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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칠지경이다.

오늘 얘길 들어보니 결국 내가 그 애를 앞지르고야 말았다. 힝~! 속상해, 속상해~~ 학교 다닐 때부터 인기가 좋았던 내 친구와 그런 그 애와 친한 나. 우리는 성격도 잘 맞고, 취향도 비슷해서 그 애와 같이 있는게 정말 좋지만 나도 女友인지라, 가끔씩 울컥욱컥 올라오는 '얄미움'은 어쩔 수 없다. ^^;;

불쑥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거나, 갑자기 '쿵'하고 맘이 울리는 것을 신호로 나는 나도 모르게 약간 치사(?)하고 조금 비열(?)한 악녀가 되기도 한다. 정말이다. 나도 어쩔 수 없다. 그 애는 평소에는 나와 몸무게가 같지만 잠시 방심할 때면, 내가 그녀보다 2~3kg 정도 더 무거워지게 되는데 오늘! 결국 내 몸무게가 그 애를 앞지르고 만 것이다. 나보다 10cm나 더 큰 그 애 앞에서 이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순간 슬펐다. ^^;;;;;

마른 친구와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아니, 말을 조금 바꾸어 '이쁜 친구'와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조금만 더, '자신이 우리 중에서 제일 이쁜 줄을 아는 친구'와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이럴 때 내가 잘 쓰는 방법은 고의로 친구에게 간식을, 그것도 칼로리가 높은 것으로 먹인다거나 ^^ 그녀 몫의 커피에 시럽을 더 넣는다거나
배부르게 양껏 먹인 후 잠을 푹 재우는 등 -.-;;;; 정말 내가 생각해도 저급한 수준의 속보이는 짓을 하는 것이다. 순진한 내 친구는 다 속아주지만, 잠시 볼록 나와 있던 배는 하루를 버텨주지 않는다.

나로서도 억울한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사실은 좋아한다고 스스로 체면을 건)은 칼로리가 적은 한국 음식을 비롯하여  찐고구마, 삶은 계란 등의 소박한 것들인데 그 애는 그 기름진 햄버거며 피자를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생활 습관과 먹는 음식들, 또 활동량 등을 측정해 본다면 내가 그 애보다 살 찐 이유가 고스란히 드라나겠지만 오늘만큼은 철저하게 주관적이기로 해 본다.^^

그런대로 내 외모에 만족하면서 살다가도 그 친구만 만나고 오면 그녀의 마른 듯 이쁜 몸이 부러워지기 일쑤니 이것 참 큰 일. 이런 사실 그 애가 알면 얼마나 웃기고 또 서운할까?


그래서 오늘 울컥했던 마음을 달래며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이기에 나는 끊임 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살아가지만 고민할수록 해가 되거나 나에게 발전적인 결과를 주지 않는 일에는 신경끄고 살기로. 기준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두니 자꾸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세운 범위를 일탈할 때에는 그것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서 내 기준의 잣대가 이동하는 것이야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들인데, 타인과 싸워 상대를 쓰러뜨릴 때가 아니라 스스로 짜 놓은 시나리오에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때 이기는, 예를 들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같은 것 말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우중충했던 기분이 맑아졌다. 다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로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아궁~ 어찌나 맛있던지. 히힛~ 나는 정말 단순하다. 이런 단순한 내가 나는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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