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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이제는 엄마가 된 모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아이에 관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어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매일 아이들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주는데, 뻔히 누구누구의 아이라는 걸 다른 엄마들이 알기에 유치원에 매일 등원시킬 때 옷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먼저 서두를 꺼냈지요.


그러다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러 백화점 식당가로 갔던 날, 아이가 덥다며 겉옷을 벗었는데 어쩐지 목이 휑해보이더래요. 재빨리 자신이 하고 있던 스카프를 벗어서 반을 휘리릭 뜯어내(!!) 아이에게 둘러 주었는데 때마침 아이가 신고 있던 신발과 스카프의 색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웃더라고요.


또 다른 방송에서는 '내 아이 기죽지 않게 옷 입히기'라는 주제로 어떻게 하면 아이를 귀티나게 보일까를 신경쓰면서 아이들에게 값비싼 옷, 신발, 가방, 소품 등을 골라 코디해주는 장면이 나왔어요.


아이의 옷을 선배 언니에게 한창 물려 입히던 때라서 문득 속상해지더라고요. 옷을 한가득 얻어 왔을 땐 진심으로 기뻐했었는데, 그리고 아주 잘 입혔었는데,  갑자기 다른 집 아이들은 목도리 하나도 코디에 맡게 하는데, 우리 아이 옷장엔 죄다 색이 바래고 낡아빠진 것들로만 가득차 있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해졌습니다.


분노의 검색질의 결과로 며칠 후 다솔이에게는 꽤 많은 새 옷들이 배달돼 왔답니다.




아이에게 새 옷을 입히면서 남편에게, 텔레비전에 누구누구가 나와서 이러이러한 얘기를 하더라. 갑자기 다솔이도 근사한(이 때는 아직 다인이는 없던 시절이었답니다.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다인이의 사진을 보여 드려서 죄송해요. 너무 귀엽게 나왔기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 히힛~) 옷이며 가방이며 모자며 신발을 사 주고 싶은 마음이 폭발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것, 좋은 먹거리 등등도 해 주고 싶어지는데 왜 이럴까? 했더니,


남편이 웃으며 얘기를 합니다. 바로 엄마들의 허영심과 욕심 때문이라고요. ('명품 육아'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 낸 것인데 아이를 명품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육아방식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
뭐? 허영심과 욕심 때문이라곳!!??


저는 약간 발끈하는 맘이 있었는데요, 남편의 얘기로는 외국에도 이러한 사례가 많은데, 저처럼 평범한 엄마가 연예인들의 육아 방식을 모방하느라 파산하는 경우가 많더랍니다. 외국의 연예인들은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기에 아이들 파티 등에 수 천만원을 쓰는데, 그것을 보고 일반인들의 마음에 허영심이 생겨 무작정 따라하다가 결국엔 쫄딱 망하게 된다는 뭐 그러한 얘기였는데요, 과연 그게 허영심 때문만일까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길을 걷다가 우연히 유모차를 끌고 제 옆을 지나가던 어떤 엄마들의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마침 그 주위에는 고가의 운동화를 파는 매장이 있었어요. 쇼윈도를 보며 유모차를 끌던 아이 엄마가 '앞으로 우리 OO에게는 **운동화만 신길거야.' 했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엄마의 마음을 어렴풋 이해할 것 같아요. 말로써 똑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못 누려 본 것을 아이에게는 누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와 비슷한 종류의 마음 아닐까요?


결코 허영심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죠.




아이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하고 싶다는 거 다 하게 해 주고 싶고, 먹고 싶다는 거 다 먹게 해 주고 싶고, 갖고 싶다는 거 다 갖게 해 주고 싶겠지만, 그래도 원칙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다인이까지 낳고 보니 저도 우리 아이들이 어디 나가서 예쁘고 멋지게 보이길 원하고,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좋은 건 무조건 다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지만 무작정 그렇게 기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를 훌륭하게 기르기 위해 먼저 엄마가 훌륭해야 할텐데, 육아엔 정답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원칙을 세우고, 지키고, 또 어쩔 수 없이 슬쩍 어기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바람처럼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 없을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 주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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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데 눈물이 찔끔났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전화라도 해서 하소연을 할까 싶었지만 그냥 참고 말았다. 내가 느낀 이 모든 것을 도저히 말로써 설명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럴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에다. 그 전에 시간을 좀 더 갖고 천천히 오늘 일을 되새겨 보고 싶었다. 아무런 잘못 없이도 이런 처참한 경우를 당할 수가 있다니, 그러고도 말 한 마디 못 할 수가 있다니 세상 헛살았다 싶기도 하면서 어쩌면 그게 당연하다 싶기도 하고...... .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요즘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여러 좋은 곳에 초대를 받아 갈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런 일들이 나에게는 참 재미있는 경험이고 모르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진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다니고 있다. 그러다 이번에는 고급 브랜드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피부관리실에 가게 됐다. 피부관리를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소 마사지를 끔찍하게 좋아하는지라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 곳에는 나 말고도 세 명의 블로거들이 먼저 와 있었다. 피부관리를 체험하는 자리인 만큼 이삼십대 여성들로만 구성된 자리였다. 다들 처음 보는 사이여서 짧게 인사를 나누고 그날 일정을 듣는데 거기까지는 별 일이 없었다.

All my girls
All my girls by MiriamBJDoll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적당히 서먹하고 적당히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익숙해질 때쯤 되자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넷, 그런데 그 셋이 똘똘 뭉쳐서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여자들끼리 모임에 가게 되면 저절로 일정한 무리가 지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개 둘이면 둘, 넷이면 넷 짝수로 뭉쳐지지, 이렇게 셋과 하나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작은 사람들이 모인 경우엔 굳이 무리를 지을 필요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나는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 네 사람이 '셋'과 '하나'로 독특하게 갈린 이유를 말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의 여자들은 모두 명품족이었고 나 홀로 별 볼 일 없는 브랜드의 옷, 가방, 구두를 입고 들고 신고 갔기 때문이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약속이나 한 듯 *이뷔똥 가방을 가져 온 그녀들은 모르긴 몰라도 옷이며 신발도 꽤 비싼 브랜드의 제품이었을 것이다.

구두를 사려거든 최고급 구두를 신고 매장에 들어갈 것이며, 옷을 사려거든 최고급 옷을 입고 가라는 말이 있다. 고급 브랜드의 피부관리실에 간 만큼, 나도 명품은 아니지만 꽤 괜찮게 차리고 갔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들이 보기엔 내 꼴이 참 우스웠나 보다.

Pucci Handbag Cake Sliced
Pucci Handbag Cake Sliced by Sugarbloom Bev ;o)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동안에는 명품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어떤 것이 명품에 속하는 지도 잘 모르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짝퉁이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나에게는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 셋이 똘똘 뭉쳐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그래봤자 자기들도 다시는 안 볼 사이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났다.

지하철 역에 있는 노점에도 *이뷔똥이 보였고 같은 열차에 탄 사람들 중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뷔똥을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흔한 것이 *이뷔똥인데, 왜 나만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지하철 노점에서 산 *이뷔똥을, 실밥이 너덜너덜한 가짜인 것이 너무나 확연한 이 *이뷔똥을 메고 그 자리에 갔더라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험한 꼴을 당했을까 생각하니 픽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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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해서 모 명품 브랜드 보석 전시회에 초대를 받게 됐다. 평소 명품의 'ㅁ'도 모르고 지냈고 그 흔한(?) '구'삐리리 짝퉁 가방 하나 없는 내가 뜬금없이 명품 브랜드에 초대를 받게 되다니, 참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나는 칠렐레팔렐레 들뜬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드레스 코드가 검정과 하양이라길래 오늘 입으려고 별렀던 비둘기색 상의를 포기하고 결혼식 때 장만한 검은 예복 상의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명색이 보석 전시회인데 꾸질꾸질한 맵시로 갈 수는 없지. 공들여 치장을 하고 거울을 보니, 와우 새삼 아름다운걸? 

전시회가 열린 모 호텔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보석 전시회에 가면서 실반지 하나 안끼고 나온 것이 맘에 걸려서, 결혼 예물이라도 좀 걸치고 나올 걸 후회를 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카메라가 있으니까. 남편의 카메라다. 내 위상에 날개를 달아 줄거라고 남편이 가져가길 권유하길래 못 이기는 척 매고 나온 값비싸고 무거운 카메라, 이게 있어서 조금 든든하긴 했다.



날씨도 참 좋았고 경치도 좋아서 룰루랄라 신이 나서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블로거의 본분을 지키고자 여기저기 사진부터 찍고 내 동선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록으로 남긴 후 입구로 향했다. 생각보다 큰 행사였던 듯 호텔 밖에서부터 오늘 행사를 알리는 사진, 알림판 등을 마련해 두었고 행사장 입구에는 초대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꼼꼼히 확인하는 안내원들이 여럿 있었다. 보석 관련 행사였던 만큼 만일에 사태를 대비하는 경호원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확인하고 안내를 받아 들어 간 곳에는 연회 음식이 마련돼 있었다. 음식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있어도 샌드위치나 머핀 등에 커피 정도를 줄 줄 알았는데, 이건? 대체로 간단한 것들이었지만 호텔 뷔페 못지 않았다. 하긴 그곳이 호텔이었으니까.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은근한 조명이 켜져 있는 그 곳에는 일찍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냠냠 음식을 먹으려는데, 순간 나의 여섯 번째 감각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예리하게.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내가 그동안 봐 왔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천천히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니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이고 들렸다. 일단 그녀들이 입은 옷들이 내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비록 몇 년 된 것이긴 하지만 나도 내 생애 가장 비싼 옷(결혼 예복)을 입고 갔는데도 말이다. 나도 보는 눈은 있어서 비싼 것을 구별할 줄은 아는데 여기저기 비싼 것 투성이였다. 요즘 유행한다는 봉긋한 어깨가 멋스러운 고급 옷들, 화려한 레이스, 형형색색 찬란한 실크 블라우스, 잡지를 넘기다 헉소리가 절로 나와서 대체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세고 또 세 봤던 그런 류였다.

신발은??? 가방은??? 그제서야 나는 내가 간 곳이 '꽃 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갈 법 한 VVIP들만의 비공개 파티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 난 일행도 없이 겁도 없이 혼자 간 것이다. 무심코 아래를 봤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동네 아줌마들에게서 참 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별점 5개를 받은 인터넷에서 삼만 오천원 주고 산 고무재질의 내 신발이, 그녀들의 아찔하고 미끈한 킬힐과 뒤섞여 있으니 참 우스웠기 때문이다.



뭐 어때? 나도 내 나름대로 VVIP인걸, 그들과 그럭저럭 섞여서 음식을 먹고 여종업원에게 음료도 받아 마시고 최대한 두리번 거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나름대로 그곳에 적응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가 자꾸만 걸리적 거렸다. 블로거들의 모임에서야 크고 값비싼 카메라가 좋아보이겠지만 이런 모임에서는 홀대받기 딱 좋은 소품이었다. 기자인지 손님인지 구별도 잘 안 가고 카메라가 걸리적 거려서 음식을 담을 때도 신경쓰이고.

금잔디가 왜 구준표의 파티에서 음식을 엎지르고 커피를 쏟는지 경험해 보니 알겠다. 어색한 그 자리에서 나도 소스통 한 번 엎지르고, 숟가락 하나 떨어 뜨렸으니까. 혼자서 아구아구 먹으려니 흥도 안 나고 재미도 없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옆 방에 마련 돼 있던 보석 전시실로 갔다. 

예쁘긴 예뻤던 24억 짜리 목걸이와 참 싸게 느껴졌던 10억 짜리 반지,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팔기도 한다고 좋아하며 반지, 귀걸이를 보여 달라던 어떤 사람, 그 사람이 착용 해 볼 보석들을 흰 장갑을 끼고 고이고이 벨벳 소재의 상자에 담아 가는 경호원, 가장 있어 보이는 어느 부부에게 찰싹 붙어서 정성껏 보석들을 설명해 주며 이번 기회에 하나 들여가시라고 권유하는 여직원, 그 틈에서 나 홀로 붕 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게 전시실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24억짜리 목걸이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그 목걸이를 할 때는 어떤 옷을 입어야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삼만 오천원 짜리 내 신발은 같이 신기 민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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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기는 케이블 방송 중에는 연예인들의 옷차림과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의 전체적인 조화를 평가해 주는 것들이 있는데 노홍철이 진행(!!)하는 '트렌드리포트 필'이 그런 부류다.

공식적인 행사에 초대된 연예인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그 장면을 방송 진행자들이 찬찬히 훑어 보면서 연예인이 입은 옷의 브랜드명과 대략적인 가격 등을 말해준다. 또한 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무엇무엇이 잘 되었고 잘못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데 전문가들의 평이라 그런지 듣고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아무래도 요즘은 시상식이 많은 연말이라서 그런지 여배우들의 드레스를 주제로 하여 잘 입은 드레스와 못 입은 드레스를 평가해 주는 내용이 많았다. 나 같은 일반인이 결혼식 때 말고 드레스를 입을 일이 또 어디있겠냐만 예쁜 여자 연예인을 보는 재미로 그림의 떡을 구경했다.

여자 연예인들은 영화제나 시상식이 있기 만을 기다렸던 것 처럼 한 해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너나할 것 없이 파격적인 노출 의상을 선보였는데 역시나 예쁘긴 정말 예뻤다.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나도 예쁘고 근사해서 감탄을 하면서 보고 있노라니 진행자들은 어김없이 드레스와 액세서리의 가격을 읊어준다. A양이 입은 B사의 드레스는 5천만원대이며!!! 포인트로 한 블링블링한 귀고리와 반지 등의 액세서리는 모두 다해 억대란다.


시상식 때 여배우들에게 드레스를 협찬해주는 이유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고 유명한 여배우들이 입은 것은 그 다음날이면 완판이 된다고 하던데, 수천만원이 넘는 드레스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진짜 궁금했다. 그 보다 더 궁금한 것은 대체 그 드레스를 입고 어디에 가느냐인데, 역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것 같다.

대다수의 여배우들은 앞섶이 깊게 파져서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덮고 있는 드레스를 양면테이프로 고정한단다. 이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됐지만 처음엔 당연히 드레스 자체에 고정 기능이 있는 줄 알았다. 아찔한 모양의 드레스이지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단단한 고정 장치가 돼 있어서 그 옷을 입고 맘껏 춤을 춰도 원치 않는 노출 사건이 생기지는 않을 줄 알았었다. 왜냐하면 옷 값이 너무나 비싸니까 말이다.

명품 가방은 속을 꽉 채우지 않아도 모양이 늘 한결같이 잡혀있고, 명품 구두는 아찔한 높이의 굽을 신어도 발이 아프지 않으며 명품 드레스는 입고서 널뛰기를 해도 벗겨지지 않는 것인 줄 알았었는데, 그래서 비싼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수천만원 짜리 옷을 입으면서 양면 테이프로 드레스와 맨살을 붙이는 광경이라니! 잠시 생각해봤는데 참 우스꽝스러운 것 같다. 겉보기엔 우아한 백조가 물 밑에서는 빠른 발길질을 하듯, 살을 에는 추위를 참으며 영하의 기온에 홑겹 드레스만을 입으며 고운 미소를 지어야 하다니. 가슴이 드러날 듯 말 듯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서 한 껏 포즈를 취하지만 사실은 온통 양면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니.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웃고 있는데 귓가로 또다른 여배우의 옷차림을 설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C사의 드레스 3천만원대, 클러치 5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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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자의 옷차림에서부터 온다더니 봄바람이 살랑일 수록 자꾸만 지갑이 가벼워진다. 작년 봄이라고 벌거숭이 빈손으로 다녔겠냐마는, 출퇴근길에 지나치는 매장마다 색색깔의 예쁜 옷과 소품으로 내 마음을 흔드니 자꾸만 새로운 상품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이다. 나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편이라 사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온라인 쇼핑몰부터 뒤지게 되는데 오늘은 가방이 유독 궁금했다. 며칠 전 새로 장만했다는 친구의 고급 가방이 부러웠던 지 퇴근길에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가방에 눈길이 갔던 것이다. 화사한 봄날 나홀로 우중충한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관심있게 보니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가방만은 명품을 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슬슬 지름신이 강림하시려는 찰나에 사이트 하나를 찾아냈다.

사실 나는 명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내 경제 상황으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니 아예 관심을 안 가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비싼 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나이 탓인가? 비싼 가방 하나 살 돈으로 싸고 예쁜 가방 여러 개를 사서 질릴 틈 없이 들고 다니겠다는 내 굳건한 의지가 요즘들어 살짝 흔들리고 있다. 명품의 'ㅁ'도 모르던 내가 상표만 보고 척척 이름을 대는 것도 그렇지만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가방의 무늬들도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이 뻔한데 그 비싼 가방을 덜컥 살 정도로 무모하진 않다. 대체 얼마나 예쁘고 값은 어느 정도인지 그저 인터넷으로나마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솔깃한 사이트 하나를 찾아냈다. 이름하여 '명품 스크레치전' 행사를 하고 있다는 사이트였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흠집 난 가방을 파는 마당에 비싼 값을 부를 수는 없겠지. 이름있는 쇼핑몰에서 하는 행사니까 당연히 진품일 것이고 잘 하면 좋은 가방 하나 건지겠는걸? 흐흐흐. 가슴 속 저 아래에서 지름신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행사 상품을 클릭하니 익히 잘 알고 있는 낯익은 무늬의 가방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기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맘에 들었다. 이미 명품이라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졌으니 어떤 크기의 어떤 모양일지라도 다 훌륭게 느껴졌을 것이다. 재고라고는 해도 이 정도면 하나 장만해도 괜찮겠는걸,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가방의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헉! 콩깍지가 순식간에 홀랑 벗겨져 버렸다. 뽀글거리며 가슴을 설레게 하던 지름신도 민망했는지 홀연히 사라진지 오래고, 어이없어하는 내 얼굴만 모니터에 비춰졌다.


이게 얼마야? 일십백천만십만, 대부분의 가방은 50만원에서 70만원 사이였다. 원래 그 가방의 가격을 보니 50% 정도 깎아 준 것이었다. 아무리 고급 브랜드라지만 흠집있는 재고 가방을 몇십만씩 줘야 한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돈이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새 가방들도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대부분의 가방이 품절 상태였던 것이다. 우리 나라 여성들이 이 정도로 명품을 좋아하는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흠이 있더라도 명품이기에 거액을 주고도 횡재한 기분이 드나보다. 아무리 내가 요즘 명품에 눈이 멀어 있더라도 나는 그 돈을 주고 흠집난 재고품을 살 정도로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또한 영영 모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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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했다. 가끔씩 보는 패션잡지에서 패션 제안이라며 내 놓은 수십만원의 옷가지들에 혀를 끌끌차고, 명품의 정의조차 알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변해버렸다. 물론 워낙에 그 쪽으로는 문외한이었기에 나의 변화는 무지에서 자각정도이지만, 그래도 고급 브랜드에 눈을 뜨고나니 각종 브랜드의 값비싼 가방을 들고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가짜가 많은 루이비통 가방은 5분에 한 명 꼴로 들고 지나간다고 해서 5분 가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흔한 루이비통 가방이 눈에 보이면 당연스레 가짜려니 하는데, 하나에 몇 백만원씩 하는 진짜 고급 브랜드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지 정말 궁금하다.

내가 소위 명품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매스컴 덕분(?)이다. 내가 즐겨보는 케이블 방송 중에는 스타들의 패션을 진단해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각종 진귀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처음 보는 세상이 신기해서 계속 보며 그들의 설명을 듣다보니 이제는 일이백만원 정도 하는 물건은 싸게 느껴질 정도고 오십만원 정도 하는 가방 정도는 사도 될 듯한 착각까지 생길 지경에 이르렀다. 그 돈이면 십만원짜리 가방에 옷이며 신발이며를 잔뜩 사고도 며칠은 잘 먹겠다고 고개를 젓던 내가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앓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더 있나보다. 얼마 전 서점에 들러서 신작들을 보던 중에 내 맘에 쏙 드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 두 권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압구정 다이어리'와 '청담동 여자들'이었다. 신작인데도 벌써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책 사는 데는 돈 아끼지 말자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얼른 그 두권의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중 소설인 '압구정 다이어리'는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알고 보니 논스톱 작가였던 정수현이 쓴 책이었다. 정신없이 읽느라 처음에는 그 책이 소설인지도 몰랐을 정도니 말 다했다. 내가 픽션과 논픽션을 착각한 까닭에는 그 책 속에는 실제 압구정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압구정에 즐겨다니지 않으니 그 지도조차 정수현 작가가 창조해 낸 가상의 것일지도 모르나 내 짐작으론 실제 압구정의 모습일 것 같다. 케이블 온스타일을 즐겨보고 스타들의 행사장 드레스에 관심을 갖던 나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녹여놓은 그 책이 정말로 신기했다. 처음 압구정을 방문하는 비압구정인(?)들이 마치 늘상 압구정이나 청담에서 놀았던 척(?)하기에도 좋을 만큼 상세한 지침서이다. 압구정에서는 어떤 카페가 유명하고 그 곳에서는 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새로 생긴 나이트에는 무슨 옷을 입고가야 무사 통과인지, 압구정 사람들의 관심사는 도대체 무엇인지 정말 사실같은 소설이다.



텔레비전과 각종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압구정 훔쳐보기를 한 나, 삼십년 동안 세워 온 가치관이 한 순간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니 오래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소탈한 내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값비싼 물건을 마음내키는 대로 사 들일 형편도 되지 않으니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빨리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게 훔쳐보고 있고 '고가 브랜드는 절대 안 된다'에서 '형편껏 적당히'로 생각도 바뀌었다. 하루하루 아둥바둥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생활에 명품이 왠말이냐 할 수도 있지만 차곡차곡 모아뒀던 돈을 투자해서 자신이 갖고 싶었던 브랜드의 가방이나 신발을 사는 것이 잘못된 일만은 아니지 싶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그것이 또한 살아가는 힘, 사는 재미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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