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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사랑 없이는 같이 못 먹는다는 양푼이 비빔밥을 넉넉하게 비볐다. 송송 썰어 살짝 무친 배추 겉절이도 넣고, 신선한 상추도 아낌 없이 팍팍 넣고, 두부가 듬뿍 들어간 구수한 멸치 된장찌개에 알맞게 매운 고추장까지 인심 좋게 넣어서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숟갈까지 넣으니 와! 기가 막히다. 남편이랑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아구아구 냠냠냠 볼이 터지도록 먹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1박 2일이 한창 방송되고 있었다.

마침 1박 2일 속 그녀들도 오물오물 맛있게 무언가를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 나는 순간 볼이 미어지도록 밀어 넣은 내 밥숟가락이 심히 부끄러워졌다. 다행히 남편은 열중해서 먹고, 집중해서 보느라 내 볼에 부끄러워 소름이 돋은 줄을, 부지런히 음식을 퍼 나르던 내 숟가락질이 점점 느려졌음을, 모르는 듯 했으나 나는 더 이상 아구아구 비빔밥을 퍼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여배우라고 해도 서른 일곱 살의 최지우가, 서른 넷의 김하늘이 그리도 다소곳이 앉아 저리도 얌전히 음식을 먹는데, 아무리 아줌마라고 해도 서른 셋의 나는 좀 심하지 않나 싶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들을 보면 아줌마 경력이 늘어갈 수록 점점 더 화통대담해지고 점점 더 내숭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이 보이던데, 어쩌면 여자들에게 내숭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사랑 받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말이다.

사실 나라고 처음부터 양푼에 밥을 비벼 하마 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먹었겠는가? 나도 한 때(??)는 음식점의 음식들을 남길 줄도 알았으며, 입가에 양념이 묻을까 조심조심 신경 써 가며 밥을 먹기도 했었다. 뜨거운 국을 그릇째 후후 불어 마시지도 않았었고, 스파게티나 라면 같은 면 요리는 포크로 돌돌 말아 입을 '아~'가 아닌 '오~' 정도로 벌려 오물오물 먹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는 말이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마트에 갔을 때 남편에게 무언가 말 실수를 하여 급히 남편을 달래줘야 했을 때가 있었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으로 남편에게 팔짱을 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콧소리를 냈던 것 같은데, 남편은 의외로 굉장히 좋아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팔짱을 끼고 다니자며 한동안 싱글벙글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생긴 후 아이를 안고, 업고, 쓰다듬어 주느라 남편에게는 제대로 된 애정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은 끊임 없이 노력하며 지켜 가는 것이라고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 받지 않도록 신경써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표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워 보이도록 노력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리라 다시금 결심하는 것, 이미 결혼한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전혀 다른 사람이 돼라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본모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남편과 연애를 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올백으로 머리를 틀어 올리고 출신을 알 수 없는 축축 늘어진 옷들을 입고 아구아구 밥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더워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도 절대로 머리를 바짝 묶지는 않았던(큰 얼굴이 드러날까봐), 연애시절 남편을 만날 때는 가장 예쁜 옷들로만 입고 있었던, 자장면도 아름답게 먹었던 과거의 내 모습을 꼭 다시 되찾겠노라고 결심에 결심을 했다.

남편을 위해, 나를 위해, 우리의 사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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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선물 증정식(?)을 한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대학 동창인 우리들은 커피숍으로 우르르 몰려 나가 새신부를 기다리니, 면세점에서 샀다며 생각지도 않았던 고급 아이섀도우를 하나씩 안긴다. 없는 형편에 부조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너무도 황공하여 나는 4가시 색으로 구성된 아이섀도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새신부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급하게 눈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아닌게 아니라 결혼 전보다 피부가 한결 거칠어진 것도 같았다. 한창 깨가 쏟아질 시기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살짝 걱정을 했다가 그녀의 뜻밖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일시에 박장대소를 했다.

요즘 그 친구의 최대 고민은 '화장실'이란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좋든 싫든 하루에도 십수번씩은 화장실에 가야 되는데 화장실에서 자신이 낼 '소리'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결혼한 이후에 제대로 시원하게 볼일을 본 적이 없단다. 작은 일을 볼 때에도 그녀의 신경은 신랑이 있는 바깥의 동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고, 신랑이 퇴근한 이후에는 배가 아파도 절대 집에서 일을 해결한 적이 없단다. 신랑과 둘이 사는 집이라 평수가 크지 않는 신혼집이니 큰일을 치루게 되면 거실이나 다른 방에 있는 신랑에게 분명히 그 소리(?)가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하소연이다. 소리는 그렇다쳐도 냄새는??? 우리의 깔깔대는 얼굴과는 상반되게 너무 진지한 그녀를 보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은 상한 음식을 먹었는지 갑자기 배가 아파 오는데 진땀을 뺐다고 한다. 다음날 신랑이 출근할 때까지 도저히 참아 낼 자신이 없어서 결국 아파트 상가에 있는 화장실로 가기로 했단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신랑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가게에 뭘 좀 사러 가겠다며 태연한 척 지갑을 챙기는데, 사람 속도 모르고 따라나서는, 그 날따라 심하게 다정스러운 남편이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팔을 잡아 끄는 통에 하마터면 '욕'을 할 뻔 했단다. 뱃속은 부글부글 땀은 삐질삐질 한계에 다다를 쯤에서야 간신히 신랑을 떼어내고 상가 화장실로 직행,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단다.

음악을 틀거나 텔레비전 볼륨을 좀 높여 보라는 우리의 말에, 자기가 뭘 하려는지 신랑이 뻔히 아는 상황에서 어떻게 편히 일을 볼 수 있겠냐며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짐짓 눈물까지 보이려는 귀여운 우리의 새색시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편해질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라며 그녀를 토닥이는데 아까부터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있던 친구 하나가 불쑥 끼어든다. 양미간을 찌푸리며 속사포처럼 쏟아낸 그 친구의 말을 요약해 보자면, 1년 동안 연애하면서 순 내숭만 떨었으니 당해도 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쿨한 연애사를 자랑하듯 이야기한다. 3년 째 열애중인 그 친구는 만난지 두 달만에 남자 친구 앞에서 트림을 한 것을 계기(?)로 순차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했단다. 이제는 아주 편한 사이가 돼서 서로 방귀를 뀌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맨얼굴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땐 머리도 안 감고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그녀였다. 이쯤돼야 편하게 사귀는 사이지 않냐며 의기양양해 하는데 나는 약간 우스웠다. 그 친구 딴에는 으쓱한 마음에서 한 이야기겠지만 종합해보니 아주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자다 깨서 약속 장소에 나온 부스스한 머리의 여자 친구가 밥 먹다 말고 트림을 하고 미처 못 씻은 몸이 가려운지 긁적대면서 종국에는 방귀까지 뽕 뀌어 댄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거뭇거뭇한 기미에 커질대로 커진 모공마저 눈에 띈다. 3년 째 열애중인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의 모습이다? 여기까지 상상을 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너무 신비주의인 새신부도 문제지만 너무 일찍 모든 것을 공개한 너도 문제라고 한 마디 했다. 연애가 길어질 수록 초반에는 감추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남자친구에게 어디까지를 공개해야 되고 어디까지를 꽁꽁 숨겨야 되는지 그 경계점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매일 남편이 회사에 가기를 기다렸다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친구도 참 불편할 것 같고 이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귀가 뽕 나와 버린다는 다른 친구도 참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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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번도 제가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예쁜 여자에게 자신의 외모 중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손사레를 치며 당치도 않는다는 듯 겸손을 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예뻐 보이는데 매일 거울보며 가꾸는 자신이 그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내가 관찰(?) 해 본 결과 자기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여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행동 양상이 보였다. '예쁘긴요~' 하면서 수줍게 웃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할 줄도 아는 여우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보일 것이니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1. 항상 호감 있는 남자 쪽으로 몸을 기울여 앉으며 말하거나 웃을 때 옆에 앉은 남자를 가만 두지를 않는다. 

이것은 만약 당신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남자라면 그녀의 여우짓에 홀려 눈치를 챌 수 없겠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예쁜 줄 아는 여자들은 자신의 손길(?)에 남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별로 웃기지도 않은 일에 크게 반응하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를 무지하게도 괴롭힌다.(물론 당하는 남자들은 오히려 좋아하겠지만.)

이 때 그녀의 옆자리를 꿰찬 운 좋은 남자는 그녀의 호감을 샀을 확률이 아주 높지만 어떨 땐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이기도 하니 스스로의 운명을 시험해 보시길 바란다. 그녀들은 웃으면서 슬쩍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별 것 아닌 개그에 박장대소를 하며 옆 사람을 마구 때리기도 한다. 그 뿐인가 스스럼 없이 팔이며 다리를 마구마구 만지기도 하는데 정말 강심장이다.


2. 남자들과 얘기할 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상대방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예쁜 것을 알고 있는 여자들은 무척이나 당당하다. 예쁜 그녀를 거절할 남자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당당함은 처음 만난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도발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지만, 앞서 말했 듯 그녀들은 여우이다. 그렇기에 상대의 눈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 대담성은 지녔으되 표정은 여고생처럼 수줍게 짓는다.

갑작스런 눈맞춤에 남자들은 더욱 긴장하여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그런 그를 보며 그녀들은 만족한다. 남자들은 그런 사실도 모른채 그녀가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의 눈빛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은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3.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주변에 남자들이 있으면 주우려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는 줍지 않는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녀들도 지체없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울 것이다. 그러나 근처에 남자들이 보인다면 떨어뜨린 물건이 휴대폰이든 지갑이든 그녀들은 구태여 수고스럽게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을 필요가 없다. 어디선가 나타난 짱가같은 남자들이 꼭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남자들은 호시탐탐 말을 붙여 볼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이때구나 싶어서 신나게 달려 왔을지도 모른다. 남자가 물건을 주워 주면 그제서야 자신도 주으려고 했다는 듯 시늉을 하며 깜짝 놀라는 척 연기하는 여우들. 고마움의 댓가로 아름답게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이다. 어리석은 남자들은 그것만으로도 황홀해 할 테니까 말이다.

4. 아이도 아니면서 아이스크림을 꼭 입 주변에 잔뜩 묻히고 먹는다.

운이 좋아서 예쁜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됐다면 참으로 이상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을 눈치챌 수 있는 남자는 몇명 없을 것이다. 그녀는 스파게티나 오므라이스와 같은 소스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늘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며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요령있게 음식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귀엽게 먹는 사랑스러운 그녀. 그런데 왜 아이스크림만 먹었다하면 입 주변에 잔뜩 묻힐까?

당연히 남자들은 한 번도 그녀를 의심해 보지 않았겠지만, 생크림이며 우유거품을 입가에 묻힌 그녀를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겠지만 따져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자장면을 먹었어도 절대 묻히지 않았을 그녀인데 왜 유독 아이스크림, 케이크, 우유를 먹을 때만 어린 아이가 될까?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칫 국물을 입가에 흘린 그녀와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묻힌 그녀를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인 그녀는 생크림이 입가에 묻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열열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인 당신의 그녀가 '여우'라면 당신은 행운아이다. 예쁘고 당찬 그녀를 여자 친구로 얻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그녀가 여우라면 당신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그녀는 당신의 마음을 눈치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감 무소식인 것은 당신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들의 여우짓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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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별 생각없이 차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줌마들은 참' 하는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남자친구를 봤더니 뾰루퉁해져서는 눈짓으로 대각선 뒷쪽을 가리킨다. 내 귀에는 차들이 오가는 소리와 사람들이 분주히 타고 내리는 소리 사이에서 그제서야 한 아줌마가 전화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저 아줌마 목소리가 시끄러워서?'
'응. 근데 너무 이상한게 아줌마들은 꼭 저런 목소리더라.'
'저런 목소리라니?'
'굵고 큰 소리말야, 시끄러워서 돌아보면 백발백중이야. 아줌마인게 확 티나지. 아줌마들은 왜 꼭 저러는지 모르겠어.'



아뿔싸. 내 남자 친구에겐 누나가 없었지. 남자 친구의 볼멘 소리에 대충 맞장구치면서 호응해 주고는 말끝을 흐렸지만, 순진한 이 남자는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여자들의 목소리에 관해 잘 모르는 듯 했다. 남자들이 잘 모르는 여자들 내숭록 1장 1절에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 베이스와 소프라노를 넘나드는 목소리편이 존재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살아 온 남동생마저 놀라게 하는 목소리 기술의 보유자이기에 조금 전 남자 친구의 목소리 운운에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전화를 받을 때와 집 밖에서 가족 이외의 사람들을 만날 때는 가늘고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를 유지하지만 나라고 늘 상냥할 수 있겠는가. 평상시 가족들을 대할 땐 알토 정도의 심상한 목소리를, 동생이 깐죽댈 땐 힘차면서도 굵직한 테너의 목소리를, 동생과 심하게 싸우거나 모든게 귀찮을 땐 저음의 베이스 소리를 큰 어려움 없이 자유롭게 발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천재적인 목소리 변주가 어렸을 적부터 타고난 것은 아니었고, 성장해 가고 사회 경험이 다양해질 수록 계속 계발되면서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의식적으로 바꾸어야만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상대와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으로 알아서 척척 바뀌어지는 것이다.


내가 집에서 동생과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특히 남자들의)를 받을 때, 내 동생은 갑자기 급상승하는 내 목소리 톤에 놀라고 가증스러워서 도끼눈이 된다. 삼십 년을 봐 왔어도 여전히 못마땅하기 때문이겠지만 내 동생은 나로 인해 여성들의 놀라운 목소리 변주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았을 것이다. 내가 잘못 걸린 전화에도 이미지 관리를 한답시고 상냥함을 유지할 때 동생은 어이가 없어서 소파 위로 쓰러지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공지능 목소리 바뀜이기에 알아서 척척이니까 잘못 걸린 전화라고 해도 낯선 사람에겐 소프라노이다.

다시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버스 안에서 아줌마가 유독 굵고 거친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까닭은 상대가 아주 친한 사이이거나 가족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비록 아줌마는 집 밖에서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테너에 가까운 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아줌마가 처한 상황에따라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재설정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유자재로 쉽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목소리이긴하지만 매순간 적절한 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은 은근히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50대로 보이는 아줌마 또래에겐 이제는 별로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더 쉽고 간결한 방향으로 목소리 변화의 폭을 줄였을 수도 있다.


누나와 여동생이 없어서 여성들의 내숭에 관해서 잘 모르는 남성들은, 방심한 여자 친구의 낯선 목소리를 듣더라도 크게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잠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에게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리더라도 가끔은 모른척 눈감아 주시길 바란다. 늘 상냥하고 고운 목소리를 내는 일도 은근히 피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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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왔다는 남자들은 종종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우리 여자들이 생각할 땐 분명히 웃어야할 시점에서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의기소침 해졌을까봐 어깨를 두드려 주려고 하는 찰라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르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자들의 내면세계에 관해 나 역시 특별한 훈수를 둘 재주는 없다. 그러나 여태껏 살아오면서 터득한 남자들의 뻔한 거짓말 몇 가지를 살짝 알려드릴까 한다. 모르면 연애를 할 경우 여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들이니 잘 읽고 공감해 주시길 바란다.

1. 남자들은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텔레비전을 보다가 남자들의 영 부실한 시신경(?)에 대해 알게 됐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나라 남자들은 68% 정도가 마른 여자보다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대답을 했단다. 이게 웬일?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 중에 뚱뚱한 사람은 별로 없다. 통통하거나 약간 마른 상태가 대부분인데 아주 마른 체형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들 힘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얘기를 들으시는 분들은 만세를 부르며 구석으로 밀어두었던 과자 봉지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그 손을 거두시길 바란다. 앞서 말씀드렸듯 남자들의 어리숙(?)한 눈이 '통통'의 정도를 영 잘못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통통해서 좋아한다고 얘기했던 여자 연예인을 예로 들어 보겠으니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여자들이 가장 담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대표 섹시퀸 이효리, 남자들은 그녀가 통통하다고 말한다. 대체 어딜 보고? 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 상체와 하체가 고르게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다음으로 때로는 청순하게 가끔은 털털하게 우리를 사로잡는 송혜교가 남자들이 생각하는 통통녀란다. 송혜교의 사진을 볼 때마다 조금씩 더 말라있는 그녀를 보고 나는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최근의 화제작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털털한 매력을 한 껏 보여줬을 때에도 그녀는 충분히 말라보였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송혜교의 통통한 볼살이 그녀가 통통하게 보이는 까닭이란다. 그리고 통통녀를 떠올리는 남자들의 뇌 속에 한결같이 떠오르는 사람은 이름하여 김혜수! 정녕?


남자들은 입으로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통통한 볼살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리는 쭉 곧게 뻗었고 가슴과 엉덩이가 매력적인 여성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이 생각하는 통통한 뱃살과 오동통한 팔다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란 말이다.

2. 남자들은 화장안 한 여자를 좋아한다.
잡지에서 남자들에게 이상형을 물은 설문을 볼 때면 늘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 상위권에 속해있다. 화장을 너무 짙게 한 여자들은 나이도 들어보일 뿐더러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에 스킨로션만 바른 청초한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덧붙임까지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남자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이 말만 믿고 데이트 때 스킨 로션만 바르고 나가는 무모함을 보이지 않으시길 바란다. 남자들이 말하는 맨얼굴이랑 여자들이 생각하는 맨얼굴 역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 마스카라에 아이라이너까지 그리고 색조 화장만 안 한 날, 다음 남자친구에게 맨얼굴이라고 속여본 적 있는가. 소위 말하는 선수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절반정도는 정말 속는다. 화장을 아주 좋아하는 나는 한 때 완벽한 화장이었지만 조금 연하게 하고 나서 입술은 챕스틱을 바르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나와 같이 일을 하던 남자 동료가 진한 화장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면서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는 여자라고 말했다. 자기 앞에 아이라인을 굵게 그린 나를 두고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하기에 정말 모르나 싶어서 나도 아이라인 그렸는데 했더니, 당황하면서 자기는 정말 몰랐다고 허둥댔다.


남자들은 늘 이런식이다. 립스틱만 바르지 않으면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면서 화장이 짙은 여자들은 싫다고 말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말하는 화장안 한 여자란 파운데이션으로 피부의 잡티는 적절히 가리고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은은하게 발른 여자를 말한다.

3. 남자들은 내숭없는 여자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남자들이 생각없이 하는 말 중에 자기를 만날 때는 내숭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이 있다. 편한 차림과 평소 행동으로 털털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더 예뻐보인다면서 내숭떠는 여자는 질색인 것 처럼 표현한다. 그러나 이 말 또한 곧이곧대로 믿었다간 큰 코 다친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는 적당히 콧소리도 내 주고 무거운 것은 눈칫껏 피하는 요령을 익혀야 이득이다. 집에서 그러는 것 처럼 비빔밥을 아구아구 먹거나 기어가는 벌레를 손바닥으로 탁탁 내리치는 것은 삼가란 말이다. 물론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지만 연애할 때는 적당한 긴장감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것 또한 연애의 재미이지 않은가.

내숭떠는 여자는 그토록 싫다고 하면서 애교있는 여자에겐 꼼짝못하는 것이 남자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애교는 내숭 중에서도 일등 내숭인 것 같은데 남자들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애교와 내숭을 구별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날 때면 일부러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정량의 내숭은 우러나오는 법이다. 남동생을 대할 때와 남자친구를 대할 때 확연히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시길 바란다. 내숭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그러니 남자들이 내숭을 싫어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일부러 털털한척 하지말자. 그러다가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상한 핑계로 이별을 통보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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