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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일이 있어서 외출한 남편.
아이에게서 콧물 기침 감기가 옮아 훌쩍 훌쩍 캘록 캘록, 홀로 고단하게 아이를 돌보는 힘들고 지친 주말 오후가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같이 감기를 앓으면서도, 콧물은 나보다 훨씬 더 심하면서도 깨어 있을 때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온 집안을 활개치는 다솔이,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끝없이 푱푱푱 샘 솟는 것일까?

아이와 시계를 번갈아 보면서,
한 손으로는 책상 위에 올라가 흔들거리는 아이의 다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편에게 언제 오느냐는 협박성 문자를 날리면서 속으로 부글부글 거품을 만들어 거의 뿜어내기 일보직전!! 지원군 남편이 돌아와 주었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 한 주말 저녁이 말 그대로 휙 지나가 버리고 한밤 중 나만 홀로 깨어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 밤.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 버려 도저히 그냥 잘 수 없었던 이 밤에 나는 창고방을 뒤집기로 맘 먹었다. 

이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창고방 속 커다란 상자에는 오래 전부터 잡다한 물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는데 이사 날짜가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취소가 되었기에 이제는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들춰봐야 될 시점이 되었던 거다.

애걔! 겨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상자 속에 가득했다. 공예용 철사 무려 세 꾸러미, 이제 그만 버려도 될 낡은 여행 가방 몇 개, 왜 넣어 둔 지 모르겠는 플라스틱 컵들, 그리고 버리기도 가지고 있기도 애매한 임용 고사 시험 준비용 책만 잔뜩...... . 실망하다가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게 진짜 보배함이었다. 

보배함을 속에는 2004년부터 시작되었던 우리의 추억들이 가득들어 있었다. 연애 시절에 남편과 찍었던 사진들, 주고 받았던 편지와 성탄 카드들. 그리고 잃어 버린 줄 알았던 타임 캡슐까지. 특히나 타임 캡슐은 2010년에 열어 보기로 하고 쓴 것인데 너무 꽁꽁 숨겨 놓은 나머지 어디에 뒀는지 몰라서 포기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봉인되었던 남편과 나의 타임 캡슐 속 사랑 편지가 
2011년 1월의 어느 밤에 우연하게 발견된 것이다!


위의 편지가 2004년 5월 5일에 써서 2010년에 열어 보자고 했던 우리들의 타임 캡슐이다.
말로만 타임 캡슐이지 실은 가지고 있던 싸구려 편지지에 써서 결혼 전에는 내 방에, 결혼 후에는 우리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편지에 불과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남녀 주인공이 튼튼한 철재 상자에 고귀한 무언가를 넣고 머나먼 산꼭대기에 올라가 크고 곧게 뻗은 나무 밑을 파고 묻는 것이 타임 캡슐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나에게 그런 방법은 옳지 않다.


주황색 편지지에 1번부터 15번까지 항목을 적고, 각자 항목에 맞게 자신의 이야기를 쓴 다음 파란색 편지 봉투에 질문지와 같이 넣어 보관해 두었었다.

질문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처럼 손발이 오그라 드는 유치한 것도 있고, '2006년에 유행하는 것들'이라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있으며, 연인이 쓴 것에 걸맞게 '서로에게 해 주고 싶은 것, 해 주고 싶은 말'을 쓰라는 것도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만의 타임 캡슐 편지를 읽노라니 다시금 2006년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요즘 아이를 기르느라 진이 너무 빠져서 서로에게는 조금 소홀해진 면도 있는데, 늘 따뜻했고 배려심 넘쳤던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유해진 나오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너무 반성된다.) 계속 노력하며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의 타임 캡슐이라 손발 오그라드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좀 민망하고, 2006년에 유행하던 것들을 같이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면,

2006년에 유행하던 것들

내가 쓴 글 : 왕의 남자의 흥행과 공길 역 이준기의 영향으로 예쁜 남자 신드롬이 일어났다. 그와 더불어 이준기가 광고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음료수도 함께 유행하고 oo(남편 이름)이의 머리 모양인 포일 파마도 인기가 있고, Dr 깽(드라마)에서 한가인이 입고 다니는 공주풍의 긴 레이스 치마도 유행이고, 아! 밑으로 갈수록 단이 좁아지는 스키니 바지도 인기다.

남편이 쓴 글 : 포일 파마, 스키니진, 공주풍의 옷, 축구, 소형 타블렛 노트북, 블루투스, LCD 대형 TV.

그리고 남편이 썼던 내용 중에 철사 공예에 관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예를 들면, 앞으로 나에게 철사 공예로 장신구를 100개 만들어 준다느니, 100만원 어치의 철사를 사고 싶다느니......) 아까 사 놓고 쓰지도 않은 철사 뭉치들을 발견한 후 치밀어 올랐던 화가 싹 사라졌다.(남편은 결혼 전 나에게 선물을 하려고 철사 공예를 배웠었다)

타임 캡슐을 읽다가 싸이월드에 우리 연애담이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사진을 찾아 봤더니 역시 있었다. 사진에 따르면 우리는 일찍부터 만나서 대학의 강의실에서 이 글을 쓰고 영화(도마뱀)를 봤다.

짜잔, 2006년의 우리다.



남편과 함께 2015년에 뜯어 볼 새로운 타임 캡슐을 얼른 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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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arangmom.tistory.com BlogIcon 하랑사랑 2011.01.09 11:07

    타임캡슐이라...정말 재미있네요.
    우리도 한 번 해봐야겠어요.
    딸내미 그림도 넣고 사진도 넣고...아들 사진도 넣고 ^^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11.01.10 00:16 신고

      네~ 아이들과 함께 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가 혼자서 타임캡슐을 만든 다음, 아이들이 결혼할 때나 군대갈 때나, 뭐 특정한 시점에서 선물로 주어 같이 열어 봐도 감동적이고요^^

  2. Favicon of http://deborah.tistory.com BlogIcon 데보라 2011.01.10 04:40

    일레드님께 배우네요. 아주 센스가 있는 생각들 보면 신세대 답네요. :) 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도 있고 귀자니즘 때문에 현실화 시키지 못한 부분도 있군요. ;) 남편분 웃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부인을 많이 배려하는 타입으로 보여요. 성격이 칼 같은 부분도 있어 보이고요. 섬세한 면도 보이면서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이는 그런 타입은 아닌것 같군요. 모르겠네요. 제가 정확히 본 건지요. 대충 이야기 하면 남들이 맞춘다고해요. 하하하. 그냥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11.01.11 01:33 신고

      데보라 님, 돗자리 까셔야 될 것 같은데요? ㅎㅎㅎ 이 글에는 남편이 정상적인 얼굴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잘 보시는지^^ 대부분 맞게 보신 것 같아요. 데보라 님, 저,,,,저,,,,저는 어떤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Favicon of http://deborah.tistory.com BlogIcon 데보라 2011.01.11 02:00

      일레드님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애교도 많아 보이시고 성격이 깔끔하신 분 같습니다. 남한테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할 타입 같고요. 더구나 그런일도 하지도 않을 분 같아 보입니다. 맺고 끊는 부분에 있어서는 약한 면도 보이고요.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여기시는 분 같아요. 제가 잘 봤나요? 하하하..혹시나 어리뚱땅이라 할지라도 예쁘게 봐 주세요. 전요 사람의 관상을 볼때, 예쁜점을 먼저 보려고 해요. 그러니 예쁜점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제가 이야기한 부분이 틀려도 오해 없길 바래요. 그냥 재미로 올린 글이니 또 마음에 두시고 하면 안 됩니다.

  3.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BlogIcon 그린데이 2011.01.12 09:06

    제가 아는 두 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혼자 보라카이에 가셨다가 보고싶단 페북 멘트를 떠올리면 바로 수긍이 가는... 연애하실때도 대단하셨군요! ㅎㅎ 옛 사진들 참 좋아요~
    문득 오래된 편지함을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3월에 이사가는데 말이죠...;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있어 큰일입니다. --;)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11.01.13 01:29 신고

      아~ 옛날이여!!! 연애땐 참 재밌게 잘 놀았는데, 절대로 다투는 일도 없었지요. 벌써 까마득한 옛 이야기인듯, 다솔이 태어나고부터는 낭만도 사라지고 저희는 사진찍는 걸 좋아해서 참 많이도 찍어댔었어요^^ 그린 데이 님도 편지함 열어 보시면 남편 분이 좀 다르게 보이실지도 몰라요^^

      정말, 3월에 이사가는데 너무 태평이신듯? ㅎㅎ 농담이고요, 포장이사하실거에요? 그럼 다 알아서 해 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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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삼십 분 전만 해도 나는 그건 엄연한 '양다리'라며 친구 C양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추석, 얼굴을 보는 사람마다 '올해는 가야지, 결혼은?, 아직도?, 네 나이가 몇이더라, 뒷집 누구는 애가 돌이라던데......' 등등 레퍼토리를 돌려가며 결혼과 관련된 끊임없는 곡괭이질 질문을 해대는 통에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는 친구의 말에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나와 동갑내기인 친구의 나이는 올 해 서른 둘, 속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은 지난 설에 뵙고 이번에 다시 만난 친척 어르신이 아니라 내 친구일 텐데 걱정을 가장한 호기심으로 자꾸만 친구에게 결혼 이야기를 묻는 통에 C양은 혼쭐이 났단다.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것이 그녀의 작은 소망이다. 되도록 일찍 독신의 지옥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결코 아무나하고 결혼하는 일은 없을 거라도 다짐을 하는 내 친구 C는 두 달 전만 해도 '모태솔로'였다. 

고등학교 교사인 탓(?)에 0교시 보충 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되는 억울한 시간표를 지켜 내느라 내 친구는 도무지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었다. 게다가 학교와 집의 거리마저 멀어서 스스로 차를 운전해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까닭에 평일에는 남자의 'ㄴ'도 만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친구의 곁에 이번에는 두 명의 남자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일이 잘 되려고 그러는 건지 잘 안 되려고 그러는 건지, 어찌저찌해서 일주일 상간으로 잡혀 있던 두 건의 소개팅에서 C양은 괜찮은 남자 둘을 만났고 이들 모두와 약 한 달에 걸친 데이트를 해 오고 있단다. 말이 한 달이지 평일에는 절대 시간을 낼 수가 없다니 토요일에는 A, 일요일에는 B와 데이트를 했다치면 많아 봐야 4번 남짓 만났을 것이다.

친구 왈, 가타부타 사귀자는 말이 없었으니 절대 양다리는 아니고, 지금의 상황에서 한 쪽을 재빨리 정리하는 것 보다 신중하게 몇 번 더 만난 상황에서 더 확신이 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남자의 스타일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단다.

남자들 중 한 명은 연하, 한 명은 연상이라서 그런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 내 친구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이들의 스타일은 대충 이렇다.

내 친구는 서른 둘, A씨는 서른 다섯. 겨우 세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너무 늦게 남자친구를 만들려고 하니 벌써 삼십 대 중반의 풍채 좋은 아저씨가 상대라고 떡하니 나타났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차태현도 서른 다섯이지만 일반인 서른 다섯이 어디 그런가? 그러나 외모는 좀 그래(?)도 매사에 친구를 배려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아주 넉넉하단다.

서른 둘의 내 친구를 막내 동생 대하듯 챙겨주고 먹을 것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줘서 만날 때마다 대우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집에까지 늘 데려다 주는 것은 기본!

Erin and Jeff

Erin and Jeff by avpjac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한편 연하남 B군은 서른 살로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느라 오래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해서 그런지 유난히 해맑다는 B군(서른의 남자를 나도 어느새 -군으로 칭하고 있다.)은 데이트를 할 때 발랄 그 자체란다.(서른 살 남자 연예인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조인성, 강동원이 있다.)

지난 번 만났을 때는 놀이 공원에 가서 초등학교 다닐 때 사 먹어 보고 조카들 간식으로나 사 주던 솜사탕을 사 먹었단다. 우리가 어렸을 땐 서른 살 아저씨들이 그저 늙수그레하게만 생각되더니, 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연하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무엇을 해도 귀엽고 산뜻해 보인단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꾸만 '연인'보다는 '누나'의 심정으로 그 녀석(??)을 보게 되고 챙김을 받는 것 보다 챙겨 주는 것이 속편한 것이 흠이란다.

문득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른 다섯의 남자도 서른 일곱의 여자 앞에서는 어리광도 부리고 상큼이로 돌변하지 않을까? 서른의 남자도 스물 대여섯의 여자 앞에서는 의젓하게 무게도 잡고 오빠만 믿으라고 엄포를 놓지 않을까? 생전 처음으로 연애라는 달콤한 마법에 빠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얼른 둘 중 한 명을 선택했으면 좋겠는데, B군 보다는 A씨에게 한 표를 던진다. 내가 마흔이 되도 여든이 되도 항상 나를 어리게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는 훨씬 더 좋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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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indlov2.tistory.com BlogIcon 돌이아빠 2010.10.06 07:52

    저도 A 씨에게 한표!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도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을텐데요. 초년생인 B군보다는 A씨가 ㅡ.ㅡ!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10.10.07 01:14 신고

      ^^ 그게 낫겠죠? 제 친구도 그걸 알아차려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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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보는 순간 쏙 빠져들게 돼 버린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나왔던 이야기다. 극중 나반석(최철호)은 너무 반듯하고 순수해서 연애에 서툰 한의사인데, 자신이 반한 여자 이신영(박진희)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기로 어렵게 결정한다. 영국에 일이 있어 다녀오면서 그녀를 기쁘게 할 선물을 하나 사 오는데 그것은 바로 초콜릿이다.

서른 넷의 남자가 동갑내기 여자에게 줄 귀국 선물로 고른 것이 초콜릿이라니, 그 남자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편지 한 장 없이 달랑 초콜릿 한 상자를 선물하다니 좀 심하잖소!(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선물이 있다며 나반석이 며칠 전부터 약속을 잡았었고 이신영은 그것을 건네 받으러 인천공항으로 마중까지 나온 상황이다.) 친구들과 함께 선물을 열어 보았다가 당황한 이신영은 친구들과 일일이 초콜릿을 녹여 먹으면서 그 속에 들어 있을 지도 모를 '반지'를 찾는다.

첫 선물로 웬 반지? 하시겠지만, 열정이 넘쳐 앞서나가는 것이 '달랑' 초콜릿 한 상자 던져주는 것 보다야 낫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을 더듬어 봐도 초콜릿으로 좋아한다는 고백을 주고 받던 것은 초등학교 때나 하던 일이니까 말이다. 혹여 오해를 하실까봐 미리 말씀을 드리는데, 절대로 선물의 '가격'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초콜릿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 순수하다.


결국 선물이 정말 초콜릿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 남자를 폭탄으로 규정짓는다.(명색이 한의사인데.) 남자에 목숨거는 여자 정다정(엄지원)마저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가면서 어떻게 이 남자와 사귈 수 있냐며 나반석을 거부했다.

참 애석하게도 여자들은 뻔히 알면서도 '선수'에게 마음이 끌리는 반면, 착한 것이 틀림없는 순진남을 보면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다.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바람둥이를 만나 된통 당해 울지언정 순수한 폭탄남 때문에 속터지는 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착해서 헤어지기가 죄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남동생이 적극 추천해서 보게 된 케이블 방송 '총각 연애하다'에 나오는 무수한 총각들도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 순수남인 동시에 폭탄이다. 총각들과 소개팅을 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이 착한 것은 알겠는데 절대로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고백한다. 내 동생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방송이라며 '총각 연애하다'를 소개했지만,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소개팅녀들처럼 행동을 했을 것이다.


연애경험이 전무하여 여자들의 마음을 전혀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순진한 남자들, 자신들의 실수 때문에 화가 나 있는 여성들을 보고 오히려 자신의 매력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가엾은 남자들, 여자친구들에게 줄 선물이라면 서른이 훌쩍 넘었어도 맨먼저 꽃 한 송이와 곰인형을 떠올리는 철없는 남자들, 여자들이 아무리 암시를 줘도 전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허허 웃기만 하는 속없는 남자들...... . 정말 미안하지만 폭탄이라고 부를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영영 폭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 중 '여자가 화났다'를 열심히 보면서 여자들의 심리 상태를 열심히 공부하고 주변에 친구인 여자들을 만들어 그녀들과 자주 교류하다보면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순진한 남자들은 다른 이유로 폭탄이 된 것이 아니라 너무 몰라서 폭탄이 된 경우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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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선물 증정식(?)을 한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대학 동창인 우리들은 커피숍으로 우르르 몰려 나가 새신부를 기다리니, 면세점에서 샀다며 생각지도 않았던 고급 아이섀도우를 하나씩 안긴다. 없는 형편에 부조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너무도 황공하여 나는 4가시 색으로 구성된 아이섀도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새신부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급하게 눈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아닌게 아니라 결혼 전보다 피부가 한결 거칠어진 것도 같았다. 한창 깨가 쏟아질 시기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살짝 걱정을 했다가 그녀의 뜻밖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일시에 박장대소를 했다.

요즘 그 친구의 최대 고민은 '화장실'이란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좋든 싫든 하루에도 십수번씩은 화장실에 가야 되는데 화장실에서 자신이 낼 '소리'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결혼한 이후에 제대로 시원하게 볼일을 본 적이 없단다. 작은 일을 볼 때에도 그녀의 신경은 신랑이 있는 바깥의 동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고, 신랑이 퇴근한 이후에는 배가 아파도 절대 집에서 일을 해결한 적이 없단다. 신랑과 둘이 사는 집이라 평수가 크지 않는 신혼집이니 큰일을 치루게 되면 거실이나 다른 방에 있는 신랑에게 분명히 그 소리(?)가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하소연이다. 소리는 그렇다쳐도 냄새는??? 우리의 깔깔대는 얼굴과는 상반되게 너무 진지한 그녀를 보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은 상한 음식을 먹었는지 갑자기 배가 아파 오는데 진땀을 뺐다고 한다. 다음날 신랑이 출근할 때까지 도저히 참아 낼 자신이 없어서 결국 아파트 상가에 있는 화장실로 가기로 했단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신랑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가게에 뭘 좀 사러 가겠다며 태연한 척 지갑을 챙기는데, 사람 속도 모르고 따라나서는, 그 날따라 심하게 다정스러운 남편이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팔을 잡아 끄는 통에 하마터면 '욕'을 할 뻔 했단다. 뱃속은 부글부글 땀은 삐질삐질 한계에 다다를 쯤에서야 간신히 신랑을 떼어내고 상가 화장실로 직행,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단다.

음악을 틀거나 텔레비전 볼륨을 좀 높여 보라는 우리의 말에, 자기가 뭘 하려는지 신랑이 뻔히 아는 상황에서 어떻게 편히 일을 볼 수 있겠냐며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짐짓 눈물까지 보이려는 귀여운 우리의 새색시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편해질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라며 그녀를 토닥이는데 아까부터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있던 친구 하나가 불쑥 끼어든다. 양미간을 찌푸리며 속사포처럼 쏟아낸 그 친구의 말을 요약해 보자면, 1년 동안 연애하면서 순 내숭만 떨었으니 당해도 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쿨한 연애사를 자랑하듯 이야기한다. 3년 째 열애중인 그 친구는 만난지 두 달만에 남자 친구 앞에서 트림을 한 것을 계기(?)로 순차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했단다. 이제는 아주 편한 사이가 돼서 서로 방귀를 뀌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맨얼굴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땐 머리도 안 감고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그녀였다. 이쯤돼야 편하게 사귀는 사이지 않냐며 의기양양해 하는데 나는 약간 우스웠다. 그 친구 딴에는 으쓱한 마음에서 한 이야기겠지만 종합해보니 아주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자다 깨서 약속 장소에 나온 부스스한 머리의 여자 친구가 밥 먹다 말고 트림을 하고 미처 못 씻은 몸이 가려운지 긁적대면서 종국에는 방귀까지 뽕 뀌어 댄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거뭇거뭇한 기미에 커질대로 커진 모공마저 눈에 띈다. 3년 째 열애중인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의 모습이다? 여기까지 상상을 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너무 신비주의인 새신부도 문제지만 너무 일찍 모든 것을 공개한 너도 문제라고 한 마디 했다. 연애가 길어질 수록 초반에는 감추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남자친구에게 어디까지를 공개해야 되고 어디까지를 꽁꽁 숨겨야 되는지 그 경계점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매일 남편이 회사에 가기를 기다렸다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친구도 참 불편할 것 같고 이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귀가 뽕 나와 버린다는 다른 친구도 참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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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emiye.com BlogIcon 세미예 2009.06.08 08:40 신고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도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것들까지도 모두 이해가 된답니다.
    잘보고 갑니다.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6.08 09:11

    남녀간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많은 걸 공유해야 되지 않을까요? ^^:;

  3. Favicon of https://thebetterday.tistory.com BlogIcon 세아향 2009.06.09 16:24 신고

    오랜만의 포스팅이시네요~
    잘 읽고 추천꾹~! 댓글 살짝 적고 갑니당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6.14 02:30 신고

      세아향 님, 별로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기다려 주시고 재미있게 읽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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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번도 제가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예쁜 여자에게 자신의 외모 중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손사레를 치며 당치도 않는다는 듯 겸손을 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예뻐 보이는데 매일 거울보며 가꾸는 자신이 그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내가 관찰(?) 해 본 결과 자기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여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행동 양상이 보였다. '예쁘긴요~' 하면서 수줍게 웃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할 줄도 아는 여우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보일 것이니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1. 항상 호감 있는 남자 쪽으로 몸을 기울여 앉으며 말하거나 웃을 때 옆에 앉은 남자를 가만 두지를 않는다. 

이것은 만약 당신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남자라면 그녀의 여우짓에 홀려 눈치를 챌 수 없겠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예쁜 줄 아는 여자들은 자신의 손길(?)에 남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별로 웃기지도 않은 일에 크게 반응하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를 무지하게도 괴롭힌다.(물론 당하는 남자들은 오히려 좋아하겠지만.)

이 때 그녀의 옆자리를 꿰찬 운 좋은 남자는 그녀의 호감을 샀을 확률이 아주 높지만 어떨 땐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이기도 하니 스스로의 운명을 시험해 보시길 바란다. 그녀들은 웃으면서 슬쩍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별 것 아닌 개그에 박장대소를 하며 옆 사람을 마구 때리기도 한다. 그 뿐인가 스스럼 없이 팔이며 다리를 마구마구 만지기도 하는데 정말 강심장이다.


2. 남자들과 얘기할 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상대방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예쁜 것을 알고 있는 여자들은 무척이나 당당하다. 예쁜 그녀를 거절할 남자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당당함은 처음 만난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도발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지만, 앞서 말했 듯 그녀들은 여우이다. 그렇기에 상대의 눈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 대담성은 지녔으되 표정은 여고생처럼 수줍게 짓는다.

갑작스런 눈맞춤에 남자들은 더욱 긴장하여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그런 그를 보며 그녀들은 만족한다. 남자들은 그런 사실도 모른채 그녀가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의 눈빛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은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3.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주변에 남자들이 있으면 주우려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는 줍지 않는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녀들도 지체없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울 것이다. 그러나 근처에 남자들이 보인다면 떨어뜨린 물건이 휴대폰이든 지갑이든 그녀들은 구태여 수고스럽게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을 필요가 없다. 어디선가 나타난 짱가같은 남자들이 꼭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남자들은 호시탐탐 말을 붙여 볼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이때구나 싶어서 신나게 달려 왔을지도 모른다. 남자가 물건을 주워 주면 그제서야 자신도 주으려고 했다는 듯 시늉을 하며 깜짝 놀라는 척 연기하는 여우들. 고마움의 댓가로 아름답게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이다. 어리석은 남자들은 그것만으로도 황홀해 할 테니까 말이다.

4. 아이도 아니면서 아이스크림을 꼭 입 주변에 잔뜩 묻히고 먹는다.

운이 좋아서 예쁜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됐다면 참으로 이상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을 눈치챌 수 있는 남자는 몇명 없을 것이다. 그녀는 스파게티나 오므라이스와 같은 소스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늘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며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요령있게 음식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귀엽게 먹는 사랑스러운 그녀. 그런데 왜 아이스크림만 먹었다하면 입 주변에 잔뜩 묻힐까?

당연히 남자들은 한 번도 그녀를 의심해 보지 않았겠지만, 생크림이며 우유거품을 입가에 묻힌 그녀를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겠지만 따져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자장면을 먹었어도 절대 묻히지 않았을 그녀인데 왜 유독 아이스크림, 케이크, 우유를 먹을 때만 어린 아이가 될까?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칫 국물을 입가에 흘린 그녀와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묻힌 그녀를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인 그녀는 생크림이 입가에 묻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열열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인 당신의 그녀가 '여우'라면 당신은 행운아이다. 예쁘고 당찬 그녀를 여자 친구로 얻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그녀가 여우라면 당신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그녀는 당신의 마음을 눈치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감 무소식인 것은 당신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들의 여우짓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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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09.04.22 07:47 신고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가욤 ㅎ
    행복 가득한 요일 되시길 바래요~~ ^^

  2. Favicon of https://labyrint.tistory.com BlogIcon labyrint 2009.04.22 10:09 신고

    안녕하세요. 일명 스칼렛 컴플렉스라고 하지요. 사랑받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이 관심없는 남자도 자신을 좋아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에 남자들이 착각하는 것이지요. ㅋㅋ 거침없는 하이킥에서 유미가 김범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실망한... 김범이 분노범이 된 이유를 아시나요?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3. Favicon of https://totobox.tistory.com BlogIcon 『토토』 2009.04.22 12:11 신고

    곰보다 여우가 훨 낫지요
    착각하는 남자와 착각하는 여자의 관계가 참 묘하지요^^

  4.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4.22 13:21

    재밌는 글입니다. ㅎㅎ 아이스크림에서 빵 터졌군요..

  5. Favicon of https://snaprush.tistory.com BlogIcon 크라바트 2009.04.22 18:41 신고

    우왓.. 간만에 본 포스팅 중 최고입니다.
    이거 한자 한자 읽을 때마다 가슴에 팍팍 꽂히네요..아주 ㅎㅎ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읽고 가겠습니다.
    퍼갈 수만 있다면 퍼가고 싶은 심정이네요.
    링크라도 걸어두고 찾겠습니다.

  6. Favicon of https://srrow.tistory.com BlogIcon 102 2009.04.22 21:20 신고

    재미있네요. 좀반반한 애들이 내주변에서 저러면 경계해야 겠어요...

  7. 라스 2011.06.25 18:38

    정말 구구절절 공감가는 글이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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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왔다는 남자들은 종종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우리 여자들이 생각할 땐 분명히 웃어야할 시점에서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의기소침 해졌을까봐 어깨를 두드려 주려고 하는 찰라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르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자들의 내면세계에 관해 나 역시 특별한 훈수를 둘 재주는 없다. 그러나 여태껏 살아오면서 터득한 남자들의 뻔한 거짓말 몇 가지를 살짝 알려드릴까 한다. 모르면 연애를 할 경우 여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들이니 잘 읽고 공감해 주시길 바란다.

1. 남자들은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텔레비전을 보다가 남자들의 영 부실한 시신경(?)에 대해 알게 됐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나라 남자들은 68% 정도가 마른 여자보다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대답을 했단다. 이게 웬일?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 중에 뚱뚱한 사람은 별로 없다. 통통하거나 약간 마른 상태가 대부분인데 아주 마른 체형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들 힘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얘기를 들으시는 분들은 만세를 부르며 구석으로 밀어두었던 과자 봉지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그 손을 거두시길 바란다. 앞서 말씀드렸듯 남자들의 어리숙(?)한 눈이 '통통'의 정도를 영 잘못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통통해서 좋아한다고 얘기했던 여자 연예인을 예로 들어 보겠으니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여자들이 가장 담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대표 섹시퀸 이효리, 남자들은 그녀가 통통하다고 말한다. 대체 어딜 보고? 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 상체와 하체가 고르게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다음으로 때로는 청순하게 가끔은 털털하게 우리를 사로잡는 송혜교가 남자들이 생각하는 통통녀란다. 송혜교의 사진을 볼 때마다 조금씩 더 말라있는 그녀를 보고 나는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최근의 화제작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털털한 매력을 한 껏 보여줬을 때에도 그녀는 충분히 말라보였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송혜교의 통통한 볼살이 그녀가 통통하게 보이는 까닭이란다. 그리고 통통녀를 떠올리는 남자들의 뇌 속에 한결같이 떠오르는 사람은 이름하여 김혜수! 정녕?


남자들은 입으로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통통한 볼살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리는 쭉 곧게 뻗었고 가슴과 엉덩이가 매력적인 여성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이 생각하는 통통한 뱃살과 오동통한 팔다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란 말이다.

2. 남자들은 화장안 한 여자를 좋아한다.
잡지에서 남자들에게 이상형을 물은 설문을 볼 때면 늘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 상위권에 속해있다. 화장을 너무 짙게 한 여자들은 나이도 들어보일 뿐더러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에 스킨로션만 바른 청초한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덧붙임까지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남자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이 말만 믿고 데이트 때 스킨 로션만 바르고 나가는 무모함을 보이지 않으시길 바란다. 남자들이 말하는 맨얼굴이랑 여자들이 생각하는 맨얼굴 역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 마스카라에 아이라이너까지 그리고 색조 화장만 안 한 날, 다음 남자친구에게 맨얼굴이라고 속여본 적 있는가. 소위 말하는 선수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절반정도는 정말 속는다. 화장을 아주 좋아하는 나는 한 때 완벽한 화장이었지만 조금 연하게 하고 나서 입술은 챕스틱을 바르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나와 같이 일을 하던 남자 동료가 진한 화장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면서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는 여자라고 말했다. 자기 앞에 아이라인을 굵게 그린 나를 두고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하기에 정말 모르나 싶어서 나도 아이라인 그렸는데 했더니, 당황하면서 자기는 정말 몰랐다고 허둥댔다.


남자들은 늘 이런식이다. 립스틱만 바르지 않으면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면서 화장이 짙은 여자들은 싫다고 말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말하는 화장안 한 여자란 파운데이션으로 피부의 잡티는 적절히 가리고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은은하게 발른 여자를 말한다.

3. 남자들은 내숭없는 여자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남자들이 생각없이 하는 말 중에 자기를 만날 때는 내숭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이 있다. 편한 차림과 평소 행동으로 털털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더 예뻐보인다면서 내숭떠는 여자는 질색인 것 처럼 표현한다. 그러나 이 말 또한 곧이곧대로 믿었다간 큰 코 다친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는 적당히 콧소리도 내 주고 무거운 것은 눈칫껏 피하는 요령을 익혀야 이득이다. 집에서 그러는 것 처럼 비빔밥을 아구아구 먹거나 기어가는 벌레를 손바닥으로 탁탁 내리치는 것은 삼가란 말이다. 물론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지만 연애할 때는 적당한 긴장감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것 또한 연애의 재미이지 않은가.

내숭떠는 여자는 그토록 싫다고 하면서 애교있는 여자에겐 꼼짝못하는 것이 남자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애교는 내숭 중에서도 일등 내숭인 것 같은데 남자들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애교와 내숭을 구별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날 때면 일부러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정량의 내숭은 우러나오는 법이다. 남동생을 대할 때와 남자친구를 대할 때 확연히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시길 바란다. 내숭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그러니 남자들이 내숭을 싫어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일부러 털털한척 하지말자. 그러다가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상한 핑계로 이별을 통보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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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2.07 00:25

    저도 그 방송봤어요!!
    남자들이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남자들의 통통함의 기준이란..참..서글프더라구요ㅠㅠ 이효리나 송혜교라니..그걸 통통이라고 표현을 하다니 흑 ㅠ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2.07 22:19 신고

      ^__^ 님도 방송을 보셨군요~ 신봉선은 어떻냐고 물었을때, 신봉선은 통통이 아니라고 하던거 기억나시죠? 남자들이 말하는 통통의 기준이 여자들과 달라서 저도 정말 서글펐답니다^^

  2. Favicon of https://snaprush.tistory.com BlogIcon 크라바트 2009.02.08 09:39 신고

    정말 글을 맛갈나게 잘 쓰시는 것 같네요.
    재밌게 읽고 저도 몇자 의견을 남깁니다.

    제 생각에 첫번째 '통통' 이란 말은 곧 '마르지 않은~' 이라는 뜻 같아요.
    간혹 모델분들 보면 다리는 장작개비 같고, 팔은 이쑤시개 같고, 배엔 갈비뼈가 드러나 보일 것 같은 분들이 계시던데, 남성들은 이런 딱딱할 것 같은 분들보단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우락부락한 남성들에겐 절대 없는 여성만의 촉감을 선호하는 거거든요.,
    게 중에서도 많은 남성들이 소위 말하는 '풍만하고 육감적이며 섹시한~'을 바라지만, 여성분들에게 대놓고 그렇게 말하긴 너무 노골적이니까 순화시켜 광의적으로 '통통'이라 표현하는 거죠.

    두번째 '화장 안한 얼굴' 이란 '맨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까지 최고로 이쁘게 꾸민 화장'을 말하는 걸겁니다.
    즉, 이런거죠
    '속임을 당하긴 싫다. 그렇다고 내 애인이 이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 둘을 절충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바로 '화장 안한 얼굴' 인거죠..

    또, '애교'와 '내숭'의 차이는 살갑게 다가오되 얼마만큼..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진실을 숨기고 있느냐에 따라 정해지죠.
    즉, 원래 성격을 기준으로 + 방향으로 꾸미면 '애교'가 되는거고, - 방향으로 꾸미면 그건 '내숭'이 되는거죠..
    그걸 판단하는 그 잣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고요.

    뭐..다른 남성분들은 뭐라 하실진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래요.

    아무튼 우연찮게 들렸다가 재밌게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2.09 00:30 신고

      ^^ 크리바트 님 반갑습니다. 남성분의 입장에서 의견을 써 주시니 저도 공감이 가고 제 글에 비어있는 부분까지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습니다. 님이야 말로 글을 참 읽기 쉽고 재미있게 잘 쓰시는걸요?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고 소중한 덧글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새로운 한 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2.10 08:54

    안녕하세요.티스토리 입니다^^
    회원님의 포스트가 현재 다음 첫화면 카페.블로그 영역에 보여지고 있습니다. 카페.블로그 영역은 다음 첫화면에서 스크롤을 조금만 내리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작성해 주신 유익하고 재미있는 포스트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다음 첫화면에 소개 하게 되었으니, 혹시 노출에 문제가 있으시다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티스토리와 함께 회원님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4.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2.10 10:05

    전 비쥬얼한 여성을 좋아합니다.^^

  5. Favicon of https://careernote.co.kr BlogIcon 따뜻한카리스마 2009.02.10 11:26 신고

    ㅎㅎㅎ공감합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죠. 남자들 쥑일 인간들입니다--_-;;;라고 결론 내리지는 마셔용^^ㅎ

  6.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09.02.10 11:59 신고

    남자들도 내숭을 떤다죠.ㅋㅋ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7. Favicon of https://www.oats.co.kr BlogIcon 오츠 2009.02.10 15:28 신고

    전 여자라면.. 머 아무나.. ^ㅠ^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2.12 20:21 신고

      ㅎㅎ 그래도 막상 만나게 되면 달라질지도 몰라요~히힛

  8. Favicon of https://wareinfo.tistory.com BlogIcon FanTaSista_K 2009.02.10 18:58 신고

    내숭떠는 여자 이야기 말인데요...

    저는... 여자 입장에서 볼때 내숭떠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행동들이.... 내숭이 아닌

    본래 그녀의 성격이고 행동이길 바라는 게 남자인 듯합니다. 편한 행동과 평소의 모습이...

    여자같은... 그런 여자를 좋아 하는 듯합니다.

    여자가 볼때 애교가 내숭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그런 애교가 원래 그녀의 본모습인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뜻에서 '내숭으로 애교 떠는 여자보다 원래 애교가 있는 여자가 좋다'라는 뜻으로

    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제가 특히 그런 스타일이라서... 이효리 같은 스타일 보다.. 박예진 같은 스타일이 더 좋은 ;;;

    그리고...

    남자들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하신 분이 계신데요...

    남자의 말뜻과 여자의 말뜻이 달라서 차이가 있는거지

    말과 행동이 다른건 아니라고 봐요~ ㅋ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2.12 20:23 신고

      역시 남자들은 여자들의 애교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네요~ 하긴 여자들끼리 있을때도 애교를 부리는 친구들이 있는걸 보면 타고난 애교쟁이들도 많이 있는 듯 해요. 긴 덧글 고맙습니다.

  9.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2.10 23:44

    남자의 기준에서 마른 여자는 김민희나 정려원 같은 뼈만 앙상한 여자들을 말해요...

    그러다보니 송혜교를 위쪽의 여자들과 비교해보면 통통한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아무튼 이것에 대해서는 거짓말이 아니라 서로의 기준이 틀려서 그렇다고 봐요.

    그리고 화장에 대해서도 남자들 얼굴 창백하고 틔날정도로 화장 떡칠한 여자를

    안좋아한다는거지, 화장한 듯 만듯한 화장을 선호한다고 생각해요. 여자 얼굴을

    자세히 보면서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고, 화장에 대한 지식은 없잖아요~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2.12 20:25 신고

      ㅎㅎ 그렇네요~ 남자와 여자의 기준의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여자의 입장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글을 쓰다보니 남성분들의 오해하지 말라는 당부의 덧글들이 많네요. 사실 여자들도 새빨간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 괜시리 죄송해집니다.^^

  10. Favicon of https://thebetterday.tistory.com BlogIcon 세아향 2009.02.13 10:58 신고

    글 재미있게 봤습니다. 트랙백이 안되서 링크남겨요^^. 좋은 하루되세요^^
    http://thebetterday.tistory.com/715

    • Favicon of https://hotsuda.com BlogIcon 일레드 2009.02.13 23:32 신고

      이상하네요~ 트랙백 열어두었는데~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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