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만 주야장천 먹던 내가, 감히(?) 신들만 마신다는 신의 물방울 포도주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도주에 대한 지식을 넓혀보겠다는 포부는 절대없고 포도주 고수들이 좋아한다는 시큼하거나 떫은 맛의 포도주 보다는 달달한 맛을 특히 선호하는 것을 보면 나에게 포도주은 그저 비싼 술의 일종이며 미지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오늘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대학 후배를 만났다. 학교 다닐 땐 꽤 친했지만 졸업하고나서는 별 소통이 없었던 사이인지라 둘다 아주 반가운 마음을 우물쭈물 표현하다가
요상하게도 화제가 '포도주'로 넘어가게 되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우리는 포도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으러 어느 레스토랑에를 들어가 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그러나 곧이어 여자 둘이 마시기엔 포도주보다 더 멋진 술도 없을 것 같다는 폼생폼사 정신이 발동하고나니, 오랫만에 만난 후배에게 비싼 밥 한 번 못 사주랴하는 맘이 들기도 했다.
맛있고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와 기분 좋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언니는 못 보던 사이에 더 멋있어졌네요~'하는 후배의 문자가 도착했다.
생각해 보니, 오늘 내 모습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던 것도 같다. 장소와 음식이 사람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 듯. 좀 간지럽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달콤한 기분을 즐기는 동안 내 지갑이 이렇게나 가벼워졌으니 아마도 당분간은 '인간의 물방울'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인 '맥주의 기간'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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