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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데 눈물이 찔끔났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전화라도 해서 하소연을 할까 싶었지만 그냥 참고 말았다. 내가 느낀 이 모든 것을 도저히 말로써 설명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럴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에다. 그 전에 시간을 좀 더 갖고 천천히 오늘 일을 되새겨 보고 싶었다. 아무런 잘못 없이도 이런 처참한 경우를 당할 수가 있다니, 그러고도 말 한 마디 못 할 수가 있다니 세상 헛살았다 싶기도 하면서 어쩌면 그게 당연하다 싶기도 하고...... .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요즘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여러 좋은 곳에 초대를 받아 갈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런 일들이 나에게는 참 재미있는 경험이고 모르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진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다니고 있다. 그러다 이번에는 고급 브랜드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피부관리실에 가게 됐다. 피부관리를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소 마사지를 끔찍하게 좋아하는지라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 곳에는 나 말고도 세 명의 블로거들이 먼저 와 있었다. 피부관리를 체험하는 자리인 만큼 이삼십대 여성들로만 구성된 자리였다. 다들 처음 보는 사이여서 짧게 인사를 나누고 그날 일정을 듣는데 거기까지는 별 일이 없었다.
All my girls by MiriamBJDolls |
적당히 서먹하고 적당히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익숙해질 때쯤 되자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넷, 그런데 그 셋이 똘똘 뭉쳐서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여자들끼리 모임에 가게 되면 저절로 일정한 무리가 지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개 둘이면 둘, 넷이면 넷 짝수로 뭉쳐지지, 이렇게 셋과 하나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작은 사람들이 모인 경우엔 굳이 무리를 지을 필요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나는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 네 사람이 '셋'과 '하나'로 독특하게 갈린 이유를 말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의 여자들은 모두 명품족이었고 나 홀로 별 볼 일 없는 브랜드의 옷, 가방, 구두를 입고 들고 신고 갔기 때문이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약속이나 한 듯 *이뷔똥 가방을 가져 온 그녀들은 모르긴 몰라도 옷이며 신발도 꽤 비싼 브랜드의 제품이었을 것이다.
구두를 사려거든 최고급 구두를 신고 매장에 들어갈 것이며, 옷을 사려거든 최고급 옷을 입고 가라는 말이 있다. 고급 브랜드의 피부관리실에 간 만큼, 나도 명품은 아니지만 꽤 괜찮게 차리고 갔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들이 보기엔 내 꼴이 참 우스웠나 보다.
Pucci Handbag Cake Sliced by Sugarbloom Bev ;o) |
그동안에는 명품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어떤 것이 명품에 속하는 지도 잘 모르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짝퉁이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나에게는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 셋이 똘똘 뭉쳐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그래봤자 자기들도 다시는 안 볼 사이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났다.
지하철 역에 있는 노점에도 *이뷔똥이 보였고 같은 열차에 탄 사람들 중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뷔똥을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흔한 것이 *이뷔똥인데, 왜 나만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지하철 노점에서 산 *이뷔똥을, 실밥이 너덜너덜한 가짜인 것이 너무나 확연한 이 *이뷔똥을 메고 그 자리에 갔더라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험한 꼴을 당했을까 생각하니 픽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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