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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반에 어린이집에 보냈으니 이제 어린이집에 보낸지 일 년 정도가 지난 5살 다솔입니다.
느즈막히 어린이집에 보내 어느 정도 면역체계를 갖춘 다음에 단체 생활을 하게 돼
다솔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도 별로 아프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었어요.
대신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제대로 된 생활 습관을 배우고, 학습 태도를 익히느라 스트레스는 있었을 거예요.


뭐든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진행을 해야 만족하는 아이의 성격상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는 데에도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어린이집의 수업 방식에 이미 적응이 잘 돼 있기에 선생님 말씀도 재깍재깍 알아 듣고
참여 시간에는 손도 척척 잘 들고 발표도 씩씩하게 잘 했는데
다솔이는 이제야 슬슬 친구들 앞에서 노래도 부를 줄 알게 되었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도 알게 되었어요.


어린이집에 일찍 혹은 늦게 보내는 것이 장단점이 다 있는데,
어쨌든 어린이집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꼭 지식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배워 오는 것은 사실이에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기분 좋으라고 하신 말씀이겠지만~) 친구들이 다솔이를 좋아한다며,
여자 친구 중 누구누구가 다솔이가 등원 하기만을 기다리고,
남자 친구 중 누구누구는 서로 다솔이 옆자리에 앉겠다고 작은 다툼이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내 아이가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아이에게 여자 친구 이름을 대면서 '별이(가칭)가 다솔이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했더니
다솔이가 펄쩍 뛰며 아니라고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는 거예요~
그러더니 남자 친구 이름들을 대면서,
'아니야, 나는 달이(가칭)가 제일 좋아~, 철수도 좋고, 영수도 좋아(모두 가칭)' 하는게 아니겠어요?


뭐지 이 녀석?? 벌써 성별을 구별할 줄 알게 되었잖아~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수줍은 일이라는 걸
도대체 5살 (40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아이가 어떻게 깨닫게 되었을까요?




이 파파라치 컷은 다솔이가 여러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여자 친구 한 명이랑 둘이서만 조용히(?) 밀담을 나누고 있는 게 귀여워서 멀리서 찍은 것인데요,
사진이 찍히는 걸 눈치챈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도망을 갑니다.
!!!!!!!!!!!!!!!!!!!!!!!!!!!!!!!!!!!!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저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족들 말고도 친구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고 깨닫는 것이 무척 신기했는데
그 마음들과 구별해서, 벌써부터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당당하고,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비밀인 것이 너무너무 놀라워요.


사실 다솔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이성 친구(특별히 한 명만 콕 찍어 사귀는) 보다는
두루두루 많은 친구들과 다양하게 사귀는 것이 사회성 발달에 훨씬 더 좋거든요?
어른들이 장난삼아서 꼬꼬마 아이들에게 우리 사위입네~ 누구랑 누가 사귀네~ 얘네들은 나중에 결혼할 것이네~ 하는 것이
결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말씀이에요.
초등학생에게 너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것도 별로 좋지 않은 행동이랍니다.
두루두루 여러 친구들과 사귀고, 싸우고, 화해하고, 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관계가 소원해지고, 다시 친해지고...
하는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마음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남자 친구의 이름을 대면서 그 친구를 좋아하는 구나~ 물어 보기도 하고,
여자 친구의 이름을 대면서 그 친구랑 친하구나, 좋아하는 구나~ 물어 보기도 하는데요,
다솔이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물었을 때는 호불호가 분명해서 "좋아! 싫어!!" 분명하게 잘 대답하는데,
여자 친구의 이름만 나오면 대답하기 싫고 민망해서 실눈을 뜨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무조건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에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부터 특별한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정해 두고 그 아이하고만 노는 것이 (마치 연애하듯)
어른들의 부추김에 의한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 보니,
이성에 대한 호기심, 좋아하는 마음도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 같아요.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성 친구를 보면 마음이 설레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5살 아이들의 '마음' 성장 속도, '감성' 발달 상황
짐작보다 훨씬 더 성숙하네요.


+++덧붙임... 3살 아이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서 벌써 어린이집에 다닌지 육개월이 된 둘째 다인이는요,
(현재 세 살, 20개월)
어린이집에 일찍 보냈기에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대신 적응은 무척이나 빨랐고(특히나 오빠랑 같은 어린이집에 보냈기에 더더욱) 수업 태도도 벌써 좋으며
어린이집에서 배워 온 노래와 율동을 집에서도 신나게 잘 따라한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뭐든 다 빠른 것 같아요.
다인이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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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화장을 시작했어요.
틈만 나면 제 화장품들을 노리는 하이애나 다인 양.
샤워 후 보습 로션 바르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 세수 후 꼭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데요,
제가 화장을 할 땐 아이들은 방해가 되니 주로 거실에서 놀게 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화장대를 습격해서는 라텍스로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시늉을,
립스틱을 입술에 콕콕콕 바르는 시늉을
아이섀도우를 눈에 바르는 시늉을...... . 그렇게도 정확하게 잘 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3살 아이, 벌써 여자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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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다솔이에게 덥석 머리를 잡히고 깜짝 놀라 눈을 꼭 감고 있는 저 녀석은, 진돗개 진주가 낳은 새끼 강아지예요. 이제 태어난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보기 좋은 한 쌍인 진주와 백두는 저희들을 꼭 닮은 새끼들을 네 마리 낳았답니다. 워낙 날렵한 체형이어서 그런지 진주가 임신을 한 것은 잘 몰랐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수컷인 백두에게 예민하게 굴고 사료도 많이 먹는 등 낌새가 이상하더니 귀여운 강아지들을 쑥쑥 낳았어요.

친정 엄마로부터 젖 빠는 강아지, 걸음마 하는 강아지, 눈 뜬 강아지들의 사진을 차례대로 받고서 너무 강아지들이 보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어제 낮에 한달음에 친정이 있는 경북 안동으로 내려왔어요. 진돗개라서 그런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몸집이 너무 커 버려서 귀여운 새끼 강아지의 느낌이 좀 적긴 했지만, 낑낑대면서 어미만 졸졸 따라 다니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요.

다솔이에게 귀여운 강아지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진주와 백두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갔다가 집 안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잠시 데려왔답니다.



생각보다 몸집이 커서 다솔이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몇 달 전 몽실이와 복실이가 낳은 강아지들을 눈으로나마 봤던 기억이 있고(그 땐 다솔이가 너무 어려서 만지지는 못하게 했었어요.) 또 동물원에서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 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보자마자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다솔 아빠가 강아지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살살 털을 쓰다듬고 올망졸망한 발도 만져 보면서, 강아지(아직 이름도 없는)를 무척이나 예뻐해 줬어요. 그러더니만 어느 순간 덥석 강아지 머리를 잡는게 아니겠어요? 겁도 없이 말예요.

아직은 강아지가 너무 어려서 다솔이가 훨씬 더 세지만 조금만 지나면 상황이 역전될텐데 다솔이는 자기의 힘을과시라도 하듯 강아지를 이렇게 저렇게 만져 보면서 즐거워하더라고요.


꽉 다문 입을 한 채 한 손으로 가볍게 강아지를 제압하는 다솔 군과 납작 엎뜨린 강아지.


다솔아, 친구한테 그러면 안돼. 귀엽다, 예쁘다, 하면서 살살 만져 줘야지.
알았지? 친구하고 사이 좋게 지내야 해.



다솔이는 요즘 특히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면서 이거? 이거? 하면서 묻기를 즐기는데요
어른들이 강아지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고 알려 주고 시범도 보여 주자,
이거? 이거? 하면서 자기만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것도 예뻐해 주는 거예요.


귀여운 강아지


다솔아, 안녕?
의젓하게 앉아서 강아지의 인사를 받는 다솔 군.



다시한번 머리도 만져 보고, 발도 만져 보더니


이번에는 강아지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힘자랑을 하는 다솔이네요.
아무래도 다솔이와의 첫 만남이 강아지에게는 조금 무서웠을 것도 같아서 왠지 미안해지는데요,
강아지와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꾀돌이 다솔이는 어른들이 볼 때는 살살 강아지를 만져 주는 척 하다가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이렇게 되거든요.

강아지야, 내년 봄엔 다솔이와 함께 밖에서 뛰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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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피부가 어찌나 희고 고운지
포토샵도 화장도 전혀 필요가 없는 뽀얀 다솔군입니다.

저는 다솔이에게 매일 그림책을 읽어 주는데요,
아이들 책이라 기껏해야 열 장 남짓 되는 것들이죠.

제가 사 준 책 스무 권과 여기저기서 얻어 온 책 열 권 정도가 전부지만
충분하답니다.
아이들에게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에요.

서른 권의 그림 책을 생후 4개월부터 돌려가며 읽어 줬으니
저는 그 내용을 외울 정도가 됐어요.

그런데 어느 날 동물 친구들이 나와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다솔이와 똑 닮은 귀여운 아기 동물 한 마리(?)를 발견했답니다.
어찌나 비슷한지 혼자서 히죽히죽 웃었어요.

다음에 보여드릴 동물들 중에 다솔이와 닮은 친구는 누구일지, 맞혀 보실래요?


악어, 오리, 거북이
참새, 뱀, 병아리예요.
모두 다 귀엽고 앙증맞은 동물 친구들이지만
그 중에서 다솔이를 가장 많이 닮은 제일 사랑스러운 아기 동물은 누구일까요?

생각하셨나요?

답을 가르쳐 드릴게요.
.
.
.
.

다솔이가 계속 움직여서 사진이 좀 흔들렸는데요,
정답은 바로바로 거북이랍니다.
동그란 머리 모양이 진짜 많이 닮았어요.

닮은꼴 사진을 좀 더 보여드릴게요.



귀엽죠? 헤헤헷.
이상,
하루종일 아기와 둘이 있다 보니
작은 것에도 큰 재미와 기쁨을 느끼게 된 다솔 엄마, 일레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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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친구 구해요.', '삼십 대 초반 친구 찾아요'

내가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는 낮에 혼자 있기 심심하다며 친구를 찾는 아줌마들이 참 많다. 게시판을 통해 아줌마들은 가끔 만나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허물없는 친구를 원한다고 했다.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아줌마들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 .

오해하지 마시라, 아줌마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새로운 친구는 바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동네 아줌마 친구이니까 말이다.
 
아기를 낳은지는 꽤 됐지만 아직 아기가 어려서 집 밖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엄마들은 이따금씩 자신들이 창살없는 감옥 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물론 아기를 돌보는 일이 보람되고 행복한 것이기는 하지만 매일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문득문득 울컥해질 때가 생기는 것이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나 버리고, 어쩌다 보면 황금 같은 주말도 휙 사라져 버리니 맘 먹고 외출하지 않으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집 안에서만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렇다.

Bathroom reading
Bathroom reading by thejbird 저작자 표시비영리

아기와 하루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서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기르고 있는 새 친구를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주로 아기의 나이에 맞추어서 새 친구를 찾는데 운이 좋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급속도로 친해져서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음식과 차를 나누어 먹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육아에 관한 정보도 나누고 속 이야기도 터 놓으면서 말이다.

...... .
나는 오늘 녹초가 돼 늦게까지 자고 있는 남편에게 차마 외출을 하자는 말을 못해서 호기롭게 혼자서 집 밖을 나서게 됐다. 일주일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는 순간 너무나 기분이 상쾌해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고개를 들어 '나는 자유인이다'를 속으로 외치면서 통통통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오랫만에 화려하게 화장도 하고 곱게 단장도 했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밀쳐내고 거의 1년 만에 구두도 신었다. 

남편과 아기와 함께 나오지 못한 것이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나는 능동적인 사람이기에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아직 감기를 다 벗어내지 못한 아기가 찬 바람을 쐬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각또각또각, 몇 발짝 즈음 걸었을까? 대체 어디에 가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 지,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고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May their JOY Embrace U!(Bali Kuta Beach)
May their JOY Embrace U!(Bali Kuta Beach) by Kenny Teo (start from scratch...)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늘 가던 길과는 다른 길로 한 번 걸어 가 보기로 했는데 이십 여 분이 넘도록 똑같은 이름의 아파트만 나왔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동네였다. 오랫만에 신은 구두 때문에 발뒷꿈치는 점점 불편해져 오고 아무 빵집에라도 들어가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을까 하다가 괜히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고 갈 곳은 없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참 서글픈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참을 더 걸으니 다행히 번화가가 나왔고 저 멀리 큰 마트가 보였고 나는 안심하듯 그 속으로 들어갔다. 결국 오랫만에 혼자서 외출을 했으나 내가 한 것이라곤 반찬거리를 두 손 가득 들고 돌아온 것 뿐...... . 어쩌면 나도 우리 동네에 사는 마음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 게시판을 기웃거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수록 아줌마들의 건전한 즉석 만남은 참 지혜롭고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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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어서 '그것'이 있는 쪽으로는 의식적으로 고개도 안 돌리고 있다가 정면 승부를 한 지 10여분 째. 샅샅이 훓어보고 나니 더더욱 미워졌다. 보면 볼 수록 도저히 '입을 수가 없는' 크기인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생활 신조 중 하나가 절대로, 절대로 인사치례와 '우리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류의 형식적인 말은 하지 말자인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요놈의 입방정 때문에 아까운 내 돈 십여만원을 날리게 생긴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K가 이번 휴가 기간에 일본 여행을 간다는 말을 살짝 흘렸다. 만사가 귀찮아서 아예 '방콕'이 계획이었던 나를 비롯하여 멀리 못 가는 것이 한이 되었던 다른 친구들이 벌떼처럼 K에게 바짝 붙어서 이것저것 물어 보기 시작했다. 며칠 계획으로 가느냐, 어디 어디를 보려느냐, 예산은 얼마나 잡았느냐 등등 질문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쇼핑으로 관심이 옮겨 가면서 일본에서 사 오면 좋은 물건들에 대해서 또 한바탕 논의가 이어졌는데, K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일본 외지에 있는 의류 할인 매장을 알게 됐다며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자기에게 부탁만 하란다.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예쁜 옷 있으면 자신의 것도 한 두벌 정도 사 와 달라고 부탁했고 그 중 한명이 특정 브랜드의 청바지를 부탁하기에 뭐에 홀렸는지 나도 덩달아서 '나도, 나도'를 외쳐댔다. 그러나 사실 내가 정말로 청바지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다들 한 마디씩 하기에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그런데 K는 오늘 전화를 걸어 일본에서 '특별히' 내 것만 사 왔다면서 밥을 사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지난번 모임이 있었던 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누가 어떤 것들을 부탁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치수도 몰라서 다른 친구들 것은 사 올 수 없었는데,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내 옷만은 잘 고를 수가 있었단다.

밥 집에서 비빔밥을 막 비비고 있다가 그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는 정말 몰랐을까? 순간 밥을 비비던 내 숟가락이 잠시 멈춰서고 의연하려고 애썼지만 미간이 살짝 찡그려 졌었다는 것을. K는 165의 훤씰한 스타일이고 나는 160-X의 아담한 스타일인데 어째서 우리의 체형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몸무게가 비슷하다는 뜻이었다면 정말 굴욕적이지만, 실제로 K와 나는 똑같이 40킬로 후반대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척 봐도 작을 것이 뻔한 청바지를 십몇만원 씩이나 주고 받아 와야 한다니,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것도 밥까지 사 가면서!) 너무 싸게 사서 거의 공짜나 다름 없다는 K 앞에서 '그래 정말 예쁘다, 고마워'를 외치고 있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 인터넷에서만, 그것도 시즌 오프 상품으로 80~90% 세일을 할 때만 옷을 사는(실제로는 내가 훨씬 똑똑하게 쇼핑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에게는 너무 가혹한 가격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의자 위에 던져 두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드디어 정면 승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름 있는 브랜드의 바지라더니 역시나 예쁘긴 한데, 정말이지 끔찍하게 작다.

다리를 꿰어 보니 역시 허벅지까지 밖에는 바지를 올릴 수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청바지를 늘려서라도 입으려는 심산으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도 컴퓨터를 할 때도 청바지를 입고 있다.(물론 지금도 헥헥) 이렇게 며칠을 입고 있으면 조금은 늘어나겠지 하는 바람이 있고 또 이 청바지에 체형을 맞추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계획도 섰다. 치수 작은 청바지를 사 온 친구 K양, 일부로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얄미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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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욕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모인 친구들 모두 '백분토론 400회'를 보았기 때문인지 우리는 너도나도 손석희 아저씨가 되어서 저마다의 2008년을 진단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들만의 백분토론이 진행되었다. 가장 불행했던 기억과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다가 행복은 결국 욕심을 버리는 데에서 비롯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행복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욕심을 버릴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술도 마셨겠다, 연말이라 기분도 아리송하겠다, 우리는 우리가 버려야 할 욕심에 대해 웃기면서도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욕심은, 마지막 한 모금 남긴 커피잔 위로 생기는 말풍선과 같은 것이다. 커다란 머그컵에서 적당한 카페인과 적당한 달콤함으로써 나를 즐겁게 해 주던 커피. 뜨거운 커피가 주는 정신적 만족감에 빠져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어느새 커피잔은 바닥을 드러내고, 그러면 자연스레 만화처럼 '한 잔 더?'라고 씌어진 말풍선이 나를 유혹한다. 나는 그것을 욕심이라고 부른다. 이미 충분히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원하는 마음말이다. 지나친 욕심은 쓰린 속과 불면을 낳을 뿐이다.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진 내 친구는 24인치 청바지를 욕심이라고 정의했다. 그 친구는 2% 부족한 둥글녀에서 완벽한 매력녀로 거듭나기 위해 매일 자신과 싸우고 있다. 꽤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계속해서 이제는 더 뺄 살도 없어 보이는데 그녀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그동안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열심히 운동한 덕에 슬쩍보기에도 참 많이 예뻐졌다. 그러나 친구는 24인치 청바지를 입기 전까지는 다이어트를 그만 둘 수 없다고 했다. 친구야, 그건 초등학생이 입는 사이즈 아니니? 너는 키가 커서 24는 좀 무리일텐데. 자신조차 24인치 청바지를 욕심이라고 말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친구. 2% 부족했던 둥글녀에서 이제는 매력적인 까칠녀가 되어 버린 그녀는 점점 더 날씬해지려고 욕심을 부린다.

또 다른 친구의 욕심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남자를 따라가는 자신의 시선이었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뭐 한 번 쯤은 다른 사람을 쳐다볼 수도 있겠지. 너도 사람인데' 했지만 오랜 연인을 둔 그녀는 그것마저 미안했나보다. 거리에서 멋있는 사람과 지나칠 때면 눈이 먼저 그 사람의 얼굴과 그 사람의 근육과 그 사람의 스타일에 이끌려 그 사람에게 고정되고, 어떨 땐 묘한 설렘을 느끼기도 한단다. 짧은 순간의 눈맞춤이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기에 시선의 이끌림도 넓은 의미의 바람이라고 말하는 그녀. 이미 자신의 마음에 사랑하는 사람을 담았기에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업 때문에 우리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또 다른 친구. 우리는 이 친구가 고백한 욕심을 만장일치로 진정한 욕심으로 인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직업을 가진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그렇게까지 윽박질렀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다. 친구는 달력에 빨간 날이 더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욕심으로 고백했는데, 그러면서도 칼퇴근에 주 5일 근무인 자기가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민망한 듯 웃었다. 그러고보니 2009년에는 공휴일이 많이 줄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작했던 욕심에 관한 이야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가 처한 상황과 서로의 고민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이미 가진 것을 더 가지려는 마음, 끝 없이 계속 커지는 마음,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 나 보다 못한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 이 날 우리가 고백한 마음들이 비단 우리들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욕심을 털어버린다면 2009년에는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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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매일 전화로 수다떨고, 메신저로 대화하며, 틈틈히 만나 같이 노는 여고동창생이 '있었다'.

우린 자신의 속마음을 서로에게 낱낱이 다 드러내었으며 나는 재밌는 영화가 개봉하거나 맛있는 음식점을 새로 발견했을 땐 꼭 그 친구와 함께 갔다. 물론 그 친구도 싸고 예쁜 옷이 많은 가게와 커피향이 좋은 카페를 꼭 내게 소개해 주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둘 다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당연한 듯 함께 살게 되었다.

처음 몇 달은 좋았다. 팔짱을 끼고 장에 가서 사 온 반찬거리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좋았고 휴일이면 만화책을 빌려 와 밤새 뒹굴거리며 킬킬대는 것도 재밌었다. 처음 몇 달,
우리의 본성이 눈뜨기 전까지는...... .

시간이 흘러 같이 산 지 5, 6개월쯤 되었을까? 나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친구의 양말이며 옷가지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고 밥이며 설거지가 내 차지가 될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기 일쑤였다.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쉽게 났고 그런 내 마음을 들킬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렇게도 자주 드나들던 극장이며 쇼핑몰에 자연스레 발길이 끊어지고,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던 수다가 점점 지루하고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방문을 걸어닫은 채 다른 이들과 통화하고 약속을 잡았으며 서로에게는 침묵하고 서서히 무관심해졌다.

폭풍전야 같던 시간들이 흐르고 마침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그 일 때문에 친구와 나는 서로를 집어삼킬 듯 싸웠고 또 울었다. 그것은 차라리 속 시원한 순간이었다.

각자 다른 집을 얻어서 이사를 가고 연락을 하지 않은 채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궁금함은 모가 난 돌처럼 내 심장 한 구석을 찌른다. 내 모든 것을 다 나누어도 아깝지 않았던 그녀였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왜그렇게 난 이기적이었던 것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지켜야 할 '선'을 정하지 못한 채 서로의 영역을 너무 많이 침범했던 것 같다. 미묘하고 섬세한 우리 여자들에게는 타인에게 들키지 않고 보호받고 싶은 자신만의 영역이 있게 마련인데...... .

어느날 불쑥 그녀 앞에 나타나 서로 마주보며 맘껏 웃어보고 싶다. 그녀가 나를 보고 다시 웃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욕심은 아니리라. 얼른 그녀를 만나 마음의 짐을 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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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칠지경이다.

오늘 얘길 들어보니 결국 내가 그 애를 앞지르고야 말았다. 힝~! 속상해, 속상해~~ 학교 다닐 때부터 인기가 좋았던 내 친구와 그런 그 애와 친한 나. 우리는 성격도 잘 맞고, 취향도 비슷해서 그 애와 같이 있는게 정말 좋지만 나도 女友인지라, 가끔씩 울컥욱컥 올라오는 '얄미움'은 어쩔 수 없다. ^^;;

불쑥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거나, 갑자기 '쿵'하고 맘이 울리는 것을 신호로 나는 나도 모르게 약간 치사(?)하고 조금 비열(?)한 악녀가 되기도 한다. 정말이다. 나도 어쩔 수 없다. 그 애는 평소에는 나와 몸무게가 같지만 잠시 방심할 때면, 내가 그녀보다 2~3kg 정도 더 무거워지게 되는데 오늘! 결국 내 몸무게가 그 애를 앞지르고 만 것이다. 나보다 10cm나 더 큰 그 애 앞에서 이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순간 슬펐다. ^^;;;;;

마른 친구와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아니, 말을 조금 바꾸어 '이쁜 친구'와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조금만 더, '자신이 우리 중에서 제일 이쁜 줄을 아는 친구'와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이럴 때 내가 잘 쓰는 방법은 고의로 친구에게 간식을, 그것도 칼로리가 높은 것으로 먹인다거나 ^^ 그녀 몫의 커피에 시럽을 더 넣는다거나
배부르게 양껏 먹인 후 잠을 푹 재우는 등 -.-;;;; 정말 내가 생각해도 저급한 수준의 속보이는 짓을 하는 것이다. 순진한 내 친구는 다 속아주지만, 잠시 볼록 나와 있던 배는 하루를 버텨주지 않는다.

나로서도 억울한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사실은 좋아한다고 스스로 체면을 건)은 칼로리가 적은 한국 음식을 비롯하여  찐고구마, 삶은 계란 등의 소박한 것들인데 그 애는 그 기름진 햄버거며 피자를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생활 습관과 먹는 음식들, 또 활동량 등을 측정해 본다면 내가 그 애보다 살 찐 이유가 고스란히 드라나겠지만 오늘만큼은 철저하게 주관적이기로 해 본다.^^

그런대로 내 외모에 만족하면서 살다가도 그 친구만 만나고 오면 그녀의 마른 듯 이쁜 몸이 부러워지기 일쑤니 이것 참 큰 일. 이런 사실 그 애가 알면 얼마나 웃기고 또 서운할까?


그래서 오늘 울컥했던 마음을 달래며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이기에 나는 끊임 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살아가지만 고민할수록 해가 되거나 나에게 발전적인 결과를 주지 않는 일에는 신경끄고 살기로. 기준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두니 자꾸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세운 범위를 일탈할 때에는 그것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서 내 기준의 잣대가 이동하는 것이야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들인데, 타인과 싸워 상대를 쓰러뜨릴 때가 아니라 스스로 짜 놓은 시나리오에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때 이기는, 예를 들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같은 것 말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우중충했던 기분이 맑아졌다. 다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로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아궁~ 어찌나 맛있던지. 히힛~ 나는 정말 단순하다. 이런 단순한 내가 나는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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