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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르쳐 주는 것일까? 나 몰래 누군가가 와서 다솔이에게 귓속말로 속삭여 주는 것만 같다. 다솔아, 다솔아 이제 기어다니는 것도 적응이 됐지? 이제 앉아봐, 앉아봐, 할 수 있어, 앉아 봐.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벽에 머리를 콩콩 박고, 전기선만 보이면 잡아 당기면서 구석진 곳 더러운 곳만 귀신같이 찾아 다니던 다솔이가 이제 스스로 앉기 시작했다.

육아책을 보니 생후 팔 개월이 되면 혼자서 앉을 수 있다고 했는데 어쩜 그리도 딱 맞추는지, 다솔이도 참 희안한 기술을 써 가며 척척 앉아 나를 놀라게 한다. 기는 자세에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오른쪽 다리 혹은 왼쪽 다리를 옆으로 옮기면서 엉덩이를 내리니 앉는 자세로 짜잔 바뀐다.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지만 곧 걱정스러움이 더 커졌다.


왜냐하면 아직 앉는 것에 익숙치 않은 다솔이가 흔들거리면서 앉아 있다가 불시에 뒤로 쿵 머리를 박으며 쓰러지거나 옆으로 픽 고꾸라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나는 일이라 미쳐 손 쓸 기회도 없이 사고가 나는 것이다. 넘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큰 지 쿵 하는 소리가 나면 내 머리가 다 아파온다. 우리 집에는 놀이방 매트는 깔지 않아서 대신 거실에 두툼한 겨울용 이불과 담요를 넓게 깔아 주었는데 다솔이는 꼭 이불이 없는 곳에 가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으앙-하고 눈물 몇 방울을 흘리면서 짧게 울고는 또다시 앉기 놀이 삼매경이다. 옆으로 쓰러지면서 책장에 머리를 박았을 때도 그랬다.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너무 놀라 달려왔는데 다솔이는 으앙으앙 울더니 금세 또 자세를 고쳐 앉는다.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도(http://hotsuda.com/325) 너무 힘들어서 토하고 울면서도 하루종일 뒤집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만 직성일 풀리는 것 같았다.



뒤집기를 할 때도 되돌려 놓으면 또 뒤집고 잠에서 깨 일어날 때도 뒤집으면서 일어나고 한밤줌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보면 자다가 뒤집느라 벽에 머리를 박은 것이었었다. 그런데 앉은 자세에서 넘어지는 것은 뒤집다가 머리를 박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하고 아픈 것이라 무슨 조치가 필요했다.

머리를 보호할 무언가를 급히 찾다가 처음에는 비니 모자에 손수건을 잔뜩 넣어서 씌워 주었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땀을 비오듯 흘리니 그건 안 될 듯 싶어서 다솔 아빠가 이번에는 기저귀를 헬멧처럼 씌워 줬다. 실내에서 쓰고 있기에 모자 보다 덜 더우면서도 조금이나마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 기저귀가 딱이었다. 밤이 늦어서 당장 다른 보호책을 찾을 수 없고 다솔이를 못 앉게 할 도리도 없기에 그나마 기저귀 헬멧이 제일 나았다.



다솔이가 원없이 앉는 연습을 할 수 있으면서도 부상 위험은 적은 방법을 찾는 것! 이번 주 우리 부부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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