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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임용고사 공부를 하던 친구들이 한 데 모였다.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사이라서 그런지 더욱 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들인데, 오랫만에 '노량진' 학원가 풍경도 볼 겸 그곳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지긋지긋하던 수험 생활 기간동안 노량진을 벗어나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지 시험에만 합격하면 절대로 그곳에 발 조차 들여놓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기도 했었다. 맑은 날에도 학원가의 기상은 왠지 모르게 꾸물꾸물 우울하게 느껴졌는데 자그마치 3년의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다.

함께 공부를 했지만 친구들의 직업은 각기 달랐다. 바늘 구멍을 통과하여 국공립교사가 된 실력 좋은 친구도 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친구도 있다. 징그러운 임용 고사에 합격을 했든 하지 않았든 다시 찾은 노량진은 생각보다 산뜻했다. 우리는 모퉁이 돌면 와플가게, 50미터 지나면 햄버거가게, 그 옆에 오코노미야끼 포장마차 등 그 많은 길거리 음식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내며 기특하다는 듯 깔깔댔다. 까마득한 옛 일이라도 되는 것 처럼 말했지만 매일 반복되던 생활 동선이 또렷이 기억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곳을 떠난지 4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먹거리 이외의 것은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만큼 수험 생활을 할 때 '먹는 것'에 민감하기도 했지만 공부를 제외하고는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별로 움직임이 없었어도 공부하는 동안엔 배가 참 자주도 고팠다. 처음 학원 생활을 할 때는 어묵꼬치 하나를 먹어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갔지만 수험 생활에 지칠 무렵엔 대부분 혼자 끼니를 해결하게 된다. 그것이 당연한것 처럼 말이다.

나는 임용고사 공부를 할 때 혼자 밥 먹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그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혼자 먹는 밥은 늘 껄끄러웠다.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학원 식당가에는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일행이 아니어도 같은 상에서 밥을 먹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너도 혼자, 나도 혼자지만 그게 어찌나 어색한지 처음에는 고개도 들지 않고 서둘러 밥만 먹었었다. 그러다 요령이 생기고 나서는 텔레비전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서 밥 먹는 내내 재미있는 척 하며 텔레비전만 뚫어지게 보기도 하고, 절대 뒷장으로 넘어가지 않는 무가지 신문을 읽는 척 하기도 했다.

여기다. 학원 건물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 내가 자주 갔던 곳. 친구들을 졸라서 허름하고 볼품없지만 내 한(?)이 서려있는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로로 일정하게 써 있는 메뉴판도 변함이 없었고 각종 메뉴를 주방에 알리느라 목청이 쉴 틈 없는 식당 아줌마의 분주함도 한결같았다. 그리고 화장기 0%에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혼자 온 여자 수험생들의 쓸쓸함도 여전했다.우리는 방을 차지해 들어가 앉으면서 그 옛날 몇백원을 아끼느라 가장 싼 음식만 먹었던 처지와 2% 부족한 배를 달래기 위해 먹었던 각종 군것질거리들에 관해 다시 추억하기 시작해지만 아무도 혼자 먹는 쓸쓸함에 관해서는 입도 떼지 않았다. 다들 좁은 그 식당을 채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먹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거리 군것질 음식을 그리도 잘 기억하는 까닭은 결국 식당에서 혼자 먹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끼니를 군것질거리로 때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볼 때 그들에게서 내 모습을 찾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읽을 거리를 가지고 있는 등 항상 무언가를 하며 밥을 먹는다. 결코 주위를 두리번 거리지 않으며 식사에만 열중하는 그들의 마음 속엔 얼른 허기를 채우고 그 식당을 나가기만을 바랐던 그 옛날 나의 우울한 심정이 가득한 것일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나에게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혼자 먹는 방법을 터득해서 그것을 즐길 줄 아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혼자서 맛있게 밥 먹을 줄 아는 당신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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