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꼭 먹어봐야 될 음식으로 손꼽히는 칠리크랩과 페퍼크랩.
여행 가기 전에 여기 저기 알아 본 결과,
클라키에 위치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인 '점보'가 처음 칠리크랩을 먹는 사람에게 제격이고,
그 명성 만큼 음식 맛도 좋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늘 손님이 많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 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자리를 잡을 수도 없다기에
저희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답니다.
클라키에 도착했을 때 우선 점보 식당의 위치를 봐 두고는,
클라키의 구석구석을 둘러 보고 리버 보트를 타고 야경도 구경하면서 놀았어요.
저희가 예약한 시간은 가장 마지막 시간이었던 저녁 10시였는데,
(여행 중에는 중간중간 간식도 자주 사 먹고 오래오래 놀아서 그런지 저녁을 항상 느즈막히 먹었던 것 같아요.)
9시쯤 점보 레스토랑에 가서 예약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물어 보니, 다행히 완벽히 예약 완료!
9시 45분 쯤에 오면 강이 바로 보이는 좋은 자리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점보 레스토랑 근처 노천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예약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답니다.
(비록 다솔이와 저는 안주만 집어 먹었지만) 맥주 한 잔을 들고 클라키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정말 행복했어요.
강물이 흐르듯 시간도 흐르고, 저희는 다시 점보로 갔습니다.
큰 레스토랑인 만큼 종업원들의 임무가 제각기 나뉘어져 있는데,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를 배정 받은 후,
자리 안내를 해 주는 또 다른 종업원에게 이끌려 저희 자리로 안내를 받게 되었어요.
해산물 전문점인 만큼 살아있는 신선한 물고기, 게, 가재들이 한쪽 수족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저희는 미리 계획한 대로 게를 먹을 예정이었답니다.
이야~!
엄청 좋은 자리를 배정 받았어요.
싱가포르는 아이와 여자의 천국이잖아요? 거의 모든 식당에 아기 의자가 마련돼 있고요,
당연히 이 곳 점보에서도 다솔이를 위한 편안한 아기 의자를 준비해 주었답니다.
클라키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손님의 대부분이 여행객인 것 같았어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가 뒤섞여서 들렸고, 이번 여행에서는 한국인을 거의 만나지 못했네요.
매번 해외 여행을 가면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별이 안 될 지경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국적인 기분을 철저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자리에 앉으면 식탁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레몬물과 땅콩, 그리고 양념 소스를 가져다 주는데요,
레몬물은 손을 씻는 물이니까 절대 마시면 안 돼요.
이 식당에서 말없이 가져다 주는 것들 중에 알고 보면 '유료'인 것들이 있는데요,
미리 알고 있어야 계산할 때 놀라지 않겠죠?
레몬물과, 양념, 마시는 물, 물티슈는 공짜고요,
땅콩과 차는 유료랍니다.
생각없이 땅콩을 집어 먹고, 차를 마셨다가 놀라지 마세요.
손님들이주로 게 요리를 많이들 주문하는지, 아직 주문전이었음에도
게살을 발라 먹을 수 있는 도구가 미리 준비 돼 있었어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붐벼서 주문 담당 직원을 애타게, 정말 애타게 기다려야 했답니다.
칠리크랩을 먹으러 왔지만 다른 음식들은 또 뭐가 있나 궁금해서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 봤어요.
저희는 원래 칠리크랩과 페퍼크랩을 500g씩 섞어서 먹고 싶었는데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서 그냥 칠리크랩으로만 1kg 먹었어요.
두 명이 드실 거면 1kg이면 충분하고요,
네 명 정도 가시면 칠리크랩과 페퍼크랩을 반반씩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페퍼크랩은 거무스름한 색깔의 매콤한 게 요리라고 들었는데 역시나 맛있었겠으나, 다음을 기약해야 되겠네요.
아, 게 요리는 메뉴판에 가격이 써 있지 않아요!
우리나라 횟집에서도 '시가'라고 써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싱가포르 게 요리도 그날 그날 게 몸값에 따라 가격이 달리 매겨지는가 봐요.
너무 비싸면 어쩌지 덜덜 떨면서 주문을 했는데, 걱정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뒤에 가격표 공개)
드디어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희가 주문한 음식은 칠리크랩 1kg, 번 한 접시, 볶음밥 한 접시예요.
사실 둘이 먹기엔 조금 많은 양이었지요.
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칠리크랩이 나왔어요.
어떤 분의 후기에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나와 있던데,
제 생각에는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고요,
색깔은 빨갛지만 매운 음식은 아니에요.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달콤한 번과 함께 먹으면 정말 환상적이지요.
금방 구웠는지 처음엔 뜨거우니까 잠시 식혀 두었다가 드세요.
제 입맛엔 달콤한 번 보다 고소한 볶음밥이 더 잘 맞았는데요,
처음에 그냥 밥인 줄 알고 너무 비싸다 했는데, 나온 것을 보니 비쌀만 하더라고요.
새우살이 어찌나 많이 들어갔는지 새우 범벅 볶음밥이고요,
채소와 달걀까지 들어 있어서 아이들 먹이기에 딱이랍니다.
양도 진짜 많아서 3인분은 되는 듯 했답니다. 아이와 함께 가신 분들 꼭 주문하세요.
자 그럼 이제 먹어 볼까요?
직원분들이 무척 친절하셔서 계속 계속 다솔이에게 말도 거시고
다솔이 손 지저분해졌을까봐 직접 와서 물티슈로 닦아 주시고(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물티슈예요.)
맛있냐고 물어 보시고...... 그런데 낯을 가리는 다솔이는 얼굴이 얼어 있네요.
번을 식혀서 다솔이 접시에 조금씩 뜯어 놓고,
후후-- 불어서 주려는데,
다솔이는 이미 입을 '아-' 벌리고 있네요.
냠냠냠 번도 맛있게,
냠냠냠 새우 듬뿍 볶음밥도 맛있게
다솔이도 정말 맛있게 많이 잘 먹어 주었어요.
게 살이 진짜 튼실하지요?
양념도 맛있어서, 어떤 분들은(한국 여성분들) 저 양념에 밥을 비벼서 싹싹 긁어 먹었다는 후기도 있었답니다.
양이 많아서 진짜 어른 셋이서 저 정도로 주문하고 밥을 싹싹 비벼 먹어도 될 만큼 맛있고 푸짐했어요.
저희는 게 살을 발라 먹기에도 풍족해서 양념까지는 먹을 수 없었답니다.
역시 손으로 들고 먹어야 제 맛!
한참 먹다가 배가 불러서 도저히 못 먹겠다 싶을 때,
남편을 봤는데요(그제서야 남편의 존재를 느낌) 남편이 끝도 없이 계속해서 먹고 있는 거예요.
다솔 아빠는 원래 배 부르면 숟가락 딱 놓는 성격이거든요?
번도 싹싹 긁어 먹고, 볶음밥도 싹싹 긁어 먹고, 끊임없이 먹고 있기에
의아해서, 왜 계속계속 먹고 있냐고 물어 봤더니,
맛있어서 배는 터질 지경인데도 도저히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네요.
오동통한 게 다리까지 탁탁 깨서 다 먹은 후에,
진정 배불렀던 식사가 끝났답니다.
싱가포르 여행 중 가장 비싼 값을 치른 식사였지만,
너무나 만족했기에 전혀 아깝지가 않았답니다.
여행지에선 조금 비싸더라도 특색있는 음식을 먹어 봐야 후회가 없으니까요.
또 언제 칠리크랩을 먹어 보겠어요?
배 부른 다솔 아빠 사진을 덤으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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