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무언가를 갈구하는 뱃속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엄마와 함께 과자를 사러 가기로 했다. 훌쩍 커 버린 딸과 부쩍 작아져 버린 엄마가 함께 과자를 사러 간 풍경을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참 색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엄마와 오직 과자를 사러 마트에 간 것은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과자 하나 추억하나 과자 둘 추억 둘, 엄마와 나란히 서서 과자를 구경하면서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즐겨 드셨다는 과자(*동산)와 예전에는 거의 매일 먹었던 (ㅅㅇ깡) 과자를 발견하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간 곳은 동네 이마트였는데 대형마트다 보니 과자의 종류와 수량이 어찌나 많은지 한참을 골랐다. 짭잘한 맛이 일품인 ㅇㅍ링과 다른 것과는 달리 특별한 촉촉함을 자랑하는 촉촉한 ㅊㅋ칩, 먹고나면 입가가 과자 부스러기로 가득해져 버리는 딸기맛 ㅇㅎ스, 그리고 새로나온 과자인 듯 보이는 행사용 묶음 박스형 과자까지. 욕심을 최대한으로 누르고 최선의 것만을 골랐는데도 한아름이다. 고를 땐 정신이 없었는데 이걸 안고 집까지 가려니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나 같은 짠순이는 아무리 20원이라도 집에 수북한 비닐봉투를 두고 새로 돈 주고 살 리가 없다. 이 많은 과자들을 어떻게 집까지 안전하게 가져갈 지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라더니!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계산대로 걸어갔다.
지난번에 어떤 블로그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써 먹어보게 됐다. 내 옆에서 긴가민가 하고 계시던 엄마도 모든 상황이 끝난 후, 그제서야 요즘 애들(?)은 정말 똑소리난다며 만족하셨다. 내가 본 블로그 글은 이마트에서 무료 종이 봉투를 구비하고 있는데, 그것이 손님들의 편의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산대가 아닌 고객만족센터를 통해서 배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은 내용이었다.
그 글에서는 마트 측에서 손님들에게 무료 종이 봉투의 존재를 알리지도 않았고 일부러 사용하는 빈도수를 낮추려는 듯 계산대와 먼 고객만족센터에 배치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종이 봉투가 고객만족센터에 있겠거니 했는데, 역시 인터넷의 힘은 컸다. 계산이 끝나고 종이 봉투가 있냐는 나의 말에 계산원은 계산대 아래에서 당연한 듯 종이 봉투를 꺼내 주었다. 아마도 그 블로거의 문제제기로 인해 이마트 측의 운영 방법이 달라진 것 같았다.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튼튼한 종이 가방을 얻어서 수북하게 산 과자를 넣어서 나오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나는 엄마께 내가 알고 있는 이마트 종이 가방에 대해 말씀드리고는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되어서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하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것을 잘 다룰 줄 아는 네티즌이 무섭다고 하신다. 이번 일은 잘못된 것을 콕콕 집어서 널리널리 알린 결과 편리한 방향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부디 이렇게 좋은 도구를 가지고는 긍정적인 결과만을 얻었으면 좋겠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종이 봉투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비닐 봉투는 50원(작은 것 20원) 종이 봉투는 0원이니 잘 활용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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