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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자의 옷차림에서부터 온다더니 봄바람이 살랑일 수록 자꾸만 지갑이 가벼워진다. 작년 봄이라고 벌거숭이 빈손으로 다녔겠냐마는, 출퇴근길에 지나치는 매장마다 색색깔의 예쁜 옷과 소품으로 내 마음을 흔드니 자꾸만 새로운 상품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이다. 나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편이라 사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온라인 쇼핑몰부터 뒤지게 되는데 오늘은 가방이 유독 궁금했다. 며칠 전 새로 장만했다는 친구의 고급 가방이 부러웠던 지 퇴근길에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가방에 눈길이 갔던 것이다. 화사한 봄날 나홀로 우중충한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관심있게 보니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가방만은 명품을 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슬슬 지름신이 강림하시려는 찰나에 사이트 하나를 찾아냈다.
사실 나는 명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내 경제 상황으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니 아예 관심을 안 가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비싼 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나이 탓인가? 비싼 가방 하나 살 돈으로 싸고 예쁜 가방 여러 개를 사서 질릴 틈 없이 들고 다니겠다는 내 굳건한 의지가 요즘들어 살짝 흔들리고 있다. 명품의 'ㅁ'도 모르던 내가 상표만 보고 척척 이름을 대는 것도 그렇지만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가방의 무늬들도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이 뻔한데 그 비싼 가방을 덜컥 살 정도로 무모하진 않다. 대체 얼마나 예쁘고 값은 어느 정도인지 그저 인터넷으로나마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솔깃한 사이트 하나를 찾아냈다. 이름하여 '명품 스크레치전' 행사를 하고 있다는 사이트였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흠집 난 가방을 파는 마당에 비싼 값을 부를 수는 없겠지. 이름있는 쇼핑몰에서 하는 행사니까 당연히 진품일 것이고 잘 하면 좋은 가방 하나 건지겠는걸? 흐흐흐. 가슴 속 저 아래에서 지름신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행사 상품을 클릭하니 익히 잘 알고 있는 낯익은 무늬의 가방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기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맘에 들었다. 이미 명품이라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졌으니 어떤 크기의 어떤 모양일지라도 다 훌륭게 느껴졌을 것이다. 재고라고는 해도 이 정도면 하나 장만해도 괜찮겠는걸,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가방의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헉! 콩깍지가 순식간에 홀랑 벗겨져 버렸다. 뽀글거리며 가슴을 설레게 하던 지름신도 민망했는지 홀연히 사라진지 오래고, 어이없어하는 내 얼굴만 모니터에 비춰졌다.
이게 얼마야? 일십백천만십만, 대부분의 가방은 50만원에서 70만원 사이였다. 원래 그 가방의 가격을 보니 50% 정도 깎아 준 것이었다. 아무리 고급 브랜드라지만 흠집있는 재고 가방을 몇십만씩 줘야 한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돈이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새 가방들도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대부분의 가방이 품절 상태였던 것이다. 우리 나라 여성들이 이 정도로 명품을 좋아하는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흠이 있더라도 명품이기에 거액을 주고도 횡재한 기분이 드나보다. 아무리 내가 요즘 명품에 눈이 멀어 있더라도 나는 그 돈을 주고 흠집난 재고품을 살 정도로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또한 영영 모르길 바란다.
사실 나는 명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내 경제 상황으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니 아예 관심을 안 가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비싼 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나이 탓인가? 비싼 가방 하나 살 돈으로 싸고 예쁜 가방 여러 개를 사서 질릴 틈 없이 들고 다니겠다는 내 굳건한 의지가 요즘들어 살짝 흔들리고 있다. 명품의 'ㅁ'도 모르던 내가 상표만 보고 척척 이름을 대는 것도 그렇지만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가방의 무늬들도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이 뻔한데 그 비싼 가방을 덜컥 살 정도로 무모하진 않다. 대체 얼마나 예쁘고 값은 어느 정도인지 그저 인터넷으로나마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솔깃한 사이트 하나를 찾아냈다. 이름하여 '명품 스크레치전' 행사를 하고 있다는 사이트였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흠집 난 가방을 파는 마당에 비싼 값을 부를 수는 없겠지. 이름있는 쇼핑몰에서 하는 행사니까 당연히 진품일 것이고 잘 하면 좋은 가방 하나 건지겠는걸? 흐흐흐. 가슴 속 저 아래에서 지름신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행사 상품을 클릭하니 익히 잘 알고 있는 낯익은 무늬의 가방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기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맘에 들었다. 이미 명품이라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졌으니 어떤 크기의 어떤 모양일지라도 다 훌륭게 느껴졌을 것이다. 재고라고는 해도 이 정도면 하나 장만해도 괜찮겠는걸,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가방의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헉! 콩깍지가 순식간에 홀랑 벗겨져 버렸다. 뽀글거리며 가슴을 설레게 하던 지름신도 민망했는지 홀연히 사라진지 오래고, 어이없어하는 내 얼굴만 모니터에 비춰졌다.
이게 얼마야? 일십백천만십만, 대부분의 가방은 50만원에서 70만원 사이였다. 원래 그 가방의 가격을 보니 50% 정도 깎아 준 것이었다. 아무리 고급 브랜드라지만 흠집있는 재고 가방을 몇십만씩 줘야 한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돈이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새 가방들도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대부분의 가방이 품절 상태였던 것이다. 우리 나라 여성들이 이 정도로 명품을 좋아하는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흠이 있더라도 명품이기에 거액을 주고도 횡재한 기분이 드나보다. 아무리 내가 요즘 명품에 눈이 멀어 있더라도 나는 그 돈을 주고 흠집난 재고품을 살 정도로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또한 영영 모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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