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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욕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모인 친구들 모두 '백분토론 400회'를 보았기 때문인지 우리는 너도나도 손석희 아저씨가 되어서 저마다의 2008년을 진단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들만의 백분토론이 진행되었다. 가장 불행했던 기억과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다가 행복은 결국 욕심을 버리는 데에서 비롯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행복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욕심을 버릴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술도 마셨겠다, 연말이라 기분도 아리송하겠다, 우리는 우리가 버려야 할 욕심에 대해 웃기면서도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욕심은, 마지막 한 모금 남긴 커피잔 위로 생기는 말풍선과 같은 것이다. 커다란 머그컵에서 적당한 카페인과 적당한 달콤함으로써 나를 즐겁게 해 주던 커피. 뜨거운 커피가 주는 정신적 만족감에 빠져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어느새 커피잔은 바닥을 드러내고, 그러면 자연스레 만화처럼 '한 잔 더?'라고 씌어진 말풍선이 나를 유혹한다. 나는 그것을 욕심이라고 부른다. 이미 충분히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원하는 마음말이다. 지나친 욕심은 쓰린 속과 불면을 낳을 뿐이다.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진 내 친구는 24인치 청바지를 욕심이라고 정의했다. 그 친구는 2% 부족한 둥글녀에서 완벽한 매력녀로 거듭나기 위해 매일 자신과 싸우고 있다. 꽤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계속해서 이제는 더 뺄 살도 없어 보이는데 그녀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그동안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열심히 운동한 덕에 슬쩍보기에도 참 많이 예뻐졌다. 그러나 친구는 24인치 청바지를 입기 전까지는 다이어트를 그만 둘 수 없다고 했다. 친구야, 그건 초등학생이 입는 사이즈 아니니? 너는 키가 커서 24는 좀 무리일텐데. 자신조차 24인치 청바지를 욕심이라고 말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친구. 2% 부족했던 둥글녀에서 이제는 매력적인 까칠녀가 되어 버린 그녀는 점점 더 날씬해지려고 욕심을 부린다.

또 다른 친구의 욕심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남자를 따라가는 자신의 시선이었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뭐 한 번 쯤은 다른 사람을 쳐다볼 수도 있겠지. 너도 사람인데' 했지만 오랜 연인을 둔 그녀는 그것마저 미안했나보다. 거리에서 멋있는 사람과 지나칠 때면 눈이 먼저 그 사람의 얼굴과 그 사람의 근육과 그 사람의 스타일에 이끌려 그 사람에게 고정되고, 어떨 땐 묘한 설렘을 느끼기도 한단다. 짧은 순간의 눈맞춤이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기에 시선의 이끌림도 넓은 의미의 바람이라고 말하는 그녀. 이미 자신의 마음에 사랑하는 사람을 담았기에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업 때문에 우리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또 다른 친구. 우리는 이 친구가 고백한 욕심을 만장일치로 진정한 욕심으로 인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직업을 가진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그렇게까지 윽박질렀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다. 친구는 달력에 빨간 날이 더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욕심으로 고백했는데, 그러면서도 칼퇴근에 주 5일 근무인 자기가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민망한 듯 웃었다. 그러고보니 2009년에는 공휴일이 많이 줄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작했던 욕심에 관한 이야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가 처한 상황과 서로의 고민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이미 가진 것을 더 가지려는 마음, 끝 없이 계속 커지는 마음,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 나 보다 못한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 이 날 우리가 고백한 마음들이 비단 우리들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욕심을 털어버린다면 2009년에는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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