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다인이는 엄마가 곁에 오기만 해도 입을 크게 벌려 웃습니다. 평소에는 혼자 아기 침대에 자는 다인이를 데려다 엄마 곁에 눕히면 팔, 다리를 움찔움찔 휘저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지요. 큰 아이를 씻긴다고, 큰 아이 밥 먹이느라, 큰 아이가 꽉 잡고 놔 주질 않아서...... 다인이가 칭얼거리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 둘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 마다 다인이는 엄지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다 스르륵 잠에 든답니다. 생각해 보면 참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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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이를 임신 했을 때, 주윗 사람들은 하나같이 큰아이 다솔이를 걱정했습니다. 저는 당시 16개월이었던 다솔이가 받을 상처에 대해 무수한 얘기를 들었어요. 모든 사랑을 독차지 하다가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두들 동생에게로 돌아 서 버리므로 흡사 폐위된 왕처럼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기분일 것이다.
동생이 태어나면 그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은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다시 아기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할 텐데, 그럴수록 무조건 큰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 줘야 한다더라. 동생은 수유를 할 때만 안아 주고(!!) 그 외의 시간은 큰아이를 더 많이 쏟아라 등등. 그런류의 이야기들 귀가 닳도록 들었었지요.
저도 아직 엄마,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시기에 동생을 보게 되어 의기소침해질 다솔이가 안쓰럽고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윗 사람들의 조언을 마음에 담아 두어 동생이 태어나도 다솔이에게 소홀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백 일이 조금 넘도록 두 아이를 같이 기르다 보니, 큰아이 다솔이 보다도 작은아이 다인이가 훨씬 더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솔이는 태어났을 때 자기 혼자였으니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다 받았잖아요? 그 땐 엥~ 소리만 나도 후다닥 달려 가서 얼르고 달랬었거든요.
반면 다인이는 다솔이 상처 받을까봐 제대로 안아 주지도 못하고(어른들은 수유 할 때를 빼 놓고는 안지도 말라고 하셨으니 너무 가엾죠.), 잠 잘 때도 혼자 아기 침대에서 떨어져 자고, 앙앙 울어도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말예요.
다인이는 엄마 품에, 사람들의 사랑에 고파 있어서 눈만 맞춰 줘도 방실방실 얼마나 행복하게 웃는지 진짜 미안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에요. 얘기들어 보면 둘째 낳은 엄마들은 하나같이 첫째 아이의 눈치를 보는 것 같던데, 그게 습관이 돼 버려서 그런지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도 그 시간을(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그 틈에 좀 쉬느라) 오롯이 작은아이에게 쏟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솔이는 아직도 동생에 대한 질투가 넘쳐 나서 다인이가 자다 깨어나 배 고프다고 울면, 깡충깡충 뛰면서 저 부터 안아 달라고 난리를 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휴대 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다가 다인이를 조금만 보여 드리면 득달같이 달려 들어 전화기를 빼앗거나 동생을 할퀴고, 제 품에 쏙 안겨 자다가 동생이 깨는 소리가 들리면 팔에 힘을 주며 제가 움직일 수 없도록 꾀를 부리지요.
언제까지나 다솔이의 질투를 용납할 수만은 없겠는데 그 시기를 언제로 잡아야 될 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돌이 지난 동생을(같이 산지 일 년 가까이 되는) 다시 엄마 뱃속에 넣고 싶다고 떼 쓰는 이웃집 아이를 보며, 다인이가 둘째로 태어난 설움을 조금 더 받아야 되겠구나 싶기도 했는데, 얼른 다솔이가 다인이를 동생으로 완전하게 받아 들이고 사랑하고 아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다인이가 점점 더 저와 닮아가지 않나요? 반달눈(흑~ 노화로 인해 제 눈은 좀 쳐졌습니다만...... .)인 것도 저를 닮았고, 다인이의 얼굴에서 언뜻언뜻 제 모습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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