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것도 텔레비전의 영향인 듯 싶다. 말하려니 좀 우습지만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집을 때, 난 약간 사선으로 벌린다리를 꼿꼿이 펴고 허리를 숙인 후 스트레칭이라도 하듯 물건을 집는다. 그리고 나서는 앞쪽으로 흘러내린 긴 머리를 휙 넘기며 다시 일어난다. 내 스스로 이런 방법을 터득했을 리가 없으니 역시 텔레비전 영향이다.
생각해보니 아주 어렸을 때 본 어떤 드라마에서 미모의 여자 주인공이 사진을 찍으려고 자세를 낮출 때도, 신발끈을 묶을 때도, 바닥에 있는 소지품을 주울 때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요런 요상스러운 행동을 취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도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예뻐 보였나보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내가 본 그녀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그녀와는 다르지 않는가. 내 뒷태를 누가 본다고 운동화 끈을 묶을 때도 다리를 꼿꼿이 펴고 불편하게 그러느냐고 웃으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주 어렸을때부터 시작된 이런 행동이 이제는 버릇이 돼 버렸기 때문에 나에게는 자연스럽다. 그래서 오히려 무릎을 굽혀서 하는 모든 것들이 내게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혼자있는 욕실에서 세수를 할 때도 무릎을 쫙 혀고 허리만 굽혀서 씻는데 어떤 날은 다리 뒷쪽이 당기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스트레칭이 되는 것이라고 혼자서 흡족해하곤 했었는데 나의 이런 잘못된 생활 습관이 관절을 노화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는 허리의 힘만 쓰기 보다는 무릎을 굽혀 다리 힘도 같이 써야 좋단다. 나 처럼 다리는 쭉 펴고 허리와 팔의 힘만으로 물건을 들어올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인성 질환이지만 요즘에는 삼사십대에도 흔히 생길 수 있다고 하길래 덜컥 겁이 났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내 관절을 보호해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생긴 것이다.
특히 가사 일을 많이 하고 하이힐을 신는 우리 여성들에게는 무릎 관절 건강이 가장 나쁘다기에, 생활에서 조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엉거주춤 생활 하는 것 이외에도 같은 자세로 오래 있지 않기, 쪼그려 앉지 말기, 맨바닥에 양반다리 하고 앉지 말기, 걸레질 할 때 대걸레 이용하기, 계단 내려올 때 천천히 조심하기, 되도록 의자, 침대 사용하기 등이 나왔다.
나에게는 엉거주춤도 힘들고 또한 양반다리 하지 않기도 너무 어려운 항목이다. 엉거주춤하기는 자꾸만 잊어버려서 아차 싶을 때가 많은데, 오늘도 세수를 하다가 갑자기 엉거주춤으로 바꾸려니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나는 의자 위에서도 양반다리를 해야만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자세를 애용하는데 강의 준비를 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 다리를 아래로 쭉 뻗고 바로 앉으려니 생각만으로도 불편하다. 사실은 내가 그동안 해 오던 자세들이 불편해야 맞는데 오히려 바른 자세를 불편하게 생각하다니 습관이 무섭긴 무섭다. 그래도 건강해진다는데 어쩌겠는가, 삼십년 묵은 습관도 떨쳐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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