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선수촌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한 번 물꼬를 트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반가운 아저씨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최양락, 이봉원, 김정렬, 황기순, 양원경 등 어린 시절 나를 웃게 만들어 주었던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일주일 내내 그들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며 데굴데굴 굴렀다. 한번에 너무 많은 방송에 나오다보니 겹치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어찌나 소재가 다양했던지 들어도 들어도 새로웠다.
특히나 최양락과 이봉원은 지금의 유재석과 강호동 만큼의 인기를 누리던 콤비였으므로 사람들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가장 큰 것 같다. 최양락은 이미 한 번의 출연으로 예능선수촌의 사회자로 고정 출연을 확정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봉원은 박미선의 개그 소재로 많이 활용된 까닭에 얼굴 없는(?) 개그맨으로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으니 이제는 자신이 직접 나설 차례이다.
어른들에게는 식상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돌아온 아저씨들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 최양락이 말한 것 처럼 할아버지와 손주가 같이 앉아서 웃을 수 있는 개그. 아무도 상처받지 않지만 좌중을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웃음. 즉 착한 우스갯 소리를 하는 것이 자신들이 하는 참 개그란다. 지금의 예능계는 독해질 대로 독해져서 서로 물고 뜯지 않으면 웃길 수 없는 줄 아는데, 이제는 착한 개그가 다시 돌아올 때가 된 것 같다.
현재의 버라이어티에 적응이 된 아이들에겐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낯선 곳에 가서 어떤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자신들의 지나간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인 아저씨들의 개그를 청소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월은 흘렀어도 사그라들지 않은 입담은 내가 느끼기엔 최고였다. 옷 입는 방식도 옛날로 돌아가고, 입맛도 어릴 적 시골에서 먹던 맛을 그리워하는 복고 열풍이 개그라고 해서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시 예전처럼 개그를 짜고 연습해서 상황이 주는 웃음, 기발한 대사가 주는 웃음을 새로이 즐겨보고 싶다. 진실이니 대본이니 실랑이 하며 속고 속이는 것 보다 준비된 개그를 열린 마음으로 마음껏 받아들이고 싶다는 말이다. 이봉원은 2008년이 아줌마들의 해 였다면 2009년은 아저씨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큰 맘 먹고 돌아온 아저씨들이니 만큼 그동안 표출하지 못해서 억눌려 있던 개그 본능을 마음껏 보여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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