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교차가 커 진 탓인지 감기가 오려는 듯 온 몸이 찌뿌드드, 이럴 땐 뜨끈한 온천욕이 최고라(--역시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 친구와 같이 목욕을 하러 가게 됐다.
여성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친한 사이라도 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서클렌즈를 하지 않은 맨눈(?)을 보여주는 것도 민망해하는 여성도 있단다.] 그러나 친한 친구라서 그런지 막상 목욕탕에 도착하니 울긋불긋 여드름 자국이 있는 내 맨얼굴을 공개하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뜨거운 목욕은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목욕 후 다른 약속이 있다며 친구는 화장을 했고 그것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나는 대단한 기술을 하나 배울 수 있었다. 친하긴 하지만 처음으로 본 친구의 맨얼굴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부어 보이는 게 뭔가 어색했는데, 그 친구가 내게 전수해 준 비법 속에 그 비밀이 들어있었다. 박명수 옹이 소년 명수로 변신할 때 쓰는 흑채와 같은 원리.(실제로 아버지 명수가 소년 명수로 변신할 때 주로 사용 되었던 검은색 물감 칠은 그를 열 살은 더 어려 보이게 만들었다.) 그 비법은 바로 검은색 아이새도우였다.
얼굴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줘 실제보다 훨씬 더 작은 얼굴을 만들어주는 얼굴 윤곽 화장술. 여러 가지 색깔의 블러셔를 적재적소에 잘 만 써 준다면 큰 바위 미녀도 조각 미녀로 변신할 수 있다. 턱선과 콧대 양 옆은 피부색보다 약간 더 어두운 갈색톤으로 음영을 주고 이마, 볼, 콧날, 인중, 턱 앞부분에는 세밀한 펄이 들어있는 아이보리색(약간 금색빛이 나도 고급스럽다.)으로 하이라이트를 주면 얼굴은 한층 더 작아보인다. 이 정도는 화장을 즐기는 여성들은 다 아는 기술(?).
아직 그 흔한 볼터치도 하지 않는 화장 초보자들은 우선 볼에 생기를 부여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귀엽게 보이고 싶다면 분홍빛이 나는 블러셔를 볼 중앙 지점, 웃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부분을 중심으로 둥글게 발라보자. 블러셔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적어도 세 살은 어리고 귀엽게 보일 것이다. 우아하게 보이고 싶다면 광대뼈 부분에 살구빛이 나는 블러셔를 사선으로 바르는 것이 좋다. 블러셔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고급반은 상황과 기분에 맞게 여러 가지 색의 블러셔를 섞어서 표현해도 좋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앞에서 말했듯 이 정도는 화장을 즐기는 여성들은 다 아는 기술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박명수 옹이 흑채를 뿌리듯 검은색 아이새도우로 이마의 빈 부분을 메워주어 완벽한 메이크업을 완성하였다. 네모나고 넓은 이마를 동그랗고 예쁘게 만들어주는 일명 흑채 화장술. 커다란 브러쉬로 이마의 경계를 따라서 머릿속까지 검게 메워주는 것이 포인트다. 스모키화장이 유행이기 때문에 검은색 아이새도우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때 펄은 없는 것을 사용해야 감쪽같으니 주의하자.)
나는 친구의 얼굴이 점점 오목조목 입체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정말 감탄하면서 봤다. 소년 명수를 보면, 이마가 사람의 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신경 쓰면 조금 더 예쁘고 어려질 수 있다. 이제 눈에만 스모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마에도 스모키 화장을 하여 감쪽같이 예뻐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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