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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낫! 큰일났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약 한 시간 뒤에 집에서 나가야 되는 상황.
다시 아기가 된 다솔 군에게 밥을 한 숟가락씩 일일이 떠 먹이고
부랴부랴 밥상을 물리고
그릇은 대강 개수대에 던지듯 넣어 두고


고양이 세수에
그래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 줄 비비크림을 바르고 있었어요.
까딱 잘못했다간 약속 시간에 늦을지도 몰라,
마음이 급한 채로 비비크림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화장대 뒤 침대에서
보물 1호, 2호, 3호의 꺄르르 소리가 들립니다.





보물 1호 님의 주도 아래
2호, 3호 님은 아직 씻지도 않은 채
당연히 옷도 갈아 입지 않은 채
셀카를 찍으며 놀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람이 다급해 지면 뒤통수에도 눈이 생기는 법
뒤통수에 달린 눈으로 침대를 보니
보물 3호 다인 양을 중심으로 보물 1호, 2호 두 남자들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나 보물 2호 다솔 군은
요즘 한창 사진찍기 놀이에 푹 빠져서
보물 1호 님과 똑같은 표정을 따라 지으며
'또! 또!'를 외치며 계속 계속 사진을 찍기를 요구하는 듯 했어요.
(뭐 이건 귀가 있으니 쉽게 알 수 있는 내용.)






결국 비비를 스폰지로 정신없이 두드리는 것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고
1호 님은 얼른 서두르지 못하겠느냐고 등을 떠밀어 욕실로 보내고
(1호 님은 얼굴에 물만 몇 방울 찍어 발라도 최소한의 예의가 차려지니 참 부럽네요.)


2호 님과 3호 님은 씻지도 않은 얼굴에 로션을 덧바르고
2호 님은 외출복으로 갈아 입힌 후 마무리.
3호 님은 방한 우주복만 덧입히고 마무리.


외출을 해야 할 때
1호 님부터 3호 님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보물은 하나도 없지만
제 휴대전화에 이렇게 깨알같은 아름다운 사진을 남겨 놓은
보물 1,2,3호 님들 덕에
오늘도 저는 웃습니다. 행복하네요.




 
아시죠?
보물은 가치의 높낮이로 번호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고
발견 & 지정된 순으로 1호, 2호, 3호... 번호가 매겨지는 것이라는 것.
저요, 세 덩어리나 가진 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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