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육아요?
직접 안 키워 보면 모릅니다. 암요~ 암만 말 해도 절대 모르실걸요?
아니요~ 예전에 키워 봤다고 해도 모르세요~
지금, 직접 키우고 있지 않으시면, 모릅니다. 모르고 말고요~
에이~ 설명해 드려도 모르신다니까요...





예전에 애들 둘을 다 재워 놓고,
밤 12시에, 소파에 누워서 초콜릿이 듬뿍 들어 있는 쿠키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요~
밤 늦도록 잠 안자고 간식까지 먹으며 보기엔 살짝 민망했던,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날 그 방송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다이어트 주제가 '산후 다이어트'였었거든요~
다이어트가 시급한 주인공이 나와서
각 분야의 다이어트 전문가들에게 생활 습관과 현재 몸 상태를 체크 받은 후
짝이 된 다이어트 전문가와 함께 살을 뺀다...뭐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저를 발끈하게 만든 건 출연자의 생활 습관을 체크하던 중에 나온 '발언'이었어요.


산후 다이어트가 시급한 통통녀(뚱뚱은 슬프니까 ㅜㅜ)는
출산한지 1년도 채 안 된 새내기 초보 엄마였지요.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씨름을 하는 과정이 화면에 담겼는데,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를 남편에게 건네고 소파에 벌러덩 눕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을 보던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야유를 보내는 거예요~
남편이 퇴근을 하면 아이를 맡긴 후에
운동을 해야지 왜 그 즉시 눕냐는 거였죠.


저런!!! 저 육아의 'ㅇ'도 모르는 나쁜 전문가들 같으니라고 ^^
출산한지 고작(?) 10개월 남짓 된 엄마라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눕지도 못했을 텐데
머리 속으로는 남편의 퇴근 시간만 계산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퇴근한 남편에게 애를 맡기고 곧바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겠어요?
소파에 벌러덩 드러 눕는게 당연하지~
누워 봤자 고작 몇 분이나 쉰다고... 퇴근 한 남편 밥 차려야지, 밀린 집안 일 해야지 ......





집안 일은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다고요?
육아를 하면서, 틈틈히 운동하고 또 동시에 집안 일까지?
몰라도 너무 모르시옵니다~


다른 집 꼬맹이들은 어떨 지 모르나
저희 집 개구쟁이 오누이들은 등만 보이면 무조건 올라 타고 (말도 아닌데 ㅜㅜ)
앉아 있을 땐 둘이서 한꺼번에 매달리고, 서 있어도 매달리니
운동을 하려고 하면 그냥 놔 둘리가 없죠.
정리를 하면 따라다니며 흐트리기, 설거지 하면 다리 잡고 늘어지기, 둘이서 한꺼번이 늘어지기~
쓰다보니 판소리 놀부 심보랑 비슷하네요^^




게다가 아이에게서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는게
아들내미는 툭하면 얼굴에 낙서를 해서 얼굴에서 비가 오고,
딸내미는 툭하면 얼굴에 파우더를 발라 뽀얗게 해서 나타나니 애들을 따라다니지 않을 수가 없고
또 큰소리를 안 낼 수도 없어요.


지난 주 <아빠, 어디가?>에서 성동일이 뉴질랜드에서 딸아이를 크게 혼낸걸 두고
왈가왈부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전적으로 성동일이 잘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칭얼거리고 떼쓰는 아이들은 한 번 받아 주면 끝까지 칭얼대기 때문에
처음에 말썽을 부렸을 때 따끔하게 혼을 내야 쓸 데 없는 기력 낭비를 막을 수 있어요.
특히나 성동일은 여행 중이었으니 더더욱 초장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었죠.


아이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면 안 된다,
아이에게 화내지 마라,
무조건 칭찬하고 따뜻하게 안아줘라~
아이는 사랑으로 키워야 앞으로 잘 된다...고 하셨던
저희 부모님, 시부모님 포함 '현재 육아를 전담하지 않는 분들'의 말씀을 참 많이도 들었는데요~


다른 분들께는 아이들을 맡겨 본 적이 없으나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께는 아이들을 부탁하나 적이 종종 있는데
말썽꾸러기 3살, 5살 두 아이를 맡겨 놓은지 30분도 안 돼
삐뽀삐뽀 경찰 아저씨 온다(아이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면 안 된다)
이 녀석이 왜 이래, 혼 좀 나 봐야겠구나(아이에게 화내지 마라)
...... .
하시는 소리를 들었었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아이들이 한창 말을 안 들을 때거든요~
아이를 키워 보면 늘 좋은 엄마, 따뜻한 엄마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어떤 글이 하나 올라 왔어요.
속상함을 토로하는 글이었는데,
친 이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 올린 사연이었어요.
퇴근하고 돌아 왔는데 이모님께서 아이가 침대에서 놀다가 떨어졌다는 얘길 들은 모양이었죠.
아이는 한참 울었지만 다행히 상처도 없고 다친 데도 없고 
지금은 잘 자고 있다는 얘길 전해 들은 아기 엄마는 속이 상해 카페에 글을 올렸고
글의 내용은 어떻게 아이를 침대에서 떨어지도록 그냥 놔 둘 수 있냐는 것이었죠.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은 다 알죠~
아이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침대에서 떨어지고, 잠깐만 안 보면 모서리에 머리를 찧고,
물 마시다 옷에 쏟고,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진다는 사실을요.
아이들은 조금만 자라면 장난이 심해져서 하루종일 장난을 쳐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아이가 침대에서 뛰고, 소파에서 넘어지고, 책장을 기어 올라가서 떨어지는 걸 일일이 다 받아낼 수는 없어요.
놀아도 놀아도 체력이 남아 도는 아이들과 순식간에 에너지가 고갈되는 엄마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따라 다니며 날쌘돌이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 셋, 넷이라면???
오, 마이, 갓!!!


인터넷 카페의 그 글에,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이 남긴 덧글은요~
엄마가 봐도 아이들은 다칠 수 있다는 내용이 제일 많았어요.
아이가 멀쩡한데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신 그 이모님이 참 좋으신 분이라는 말도 있었고요.
직접 키워 보면 하루종일 숨 쉴 틈도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거예요.
육아를 전담하지 않으면 모르죠, 모를 수 밖에요.


저는 아이를 둘 키우는데
하나만 키우는 엄마들이 이제 좀 살만하지 않냐고 물어 보면 눈에 쌍심지를 켠답니다^^
하나랑 둘은 천지차이이거늘~!!
그리고 아이를 셋, 넷, 다섯....키우는 엄마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답니다.
둘과 셋, 넷, 다섯...은 절대 절대 같을 수 없음을 잘 알기  아니요, 알 수가 없죠. 짐작도 못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없는 것 보다는 하나가 있는 것이, 아이가 하나인 것 보다는 둘인 것이 훨씬 더 행복한 까닭은,
생각해 보면 제가 웃는 이유의 80% 이상이 아이들 때문임을,
생각해 보면 남편과 제가 하는 대화 중의 80% 이상이 아이들과 관련된 것임을,
생각해 보면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과 만날 때 당신들이 행복해 하시는 이유 중 80% 이상이 아이들 덕분임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없었다면....이라고 상상하는 것 조차 끔찍한 것임을...


아이들을 키워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누리지 못할 것들을
아이들 덕에 팍팍 누리고 있음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셋, 넷, 다섯 있는 댁에서는 제가 감히 상상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더 행복할 것임을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요.
육아요? 직접 키워보지 않고서는 모릅니다. 절대요!!!





 
반응형
반응형



어머낫! 큰일났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약 한 시간 뒤에 집에서 나가야 되는 상황.
다시 아기가 된 다솔 군에게 밥을 한 숟가락씩 일일이 떠 먹이고
부랴부랴 밥상을 물리고
그릇은 대강 개수대에 던지듯 넣어 두고


고양이 세수에
그래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 줄 비비크림을 바르고 있었어요.
까딱 잘못했다간 약속 시간에 늦을지도 몰라,
마음이 급한 채로 비비크림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화장대 뒤 침대에서
보물 1호, 2호, 3호의 꺄르르 소리가 들립니다.





보물 1호 님의 주도 아래
2호, 3호 님은 아직 씻지도 않은 채
당연히 옷도 갈아 입지 않은 채
셀카를 찍으며 놀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람이 다급해 지면 뒤통수에도 눈이 생기는 법
뒤통수에 달린 눈으로 침대를 보니
보물 3호 다인 양을 중심으로 보물 1호, 2호 두 남자들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나 보물 2호 다솔 군은
요즘 한창 사진찍기 놀이에 푹 빠져서
보물 1호 님과 똑같은 표정을 따라 지으며
'또! 또!'를 외치며 계속 계속 사진을 찍기를 요구하는 듯 했어요.
(뭐 이건 귀가 있으니 쉽게 알 수 있는 내용.)






결국 비비를 스폰지로 정신없이 두드리는 것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고
1호 님은 얼른 서두르지 못하겠느냐고 등을 떠밀어 욕실로 보내고
(1호 님은 얼굴에 물만 몇 방울 찍어 발라도 최소한의 예의가 차려지니 참 부럽네요.)


2호 님과 3호 님은 씻지도 않은 얼굴에 로션을 덧바르고
2호 님은 외출복으로 갈아 입힌 후 마무리.
3호 님은 방한 우주복만 덧입히고 마무리.


외출을 해야 할 때
1호 님부터 3호 님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보물은 하나도 없지만
제 휴대전화에 이렇게 깨알같은 아름다운 사진을 남겨 놓은
보물 1,2,3호 님들 덕에
오늘도 저는 웃습니다. 행복하네요.




 
아시죠?
보물은 가치의 높낮이로 번호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고
발견 & 지정된 순으로 1호, 2호, 3호... 번호가 매겨지는 것이라는 것.
저요, 세 덩어리나 가진 여자예요.
 
 
 
반응형
반응형
얼마 전 나는 '나를 폭발하는 남편의 대화법'이라는 글을 썼다가 '웃기네, 너나 잘 하세요'류의 덧글 폭탄을 맞았다. 행여나 나를 옹호해 주는 (큰절을 올리고 싶도록 고마운) 분들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로 쓴소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었는데, 가뭄에 콩 나듯 했던 고마운 분들의 덧글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삼일 동안 컴퓨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불을 덮어 쓰고 반성에 또 반성을 했다.

무엇을???
나는 왜 이렇게도 글을 쓰지 못하는 가! 하는 것을...... .
가볍게 한 번 웃자는 의미로 쓴 글에, '그래도 남편을 사랑하시죠?'라는, '4주 후에 뵙겠습니다'가 언뜻 떠오르는 덧글까지 달린 것을 보면 올바른 대화를 못 하는 것은 남편 뿐만이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든다.
네네, 당연히 저는 남편을 98% 사랑하고요, 다만 2% 부족한 남편의 대화 '기술'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제목에도 썼었잖아요,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것이 '남편'이 아니라 남편의 '대화법'이라고요.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 아래에도 어쩌면 나를 울상짓게 만드는 덧글들이 가득 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곳은 내 블로그고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권한이 있으니까......
그런데 뭐지? 은근히 소심해지는 이 상황과 어쩐지 비겁해 보이는 이 변명들은?(참고로 내 혈액형은 A형이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자들은 역시 화성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홀로 쓴 웃음을 짓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여심을 감동시키기가 쉽다는 것을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남편들이 잔뜩 화가 나 있는 아내의 마음에 기름을 부어 결국 폭발하게 만드는 이유는 자꾸만 '원인''해결책'을 제시해 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상황 1> 원인을 찾는 대신 공감과 이해를

자고 일어났는데 한겨울에 모기에 물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한 두방 물린 것이 아니라 허리에 네 개, 다리에 세 개 물린 자국이 있어서 여간 가려운 것이 아니었다.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래도 간지러워서 벅벅 긁다가 나는 남편에게 모기에 물린 자국, 내가 벅벅 긁어서 더욱 벌겋게 부어 오른 자국을 보여 주며 '나 모기 물렸어"라고 말했는데, 남편은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당신 어제 입었던 옷이 뭐지?' ----'몰라' 
'요가 갔을 때 입었던 요가복 그 옷 속에 모기가 살고 있나? ---- '어??'
'이불 언제 빨았어?'----'뭣이라???'

결국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남편에게 모기에 물러 잔뜩 부어 오른 모습을 보여 준 까닭은 당장에 모기를 잡아서 죽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런 간지러움에 시달리니까 나를 좀 위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식구 중 나 혼자서 모기에 물렸으니까 그 윈인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는 질문 공세를 했고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럴 땐, '많이 간지러웠겠다'. 딱 한마디면 되었을 것을...... .


<상황 2> 말 대신 행동으로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하면서 청소, 빨래, 음식 장만까지 혼자서 다 해야했던 내가 남편의 퇴근 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어깨를 있는 대로 늘어 뜨리고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오늘 하루 종일 나 혼자서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했을 때, 남편은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집으로 좀 오셔서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그럼 당신이 회사가서 돈을 벌어 오라'고 맞불을 놓아 나를 기막히게 만든다.

나도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전업 주부이므로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잘 해나가는 것도 프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도 가끔은 불평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 법, 유독 그 날따라 혼자서 전전긍긍 힘들었기 때문에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게다.

이럴 땐 '힘들었지? 내가 많이 도와줄게'라든지 (하나도 도와주지 않아도 이미 아내는 맘이 녹아내렸다. 걸래질을 진짜 시킬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맘에 없는 말을 하기가 손발이 오그라든다면 차라리 없이 꼭 껴안아 주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러면 아내는 금세 생기를 찾게 될 것이니 말이다.



<상황 3> 맞장구, 혹은 말꼬리 따라하기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 요즘 한창 잘 나가는 걸그룹을 보느라 헤벌쭉해진 남편을 보며 나는 인터넷에서 본 과거 사진과 함께 과거에 그 소녀가 사실은 좀 놀았던 언니 중 하나였다더라, 요즘에는 꼭 성형 수술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주사로 시술만 받으면 이미지가 확 달라져서 예뻐진다더라, 나도 의학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누구 못지 않게 예뻐질 수 있을텐데...... 등등 내가 생각해도 쓸 데 없는 소리를 늘어 놓을 때

남편은 어디서 그런 소리를, 네가 봤냐며 정색하고 따져서 아내를 무안하게 만들기 보다는 아내가 하는 말에 '그래, 그래, 그렇다며?, 응, 그렇지, 얼씨구, 오호라!' 맞장구를 쳐서 아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여자란 때로는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 일도 좋아하고 자기가 연예인이랑 비교하는 자체가 이미 허튼 소리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래도 한 번 무리수를 던져 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맞장구를 치거나, 아내가 하는 말의 마지막 부분을 따라하며 반복하면(누구누구가 어릴 때 그렇게 놀았다던데? 하면 아,,,좀 놀았었구나. 나도 조금만 손 보면 엄청 예뻐질 수 있을텐데, 하면 그럼 엄청 예뻐질 수 있지. 하며 말꼬리를 따라하는 대화기술) 남편이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나를 엄청 대우해 준다며 감동받을 것이다.

아참!
내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해서 우리 부부 사이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나는 그저 이따금씩 여자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해서 내 속을 긁는 남편의 대화법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짝, 찰떡궁합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나도 알고 있다.



반응형
반응형

친정 부모님께서 기르시는 멍멍이 복실이가 새끼 강아지를 여섯 마리나 낳았어요.
강아지들이 꼬물꼬물 눈도 못 뜨고 있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봤었기에 저도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여름 휴가 겸 갔던 친정 나들이에서 생후 두 달 남짓 된 강아지들을 보고 왔답니다.
이제 눈도 다 떴고요, 배밀이와 뒤뚱거리며 걷기도 지나 장난꾸러기들이 다 됐더라고요.



일어나자 마자 다솔이를 데리고 강아지 구경을 갔는데, 마침 젖을 먹고 있던 중이었어요.
여섯 마리의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느라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요?
저도 같이(?) 아기 기르는 엄마라 그런지 복실이의 수고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더라고요.
눈을 질끈 감고 힘차게 젖을 빠는 강아지들을 보니 왜 그리도 다솔이와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
저 녀석들 좀 보세요.
한 쪽 발로 젖을 눌러가며 참 맛있게도 먹습니다.



특히나 요녀석!!!
가장 좋은 자리를 맡았는지

다른 강아지들보다 유난히 맛있게 젖을 먹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강아지들은 젖을 먹다가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새끼 강아지 일 때는 좋은 자리를 맡아서 먹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앗! 젖을 주던 복실이가 카메라를 발견했습니다!
미안해. 눈치도 없이.
너무 귀여워서 그런데, 좀 찍어도 되겠지?



다솔이가 강아지를 좋아해서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져보고 싶은지 손을 뻗어 보는 다솔이예요.
이 날은 보기만 했지만 외갓집에 2주 있는 동안 결국 강아지를 쓰다듬는데 성공을 했지요.
위생이 걱정스러워서 왠만하면 못 만지게 하려고 했는데,
불시에 꺄르르 웃으며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젖을 다 주고 난 복실이가 주인인 친정 아버지께 칭찬을 받고 싶은가 봅니다.
새끼 강아지들이 젖을 다 먹자마자 일어서서 아버지께로 가더라고요.
젖을 주면서도 아버지께서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좋아한다는,
아직도 재롱이 넘치는 복실이가 벌써 어미개가 되다니!


복실아, 새끼 낳고 기르느라 고생이 많구나.
젖 떼기 전까지 많이 챙겨줄게.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과 동물은 참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반응형
반응형

나 왔어,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 여닫는 소리, 부스럭부스럭 옷 갈아 입는 소리, 쏴-하는 물소리(오늘도 대충 씽크대에서 손을 씻었음에 분명한), 콜콜콜콜 정수기에서 물 받아 마시는 소리가 차례로 난다. 나는 남편의 나 왔어, 하는 소리에 큰 소리로 얼른, 응 어서와 하고 응수를 했지만 정작 반갑게 나가서 맞이하지는 못한다. 하필이면 남편의 퇴근 무렵에 다솔이가 응가를 했기 때문이다. 물휴지로 엉덩이를 대충 닦아 내고 다솔이를 어깨에 척 걸치게 안은 후 욕실로 데려가 엉덩이를 싹싹 씻어주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느새 후다닥 달려와서는 자신이 드디어 퇴근을 했음을, 퇴근한 자신을 반겨주고 하루 동안의 참 많은 일들이 있었음 알리고자 했었다. 그러나 응가를 치울 때조차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들썩거리며 장난치는 다솔이를 한 손으로 제압하며 뒷마무리를 하고,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 한 팔로 안은 채 다솔이를 씻기고 있었던 중이었기 때문에 남편에게까지 신경을 써 줄 겨를이 내게는 없었다. 

등 뒤에서 뭐 하고 있어? 묻는 남편에게 반갑게, 밝게, 상냥하게, 사랑을 담아 대답해 줄 겨를이 내게는 없었다.
그저 귀만 쫑긋 세워 남편의 동선을 가늠함과 동시에 손으로는 계속 뽀드득 소리를 내고 있어야만 했다.

응, 왔어? 옷 갈아입고 거실에서 조금만 기다려줘. 저녁 차려 줄게. 건성으로, (보면 모르냐는 듯) 약간의 짜증을 담아서 대답을 한 후에 나는 다시금 다솔이 씻기기에 열중했다. 부스럭부스럭 옷 갈아 입는 소리, 쏴-하는 물소리와 손 씻는 소리, 콜콜콜콜 정수기에서 물 받아 마시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



다솔이를 다 씻긴 후 피부가 건조하지 말라고 아기 로션을 발라주고,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는 보송보송하게 파우더도 발라주고, 깨끗하게 빨아 놓은 새 옷으로 갈아 입히고 나니 다솔이가 새로 태어난 듯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정말 귀여워 보였다. 나는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동요 몇 곡을 순서대로 불러주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참! 남편이 들어왔었지? 아기에게 신경을 쓰느라 남편의 귀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이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소파에서 고꾸라져서 자고 있었다. 어찌나 깊이 잠에 빠졌는지 내가 곁에 간 줄도 모르고 쿨쿨쿨 자고 있었다. 한 손에는 리모컨을 꼭 쥐고서. 

남편의 자는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 순간이 다시 없다는 듯 천천히 남편의 꼭 감은 눈이며, 굳게 담은 입 등을 자세히 살펴 봤다. 그런데 원래부터 남편의 얼굴이 이렇게 쓸쓸했던가? 밖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까닭인지 남편의 자는 얼굴은 세상의 시름을 다 안고 있는 듯 슬퍼 보였다. 스마일맨의 얼굴을 완벽하게 거꾸로 그려 놓은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기가 태어난 이후 내 모든 신경은 아기에게로 쏠려 버려서 남편이 찬 밥 신세를 면하지 못한 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제대로 아침 밥을 차려 주지도 못했고 맘 편히 둘만의 시간을 가지지도 못했다. 모든 사랑과 관심을 빼앗긴 채 늘 2순위로 밀려 났기에 어쩌면 남편은 허전함과 외로운 마음이 가득했을 지도 모른다. 언제였던가 앵앵 우는 다솔이의 엉덩이를 발로 툭 차면서(?) 미워!라고 했던 이유도 같지 않을까?

나는 남편이 자는 동안 얼른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리고 토닥토닥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얼굴을 하고 말이다. 피곤한 듯 부스스 일어나는 남편의 얼굴이 참 눈물겹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