생의 미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연락처까지 주고 받는 사이로 발전하고 나니, 그녀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큼 예쁜 외모를 가졌으면서 친절하고 착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가끔씩 통화하고 만나서 같이 밥도 먹는 사이로 발전하면서 어느새 내동생은 그녀를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매력적인 여학생을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동생 뿐이었겠는가? 알고 봤더니 그녀는 이미 학교에서는 유명한 퀸카였고 여러 사람들의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 중이었단다. 더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고 싶었던 마음에 동생은 그녀에게 고백을 했고 그녀는 거절도 허락도 아닌 애매한 행동과 말로써 동생을 실망시키고 말았단다.

'누나, 나 그동안 어장관리 당했었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한참을 들어봤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인 것 같은데 도통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뜻을 알고 나니 마음이 더 헛헛해지는 '어장관리'란 바로 이런 것이다. 소위 퀸카(킹카)들은 자신의 어항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 여러 마리의 물고기를 키우고 그 수를 늘리는 재미에 살아간단다. 새로운 물고기가 들어올 때마다 갖은 애정을 쏟으며 물고기가 자신의 어항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데, 이 때 다른 물고기가 자신의 어항을 떠나지 않도록 가끔씩 예뻐해주고 적절히 먹이도 주면서 지혜롭게 어장을 관리하는 것은 퀸카(킹카)의 중요한 소임이란다.



그 중 누군가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으면서도 가끔씩 통화하고 같이 식사하면서 자신을 계속 좋아하게끔 만드는 것을 어장관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냥 깨끗하게 자신을 거절했으면 이 정도로 속이 상하진 않았을텐데,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꺼리면서도 자신을 떠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 때문에 동생은 너무 큰 실망을 했단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을 하자고 끝까지 아름다운 미소로 동생을 '관리'했다는 그녀, 어떻게 보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희망고문'(상대에게 잘 될 것이라는 희망적 암시를 계속 주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과도 비슷한 '어장관리'는 남녀 사이에서는 죄악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어장을 가지고 있다. 혈연이든 학연이든 지연이든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못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주변 사람들 챙기기'인데 그래서 그런지 어장관리가 나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그들이 나에게 서운해 하지 않도록 적절한 애정을 쏟아부어 주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죽마고우라서 괜찮아, 우리는 어찌나 친한지 1년에 한 두번만 만나도  바로 어제본 것 처럼 마음이 잘 통해. 그러나 그렇게 친한 사이라면 하다 못해 문자나 이메일로라도 내 소식을 자주 전해야 한다. 그 분은 학교 다닐 때 내가 가장 존경했었던 선생님이신데, 내가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 것도 다 그 분 덕이야. 나중에 꼭 한 번 찾아 뵈어야지. 언제? 나는 졸업 후에그 선생님을 한 번도 찾아뵌 적이 없다. 아, 당연히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우리 부모님 선물은 뭘로 사 드리지?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째 집에 전화도 하지 않고 있다. 친밀함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렇게 저렇게 나와 관계를 맺고 나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나는 그동안 내 어장(?)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내 어장을 살뜰히 보살피는 자상한 어항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보살핌'의 덕목이 아예 없는 나이기에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데에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계획표를 잘 짜서 2008년이 다 가기 전에 많은 사람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어야겠다. 아, 나도 내가 속해 있는 어장의 주인에게 어장관리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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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하는 마음을 숨긴 채 끙끙 앓는 장면을 볼 때면 너무 답답해서 화가 날 지경이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데도 무엇이 문제인지 그저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만 볼 뿐 결국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멀어져 가는 그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이별 후 쓸쓸히 돌아서며 이미 다 안다고, 말 안 해도 괜찮다고, 애써 자신들을 위로할 지는 모르나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분노로 가득찰 뿐이다. '사랑해' 말 한 마디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은 분위기인데, 결국 입을 떼지 못해서 헤어지고야 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은 진정 '마음'이 아닌 '말'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제 3자가 돼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땐 잘도 지적하는 우리들, 그런데 실제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신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표현하는 차세대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은가? 아니면 우유부단 흐지부지, 속 답답한 옛날 드라마와 같은가?


나는 아주 오래전에 어느 월간잡지에서 공감할 만한 좋은 글을 몇 개 읽었다. 하나는 신혼부부의 이야기이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신혼인데도 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일찍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출장도 잦았다. 그런 남편 때문에 혼자서 집에 있어야 할 때가 많았던 전업 주부 새댁은, 남편이 보고 싶기도 하고 밤에는 무섭기도 해서 늘상 현관에 남편의 구두 한 켤레를 꺼내 놓았다.

어느 날 오랫만에 일찍 집에 들어온 남편의 얼굴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던 새댁은 애교반 어리광반으로 남편을 반기며 슬쩍 얘기를 꺼냈다. 새댁은 남편에게 그동안 현관에 그의 신발이 늘상 있었던 것을 보았느냐고, 왜 그런지도 아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남편이 볼멘 소리로 하는 말이, '내가 계속 늦게 들어오니까 보기도 싫고 귀찮아서 신발 정리를 안 한 거잖아' 남편은 아내가 자기 대신으로 신발을 상징처럼 현관에다 놓아두었던 것을 전혀 알지 못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얘기는 이러하다. 어느 가난했던 부부가 있었는데 하루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에 맞추어 삼겹살을 먹기로 했고,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터라 2인분을 시켜서 아내는 그저 굽기만 했단다. 남편이 복스럽게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했던 아내는 남편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밑반찬과 야채만을 먹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은 그 식당에서 외식을 했고 아내의 그러한 행동도 계속 되었다. 이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남편은 4명이 간 자리에 3인분만을 주문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한 나머지 이유를 물으니, 남편은 이 식당은 양을 많이 주기 때문에 넷이서 3인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단다. 그동안 둘이서 2인분을 시켰을 때 어찌나 양이 많던지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고 했단다. 이 사람 또한 그동안 아내의 배려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소개한 이야기는 모두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었던 내용이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많을 것이다. 남편의 상징이었던 신발과 아내의 배려 덕에 푸짐했던 음식. 상대방은 전혀 이런 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꼭 그 사람들의 둔함때문인가? 나는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들처럼 속깊은 사이에서 굳이 말로써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냐고, 자신들에게는 말 하지 않아도 애틋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는 사람을 우매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향한 내 오묘한 마음은 말로써 표현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또한 끈끈한 사이일수록 사랑한다는 말은 더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착각하지 말자, 아무리 깊은 사이라도 상대방은 내가 아니니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봐 줄 수는 없다. 설령 그 마음을 훤히 꿰 뚫고 있을지라도 사랑한다는 말로써 그 마음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사랑은 소모품이 아니기에 많이 사랑한다고 쉽게 닳아 없어지지 않으며, 사랑한다는 말은 아낄 필요가 없다. 사랑이라는 말의 고귀함 때문에 아껴두고 싶다는 사람은 정말 상대를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한다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왜 그 말을 아끼는가? 가끔은 진심어린 말 한마디로 모든 복잡했던 상황이 순식간에 말끔히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표현을 해 보자. 다시 말 하지만, 사랑은 '마음'이 아닌 '말'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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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제로>에서 다이어트 약의 성분과 부작용에 대해 낱낱히 설명해 준 이래로 긴가민가 했던 그 약의 위험성이 보다 더 분명해졌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고 우울증과 불면증 등 여러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이어트 약이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부를 수 있다는 방송 내용이 남일 같지 않았다. 그러나 뉴스에서도 떠들썩했던 다이어트 약의 성분과 부작용을 알면서도 그 약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까지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줄곧 46kg을 유지해왔다. 46kg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날씬하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나, 나는 키가 160센티에도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그냥 보통 몸매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요 몇 달 추위를 핑계로 꼼짝달싹 하지 않는 생활을 2개월 넘게 지속하다 보니 어느새 몸무게가 부쩍 늘었다. 내가 하는 일은 내내 서 있어야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움직임이 그다지 많지 않고 근무시간도 짧다. 추운 것을 끔찍히도 싫어해서 퇴근 후에는 곧장 집에 들어와서 별로 움직이지도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운동량이 확 줄었다. 그래서인지 1kg씩 늘던 몸무게가 50kg에 육박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으면서도  천성이 게으르고 뒷심이 부족한 나는, 보다 더 쉬운 방법이 없는지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체형관리실 광고를 보게 됐다. 사실 체형관리에는 운동과 식사조절이 최고이다. 다 알면서도 자꾸만 체형관리실 쪽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요즘 다이어트에 관한 광고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달에 10kg씩 빼 주겠다느니, 연예인 다이어트라느니, 자고 나면 빠져 있다느니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을 하니 태생이 게으른 내가 안 보고 배기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나도 그 중에서 좀 이름 있는 체형관리실을 슬쩍 클릭했다.


구미를 당기는 문구가 내 눈을 확 사로잡았다. 방문만 해도 무료로 상담을 해 주고 살 빠지는 로션까지 덤으로 준단다.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나는 당장에 집하고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체형관리실이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상담원이 상냥하게 나를 맞아준다. 상담실로 안내를 받으며 슬쩍 관리실을 보니, 휴일이라 그런지 꽤 많은 여성들이 살 빼기에 여념이 없는 듯 했다.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체형검사를 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옷도 갈아 입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면서 상냥하기 그지 없는 직원이 민소매 브라탑과 반바지를 가져다 줬다. 그런데 그 옷을 입으려고 보니 어찌나 작은지 다섯살짜리 아이가 입으면 딱 맞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 내가 입으면 그 꼴이 어떻겠는가? 바지는 배를 꾹 눌러서 안 그래도 불룩 나온 내 배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했고 브라탑은 진동이 작아서 겨드랑이가 끼고 살이 올록볼록 장난이 아니었다. 민망한 상태로 사진을 찍고 체질량검사도 하니 정말로 공짜로 상담을 해 준다.

상담원은 언제 인화했는지 흉직한 꼴로 사진에 찍힌 내 울룩불록 보기 흉한 몸매를 차트에 끼워서 같이 가지고 왔다. 그리곤 49kg인 내 몸무게를 보고 무게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누차 강조했다. 나도 알고 있듯 나는 키가 작으니 말이다. 라인이 살아야 되는데 고객님은 지방이 너무 많이 쌓여 있는 상태고, 몸의 순환도 잘 되지 않아서 이 상태로 두면 점점 더 셀룰라이가 많아지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방지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단다. 물론 고객님은 나를 지칭하는 것이다. 내 발로 살을 빼겠다고 찾아가긴 했지만 나를 보고 뚱뚱하다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게 뻔하다고 하는 얘길 들으니 기가 막혔다.


나는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그야말로 보통 몸매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착각이었나 싶었다. 나이도 서른이기 때문에 한 번 찐 살이 잘 빠지지도 않을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왜 이제서야 왔냐고 윽박지르기 시작하는 상담원이었다. 기가 죽어서 비용은 한 달에 얼마나 드냐고 모기소리로 물어보니, 심상한 목소리로 행사가격 240만원이란다. 24만원도 비싼판에 240이라니 살 빼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 줄은 몰랐다. 놀란 기색이 역력하자 상담원은 얼마까지 가능하냐고 카드 할부로 계산하면 되지 않냐고 집요하게 물어봤다. 겨우겨우 도망치듯 빈 손으로 관리실을 빠져나왔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과 공짜 사은품을 받을 요랑으로 찾아갔던 체형관리실. 과체중도 아닌 나를 뚱뚱보로 몰아세우며 윽박지르는 상담원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로 뚱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상황이 이러니 비만인 사람들이 다이어트 약의 달콤한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편하게 뺀 살은 금세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움직임이 적어서 살이 올랐으니 내일부터는 PT체조라도 해서 둔해진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겠다. 다이어트의 공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몸에 필요한 최저 열량은 섭취하되 그 보다 더 많이 열량을 소모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공식을 두고 귀찮음 때문에 수모를 당해가며 그  많은 돈을 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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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관한 한, 나를 포함한 여자들은 좀 불쌍하다. 혼자 간 목욕탕에서 들은 60대(혹은 그 이상) 아줌마들의 수다에서도 다이어트는 빠지지 않았다. 머리가 은빛인 그녀들도 단백질 위주의 식단의 중요성과 저녁 7시 이후의 금식이라는 원칙을 논하고 있으니, 어쩌면 우리 여자들에 다이어트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이 이중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다. 친구를 만나 다이어트를 계획하면서도 커피는 꼭 생크림을 듬뿍 얹은 것으로 마시고 칼로리가 적은 샐러드를 주문하면서도 마요네즈가 듬뿍 든 불투명한 소스를 마구 뿌린다. (내 이야기이다.사실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다. 역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날씬해지고 싶은 것은 분명하지만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공든탑 무너뜨리기 중에 '과자 한 봉지 다 먹기'도 있다.
차라리 안 먹는게 쉽지,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 것이 과자이기도 하다. 예전에 짭짤한 과자 한 봉지를 (노래방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보통보다는 더 큰 ) 무심코 집어 먹다가 반 쯤 먹었을 때 생각없이 읽은 칼로리표를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칼로리가 생각보다 적어서 안심하고 산 것이었는데, 내가 먹고 있었던 과자는 말도 안되게 '5회분'이었고, 언뜻 읽었던 칼로리량은 1회분이었던 것이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별로 크지도 않는 과자를 어떻게 5회로 나누어 먹으라는 것인지. 완전 속았다고 화를 내면서, 그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에 안정을 주기 위해(?) 나머지 과자를 다 먹었던 기억이 있다.


축산학과 모 교수님이, "여성들이 이유를 알 수 없이 더 비싼 저지방우유를 골라 마시면서(사실 우유는 지방을 3.4%함유하고 있는 것이 1등급이란다.) 지방은 물론이고 소금이 듬뿍 들어간 과자는 아무렇지 않게 다 먹는게 아이러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평생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우리의 몸이 매년 비슷한 까닭은, 공든 탑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기 때문인 것 같다. 먹고 싶은 것 참고 힘든 운동 견뎌가며 공들여 쌓아 온 다이어트라는 탑을 야식 한방(?)과 회식 한번으로 무참히 무너뜨리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곧 있으면 연말 모임이 쓰나미처럼 몰려올텐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탑'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내 책상 위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티라미슈'가 놓여있다. 나는 매일 1g 무너진 나의 탑을 1g 보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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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오랫만에 엄마와 함께 수영장에 다녀왔다. 나는 이번 엄마와의 나들이에 수영장을 고집했고, 엄마는 수영도 못 하면서 물놀이를 좋아한다는 다 큰 딸의 어리광에 못 이기는 채 따라와주셨다. 한 겨울에, 그것도 엄마와 함께 간 곳이 수영장이라니 참 성격도 독특하다 싶으실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이 좋아져서 한 겨울에도 수영복을 입은 채로 뜨끈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비수기인 덕에 가격까지 저렴해졌으니 물놀이를 즐긴다면 겨울 수영장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굳이 수영장을 고집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엄마께 한쪽 '가슴'이 없이도 수영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방암을 앓으신 후 엄마는 암과의 싸움에서 가슴 하나를 잃으셨다. 여자에게 '가슴'이 어떤 존재인지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들 다 아실 것이다. 봉긋한 '가슴'은 여자에겐 아름다움이고, 자존심이며, 여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런데 이제 엄마에겐 가슴이 없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실감에 시달렸을 엄마. 이런 엄마를 세상 밖으로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같은 여자이며 딸인 나밖엔 없다.

수영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내색은 안 했지만 나 역시 너무나 떨리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였고 우리는 아무도 없는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고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우리는 가슴을 잃기 전과 마찬가지로 온종일을 신나게 놀았다. 아직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으셨기에 엄마는 놀며 쉬며를 반복하셨지만 확실히 자신감은 얻으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물놀이가 다 끝나고 샤워를 할 때 발생했다.

사람들이 샤워장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샤워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수영복을 입었을 때에는 특수브라를 착용하고 계셨기에 겉보기로는 엄마의 상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샤워할 땐 당연히 그 브라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내가 샤워용품을 가지러 간 동안 엄마는 미리 자리를 잡고 계셨는데, 서둘러 돌아오면서 그 모습을 본 나는 정말 울컥했다. 오른쪽 가슴을 절제하신 엄마는 오른쪽 맨 끝 자리에서 몸을 최대한 벽쪽으로 올리신 채 벗은 수영복으로 환부를 가리고 계셨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봐 두려우셨던 것이다.

겨우 샤워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다쟁이로 돌아가서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때 엄마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뒷모습은 말을 하지도 않고 심지어 표정도 없지만, 엄마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슬펐다. 그래도 세상으로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디디신 엄마. 엄마의 용기가 정말 자랑스럽다. 가슴 복원 수술은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암 수술과 동시에 복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2천만원 정도가 든다.) 위험도 따르기 때문에 엄마는 이제 더 큰 용기로써 자신을 무장하셔야 된다. 엄마가 다시 공중 목욕탕에 가실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여성 암 발병 1위인 유방암 환자에 대한 복지가 너무 안 돼 있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이번에 엄마와의 나들이를 준비하면서 유방암 환자용 수영복을 찾아봤는데,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봐도 마땅한 것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결국엔 일반 수영복 안에 특수 브래지어(속옷)를 입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복 특성상 속옷이 보이기 때문에 엄마는 위에 민소매 티셔츠 형식으로 된 수영복을 또하나 입으셨다. 많이 불편하셨을거다. 또한 한쪽 가슴에 실리콘을 넣어 모양을 잡아주고 척추 질환까지 예방하는 환자용 특수브라는,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가볍고 편한 것으로 사려면 정말 큰 돈이 든다. 그것도 판매하는 곳이 흔하지 않아서 병원 접수대에 놓인 광고지를 보고 구입한 것이다.(엄마의 것은 아주 좋은 것이 아님에도 하나에 50만원이다. 치료 과정에서 살이 빠지셔서 1년 사이에 속옷 값만 100만원이 들었다.)


엄마와 함께 병원에 다니면서 느낀 건데, 유방암 환자들이 정말 많았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은 유방암은 '쉬운 암'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과정을 모두 지켜 본 다음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지라도 환자의 삶의 질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성으로서의 삶에 큰 정신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 유방암. 생각보다 젊은 환자들도 많은데, 이 병 때문에 평생 컴플랙스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 빨리 복지 사업이 활발히 되고,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한 다양한 소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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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다가 좀 민망한 공감을 했던 적이 있다. C는 모 프로그램에 나와서 6개월 동안 머리를 한 번도 감지 않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에 경악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김C는 그 특유의 능청스럽고 순한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6개월 동안의 고행(?)과 인내를 끝으로 머리카락을 잘라냈을 때(당시 그는 레게머리를 했었단다.)의 기분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고. 극심한 간지러움과 찝찝함을 한껏 참았다가 6개월 치의 더러움을 한 번에 씻어냈을 때의 그 쾌감. 민망한 일이지만 나도 그 기분을 안다. ?!? 그럼 나도 6개월 동안?
 

예전에 교원임용고사 경쟁률 높이기에 여념이 없었을 땐, 나도 김C 못지 않았었다. 수험 생활이 길어질수록 학원보다는 온라인 강의를 선호하게 됐기에, 내 생활은 거의 집에서 이루어졌었다.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교원임용고사의 체감 난이도는 사법고시를 능가하는 것이었기에 주중에는 방에 콕 처박혀서 공부만 했었다. 고시생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그럴 수밖에 없다.) 나도 그 땐 온 종일 운동복 차림에 상투 머리를 하고서 책상 머리에 앉아 있었다. 밖에는 나갈 이유도 없거니와 나갈 필요도 없었다. 정 답답할 땐 모자 하나 눌러쓰고 동네 한 바퀴면 충분할 때였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김C처럼 6개월 동안 한 번도 머리를 감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1주일에 한 번 교회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더러움을 유지(?) 했었던 것 같다. 참 역설적이게도 그 당시 교회에서의 내 별명은 패션 리더였다. 심할 땐 1주일에 두 번 꼴로 머리를 감는 주제에 패션 리더가 왠 말이냐 마는, 1주일에 한 번 하는 그 외출이 내겐 정말 소중한 것이었기에 교회를 갈 때 정말 공을 들였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는 양말 하나도 정성껏 골랐고, 신발을 신어버리면 보이지도 않을 패티큐어까지 했으니 다른 곳은 말해 무엇하랴.



 
사람들은 내 부지런함과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에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난 속으로 미안함을 느꼈다. 그들은 절대 짐작하지 못했겠지만 1주일에 한 번, 나는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C의 말처럼 켜켜이 쌓여 있던 더러움을 한꺼번에 덜어내는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나 개운한지 날아갈 것은 기분마저 든다.

 

사실, 내가 나의 민망한 얘기를 장황하게 쏟아낸 까닭은 다른 얘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연말이다 보니 각종 시상식 등에서 여자 연예인들의 아찔한 노출 수위가 연일 관심 거리인데, (나도 여자이지만)여자들은 노출에 관해 다소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노출은 즐기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나? 각종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에 관해 얘기할 기회에 있으면, 뭇 여성들은 한결같이 노출의 이유는 자기 만족때문이라고 말한다. , , , 정말? 정말 그런가?

 

같은 여자끼리의 비밀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패션 리더라고 불리는 것을 은근히 즐기면서 온갖 치장을 다 하고 다니는 나이지만 집에서의 내 모습은 참혹하다. 만약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면 나는 아무런 약속이 없고 집에만 쭉 있을 계획이라도 외출할 때와 동일한 화장과 옷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날 보지 않을 땐 늘 헐렁한 티셔츠에 상투머리이다. 그리고 집 근처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신할 땐 그런 험한 몰골을 하고 잠깐씩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어쩌면 이 글을 보신 분들 중에 그건 게으른 네 성정 탓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나만 그런가? 휴일 오후 자신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가 꼭 다른 이의 시선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추레한 모습으로 밖에 나갔을 때 온종일 기운이 없고 자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도, 내 맘에 쏙 드는 차림으로 외출했을 때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 지는 이유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고 멋진 자신의 모습 덕에 사람들은 더 당당해 질 수 있다.

우리는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을 관리하는 것은 어떤 땐 정말 힘이 드는 것이기에, 그 과정을 이겨내고 당당하고 멋지게 자신을 표현한 사람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고 존경스럽다. 다만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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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 전문점에 갔다. 어릴 적에는 오므라이스 하면 동네 분식점에서 그저 그렇게 흔하게 먹는 음식이었다. 물론 오므라이스는 볶음밥 위에 커다란 달걀이 예쁘게 덮혀져 있는 형태를 지니다보니, 다른 음식보다 더 들어가는 정성때문에 가격이 약간 더 비쌌다. 그래도 떡볶이나 김밥, 볶음밥 보다는 오므라이스라는 어감이 주는 고급스러움(?) 탓에 그것을 먹을 때마다 조금 우쭐해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오므라이스가 환골탈태를 했다. 분식점에서 쉽게 먹던 음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급 음식으로 탈바꿈해서 그 음식만의 전문점이 생겼고, 맛을 내는 소스와 재료에 따라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친구와 같이 간 식점도 오므라이스만을 파는 곳이었다. 솔직히 자주 먹기에는 부담스러울만큼 가격이 올라버렸기 때문에 한 번 먹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적당한 가격 수준을 정하고 가격대비 가장 맛있어 보이는 오므라이스를 골라내기 위해 메뉴판에 몰두했다. 그러다 우리 근처 식탁에 앉아 있는 어느 가족들을 보게 됐다.
 
엄마, 아빠와 어린 아이들 두 명. 모두 네 명의 가족들이 단란하게 외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 보기가 좋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식탁을 무심코 봤는데, !!! 엄마의 오므라이스는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음식이 비싸지면서 양도 같이 많아졌기에 여자들이 혼자서 다 먹기에 약간 버겁기도 하다. 그러니 아이들이 혼자서 한 그릇씩 맡으면 분명히 다 먹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네 명이서 세 그릇을 주문한 것 같았다. 알뜰한 가족의 지혜로운 선택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엄마 혼자서 숟가락만 들고 아이들과 아빠 앞에 놓여있는 음식을 한 숟가락 씩 얻어(?) 먹는 모습이 왠일인지 보기가 싫었다.

왜 늘 엄마가 그렇게 배려해야하는 것일까? 철없던 내가 다 커 철이 드니 이제 엄마가 보이나 보다. 얼핏 우리 엄마의 잔상이 스쳤다. 식구들끼리 여럿이 모여 과일을 먹는 자리에서 사과를 깎으시던 엄마. 먹성 좋은 우리는 엄마가 사과를 깎아 놓기가 무섭게 하나 둘 씩 다 집어 먹어서 엄마는 계속 과일을 깎으셔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고 나서 엄마가 드신건 다 깎은 사과에 붙여 있던 남은 과육이었다. 그 뿐인가, 엄마는 우리들이 무심하게 남긴 밥을 그냥 버리지 못하신다. 우리가 밥을 남길 때마다 엄마는 그것을 드셔야했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 집을 떠나와 자취를 하면서,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목이 뜨거워지는 것은 엄마의 배려에 대한 답이 너무 작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여성은 아줌마가 됨과 동시에 배려와 희생이라는 굴레(?)도 함께 받게 되나보다. 얼마전 사촌 언니에게 놀러갔을 때에 언니가 형부의 늘어진 티셔츠와 무릎나온 운동복 바지를 물려(?)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집에서라지만 형부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는 언니가 참 낯설었다. 처녀 땐 그렇게도 잘 꾸미고 다니던 언니었는데, 주부가 되고나니 자기를 위해 무언가를 사는 게 참 어렵단다. 새 옷 한 벌 사입고 싶다가도 그 돈이면 교통카드 충전에 반찬을 몇 가지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단다.

나는 철이 들어서 엄마의 수고로움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 엄마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엄마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저 우리 '엄마'들이 당신들을 위한 삶도 살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의 엄마로서 누구의 아내로서의 삶을 살다가 당신들의 삶을 잃어버릴까봐 두렵다. 엄마만을 위한 음식, 엄마만을 위한 여행, 엄마만을 위한 휴식과 여유. 그런 것들을 딸이라는 이름의 '감사하는 맘'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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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보면, 철이 들고 난 이후부터 나는 음식을 먹을 때 한 번도 마음놓고 마음껏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이냐고 반문하는 분이 있으실 지도 모르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그렇다. 내가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서 내가 세운 기준에 따라 늘 일정한 양의 음식을 먹고 조절을 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식탐이 많은 내가 맛있는 음식 앞에 처참하게 무너져서 과식을 할 때도,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 무심코 과자를 집을 때도, 사실은 마음 놓고 그 음식을 온전히 즐긴 적이 없다는 말이다. 늘 머릿속에서는 '살'과 의 전쟁중이기 때문에 먹으면서도 맘이 편할 날이 없었다.

우리 나라 여자들의 대부분은 의학적인 기준에서 표준 체중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권력'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 여성들은 얼마나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가?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다녀봐도 과체중보다는 저체중이 더 많아 보인다. 그렇지만 표준의 범위 내에서라도 이왕이면 체중을 더 적게 유지하고 싶은 것이 여자들의 본능이기도 하다. 길게 보면 1kg의 감량도 없으면서도 1년 내내 다이어트 중인 나의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으니, 바로 '동거하는 여성이 더 뚱뚱하다'는 것!



'뚱뚱, 다이어트, 살, 체중감량'이런 단어가 들어가 있는 기사는 당연히 내 시선의 거름망에 걸리게 된다. '동거'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에 이끌려,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여자가 자신을 위해 만찬을 차릴 리 없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있는, 혹은 단순히 허기만을 면하는 그저 그런 식사를 하는 여성들일 지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밥상에는 공을 들이게 된단다. 여자들에게 식사 시간이란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의 표현'이고 '사교의 시작'이며 '친밀관계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 듯 했다. 나도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면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서 김이랑 먹거나, 남은 밑반찬을 한 데 넣고 쓱쓱 비벼서 그릇채 들고 먹기도 한다. 다소 궁상맞아 보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고기를 굽는 모습은 더더욱 괴상하다. 이런 것이 꼭 돈 때문만은 아닌 게, 그러곤 친구와 커피전문점에 가서 밥값보다 훨씬 더 비싼 커피와 쿠키를 먹는 것도 우리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여자들이 결혼을 해서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면 밥상 자체가 달라진단다. 여자들에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해 주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좀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남녀가 결혼하거나 동거를 시작하게 되면 여자는 살이 찌거나 식습관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남자는 더 건강해진단다. 남자들은 동거나 결혼 후 건강식이나 과일 채소 등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되지만(이 모든 것을 여성들이 다 챙겨주기 때문) 여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풍성해진 식탁 덕(?)에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식사량도 자연스레 남자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란다.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다보니(직접 해 주지 않아도 늘 맛있고 영양 좋은 식사를 하게 되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뚱뚱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가 되면 체형이 급격히 변하나 보다.

아, 우리 여성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더욱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무심코 남자들과 같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된다니...... . 손수 맛있고 영양있는 밥상을 차리면서도 자신은 칼로리가 낮은 음식 위주로 적은 량을 먹어야 한다니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상황이 이쯤되면 남편들은 결혼 후 살이 찌는 아내를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정성을 쏟은 그 손길을 고마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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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요즘같이 '영어를 권하는 사회'에서 살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리는 1년에 딱 한 번, 한글날이 되면 '한글은 정말 우수합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바로 씁시다'라고 목청 높여 외치지만, 당연하다는 듯 10월 10일이 되면 또다시 무심해진다.

어느날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학생이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장난이 가득한 표정과 말투로 봐서 나를 놀릴 심산이 분명했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도 그 학생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사람들도 다들 '와인'이라고 말하는데 '포도주'라는 말은 뭐하러 배우냐는 것이었다. 포도주는 한국어로 와인은 영어로 발음하는 캐나다인 유학생의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정말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사실이다. 포도주의 영어식 표현이 와인인데, 와인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이 훨씬 더 좋은 품질의 술로 변하기라도 하듯 사람들은 와인이라고 말한다.


그 뿐인가? 나는 홈쇼핑 방송을 볼 때마다 참담함을 느낀다. 쇼호스트(이것도 영어식 표현이다.)들은 하나같이 영어를 섞어서 자신들의 제품을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고가의 제품일 수록 더하다. 색을 설명할 땐, '블랙, 화이트, 골드, 실버, 엘로우'가 기본이고 슈즈, 수트, 이어링, 믹스 앤 메치, 소프트한 감촉, '영'해보이는 피부 표현 등등 조사와 서술어를 빼곤 죄다 영어식 표현이다. 우수운 것은 제대로 된 영어도 아닐 뿐더러 거의 모든 단어에 혀를 굴리며 R발음을 섞는다는 것이다.

다른 방송들도 마찬가지이다. 드라마에서도 부유할 수록 영어를 자주 섞고, 심지어 아나운서들까지 영어식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기호품이 돼 버린 커피만 해도 그렇다. 커피는 한국어지만 커퓌(coffee)는 영어이다. 우리 발음엔 [F]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있어 보이고자(?) 까풰에 가서 커퓌를 마시니, 아! 정말 슬픈 현실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도 별 볼일 없어 보이던 사람이 알고 봤더니 영어 능통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내가 보는 앞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하고 나면 왠지 더 멋져보일 때가 있다. 영어 하나 때문에 사람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몇 번 그런 일을 경험하고 나서 심각하게 자아반성(??)을 했지만, 아직도 유창한 영어 실력에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때가 있 것을 보면 나도 속물인가 보다. 영어 발음은 그토록 중요시 여기면서 국어 발음엔 소홀했던 탓에 성인이 돼서도 제대로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이 꽤 많다.(맞춤법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드라마를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귀에 거슬리는 틀린 발음과 만날 때면 방송국으로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꽃이[꼬치], 밭을[바틀], 젖이[저지], 닭이[달기], 흙을[흘글], 맑다[막따], 넓다[널따]
이 정도는 기본이지 않는가?

부디 우리말 우리글이 해외에서만 인정받게 두지말자. 세종대왕의 탄성이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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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좀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꿈꿨던 나는 작년부터 인터넷 동호회에 급격한 관심을 가지다가, 누구나 무난하게 들 수 있는 식도락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다. 고상한 문학 비평 동호회나 운동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산악 동호회에도 몇 번 기웃 거려 봤으나 역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음흉한 나에겐 별다른 준비 없이 고픈 배만 가지고 가면 되는 식도락 동호회가 딱이었다.

온라인 카페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게시판도 열심히 보며 은근한 관계를 형성해 하던 중 드디어 맛집을 찾아나서는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게 됐다. 동호회에서 멋지고 근사한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 인터넷 문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순수하게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동호회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모임 날짜가 다가오자, 왠지 이 모임에서 이상형의 남자를 운명처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모임이 처음이었던 나는 특별히 장만한 새 옷까지 입고 룰루랄라 모임 장소로 나갔다. 메뉴가 무엇이고 어떤 분위기의 식당인지는 안중에도 없었고 이미 이번 정기 모임이 나에게는 단체 미팅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이 날 나는 중대한 실수를 두 가지나 저지르고 만다. 첫째로는 쌀쌀해진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설렜던 나머지 너무 일찍 집을 나선 것이다.

가을에 접어든 탓에 날씨가 생각보다 더 쌀쌀했는데, 한껏 기분이 좋았던지라 남는 시간에 근처 도서관에 들러서 논문을 보고 가기로 했다. 미팅(동호회 모임) 전에 논문을 보러가다니 이게 웬 생뚱맞은 행동일까마는 그 때는 잠시 뭐에 홀렸는지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국회도서관에 들르게 됐다. 아직 도서관은 난방을 하지 않았고 찬 공기 탓에 콧물이 훌쩍훌쩍 나왔다. 논문을 읽는 둥 마는 둥 시간은 다 됐고 나는 그제서야 모임 장소로 갔다.

와우~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생각보다 멋진 소위 킹카도 몇몇 눈에 띄었다. 추운 곳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화장은 들뜨고 얼굴이 얼어서 표정은 경직됐다. 또 오랫만에(?) 멋있는 남자들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우리가 간 음식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한식집이었다. 정신차릴 새도 없이 우르르 떠 밀려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킹카들(그들은 모두 친구인 듯 했다.)과 같은 식탁에 앉게 됐다. 너무 환한 실내분위기와 시끌시끌하며 한식에 어울리는 반주인 소주, 그리고 킹카. 내겐 너무도 낯선 미팅장소(??)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약간 어둡고 조용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25명 정도의 사람이 모였는데, 너무 어색했던 나머지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완전 바보처럼 얘기를 했다. 일제히 나를 주목하는데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아~ 조명이 필요해. 속으로 외쳐보아도 거긴 너무도 환한 한식집.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킹카들과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킹카에게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웃으며 떠드는데 나는 점점 더 위축되어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예의상 나에게도 몇마디 말을 시키긴 했지만...... .

그리고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 곳에서 이상형을 만나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았다. 맛집 탐방이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은 2차로 또 다른 어디론가 가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 길로 도망치듯 집에 와서 이불 쓰고 누웠다.

우리는 누구나 킹카를 만나고싶어한다. 그러나 당신은 킹카를 만날 준비가 돼 있는가? 어떤 자리에서든 당당한 그들을 보면서 퀸카라고 하기엔 2% 부족한(겨우?) 내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 그 날 이후로 자기가 잘 생긴 줄 아는 사람이 나는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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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연수차 방문한 중국에서도 프로필 사진을 찍어봤다. 한국에서 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황송한 대우를 받으며 찍은 프로필 사진. 오랜 시간을 공들여 찍은 사진이라 애착도 가고 한국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 재미있기도 했다. 요즘에는 특별히 써 먹을 데가 없어도 재미삼아 한 두 번 찍어 보는 것이 프로필 사진이기에, 외국에서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본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는 외국어를 할 줄 모른다. 최근들어 중국에 관심이 생겨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왕초보라 간단한 생활중국어(일명 서바이벌 회화) 정도만 겨우 할 정도이다. 그런 나와 내 친구가 중국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될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우리는 그저 한국에서는 비싸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중국에서 많이 해 보자고 별러 왔었기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색해보다가, 사진 촬영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 우리가 사진을 찍은 곳은 중국 산동성 칭조우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웨딩&프로필 사진관이었다. 칭조우는 한국으로 따지면 '군'이나 '읍' 정도 될 것 같은 시골 동네인데, 시골이라 발전이 되지 않아서인지 그야말로 '중국'이다.(칭조우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 왕초보 둘이 우물쭈물 사진관에 들어갔는데, 우리의 폼새가 심상치 않았는지 직원들이 관심 있어 하며 몰려들었다.(칭조우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는데도 그 사진관에는 예약 접수를 받는 직원만 5명 정도, 화장해주는 직원 3명, 도우미(옷 갈아입을 때) 5명, 사진기사 5명....등 참 많은 직원들이 있었다. 중국이 아직은 인권비가 싸서 그런 것 같았다.

손짓 발짓에 전자사전까지 동원해서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예약을 했다. 옷 3벌을 선택할 수 있고 화장이랑 머리 등을 매만저 주는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 흥정해서 180위안이었다. (아, 중간에 점심으로 햄버거도 준다.) 사진은 20장을 고를 수 있단다. 180위안이면 지금 환율로 따지면(환율이 많이 올랐다.) 많이 쳐서 36,000원이다. 아침 일찍가서 화장하고 사진을 다 찍는데 4시간 정도 걸리는데, 36,000원이면 정말 싼 가격이다.

드디어 예약한 날짜가 되어 들뜬 마음으로 사진관을 찾았다. 먼저 옷을 고르는데 엄청나게 종류가 많아서 어떤 옷을 골라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 전통의상을 우선으로 고르고, 긴드레스도 고르고, 짧은드레스도 골랐다. 눈치를 보니 내가 고른 옷은 다른 사람들이 잘 고르지 않는 것이었나 보다. 옷에 따라서 머리와 장신구들을 다르게 해 주는데, 내가 고른 긴드레스에는 특이하게도 단발머리 가발을 씌어 주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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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화장할 때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메이크업 베이스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액체가 있는데 추가로 돈을 더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사진가격이 180위안인데, 그 화장품도 180위안!! 화장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와 계속되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필요없다고 외치며 그들의 눈치를 견뎌냈다(!!!) 다른 사람들 화장하는 것을 보니까 가부키 화장하듯 얼굴 전체를 허옇게 떡칠하더니 그 위에 파운데이션을 발랐다. 아마 평소에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중국인들이라, 피부 상태를 극도로 좋아보이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180위안은 너무 비싸다. 그리고 또 특이한 것은 중국의 화장에는 쌍꺼풀 테이프가 들어간다. 그것도 한 쪽 눈에 두 번이나!! 내가 볼 때 사진 나온 것이 약간 어색한 까닭도 그 쌍꺼풀 테이프 때문이다. 나는 속쌍꺼플이 있는 눈인데도 불구하고 테이프를 붙여서 성형한 것 처럼 어색한 쌍겹을 만들어 놓았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는데, 자꾸 보니 눈이 커 보여서 성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화장술이었다.(사진엔 너무 어색하다.)

제일 먼저 입은 것은 검은색 무늬가 있는 긴 드레스. 짧은 가발과 검은 모자, 장갑까지 세트로 갖춰줘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쓱 둘러봐도 다른 사람들은 쓰지 않은 가발을 나 혼자 쓰고 있으니 괜히 더 특별해 보여서 더 좋았다. 사진 찍을 땐 여자 사진 기사 분이 포즈를 취해 줘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 지를 알려줬다. 말이 안 통해도 역시 무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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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중국 전통의상을 입었다. 잘 보이지 않는 뒷머리까지 가모를 넣어 봉긋하게 만들어 주는 등 세심하게 신경 써 줬다. 전통 모자가 어찌다 무겁던지 목 디스크가 걸릴 지경이었지만 예쁜 사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꾹 참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는 포즈는 정말 어려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짧은 드레스를 입었는데 머리를 촘촘한 빗으로 빗어서 펑키 스타일로 만들어 줬다. 세상에! 이런 머리를 한 사람도 그 사진관에선 나 밖에 없었다. 당황스럽겐 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머리를 해 보겠나 싶어서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좀 웃겼던 것은 머리에 꽃을 달고 끈을 연결하는데, 딱풀로 이마에 붙이는 것이 아닌가? 아무렇지 않게 풀칠을 하더니 이마에 붙여주는데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짧은 드레스 안에 입은 망사바지도 중국에서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할 것 같았다. 옷 뒤에 길게 늘어져 있는 천을 이용하여 옷이 날리는 듯 한 효과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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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4시간의 촬영이었지만 내내 재미있게 사진을 찍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다른 옷과 다른 스타일로 또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 여유가 된다면 해외 여행을 할 때 유명한 유적지만 가는 곳이 아니라 그 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더 깊숙히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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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길~게 공부만 하느라 연애한번 제대로 못한 쑥맥들이 많다. 문제는, 소심하고 상처받기 쉬운 그녀들이 자신을 노리는(?) 나쁜 남자를 선별하는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데 있다.

오늘 오후 문득 생각난 선배 언니에게 전화를 걸다가 언니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 5개월이 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래도 여느 때처럼 반갑게 맞아주겠지. 우리는 각자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해주는 진정한 벗이므로^^ 공부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다가 결국 두손 들고 물러나 버린 나는, 이제 곧 시험을 보게 될 언니를 위로하고 시험을 핑계로 언니를 배려한답시고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것을 사과하리라 맘 먹었었다.

그런데, 단 5개월 사이에 언니는 예전에 내가 알던 언니가 아니었다. 이해심 많고 따뜻했던 그녀는 비아냥 대마왕에 냉소와 악으로 가득찬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나의 끈질긴 기다림과 추궁에 의해 '거짓 악녀'의 모습을 겨우 벗은 그녀는 한참을 운 끝에 자신의 상처를 토,해,내,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속이 상했는지...... .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 있다. 그 나이 들도록 바보처럼 순진했던 언니에게  언니보다 5살이나 어리고 나보다는 3살 어린 그 놈이 한 행동은 가혹했다.

사랑을 주던 이가 모욕감을 갖게 하고 이상형이었던 이를 쓰레기로 취급하며 필요에 따라 쉽게 용서를 비는 나쁜 남자.

그러나 어쩌면 그도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지나가는 이의 작은 관심에도 크게 감동을 하게 되고 너무도 쉽게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채 주게 되며 이후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에도 큰 상처를 받게 되니까.

나는 길~게 공부만 해 온 수많은 순진남, 순진녀들이 진심으로 걱정스럽다. 그들은 시험이라는 틀 속에 갇힌 채 세상과 너무 단절돼 살아왔고 그들의 로맨스는 아직도 여리고 착하기만 하므로. 오늘 언니가 쏟아낸 눈물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언니를 바라 보는 내 마음은 약간 더 가벼워졌다.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기만 했던 언니가 이제는 땅을 딛고 올라올 차례이니까. 적어도 어제보다는 더 강해졌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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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지 4년 째, (음...대학&대학원은 별로 억압이 심하지 않으니까 다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는 벌써 10년째!!!!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꿈 속에서의 나는 학생일 때가 많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꿈에서의 나는 참 한심하기가 그지 없는데 어느날 등교를 하고 보니 그 날이 바로 시험날이었거나, 수업 준비물을 하나도 가져 오지 않았거나, 다음 수업의 시간표를 모르거나, 모든 교과서들이 사물함에 들어있는데 사물함 문을 절대로 열 수가 없거나,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주위에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거나......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모두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다.

꿈 속에서 어찌나 시달렸던지 그런 꿈을 꾼 날이면 어김없이 우울하고 기분이 나빠져서 하루 종일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억압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마도 지금껏 내가 준비하고 있었던 '시험'이 그 문제의 원인일 것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지긋지긋하게 끝이날 듯 다시 시작하기를 3년 동안이나 반복한 그 시험. 운이 좋게(?)도 나는 그 시험의 굴레를 벗어났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직도 고시원에서, 학원에서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시험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그만 둔 것이기 때문에, 이미 포기한지 2년이 넘었고 이제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무의식은 아직도 그 시험을 계속 치르고 있나보다.





나는 중등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했었다. 시험에 통과하면 누추했던 임용준비생에서 고귀한 선생님으로 한순간에 거듭나게 되는 것이기에 나를 비롯한 수많은 고시생(?)들이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고 있었다. 나는 3번의 시험을 보았지만 여전히 그 시험은 나와는 친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손을 들었다.

오늘 또 한 번의 악몽을 꾼 것이 날씨가 선선해지고 시험 볼 무렵이 다가오는 때와 맞물리는 것을 보면 정답을 제대로 찾은 것 같긴 하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겸연쩍은 얼굴로 시험 결과를 말하지 않아도 될테고 한 때 '취미삼아 공부하는 사람'으로 스스로 규정해 버렸지만 여전히 교원 임용 고사 시험은 나에겐 무시무시한 기억으로 남아있나보다.

이제는 나를 짓누르는 압력에서 벗어나도 되겠기에'괜찮다, 괜찮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워본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 티, 고 있을 수많은 ~고시 준비생들에게도 '괜찮다, 괜찮다'고 위로해 드리고 싶다.

이제 곧 임용고사를 비롯한 각종 시험들이 일제히 치러지게 될 것이다. 꿈을 위해 도전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 속에서 무기력하고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더 많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졌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해 노력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은 훗날 자신의 모습을 더욱 여유롭게 회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자신의 연인이든, 자신의 자녀이든 누구에게든 자신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당당하게 추억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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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니 황당하다는 것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야말로 어이없고 화나는 일이었다. 내가 겪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 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야말로 내 분을 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글을 쓴다.

친언니 처럼 지내는 친척언니의 생일날 나는 어떤 의미 있는 선물을 사 줄까 고민하다가 오랫만에 기특한 생각을 해 내게 됐다. 직장 일과 가사 일을 병행하고 있는 언니의 건강을 챙겨주기로 맘 먹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선물이라봤자 고작 머리핀이나 책, 인형 등등 값싸고 주기 쉬운 것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고급 영양제를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주부가 되면 자신보다 남편이나 시댁, 친정을 더 먼저 챙길 것이 뻔하기에 언니의 몸은 동생이 챙겨줘야 한다. 그래서 이왕 사는 거 비싸더라도 좋은 것으로 골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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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에게 영양제 하나 좋은 것으로 달라고 했더니 '코엔자임큐텐을 함유한 비타민, 미네랄 종합 영양제 XXXX'를 권해줬다. 가격은 자그마치 8만원!!! 내가 먹을 것이라면 2~3만원대로 샀겠지만 그동안 언니에게 받았던 무한한 사랑에 보답하고자, 손을 떨며(?) 이 약을 샀다. 솔직히 나는 코엔자임큐텐이 뭔지도 모르고 종합영양제 안에 어떤 성분들이 포함돼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많이 들어봄직한 제약회사에서 만들어 진 약이고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기에 그저 좋은 것이려니 했다. 또 약 상자에 쓰여있는 문구도 딱 내 마음에 들었다.

결혼한지 6개월 정도 된 언니이기에, 이제는 슬슬 귀여운 아기를 잉태할 때도 된 것 같다는 내 생각을 이 약을 통해 은근히 언니에게 전할 요랑이었다. 그래서 약 상자에 써 있는 이 약의 효능/효과 문구가 참 맘에 들었던 것이다.
[효능/효과] 다음 경우의 비타민 A, D, E, B1, B2, B6, C의 보급, 육체피로, 임신, 수유기, 병중, 병후의 체력 저하시, 발육기, 노년기, 눈의 건조감의 완화, 야맹증----이하 생략
특히나 임신, 수유기인 여성이 먹으면 좋다는 이 문구가 언니에게 은근히 전해지길 바라며 나는 기쁜 맘으로 이 약을 언니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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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후 언니네 집에서 밥을 먹다가 8만원짜리 생일 선물을 너무도 생색내고 싶었던 나머지, 나는 언니에게 그 약 잘 챙겨먹고 있냐고 기세등등하게 물어봤다. 그런데, 언니의 대답이 너무나도 예상밖이어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언니는 슬슬 2세를 계획하고 있어서 무슨 약이든 먹을 때 조심한다고 하는데(당연하다!), 내가 줬던 그 약이 언니의 2세 계획에 문제가 있어서 형부가 대신 먹는다는 것이 아닌가?

임신, 수유기 여성에게 좋다는 문구가 특히 마음에 들어서 샀던 약이 임신에 문제가 된다니 나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언니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언니가 약 상자 속에 들어있던 첨부문서를 보여줬다. 나 같으면 읽지 않았을 긴 설명서를 언니는 꼼꼼하게도 읽어봤나보다. 효능/효과에 '임신, 수유기'라고 동일하게 표시돼 있는 그 설명서 아래에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이 써 있었다.
1. 경고 임부에 비타민A(레티놀)를 1일 5000IU 이상 투여하는 경우에는 선천성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임신 3개월 이내 또는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부인에는 비타민 A를 5000IU/일 이상 투여하지 않습니다.---이 영양제에는 비타민 A가 5000IU 들어있어서 문제가 된다.

또 다음 '환자에는 신중히 투여하십시오'라는 설명 아래에는 5)임부, 수유부라고 써 있었다. ----분명히 임신, 수유기의 사람에게게 효능과 효과가 있다고 해 놓고 그것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게다가 '7. 임부, 수유부, 미숙아, 유아에 대한 투여' 항목에는 1) 외국에서 임신전 3개월부터 임신초기 3개월까지 비타민A를 10,000IU/일 이상 섭취한 여성으로부터 태어난 아이에게 두부신경릉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기형발현 증가가 추정된다는 역학조사결과가 있으므로 임신 3개월 이내 또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부인에는 비타민A 결핍증 치료에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약을 투여하지 않습니다. 또한 비타민A 보급을 목적으로 이 약을 사용하는 경우는 식품 등으로부터의 섭취량에 주의하고 이 약에 의한 비타민 A투여는 5000IU/일 미만에 머물도록하는 등 적절한 주의를 합니다. 2) 비타민 D는모유로 분비되어 신생아에게 과칼슘혈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임신 수유중 과량복용시 태아 및 영아의 갑상선기능장애 및 갑상선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라고 써 있었다.

분명히 나는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이 먹을 영양제라고 약사 아저씨에게 덧붙여 말했고, 약사 아저씨는 내가 산 영양제가 아주 좋은 것이니 누가 먹든 상관 없이 좋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내용이 사용 설명서에 적혀 있을 줄이야~! 만약 언니가 설명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읽어보지 않았다면 정말 큰 일이 났을 수도 있는게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약사의 말과 약 상자와 약 병에 써 있는 계략적인 설명만을 믿고 약을 복용할 것이다. 사용 설명서를 꼼꼼하게 밑줄 그어가며 읽어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상반된 내용을 포함 하고 있는 약을 별다른 설명 없이 판매한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약을 산 나도 문제지만,  8만원이나 되는 돈을 너무 쉽게 벌어간 약사와 더 알기 쉽게 약의 성분과 효능을 표기하지 않은 제약회사가 더욱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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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상자 속 깊숙히 들어 있는 자세한 사용 설명서를 더 잘 눈에 띄게 보여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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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매일 전화로 수다떨고, 메신저로 대화하며, 틈틈히 만나 같이 노는 여고동창생이 '있었다'.

우린 자신의 속마음을 서로에게 낱낱이 다 드러내었으며 나는 재밌는 영화가 개봉하거나 맛있는 음식점을 새로 발견했을 땐 꼭 그 친구와 함께 갔다. 물론 그 친구도 싸고 예쁜 옷이 많은 가게와 커피향이 좋은 카페를 꼭 내게 소개해 주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둘 다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당연한 듯 함께 살게 되었다.

처음 몇 달은 좋았다. 팔짱을 끼고 장에 가서 사 온 반찬거리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좋았고 휴일이면 만화책을 빌려 와 밤새 뒹굴거리며 킬킬대는 것도 재밌었다. 처음 몇 달,
우리의 본성이 눈뜨기 전까지는...... .

시간이 흘러 같이 산 지 5, 6개월쯤 되었을까? 나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친구의 양말이며 옷가지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고 밥이며 설거지가 내 차지가 될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기 일쑤였다.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쉽게 났고 그런 내 마음을 들킬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렇게도 자주 드나들던 극장이며 쇼핑몰에 자연스레 발길이 끊어지고,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던 수다가 점점 지루하고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방문을 걸어닫은 채 다른 이들과 통화하고 약속을 잡았으며 서로에게는 침묵하고 서서히 무관심해졌다.

폭풍전야 같던 시간들이 흐르고 마침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그 일 때문에 친구와 나는 서로를 집어삼킬 듯 싸웠고 또 울었다. 그것은 차라리 속 시원한 순간이었다.

각자 다른 집을 얻어서 이사를 가고 연락을 하지 않은 채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궁금함은 모가 난 돌처럼 내 심장 한 구석을 찌른다. 내 모든 것을 다 나누어도 아깝지 않았던 그녀였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왜그렇게 난 이기적이었던 것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지켜야 할 '선'을 정하지 못한 채 서로의 영역을 너무 많이 침범했던 것 같다. 미묘하고 섬세한 우리 여자들에게는 타인에게 들키지 않고 보호받고 싶은 자신만의 영역이 있게 마련인데...... .

어느날 불쑥 그녀 앞에 나타나 서로 마주보며 맘껏 웃어보고 싶다. 그녀가 나를 보고 다시 웃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욕심은 아니리라. 얼른 그녀를 만나 마음의 짐을 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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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중에서 가장 불룩한 부분을 줄자로 재니 -.-;;;;;; 도저히 밝힐 수 없이 민망한 XXinch를 기록. 굳이 재 보지 않아도 여자라면 자신의 몸 상태를 직감으로 느낀다.

이제는 지옥의 다이어트를 시작해야할 때. 대학시절에 재미를 보고 그 이후로도 쏠쏠하게 써 먹은 계란 다이어트가 언뜻 머리를 스친다. 원래는 덴마크식 다이어트라고 하여, 빵 한조각이니 자몽 반개니, 커피 한 잔이니 하는 식단표가 마련돼 있으나 귀찮아서 그냥 매끼니마다 삶은 달걀 2개를 소금없이 먹었다. 그렇게 2주를 보내니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요요가 너무 쉽게 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바로 이소라 다이어트 1탄!! 모델 답게 쭉쭉 뻗어 부럽기만한 소라님의 몸매를 보며 운동을 하니 흥도 더 나고 운동을 많이 한 그녀답게 전문가 처럼 설명도 잘 해 준다. 무엇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은 3일만하면 몸이 반응한다는 것.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힘, 들, 다.



땀도 많이 나고 숨도 가쁘다.  특히 팔 운동을 할 때면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팔 운동만 15분 -.-) 유산소를 병행하지 않으면 불룩 나온 뱃살을 다 없애기 힘들겠지만 매력적인 몸매의 라인을 만들어주기에는 이소라 다이어트 1탄 만 한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 이후에 다이어트 비디오 붐이 일어나면서 이소라 다이어트도 2탄이 나오고 조혜련, 옥주현, 황신혜 등등 참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역시 원조가 짱인지라 이소라 1탄을 능가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헛둘헛둘 오늘부터 지옥의 다이어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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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잔 째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카페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지난 2주 동안의 내 행적이 단지 방황에 불과했다면, 나는 무엇으로부터 일탈했던 것일까?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어찌어찌 해서 연락 된 친구와 그 친구를 통해 또 연락된 친구.
그렇게 해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내가 그동안 가슴속에서 담고 있던 추억 속의 인물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첫 모임에서의 서먹하고 어색함은 나에게 색다른 '짜릿함'을 주었는데 그것은 그녀들의 삶이 내 삶과 많이 다른 데서 오는 낯설음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내가 즐겨보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이었다. 미팅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가장 내 호기심을 자극한 요소였지만 그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다른 세상을 자주 보았다. '아.찔.소'에 의하면 서른이 되도록 클럽한 번 안 가본 나는 아주 답답한 여자이며 그것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기에, 부킹한 번 못해 봤다고 말하면 완전히 내숭녀으로 찍히게 된다. 어떨 땐 내가 이상한 것인지, 프로그램 속 그녀들이 다른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지만 나도 가끔 달라져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던 차에 나는 그녀들을 만났다.

첫만남의 낯설음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급속도로 다시 친해졌다. 그녀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명품 소품에 기죽었던 나는 두번째 약속부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들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매일 들르는 고급 음식점에 내 지갑이 바닥나고 매번 새로운 문화적 충격에 혼란이 생기기도 했지만 나는 별로 게의치 않았다. 어쩐지 내가 더 당당해진 것 같았으므로, 그녀들과의 만남은 참 즐거웠다.

그러나 2주만에 나는 깨달았다. 그 속에는 내가 없음을...... . 평소보다 진한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는 내가 아니며 사소한 것에도 크게 웃고 있는 그녀는 나와는 다르다. 화려한 소품을 즐기며 시끌벅쩍한 술자리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그녀'가 '나'이기엔 너무 낯설다.

나는 단지 일탈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두 잔 째 커피를 마시며 내 속에 있는 '공허'를 발견한다. 카페인으로는 채우지 못할 1g 가벼운 그것. 나는 그것을 나의 미완성 된 '자아상'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 속의 허전함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나로써 채워야 한다. 나 스스로의 노력과 열정으로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무거워져야되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당분간 다시 만나자던 그녀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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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처럼 국문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타전공자들과는 달리 우리의 전공 과정에는 '영어'가 없으며 당연히 원서 또한 우리글이다.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고대 국어나 중세 국어를 해독하느라 진땀을 뺀 적은 있지만, 꼬부랑 글씨를 가지고 씨름할 필요는 없었단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어 전공자가 학부시절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어학연수를 가는 경우는 나 때만 해도 흔치 않았다.(석박사 과정으로 들어가면 음성학이나 비교 문학 등을 공부하려고 유학하는 분들이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외국어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인지 국문과 전공자들에게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타전공 친구가 붙여 준 내 별명 '국산(^^;;;)'에서도 볼 수 있듯, 나는 나라밖 일에 무심했고 이런 상태는 대학원까지 국문과로 진학하면서 더욱 심해졌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도 우리말 문법은 자주 틀리면서도 영어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지나치게 눈치를 주고, 텔레비전에서 좋아보이는 광경이나 물건에 외국 같다느니, 외제 같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면 혼자서 흥분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국문과 출신들에게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내가 성인이 되면서 나라 밖 세상을 조금씩 구경하게 되니, 신기하고 요상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서두를 장황하게 쓴 까닭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이 유독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1. 집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다
.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조차 이 의견에는 상반된 견해를 보일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본 요상한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드라마가 '캐빈은 13살'인지 '천재소년 두기'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주인공이 비 오는 날 축축하고 더러워진 운동화를 신은 채로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는 그대로 침대 위로 털썩 누워버리는 것이었다. 놀라움을 벗어나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에 있는 이모 댁에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실제로 집 안에서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하는 그네들의 문화에 다시한번 놀랐던 경험이 있다. 내가 의외로 먼지에 민감한 까닭에 밖에서 묻혀 온 먼지들을 털지도 않은 채 소파에 앉고, 집 안을 활보하며, 심지어 주방에서 요리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은 차라리 공포였다. 저렇게도 깔끔해 보이는 사람들이 먼지가 그득한 집안에서 생활한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집 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우리의 문화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방에 얼룩하나 없이 깨끗하게 쓸고 닦아 놓은 모양이 더 불편할 지도 모른다. 걱정과는 달리 이모 댁에서 보낸 한 달 내내 먼지로 인한 질병이 없었던 걸 보면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문화가 생각만큼 지저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맘 편히 누울 수 있는 깨끗한 방 바닥이 더 좋기는 하다.



2. 식당에서는 물과 밑반찬을 공짜로 준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베트남 여행에서 나는 우리 나라가 얼마나 인심 후한 나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었다. 우리는 작은 식당에 가서 된장찌개 하나를 시켜도 밥도 주고 갖가지 밑반찬도 준다. 더군다나 반찬이 모자랄 때는 스스럼 없이 '아줌마, 반찬 좀 더 주세요, 정말 맛있네요.'하면 인심 좋은 주인 아줌마가 넉넉하게 부족한 반찬을 채워준다. 그런데 이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음식 문화가 달라서 우리는 밥과 반찬이 한 세트처럼 돼 있지만 외국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음식을 하나씩 따로 주문하고 쌀을 먹는 나라에서는 밥도 따로 주문을 해야 된다.

뿐만 아니라 물에 석회질 함유량이 많아 물이 귀한 나라에서는 식당에서 물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도 없다. 메뉴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물이라는 메뉴는 참 낯설다. 이런 나라에서는 끓인 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매번 물을 사 먹을 수밖에 없다. 또 우리와 다른 음식 문화때문에 상대적으로 야박하게 느껴지는 마당에 팁까지 줘야한다. 물가가 비싼 나라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더욱 배아프게 느껴지는 팁 문화, 나에게 촌스럽다고 한들 할 말이 없다.



3. 화장실에는 꼭 문이 있어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급부상한 나라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같은 대도시만 여행한 사람들은 중국 고유의 화장실 문화(?)를 체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나는 중국에서 두 달간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기괴한(?) 중국 화장실들을 참 다양하게도 체험해 봤다. 이 때 귀국하여 인천공항에 첫 발을 내딛고 공항내에서 나를 반기는 으리으리한(중국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모든 화장실을 정말 으리으리하다고 느꼈으리라.) 화장실을 만났을 때, 그 앞에서 '나 돌아왔노라'며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국의 화장실은 변화하고 있는 중인지 그 형태가 참으로 다양했다. 우리 나라 시골 재래식 화장실을 생각하고 그것 쯤이야 하시는 분들은 모를 말씀이다. 나 또한 경북 안동 출신이니 재래식 화장실에 놀랄 리 없다. 수세식 변기인 줄 알았는데, 밑을 보니 참혹한 곳, 앞이 다 뚫려있는 상태에서 칸칸이 칸만 나누어 놓은 곳,  ___ㅣ___ㅣ___ㅣ 대충 이런 모양이다. 그나마 칸도 나뉘어 있지 않고 뻥 뚫힌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일을 봐야 되는 곳 등등. 아, 그 때를 회상하며 화장실의 모습을 떠올리니 새삼스레 힘들다.

다들 알고 계시듯 중국도 많이 변해서 시골도 의외로 발전한 곳이 많다. 그런데 유독 화장실만은 왜 그리도 변화가 더딘지 모르겠다. 우물 안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세상 밖을 보니, 할 말이 정말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지루해 질까봐 오늘은 여기서 줄인다. 못 다한 얘기들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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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내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흠흠...좀 과장인 것을 인정한다^^;;)

여자의 피부는 권력이라고 했던가? 내 피부는 평소에도 권력은 커녕 권위마저 없는 평범 그 자체지만 갑자기 여러 개의 사건이 터져서 그것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스트레스에 휩싸였더니 결국 피부가 반란을 일으켰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여드름이 온 얼굴을 뒤덮었다. 불과 2주 사이에!!! 주위에 내 안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그동안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사람들은 모른척 해 주길 바라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만 보면 피부 얘기를 꺼 내서 내 가슴마저 들쑤셔 놓았다.

점점 더 심해지는 피부 상태를 무시할 수 없어서 나는 1단계로 피부관리실을 등록했다. 독일에서 수입해 온 고급 아로마오일을 사용하는 에스테틱이란다. 피부관리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참 호사스러워서 받는 내내 안락하고 평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싸다는 독일제 아로마오일이 내게는 맞지 않는 제품이었는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멍게가 돼서 5회만에 피부관리실을 그만 두어야 할 지경이 됐다.


2단계는 피부과.
관리실에서 피부과로 옮겨 의학의 힘을 빌어야 할 정도로 내 피부는 말이 아니었다. 이 쯤 되니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도 내게 말을 걸어온다. 이목구비는 예쁜 얼굴인데 피부가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아줌마들... 제발 그냥 지나쳐주지 -.-; 피부과에서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마법을 부리듯 피부를 어여쁘게 만들어준다는 '알라딘필'을 권했고 3회 관리에 3회 진정을 격주로 받기로 했다. 미세한 침이 피부속에 침투하여 얼굴 속부터 뽀얗게 만들어준다는 마법의 필. 정말 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어라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의 따끔거리는 고통을 참으며 6주를 버텼지만, 결과는 실패. 물론 엉망이었던 피부가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았으며, 정상괘도로 돌아오기는 했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인만큼의 드라마틱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3단계는 한의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나 만족할만한 결과(평범 그자체였던 내 피부로 돌아가는 것 -.-;;)를 얻지 못했던 나는, 마지막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한의원을 찾아가서 무시무시하게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을 했다. (물론 비용을 아껴보려는 심산이었다.) 한의원에서는 침술과 병행하여 나에게 무시무시한 제의를 해 왔다. 쉽게 말해서 얼굴에 부황을 뜨는 것!!!!!!!!!!!!!!!!! 어깨나 등에 부황을 뜨는 것과 같은 원리로 여드름이 난 부위를 바늘로 콕콕 찌른 후에 나쁜 피를 빼 내는 것이다. 너무 아픈 시술이기 때문에 마취 크림을 얼굴에 발라야만 한다. 3번 정도 시술을 받았다. 고여있던 고름까지 함께 빠지기 때문에 시술 후 3~4일이 지나면 여드름이 한결 가라앉아 있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별로 권할 만 한 것은 아니다.


4단계 포기!!!
지칠대로 지친 나는 그냥 포기하고 피부에 집중됐던 신경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그 사이 나를 곤란하게 했던 여러 일들도 다 해결됐고, 집에서 놀고 먹으며 잠도 실컷 잤다. 물도 많이 마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랬더니 반항했던 피부가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쉬기만 했는데말이다.

누구나 다 안다. 피부의 적은 스트레스라는 것을. 돈 들이지 않고도 피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다 알면서도 너무 시시한 나머지 우리는 이 방법을 믿지 않는다. 피부를 좋게 만들고자 나는 점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결과는 피부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좋은 음식과 충분한 물. 그리고 피로를 풀어줄 숙면이면 그만이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1g 날리면 피부는 1g 좋아진다. 명심하자.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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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만 주야장천 먹던 내가, 감히(?) 신들만 마신다는 신의 물방울 포도주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도주에 대한 지식을 넓혀보겠다는 포부는 절대없고 포도주 고수들이 좋아한다는 시큼하거나 떫은 맛의 포도주 보다는 달달한 맛을 특히 선호하는 것을 보면 나에게 포도주은 그저 비싼 술의 일종이며 미지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오늘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대학 후배를 만났다. 학교 다닐 땐 꽤 친했지만 졸업하고나서는 별 소통이 없었던 사이인지라 둘다 아주 반가운 마음을 우물쭈물 표현하다가
요상하게도 화제가 '포도주'로 넘어가게 되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우리는 포도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으러 어느 레스토랑에를 들어가 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그러나 곧이어 여자 둘이 마시기엔 포도주보다 더 멋진 술도 없을 것 같다는 폼생폼사 정신이 발동하고나니, 오랫만에 만난 후배에게 비싼 밥 한 번 못 사주랴하는 맘이 들기도 했다.


맛있고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와 기분 좋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언니는 못 보던 사이에 더 멋있어졌네요~'하는 후배의 문자가 도착했다.

생각해 보니, 오늘 내 모습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던 것도 같다. 장소와 음식이 사람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 듯. 좀 간지럽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달콤한 기분을 즐기는 동안 내 지갑이 이렇게나 가벼워졌으니 아마도 당분간은 '인간의 물방울'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인 '맥주의 기간'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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