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 때에는 167일 때도 있었고 얼마 동안은 165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나는 적정 수준인 164센티를 유지해왔다.
무작정 키를 키우려고 신었던 10센티짜리 '플랫폼 슈즈(일명 지우개 신발)'가 전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굽을 약간(?) 줄여서 8센티짜리 힐을 신게 되었다.크고 넓쩍한 지우개 신발을 얇고 날렵한 힐로 바꾼지 얼마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쑤시고 결리는 몹쓸 관절염! 지느러미를 버리고 인간의 다리를 얻은 후, 피를 흘리면서도 왈츠를 췄던 동화 속 '인어공주'처럼 불편한 발과 아픈 다리를 해 가지고서도
오직 '아름다움'을 위해서 결코 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더 흘러 1센티미터가 많은 차이를 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7센티 힐로 바꾼 후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종류의 신발은 딱 그 높이를 유지한다.
......
그런데 문득 내가 7센티의 힐 속에 나를 가두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모양의 펌프스가 유행할 때에도, 트레이닝 바지를 입을 때에도(이 땐 키높이 운동화), 하다못해 한복을 입을 때에도. 항상 7센티를 신어야하는 것은 어쩌면 내 강박관념이 아닐까?
이제는 오히려 굽 없는 슬리퍼를 신는 것이 더 불편해져버린 나에게, 추석 선물로 귀여운 리본이 달린 3센티미터짜리 펌프스를 선물했다. 어쩌면 내일아침 눈 뜨자마자 후회하며 그 신발을 반품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신거울에 비춰본 내 모습이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흉직하지 않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한다.
오늘 나는 줄어진 굽 높이 만큼 더 가벼워졌다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물방울을 탐하다. (0) | 2008.09.17 |
---|---|
압구정을 훔쳐보는 여자들 (5) | 2008.09.14 |
여성이여 얼굴보다 '가슴'에 더 관심 갖자! (2) | 2008.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