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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시댁에 갔는데 시아버지께서 슬쩍 신문을 내미신다. '모유 먹일 때 도움 되라고...' 하시면서...... . 기세등등하게 '아버님, 저예요! 장장 18개월 동안 분유 한 통 안 사 보고 완모(완전한 모유 수유)한 며느리, 일레드라고욧!' 하는 말이 나오려고 했으나 일단 다소곳이 신문을 받아 놓았다. 신문을 보시다가 며느리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발견하시곤, 며느리 생각해서 살뜰히 챙겨 주신 그 마음을 알기에 말이다. 막상 신문을 받으니 나도 모유 수유에 관한 전문가들의 최신 조언이 궁금해서 내용을 읽어 보기로 했다.


애걔??!! 그런데, 웬걸!
이 전문가 이론만 아는 남자인가? 싶게, 너무 공감되지 않는 말들만 쭈욱 나열해 둔 것 아닌가? 신문에 나온 내용대로 따라하다간 초보 엄마 눈에서 눈물 깨나 빼게 생겼기에, 모유 수유 경력 18개월에 육아 경력 24개월인 똑똑한 엄마 일레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모유 수유에 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칫! 전문가도 아니면서...하실 수도 있지만 때로는 캐캐묵은 이론 보다는 진귀한 경험담이 더 생생한 도움을 줄 때도 있는 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한 번 읽어 보시길~!




자연 분만을 한 산모들은 가능한 일이지만 나처럼 제왕절개를 한 산모라면 절대로 불가능 한 것이 바로, 분만 후 30분~1시간 내 젖을 물리는 일이다. 나는 요즘 많이 하는 척추마취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하루가 지날 때까지 머리를 들 수 없고(두통이 심하게 올 수 있으므로) 물도 마실 수 없으며, 수술 자국이 잘 아물도록 절개 부위에 묵직한 모래 주머니까지 올려두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꼼짝 없이 침대에 누워 손만 왔다갔다, 눈만 깜빡깜빡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아기에게 젖을 물릴 수 있겠는가?


다행히 아기는 태어나서 금방은 먹지 않아도 괜찮기에 제왕절개한 엄마가 힘들게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병원에서는 포도당을 젖병에 넣어 먹여 준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이 있다. 이 대목은 자연 분만을 한 엄마들도 마찬가지인데, 아기를 낳은 후 제대로 젖을 먹일 준비가 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를 쑴풍 낳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젖이 펑펑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가슴이 돌로 변해 버릴까봐 겁이 날 정도로 딱딱해졌다가, 악 소리가 절로 나는 마사지로 살살 달래 풀어주었다가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초유가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 동안 갓 태어난 아기는 3일 동안 굶어도 괜찮다는 책 속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가는 아기를 쫄쫄 굶겨 '황달'에 걸리게 할 것이 뻔하니(다솔이도 모유만 먹이려고 고집하다가 황달 직전까지 갔었음.) '분유'의 도움을 좀 받자.


내가 18개월 동안 분유를 한 번도 안 사고 완모를 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도 비밀이 있다. 샘플로 받아 놓은 스틱형 분유와 산후조리원에서 공짜로 먹일 수 있는 분유가 바로 그것! 사실은 나도 가끔씩 필요할 때는 분유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몇 번 분유를 먹여 봐도 괜찮다. 정말이다!






모유 수유와 관련된 책에서 하나같이 주장하고 있는 잘못된 말 중 하나가 바로 '젖병'에 관한 것이다. 젖병은 빨기가 쉽고 구멍이 뚫려 있어서 힘들여 빨지 않아도 내용물이 술술 잘 나오기 때문에, 아기들이 한 번 젖병을 빨기 시작하면 젖병 보다 오십 배는 더 빨기 힘든 엄마 젖은 싫어하게 된다는 말인데, 전문가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엄마의 냄새, 엄마의 감촉, 엄마의 젖, 엄마, 엄마, 엄마...를 무엇보다도 더 원한다는 것 말이다!


딱딱한 분유병의 가짜 젖꼭지 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 젖을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더 사랑하게 되어 있다. 몇 번 빨기 쉬운 젖병으로 분유든 모유든 먹어 보았다고 한들, 아기들은 젖병 보다는 엄마 젖을 더 필요로 한다. 이론만 읽은 순진하고 모성애 강한 엄마들은 젖몸살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유두에서 피가 철철 날 때도 오로지 모성애로 버티면서 직접 수유를 하는데 이럴 땐 젖병과 교대를 해도 괜찮다. 아예 젖병으로만 먹이라는 뜻은 아니고 한 번은 직접 수유, 그 다음 번에는 젖병에 유축을 해서 수유를 하시라는 말씀이다.


이제 막 모유 수유를 시작하게 된 엄마의 가슴도,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도 모유 수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들이 젖을 빠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본응인 만큼 그 빠는 힘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아들일 경우에는 어찌나 세게 빠는지 엄마 유두가 찢어지고 실핏줄이 터질 정도이다. 다솔이도 빠는 힘이 너무 세서 젖을 먹고 나면 늘 입가가 새빨갰다.(유두에서 피가 날 때도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 어차피 모유가 빨간 색이 빠진 '피'이므로.) 이럴 땐 유축을 하는 것이 모유 수유를 더 오래하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생아때는 두 시간 마다 수유를 해야 되는데 끔찍한 고통이 계속되면 아무리 엄마라도 항복하게 될테니 말이다.


아기가 조금 더 자라 조그맣던 입이 더 커지면 아기도 모유 수유에 적응할 시기가 된 것이고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라면 엄마의 가슴도 이전 보다는 더 강해졌을 테니 그 때까지만 힘들면 유축과 직접 수유를 교대로 활용해 보자. 모유를 먹일 때는 유두가 아닌 유륜까지 깊게 물려야 되는데 갓 태어난 아기는 입이 작아서 유륜까지 물기 힘들다. 그래서 유두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아기가 자라서 입이 커지면 수유는 훨씬 더 쉬워진다.






흥!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모자동실'이라는 말은 출산 후 입원 기간을 의미할 때가 많다. 퇴원 후 집에 오면 당연히 엄마와 아기가 같은 방을 쓸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론대로 하자면 자연 분만한 엄마의 입원 기간 약 3일, 제왕절개 수술을 한 엄마의 입원 기간 약 5일 동안 엄마는 회복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아기에게 올인해야 된다는 뜻이된다. 그러면 엄마는? 엄마의 산후조리는??

 
이론 서적을 읽으면 모유 수유에 성공을 하려면 아기가 잠에서 깼을 때, 울기 전에 모유를 먹여야 된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모자동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자동실을 한다고 해도 아기가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젖을 먹인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엄마가 계속해서 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가능하겠으나, 출산 후 입원 기간 동안엔 엄마도 쿨쿨쿨 많이 자야 되는데 어떻게 아기가 잠에서 깨 눈을 뜨는 딱 그 시점을 알아 차리겠는가 말이다.


일단 엄마가 몸을 추스려야 건강한 몸으로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과 산후조리원에서(혹은 집에서) 몸을 회복할 때에는 아기도 중요하지만 엄마 역시 중요한 시기에 있으니 잘 먹고 잘 자는 데에도 집중을 하자. '출산 후 백일을 어떻게 보내는 가'가 남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찬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이 쑤신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 봤다. 아기도 엄마의 산후조리 기간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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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지 백 일이 조금 못 되는 후배 B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해 왔다. 언니, 아기가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이 자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심심하기도 하고...... 깨울까요? 
초보 엄마의 철 없는(?) 걱정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조금만 지나 봐라 아기는 '잘 때가' 가장 예쁘나니, 걱정 말고 하고 싶은 일 있음 아기 잘 때 얼른 하라는 답장을 보내고 나도 몇 달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소설책 한 권을 꺼내 든다. 오후 네 시, 우리 다솔이도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고이 단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23개월 된 아이라도 오후 네 시는 잠을 자기에 이른 시간이기에 조금 더 놀리다가 아예 저녁 밥까지 먹여서 재울 생각이었으나, 아이는 너무 피곤했던지 간식으로 준 빵을 입에 문 채 곯아 떨어졌다. 배가 고팠던지 자면서도 절대로 빵을 빼앗기지는 않으려고 손에 힘을 꽉 주었지만, 정작 다솔이의 몸은 '빵' 보다 '잠'을 더 원하는지 금세 꼴까닥 기절하듯 잠에 든 아이.


다솔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잠 자는 것을 싫어해서 일명 '밤샘 다솔', '불면 다솔'로 불리던 아이었다. 호기심이 많고 개구져서 자는 것 보다는 노는 것이 좋아, 피곤해도 끝까지 버티는 아이었기에 한 번 잠에 들면 12시간을 꼬박 자기는 하지만 자리에 눕는 것부터가 싫은 일이라 어떨 땐 밤 2시, 3시까지도 자지 않으려고 떼를 쓰기도 했다. 늦게 자면 키가 안 큰다는데...... 키 작은 엄마에게는 치명적으로 들리는 이런 이야기에도 안 자려고 버티는 다솔이를 이길 힘은 없었는데,


며칠 전부터 다솔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한 번 잠이 들면 꼬박 12시간은 넘게 자는 아이었기에) 오후 6시에 곯아 떨어져서 그 다음날 6시, 혹은 7시까지 쿨쿨쿨 잘 자기 시작한 것이다. 중간에 목이 말라 '물!!!'을 외치며 두어 번 일어나기는 하는데 물만 마시곤 다시 깊은 잠에 빠지는 기특한 다솔이!
아이가 6시에 잠을 자 주면 나는 12시에 잔다고 해도 내게는 선물같은 6시간이 오롯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제 그 비결을 공개하려고 한다.




저질 체력인 엄마, 절대 아이를 이길 수 없다!!
어느 날이었던가, 그 날 밤까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는 점심을 먹은 후 오후 1시 경에 다솔이와 외출을 했다. 어차피 아이가 자 주지 않으면 일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낮에 신나게 놀아 주고 일찍 재울 심산이었다. 집 근처 소극장에서 매일 2시에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열리기에 운동삼아 유모차를 밀고 30분 정도 걸어서 소극장으로 향했다. 중간에 아이가 유모차에서 내리는 바람에, 나는 유모차와 아이를 동시에 밀고 끌느라 기진맥진해진 상태로 소극장에 도착해서 공연을 봤다.


공연이 끝나고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같은 건물에 있는 아이들 놀이방에서 2시간을 신나게 뛰어 놀게 했다. 모든 것은 아이를 잠재우기 위한 나의 계략이었지만 아이도 즐거워 했으니 1석 2조라고 생각하고, 실컷 놀게 한 후 함께 저녁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오후 6시, 찬거리를 좀 사려고 들른 마트에서 이미 아이는 꿈나라로 떠났고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집으로 돌아 올 때도 30분 정도 걸어 와야 했기에 나도 많이 지쳤는데, 겨우 도착해서 잠든 아이를 침대에 옮겨 눕히는 순간, 한숨 잘 잤다는 듯 아이가 눈, 을, 뜬, 다!!!!! 나는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나 아이는 그 때부터 다시 시작인,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럴 땐 교대로 아이와 놀아 줘야 된다!!





친정 엄마께서 집에 오셨을 때는 엄마와 내가 교대로 다솔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놀았다. 일찍 일어나니까 아이는 아침밥을 먹은 후에도 잠깐 낮잠을 자는데, 점심 식사 이후에는 무조건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서 신나게 뛰어 놀게 했다. 그리고 돌아 오면 친정 엄마가 쉬시는 동안 내가 다솔이와 노래하고 춤추고 책 읽고 놀다가 이번에는 친정 엄마와 내가 함께 또 다솔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한 마디로 극기 훈련을 시키는 조교처럼 다솔이를 계속 계속 원없이 놀게 하는 것이다.


다솔 아빠가 출장 갔다가 돌아 온 이후에는 다솔 아빠와 교대로...... .(교대로 봐 줄 손이 부족하신 분이라면 체력을 기르시면 된다. 나는 한평생 운동이라곤 해 본 적이 없고 지금 둘째 임신 중이라 특히 더 저질 체력이기 때문에 도저히 다솔이의 넘치는 힘과 겨룰 자신이 없지만 체력이 좋으신 분들이라면 거뜬하실 듯 싶다.)


우리는 걸어 다녀도 다솔이는 뛰어 다니기 때문에(왜 그렇게 뛰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땀으로 범벅이 된 다솔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개운하게 씻기고 저녁밥을 먹이면 다솔이는 재우지 않아도 스르륵 눈을 감는다, 아무리 잠 자는 걸 끔찍하게 여기고, 가장 싫어하는 노래가 신생아 때부터 공식 자장가로 지정 되어 있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고 해도, 재우기 전에 축복 기도만 하려고 하면 '엄마~!' 하면서 발버둥 치는 '불면 다솔' 님이라고 해도, 안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비결치고는 너무나 단순하고 쉽지만 다솔이가 일찍 자 주어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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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정말 더워졌어요.
원래부터 6월에 이렇게 더웠던가요?
오후에는 절대 바깥으로 나가기 싫은 무더위가 며칠 째 계속 되고 있기에
다솔이에게 시원하게 놀 수 있는 물놀이 풀을 선물했답니다.
이마트에서 만원 정도에 산 작은 크기의 풀장이에요.
원래 저희가 집어 들었던 것은 7만원 대의 대형 캐릭터 풀장이었는데
물도 감당이 안 되고, 아이가 잘 놀지 않으면 눈에 가시가 될 것 같아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골랐어요.
결과는 대 만족, 작아 봬도 꽤 물이 많이 들어 가더라고요.




사진 속 아이가 이제 21개월인 다솔이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아서 샀는데,




막상 바람을 주입하고 보니 너무 작은 듯 싶었지만,




아이를 앉혀 봤더니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아직 물을 넣지 않은 상태라서 꽈당~ 넘어질 뻔했는데요,
다솔이도 이 조그마한 풀장을 놓아하는 것 같아 기뻤답니다.




자자, 돗자리 깔고 그 위에 풀장을 놓고, 물도 채우고
본격적으로 물놀이 좀 해 볼까요?
물을 반 정도 채운 후 아이를 앉히고 다시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계속 퍼 날랐답니다.
은근히 물이 많이 들어가요.




뒤늦게 선크림이 생각 나 얼굴에 덕지덕지 발라 주고,
아이들 선크림은 성분이 순해서
더 하얗게 발라지는 것 같아요.




몸에도 선크림을 듬뿍, 이미 다 그을리긴 했지만 그래도요...... .




새하얗게 된 다솔이가 물놀이를 하는 동안,
엄마, 아빠는 간식을 좀 먹습니다.




유명한 이마트 피자를 이제야 먹어 보네요.
슈프림 피자예요.




열어 보니 정말 크기가 커서 깜짝 놀랐답니다.
고기, 양파, 피망, 햄, 검은 올리브 등등 토핑도 꽤 괜찮고요,
치즈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가격 대비 괜찮은 것 같아요.




이렇게나 크답니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예요.




네 조각 같은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드니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맛있어요.
다솔 아빠는 피자 중간 크기를 혼자 다 먹는 식성인데요,
이마트 피자는 한 조각 이상 안 먹더라고요.
가족이 많을 경우에 사 먹기 딱 좋을 것 같아요.




다솔이가 물놀이를 지루해 할 때 쯤 장난감 물총을 넣어 줬더니
저절로 춤사위가 나오나 봐요.
한참을 또 신나게 놀았어요.

오전에 물을 받아 놓고 한참 볕이 뜨거울 때 저절로 데워지고 나면
너무 더운 때는 피해서 물놀이를 하면 될 것 같아요.
계속 물을 받아 둔 채로, 물놀이를 했다가 데리고 들어와서 조금 쉬며 간식을 먹었다가
다시 나가서 놀다가를 반복했답니다.



 
다솔이는 전용 풀장도 있고,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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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꼴로 있는 산부인과 정기 점진을 마치고 같이 갔던 남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벌써 임신 19주.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인지 어느새 여름이 절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인지 '덥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6월이었다. 마침 근처에 냉면 가게가 있어 매콤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후루룩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회냉면 한 그릇과 뜨끈한 갈비탕 한 그릇. 남편이 후룩후룩 냉면을 먹는 동안 나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밥을 만 갈비탕을 식혀 아이를 먼저 먹인다. 20개월 된 아이에게 매콤한 비빔냉면을 먹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이 몫의 음식을 따로 시키기도 애매하니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나는 뜨뜻한 갈비탕을 먹기로 마음을 돌렸었다. 잠시 식당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얌전했던 아이가 드디어 식당을 '접수'하기 시작한 지라 남편과 나는 둘다 마음이 급했다.


결국 뽀로로 님의 은혜로우신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아이에게 밥 반공기를 먹이고 슬쩍 남편 쪽을 보니 남편의 냉면 그릇이 얼추 다 비워졌다. 남편과 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호흡이 잘 맞는 육상 선수들처럼 투명한 바통을 착착 터치하고, 서로의 역할을 바꾸었다. 아이가 남편의 손으로 넘겨진 순간부터 내 식사가 시작된다.

갈비탕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떠 먹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먹이고 남긴 밥을 싹싹 비우고, 반찬 그릇의 반찬도 싹싹 비우고, 갈비탕 그릇을 그릇 받침대에 척 기울여 놓고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먹는데 채 십 분이 안 걸린 것 같다. 나는 아직 입 속에 음식들을 우물거리며 남편과 함께 얼른 식당을 빠져 나왔다.




남편의 식사가 끝난 후에 내 식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개구쟁이를 돌보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내 식사 시간이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것도 신경이 쓰였고, 또 밥 상 밑으로 기어 다니며 숟가락통이며 휴지통을 뒤집고 물병을 쏟기 시작한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배를 채우는 수준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아기 식탁 없이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하며 편안하게 밥 먹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인지도...... .

엄마가 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우아함'에 관해서이다. 나도 우아하게 밥 좀 먹고 싶어. 나도 우아하게 차려 입고 외출을 하고 싶어. 나도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한 권 읽고 싶어, 우아하게, 우아하게, 우아하게...... . 결혼 전에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별로 써 본 적 없었던 '우아함'이라는 말을 이렇게까지 많이 쓰게 된 까닭은 우리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급격하게 변한 자신의 상태가 문득문득 안쓰럽기 때문이 아닐까?

출산 전에는 화려한 옷들도 잘만 입던 친한 언니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무조건 싸고 무조건 편한 옷들만 집어 드는 것을 보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예전에는 유행하는 화장법을 가장 먼저 선보였던 친구 A양도 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를 치장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자신은 푸석한 얼굴로 나타나 안쓰러웠는데...... .

전에 한 번은 '우아함'을 부르짖는 엄마들끼리 모여 언제까지 우리의 '지지리 궁상'은 계속되어야 할 지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네 살쯤 되면 엄마들도 우아함을 되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무척이나 희망적으로 흘러가던 순간,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모 엄마의 한 마디, 둘째는?!!!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가능한한 우아해 지도록 노력하자며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했었다. 얼마 전 가족 여행 준비를 하며 실로 오랫만에 (결혼식 이후 처음) 손톱 가게에 가서 손톱 매니큐어를 받았다. 뭉뚝하고 못생긴 손톱이 전문가의 손길을 받자 꽤 예쁘게 변신을 했다. 마음에 들어 계속 손톱을 쳐다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20개월 짜리 아들 녀석이 제 눈에도 신기한지 내 손을 잡고 한참동안 바라 본다.

엄마 예쁘지? 하는데 아이가 어디론지 후다닥 뛰어 갔다 오더니 슬쩍 내미는 것이, '휴지'다. 무언가 지저분한 것을 봤을 때 내는 감탄사인 '이~~~' 소리까지 내면서.

상황이 어찌나 우스웠는지 아이와 함께 배가 아프도록 깔깔깔 한바탕 웃었다. 나는 엄마가 되면서 '우아함'은 잃었을지 몰라도 아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나에게 주는 행복 선물 하나하나가 매우 크기에 그깟 우아쯤은 잠시 잃어 버려도 괜찮지 싶다. 글솜씨가 없어서 이 글도 매우 우울하게 읽혀졌을게 뻔 하지만 말이다.(저,,, 발랄함은 어디서 배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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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솔 아빠의 블로그를 보니 아빠와 다솔이가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이 올라 와 있더라고요. 다솔이 사진이 무척 귀여워서 제 블로그에 담아 왔어요. 아래의 글은 제가 집에서 홀로 조금 쉬는 동안, 다솔 아빠가 다솔이와 둘이서 놀이터에 갔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


날씨가 좋아져서 다솔이와 함께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백수의 장점은 바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는 점이죠. 날씨도 풀렸겠다 이제는 다솔이와 더욱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은 잠시 접어두고 다솔이와 함께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


밖에서는 내성적이고, 안에서는 외향적인 다솔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낯을 매우 심하게 가린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물불을 안가리죠. ㅠㅜ 밖에 나오자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내성적인 다솔군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열심히 벤치를 기어 올라가더니...


성공했습니다. 요즘은 올라가는데에 맛을 들여서 올라갈만한 곳은 모두 올라가보고 맙니다. 떨어져서 다치기도 많이 다치죠. 


뭐가 그리 편한지 의젓하게 의자에 앉아서 자연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하수구만 열심히 보고 있더군요. 무언가 숨겨져 있는 듯 했나보죠? 밖의 아름다움은 보지 않고, 가려진 더러운 것을 보려고 애 쓰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가 봅니다. ^^;;


이제 밖이 적응이 된 모습입니다. 눈이 벌써 장난기가 가득하네요. 뭐 건질거 없니 반짝이는 눈망울입니다. 


놀이터를 발견한 것이죠. 요즘 놀이터는 폐타이어로 바닥을 만들어서 매우 푹신하답니다. 아쉬운 것은 모레가 없어서 옛날처럼 모래성을 짓거나 모래 가지고 장난을 치는 즐거움은 사라졌죠. 땅따먹기나 돈까스, 허수아비같은 것을 하려면 모래가 필수인데 말이죠. 


첫번째로 다솔군이 고른 것은 토끼였습니다. 앞뒤로 흔드는 놀이기구인데요, 허접해 보였는데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아직은 까딱 까딱하는 정도지만 그 흔들림도 재미있나 봅니다. 
 


금새 질렸는지 옆에 있는 고래에게 가는 군요. 다솔아, 그거 똑같은거야~


다음 코스는 미끄럼틀! 놀이터의 메인이죠. 옛날엔 여기서 탈출 놀이도 많이 했는데 말이죠. ^^


요즘은 미끄럼틀이 최신식이라 이런 숨박꼭질도 가능하답니다. ^^ 유난히 숨는 놀이를 좋아하는 다솔이에요~


미끄럼틀 안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잔뜩 있었어요. 시계를 막 돌리며 놀다가, 


쇠구슬을 튕겨서 점수를 내는 놀이도 있었습니다. 


구석 구석 숨겨진 놀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합니다. 


역시 그래도 메인은 미끄럼틀이죠. 번지점프를 하듯 머뭇거리네요. 집에 미끄럼틀이 있는데 이것보다 1/10 정도 되기 때문에 이 정도 높이의 미끄럼틀은 처음인 다솔군이 겁을 내고 있네요. 


한참을 고민하더니... 


계단으로 다시 내려와서 미끄럼틀을 타고 올라가네요. 


적당한 높이까지 올라간 다음 미끄럼틀을 즐기는 센스~ 다솔군은 그래도 조심성이 많아서 자기 몸을 굉장히 아낀답니다. ^^;;


그래도 마냥 즐거운가 봅니다. 다솔아~ 먼지 네가 다 먹었다...


잔뜩 먼지를 먹은 배부른 다솔군이 그네로 향하네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솔군과 재미있게 그네를 탔습니다. ^^


다시 숨박꼭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렇게 있으면 숨은 것입니다. 안보이는 척 해야 하죠. 다솔아~~ 다솔이 어디있지??


막대기를 주었습니다. 


덩실 덩실 신이났네요. 한동안 막대기를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에 가시가 찔리자 냉큼 버렸습니다. 생애 최초로 손가락에 가시를 박혀본 다솔군...
 


그래도 좋답니다. ^^


또 다시 숨박꼭질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솔이 여기있다! 


ㅎㅎ 거기 숨으면 모를 줄 알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가려는데 동네 아이들이 놀이터에 놀러와서 그네를 타고 있네요. 같이 놀고 싶었는지 한동안 그녀들을(?) 쳐다보고 있는 다솔군입니다. 


아내를 닮았는지 라인을 따라 걷거나 줄을 맞추어 놓는 것을 좋아하는 다솔군입니다. 선을 그리는 것이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나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직선을 지금도 못그리거든요. ^^;;


저렇게 팔을 벌리면 안아달라는 뜻입니다. 많이 뛰어다녀서 그런지 금새 지쳤나보네요. 다솔이와 아빠의 즐거운 놀이터 이야기였습니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커가느 다솔군을 보고 있으면 더 많은 추억을 남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수 아빠인 것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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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집중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 '뽀로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말했었지요?
조용히 해야 되는 식당에서 마구 뛰어 다니거나 떠들어서 민폐를 끼치는 아이를, 부모가 타일러도, 윽박질러도 절대 통하지 않지만 뽀로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순간 민망하고 산만했던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아이와 엄마 모두 평안을 찾게 된다는...... 그맘 때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이며 100%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이 세상에는 뽀로로보다 더 강한 것이 딱 하나 존재하는데요,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더라고요. 다솔이는 뽀로로를 좋아하긴 하지만 (혼자 보는 것은) 10분을 넘기면 흥미를 잃는데요, 자기가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은 몇 번을 돌려 봐도, 반복해서 또 보고 또 봐도 그렇게 재미있나 보더라고요. 보는 내내 시선집중에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까지 짓고서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 보는지 나르시스가 따로 없었답니다.


옛날 사진첩을 들추다가 아빠의 돌사진을 찾았는데, 다솔이는 이 사진도 자기인 줄 알았나봐요. 빙그레 웃음까지 띄면서 한참을 보던데 사실 사진 속 아이는 다솔이가 아닌 아빠였지요. 다솔이도 깜박 속일 만큼 다솔이와 어린 시절 아빠는 똑같이 닮았는데요, 저는 다솔 아빠의 어린 시절을 사진으로 봤었기에 다솔이의 얼굴에서 아빠의 모습을 참 자주 찾곤 한답니다. 미처 사진으로 포착해 두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둘은 붕어빵인데, 둘이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도 할 겸 사진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한 번 해 볼까 해요.


다음 중 누가 다솔일까요?




정답은 두 번째 가로 사진만 다솔아빠 나머지는 모두 다솔입니다.
둘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요? 답을 쉽게 찾으셨다면 그건 사진이 낡은 탓이었을 것 같아요.
아기 욕조도 둘다 분홍색으로 비슷해서 제 눈에는 더 닮아 보여요.





입을 활짝 벌리고 크게 웃는 모습도 그렇고,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사진의 분위기상 위에가 다솔 아빠인거 다 아시겠죠?)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자는 모습도 어찌나 닮았는지(다솔 아빠예요.)
엎드려서 자는 모습은 옆 얼굴이 아주 똑같은데, 아쉽게도 다솔이를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요.
다솔이를 평소에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저 사진은 완전히 똑같다는 것을 아실 거예요.



왼쪽은 다솔 아빠, 오른쪽은 다솔인데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사람이 이렇게 닮을 수 있는지 참 경탄할 따름입니다.


다솔 아빠는 다솔이가 저도 조금(??) 닮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물어 보면 하는 행동이 닮았다는 참 맥없는 대답을) 제 얼굴이라서 그런지 다솔이의 얼굴에서 제 모습은 잘 못 찾겠어요. 친정 엄마의 사진을 보면서는 저와 비슷해서 놀란 적이 있지만요. 다솔이가 자라면서 계속해서 아빠의 얼굴을 닮으면 삼십 대의 다솔이 얼굴은 지금 남편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약간 징그럽긴 하네요. 암튼 대단한 붕어빵 父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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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시간은 7시 30분, 집을 나서야 되는 시간은 7시 10분.
그러나 6시 50분이 넘도록 나는 이불 속에서 끙끙대며 쉽게 자리를 떨쳐 낼 수 없었다. 친정에서 지내는 동안 서울에서 급한 볼 일이 몇 개 생겨서 2박 3일 동안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맡겨 두고 떠나야 했는데 18개월이 넘도록 아이와 길게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 뭐 하나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어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면 어쩌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힘들게 만들면 어쩌지? 걱정걱정걱정투성이었다.

친정 엄마도 비슷한 마음이셨는지 굳이 안 가도 되는 일이면 집에 있으라 하시고, 곰곰히 따져 생각해 보면 굳이 안 가도 되는 일이기도 했기에 생각만 복잡, 행동은 굼떴다. 그러다 에잇!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이를 떠나 훌쩍 집으로 올라 와 버렸다.

고속버스 안에서 잠시 아이 생각을 했던가? 까무룩 잠이 든 이후로 내 생각 속에 이미 아이는 없고, 남편과 둘이서 어떻게 하면 2박 3일을 알차게 보낼까 하는 궁리로 마음이 번잡했다.(아, 내 모든 일정은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 날 오후부터 일이 있었기에 우선은 집으로 와서 말끔히 씻고 아이와 함께 외출했을 땐 절대로 입지 못했던 옷, 하지 못했던 머리 모양, 더 과감한 화장을 하며 남들이 깜박 미혼으로(?) 속게끔 (물론 아무리 꾸며 봐야 남들 눈에는 삼십 대 아줌마다, 그러나 자기 만족, 자기 착각, 자아 도취로) 나를 꾸몄다.

Smiling from the inside out - DIY
Smiling from the inside out - DIY by Geek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햇살은 좋고, 기분은 더 좋고, 가만히 있는데도 실실 웃음이 났다.
아, 이런 것이 '자유'구나! 근 19개월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홀가분함! 아아, 이런 기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었나? 그냥 걸어 가는데도 즐거워 콧노래가 나오고 모든 사람들에게 세 배쯤 더 친절해지는 참 우스운 기분이었다. 그 날의 일정을 마치고 당연히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강남역 근처를 누비며 옷 구경, 액세서리 구경, 사람 구경, 거리 구경...... 아이를 들쳐 안고서는 할 수 없었던 구경들을 실컷하고 저녁도 밖에서 먹었다.

그동안 아이를 먹이느라 정작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었는데, 천천히 꼭꼭 씹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감격하고! 생전 처음으로 실내포장마차에도 가서 닭발과 돼지껍데기도 먹어 보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저녁밥을 먹으니 눈이 슬슬 감기려고 했지만 우리는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떻게 온 기회인데! 아침 7시쯤 움직였으니 이미 외출한지 12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까지 보고 돌아갈 계획이었다.

임신과 출산 후 3년 만에 극장에서 보게 된 '위험한 상견례'. 피로가 쌓였던 탓에 마지막엔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정말 깔깔대며 재미있게 영화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 온 시각은 밤 12시 30분, 다음날은 아침 일찍 광화문에 나가야 되었었기에 쓰러질 듯 잠을 잤다. 그래도 실실 웃으면서......

양심은 있어서 하루에 몇 번씩 친정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는 잘 있는지 친정 엄마는 힘들지 않는지 안부를 물었지만, 솔직히 전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엄마를 통해 다행히 아이도 밥 잘 먹고 잘 노는 중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었겠다, 남편과 함께 패키지 해외 여행이라도 온 듯 2박 3일을 쪼개고 또 쪼개서 엄청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내 체력이 이렇게 좋았던가 싶을 정도로 서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참 짧았던 2박 3일의 마지막 날 나는 다시금 고속버스를 타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자유부인'에서 다시 '엄마'로 돌아갈 시간. 아이가 오랫만에 본 엄마에게 안겨 서럽게 울지나 않을지 걱정도 됐는데, 어라?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현관문을 열었더니 아이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가 않다. 아이에게 아직 시간 개념이 없어서인지 엄마가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정도로만 아는 것 같았다. 휴-- 이 편이 더 낫지.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 더 놀다가 오는 건데, 친정 엄마께 진심이 묻어 나는 농담을 던지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 꿈 같았던 내 2박 3일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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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 9. 11. 다솔이의 돌잔치에 있었던 일이에요.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날이잖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 돌잔치!
욕심껏 잘 올려 보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아니 미루고 미루다가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이 글을 올리게 됐어요.


끝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다솔 엄마는 몇 달을 끙끙대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모든 것을 업체표로 마무리 하기로 결단을 내렸어요.
집 근처 분당 플로랜스 파티하우스에서 아기 옷에서부터 포토테이블 꾸미기, 동영상 만들기까지
패키지로 한방에 끝낼 수 있도록 결제를 한 것이지요.


그래도 돌 답례품이며 엄마 옷과 화장, 머리 등등 생각할 것을이 남아 있었던 지라
돌잔치가 끝날 때까지 여간 머리가 아픈게 아니었어요.
이 날을 위해 다이어트도 하고 최대한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메이크업 업체를 잘못 고르는 바람에 '노안' 엄마로 전락하고 말았네요.
메이크업 업체에 대한 고발! 은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하고야 말겠어요!!


뭐, 엄마가 못 생겼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들이 순조롭고 행복하게 진행 되었던 다솔이의 생일 현장입니다.




손님들이 오시기 전 다솔이에게 엄마아빠가 축하의 뽀뽀를 해 주었어요.
아, 이 날 제가 입었던 옷은 네이버 카페 블링앤에서 협찬을 받았는데요, 후기가 너무 늦어 버렸네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저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었던 블링앤에게 정말 고마웠답니다.
머리에 꽂고 있는 깃털 장식과, 진주가 우아한 귀걸이 목걸이,
그리고 원피스의 검은색 자락과 어울리는 구두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꼼꼼하게 다 챙겨주셨었어요.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물이 훨씬 더 고급스럽고 예쁜 옷이에요.
돌잔치 날 한 번 입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남편이랑 잔치 끝나고 와인 바에라도 가려고 했으나,
체력이 바닥 나 집으로 바로 갈 수 밖에 없었지요.(잔칫날이었는데 배 고파서 라면 먹고 잤어요.)


암튼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것과 치마 자락이 올라가 있는 것 때문에 망설였었는데
전혀 불편한 것 없었고요, 생각보다 훨씬 우아해 보이는 옷이랍니다.
드러난 어깨엔 파운데이션으로 톡톡톡 화장을 해 주었어요.




돌잔치의 주인공들은 어리둥절, 힘들어 하는 게 보통이라
다솔이도 시종일관 얼굴 표정이 어색하고 많이 피곤해 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낯선 장소에 적응도 하기 전인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솔이만 주목하고 안아 보려고 하고, 큰 소리로 축하를 해 주니까요.
그래도 평생의 한 번인데, 맘껏 즐겨야지, 다솔아!
뽀뽀 후 엄마의 입술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다솔이의 어색한 얼굴 표정.




사진은 성장 앨범을 했던 분당 베이비라리에서 출장 실장님을 불렀어요.
뭐, 무난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장 앨범을 하실 때 신중히 잘 선택하셔서 동일한 곳에서 오래 같이 하는 것이 좋을 듯해요.


베이비라리에서는 성장 앨범을 하면 돌잔치용 성장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데요,
분당 플로랜스 파티하우스에서도 동영상을 만들어 줘서 저희는 두 개가 됐어요.
잔치 전에 틀어 보니 베이비라리의 것이 훨씬 더 맘에 들어서 결국 그것만 틀기로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밤새 사진 고르기도 힘들었는데 두 개 다 볼 걸 그랬어요.





아직 머리카락이 빈약한 다솔이는 모자를 쓰는 것이 훨씬 더 예쁜데
자꾸만 모자를 벗어 버려서
사진찍을 때만 겨우 쓰고, 결국 잔치 시작부터는 민둥 머리로 손님을 맞았어요.





저희가 예약했던 곳은 카라홀인데 돌상은 금색으로 장식을 했어요.
플로랜스 파티하우스는 보자마자 맘에 들어서
별로 고민 없이 계약을 했고,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돌잔치 전문 업체이고 단독홀이라서(홀이 두 개밖에 없어서 조용해요.) 독립적으로 잔치를 할 수 있어요.
같은 시간에 옆에서도 돌잔치를 했지만 누구의 돌잔치였는지 조차 모를 만큼 방해받지 않아 좋았어요.
음식은 3만원 짜리로 했는데, 맛도 좋았고 차림새도 좋았대요.
비록 남편과 다솔이와 저는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도 맘껏 먹어 보지도 못했지만요.
(잔치가 끝날 즈음 저희에게는 따로 최고급 초밥을 줬어요. 그래도 배 고파서 밤 12시에 컵라면을 먹고 잤지요.)


3만원 짜리가 중간 단계인데요, 아랫단계보다 음식이 6가지 더 많고 탄산음료가 무료예요.
무료라는 말에 더 솔깃했는데, 정산할 때보니 탄산은 인기가 없었고 주류와 주스류를 많이 드셨더라고요.




제가 골라드린 사진으로 미리 예쁘게 꾸며 주신 포토테이블.
맞은 편에는 답례품을 쌓아서 장식을 해 주셨던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어요.
답례품은 가장 저렴한 곳에서 원피스 주방 타올을 분홍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으로 했는데,
역시나 반응이 좋았답니다.




이 날 저희 부부는 참 오랫만에 다정하게 포즈도 취해 보고,
아, 다솔이 없이 사진 찍는게 얼마 만인가요?
가끔은 부부만의 사진과 시간도 필요한 데 말예요.





다솔이는 일찍 온 동갑내기 친구 예원이랑도 사진을 찍었어요.



 

자,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잡이 시간!
엄마는 다솔이가 연필을 잡아서 아주 아주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자식이 우등생이면 엄마 어깨가 으쓱해진다면서요?
다솔 아빠는 성경책을 잡아서 믿음 좋은 아이로 자라나길 소망했지요.
그러나 선택은 오직 다솔이의 몫. 다솔이는 과연 무엇을 잡을까요?




저희의 바람을 깨고 다솔이가 잡은 것은 마이크입니다.
다솔아, 너 그래서 음악이 나올 때 마다 엉덩이 춤을 추고
음악 방송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심지어 엄마의 칫솔질에도 박자를 맞추는 것이니?


요즘 대세가 아이돌 가수던데
과연 우리 다솔이도 연예인의 길을?
아니야, 아니야! 그 길은 너무 험난하고 힘들거야.
그냥 우리 공부하면 안 될까?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쉽다던데.
엄마는 벌써부터 김칫국을 들이켜네요.




 

다솔아, 엄마는 앞으로 다솔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게 될 지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돌잔치가 끝나고 케이크와 떡은 포장을 해 주셨는데요,
떡은 손님들 가실 때 같이 보내드렸고, 케이크는 다음날 저희가 먹었어요.
업체측에서 준비 해 주셨고 소품으로 사용한 케이크 치고 정말 맛있어서 감탄을 했답니다.



 

다솔이의 돌잔치 후기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잘 기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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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출산한 엄마들이나 선물로 아기옷을 사시려는 분들은 도대체 사이즈를 어떻게 사야 될 지 고민이 많으시죠? 저도 그랬었어요. 배냇 저고리를 떼고 슬슬 외출도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몇 호짜리 옷을 사야 될 지. 백 일 선물로는 얼마나 큰 옷을 준비해야 될 지. 너무 고민했었어요.

특히나 선물로 받았던 값비싼 아기 옷을 딱 한 번 입히고 (작아져 버려서) 서랍속에 고이 모셔둬야 될 때, 너무 마음이 아팠지요. 저라면 아이 옷을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지는 않았을 텐데, 선물을 주신 분이 너무 크게 맘을 쓰셨어요. 수입 브랜드의 10만원 짜리 바디수트를 두 벌이나 사 주셨더라고요. 남자분이라서 사이즈를 모르셨던 것 같아요. 60size를 사 주셨는데요, 다솔이는 산후조리원에서 한 달이나 있었고 그 후에도 외출 할 일이 없어서 거의 배냇저고리만 입고 있었기에 선물 받은 옷을 열어서 입혔을 땐 벌써 쑥 자라 있었어요.



위의 옷은 그래도 목 부분이 단추로 돼 있어서 세 번은 입힌 것 같은데요, 위의 회색 옷과 같이 선물 받은 흰 옷(사진도 없어요.)은 목 부분이 잘 늘어나지 않아서 입히고 벗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정말 딱 한 번 입혀 보고 못 입혔답니다. 집에서 내내 배냇저고리 입히고 속싸개로 꽁꽁 싸매고 있다가 생후 50일이 되어서 50일 사진과 손발 조형물 만들러 가면서 선물 받은 옷을 입었었더랬어요.



평소엔 주로 이런 모습이었었지요.

아기들은 금방금방 자란다고들 하던데, 만만치 않은 가격을 주고 산 옷을 겨우 몇 달밖에 못 입히게 된다면 너무 아깝잖아요? 소매와 바짓단을 몇 번 씩 접어 입힐 생각을 하고서라도 한 치수 정도는 크게 입히는 것이 경제적일 것 같았지요. 욕심을 좀 부려서 일 년 이상 입힐 생각으로 아예 큰 옷을 사기도 했고 신생아 때부터 딱 맞게 입히는 것은 생각도 안 했었어요. 너무 아까우니까요.

오늘은 저 처럼 옷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새내기 엄마들과 선물로 아기 옷을 준비하시려는 분들을 위해 아기 옷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해요. 성격 급하신 분들을 위해 친절한 다솔 엄마가 답을 먼저 공개합니다.

다솔 엄마가 알려주는, 잠깐! 아기 옷 사기

출산 선물이나 신생아의 옷 사이즈 : 80호~90호
백일 선물 : 90호
돌 선물 : 100호
돌 이후 : 110호
외투나 겉옷 등 특정한 계절밖에는 못 입히는 옷, 출산 시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90호 이상.
돌 전후의 아기라면 무조건 100이상.

덧붙임. 아기 옷은 면 100%를 사야 되고요, 백일이 되기 전의 아기들은 잘 토하기 때문에 예쁜 옷, 비싼 옷 필요없어요. 아기가 다 토해도, 매일 빨아서 옷감이 상해도 별로 속쓰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선에서 옷을 구입하세요. 돌 전의 아기들은 멋 보다는 실용이 우선입니다. 멋내기용 옷은 돌 이후부터 사 줘도 충분해요.

저는 80호 짜리를 두어 벌 사 보다가 다솔이의 폭풍 성장 속도를 보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무조건 90이상, 외투는 100부터 사서 입혔어요. 그래서 다솔이의 모습이 초반엔 좀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잘 했다 싶습니다. 18개월이 된 다솔이는 이제 80호는 못 입어요. 가끔 옛 생각에 입혀 보기도 하는데 배가 다 보이고 발목도 짧막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요즘에는 여기저기에서 물려받은 옷들도 꽤 있어서 (아이들 건강에는 새 옷 보다 헌 옷이 더 좋다는 거 아시죠?) 다솔이의 옷장이 꽤 풍족한 편인데, 그래도 벌써 작아져 버려서 못 입는 옷들이 수두룩한 것을 보면 아이를 하나만 낳기엔 옷값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위의 옷은 다솔이 백일 선물로 제가 인터넷으로 산 옷인데 심해도 너무 심했죠? 생후 백일도 안 된 아기에게 24개월짜리 옷을 사 주었으니까요. 결국 지금까지 못 입히고 있는데요, 날씨가 좀 풀리면 멋있게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일된 아기에겐 90size가 잘 맞답니다.


백일 때 제가 주문한 옷을 입혀보고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친정엄마께서 90size 옷을 선물로 주셨어요. 정말 유용하게 잘 입었고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는 옷이에요. 고동색으로 되어서 때도 덜 타고 지퍼로 여미는 방식이라 정말 편하더라고요. 아기 땐 무조건 편한 옷이 최고인 것 같아요. 생후 백일 된 다솔이가 참 통통하네요.


이 사진은 작년 11월에 교회에서 행사가 있었을 때인데 바지 길이가 약간 짧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잘 맞죠? 80size는 다 작아져서 이제는 못 입히는데, 90은 그래도 꽤 오래 입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기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키만 자라고 몸집은 그대로라 약간 마른 모습으로 바뀌거든요. 그래서 바짓단은 짧아졌지만 상의는 속에 내복을 입혀도 될 정도예요. 사진보다 약 4개월 지난 지금, 다솔이는 100size 옷을 주로 입는데 만약 옷을 사 준다면 110을 사려고 해요.


이 옷은 역시나 인터넷으로 싸게 산 겉옷인데요, 제가 처음으로 사 본 옷인데 실패작이었어요.
겉은 보들보들 속은 누빔이라 따뜻하게 입힐 수 있긴 한데, 사고 보니 여자 아이들 옷이었거든요. 그리고 90size인데 아기 옷이 아니라 아동복인지 너무 컸어요. 그래서 처음 샀을 땐 실패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참 잘 샀다는 반전이 있는 옷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잘 입히고 있거든요.

이 옷 때문에 다솔이를 데리고 나가면 딸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어릴 땐 딸인지 아들인지 구분이 잘 안 되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귀여우면 최고, 병아리 같지 않나요? 어렸을 땐 겉싸개 대용으로도 썼고요, 식당에선 깔개 대용으로도 좋았어요.



지금까지도 잘 맞는데, 소매를 접어서 입혀야 되는걸 보면 110size는 되는 것 같아요. 저 큰 옷을 백일 즈음에 샀으니 저도 대단한 엄마죠?


다음으로 우주복, 입히기도 편하고 따뜻하고 귀여워 보여서 우주복을 많이들 사시잖아요? 그런데 위 아래가 달려 있는 옷이다 보니 키가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게 비효율적이기도 해요. 우주복을 사실 땐 90size 이상부터 사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위 사진의 옷은 18개월 이상이 입는 옷이랬는데, 그러니까 90이었죠? 한겨울용 옷이라서 몇 번 못 입히고 작아져 버렸어요. 18개월 옷이었음에도 12개월 돌 즈음 입혔더니 작았고요. 돌부터는 100이상은 입어야 될 듯 싶어요. 아이들 옷은 길어 봐야 2년 남짓 입힐 수 있으니까 되도록 주윗 사람들에게 많이 물려 주고, 물려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태어난지 얼마 안 됐을 때 입혔던 80짜리 옷들은 많이 토하고 더러워져서 차마 물려줄 수 없지만 90~100이상부터는 꽤 깨끗하게 입을 수 있거든요.

제 글이 아이들 옷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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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와 함께 여권을 만들러 갔어요.
뭐, 지금 당장 다솔이가 여행을 갈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요,
그래도 갑자기 가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우선 만들어 두기로 했지요.
보통 사진관이 9시쯤 문을 연다기에 그 시간에 맞추어서 나갔어요.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목도리까지 꽁꽁 싸맨 다솔군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냥 즐겁습니다.




동네 사진관 어디에서나 여권 사진을 찍어 주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시면 되고요,
여권이다 보니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다솔 엄마가 알려주는 <잠깐! '아기 여권' 사진찍기>

1. 양쪽 귀가 다 보여야 해요. 아기들은 거의 머리카락이 짧은 편이니까(설마, 다솔이만?) 머리카락이 눈썹을 가리거나 귀를 덮는 경우가 별로 없지요. 다만 아기들 중에서도 귀가 잘 안 보이는 경우엔 최대한 귀가 보이도록 드러내면 괜찮아요.

2. 헤어 핀 안돼요.
3. 정면을 응시해야 돼요. 사진관 아저씨가 여러 번 찍고 확인해 주시니까 별 무리 없을 듯 해요.
4. 색깔 있는 옷 입히세요.  여권 사진 배경이 흰색이므로 흰색옷이나 형광색 옷은 안 된대요.

앉아서 찍어야 되는데, 혼자서 못 앉는 아기 중에서도 여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요? 그럴 경우에는 부모님이 안고 계시거나 잡아 주시는 등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듯.


다솔이는 스스로 앉아 있을 수 있기에
사진관 의자에 다가 앨범을 두껍게 깔고 그 위에 다솔이를 앉게 했어요.
분위기가 낯설고 사진관 아저씨를 무서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가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 안심할 수 있게 아기의 손을 잡아 준답니다.
보통 여권 사진이 3.5cm * 4.5cm이므로 자르면 엄마 손은 안 나와요.


여권 사진은 수정하면 안 되고(얼굴이 다르면 입국 거부 당할 수도 있잖아요)
아기들은 수정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예쁜 덕에 15분이면 사진이 완성돼요.


 '아기 여권' 만들 때 준비물 & 장소

아기 여권 사진 한 장(3.5cm*4.5cm), 부모님 신분증, 인지값 47,000원(카드 납부 가능)
끝! 정말 간단하네요.

집 근처 시청 민원실에 가셔서 만드시면 되고요, 붐빌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실 때는 평일 오전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해요. 미성년자는 5년 짜리가 최장이에요.

만든 날로부터 4일 후에 여권이 나오고요, 직접 방문해서 받는 방법과 등기로 받는 방법이 있어요.  


성남 시청의 민원실이에요.
평일에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다솔이는 비치돼 있던 책을 꺼내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책도 보고 놀았고요,
저는 서류를 작성해서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밟고 여권을 만들었답니다.
써서, 1번 창구에서 검사를 받고, 2번 창구에서 접수...그랬던 것 같아요.


몇 시간 뒤면 될 줄 알았는데 나흘 뒤에 오라고 했어요.
아직 찾아 오지 못해서 여권은 못 보여드리지만 대신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다솔이의 첫 번째 증명사진이에요.
입을 약간 벌리긴 했지만 치아가 나오지 않아서 괜찮을 듯 하고요,
눈도 비교적 크게 뜨고 카메라를 잘 쳐다 본 것 같아요.


많이 긴장했는지 얼굴 표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잘 나온 여권 사진입니다.
다솔이의 흰 피부와 배경에 어울리게 파란색 옷을 입혔는데 잘 선택했네요.
귀엽게 잘 나왔어요.


보너스로, 천사가 된 다솔 엄마 아빠를 소개합니다.




헤헤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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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 때문에 어린이 대공원을 둘러 보는 것이 힘들어서
저희는 어린이 대공원 안, 팔각정에 위치한 캐릭터 월드에 가 보기로 했어요.
입장료가 있는 곳인 만큼 그만한 볼 거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었지요.
(입장료는 어른 4천원, 24개월 미만은 무료예요)


제 글을 보시고 캐릭터 월드로 놀러가시는 분이 계실까봐
결론부터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정말 별로예요. 차라리 근처 키즈 카페에 가시는 것이 훨씬 나을 듯?


그나마 저희는 너무 추워서 야외활동이 불가능 할 때였기에
모처럼 바깥에 나와서 몇 시간이나마 놀다가 들어갈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뒀고요,
캐릭터월드 안에 손님이 거의 없어서(다른 가족들 한팀이 더 있었어요.)
다솔이가 전세를 낸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비추입니다.




들어가자 마자 인형들에게 옷이며 모자, 장신구들을 입혀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석판이 있어요.
다솔이와 옷 갈아 입히기 인형 놀이를 조금 하다가
여자 아이들 놀이라 흥미가 빨리 떨어지기에 그 옆으로 이동.




식탁 놀이를 했어요.
모형으로 만든 과일과 빵이 있는데, 다솔이도 그 생김새가 신기했나봐요.




진짜 음식인 것처럼 먹는 시늉도 해 보고,
바구니에서 이것저것 꺼 내서 접시에도 담아 봤어요.





다음으로 이동한 곳에는
재미있는 가발과 모자가 있어서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두었는데,
다솔이는 머리카락이 별로 없어서인지 가발이 까슬까슬하게 느껴졌나봐요.
좀처럼 쓰고 있으려고 하지를 않아서 온전히 찍힌 사진이 없네요.
마이콜처럼 분장을 해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도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마이크는 전원이 꺼진 상태예요.




다솔이는 사내 아이라서 그런지 역시나 비행기와 여러가지 탈 것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요,
자신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모형 비행기를 보고는 무척 좋아했어요.
아쉽게도 직접 타 볼 수는 없는 거라서
만져 보고 그 속에 타고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답니다.




캐릭터 월드에는 각각의 캐릭터 별로 독립된 공간에 전시를 해 두었고
그에 맞는 놀이를 해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는데요,
만들어진지 오래 되어서인지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었어요.


캐릭터 월드 안에도 직원분이 있어서 어떻게 놀아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과
캐릭터에 대한 소개도 해 주면 정말 좋으련만,
관계자 분들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썰렁했지요.


그리고 입장할 때 숨겨진 14개의 캐릭터를 찾아서 도장을 찍는 종이를 나눠 줬는데
도장도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잘 찍히지도 않고,
모양도 알쏭달쏭 질문할 것 투성이었지만 어디에도 물어 볼 사람이 없었답니다.
도장을 다 찍으면 선물을 준다기에 결국 마음대로 도장을 찍어서 겨우 칸 수만 채웠어요.




다솔이는 그래도 처음 보는 동물 캐릭터들이 신기한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잘 놀아 주었지만
다솔이 보다 큰 아이를 두신 부모님들은 더 실망하실 것 같아요.
아마 아이들도 시시해 할 걸요?




자기 키를 훌쩍 뛰어 넘는 구름빵 캐릭터와도 만났어요.




캐릭터 월드 안에는 아이들의 놀이방이 따로 만들어 져 있어요.
미끄럼틀도 두 개 정도 있어서 탈 수 있고, 위에 보이는 것 처럼 볼 풀도 있지요.
다솔이는 딱 한 번 볼풀에서 놀아 봤는데
그 때 기억이 났는지 정말 신나게 놀았어요. 다른 아이들이 없어서 눈치 볼 필요 없이 맘껏요.
이 놀이방은 안전한 곳이니 엄마 아빠가 아이가 맘대로 뛰어 놀게 풀어 놓고 쉴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놀이방에서 바깥을 내다 보는 장면인데
다솔이는 요즘 올라가는 것에 한창 재미를 붙여서 어디든 손만 닿으면 잡고 발을 바동거려서
기어이 정복 해 내고야 말지요.




여기에도 폴짝, 올라갔네요.

어른 세 명이 같이 갔기에 입장료만 12,000이 들었지만
추운 겨울 실내에서 따뜻하고 안전하게 두 시간 정도 놀았으니 그나마 괜찮았어요.
그러나 정말 볼 것도 없고 관리도 안 되고 있으니
캐릭터 월드를 방문할 계획이셨다면 재고 해 보세요.




도장을 다 찍으면 선물로 스티커를 준대서 열심히 찍어서 윗층으로 올라갔는데요,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이었어요.
선물은 상점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었네요.
두 장의 종이를 완성했기에 후토스 스티커 두 장을 받아 왔답니다.


위 사진은 상점 안에 있는 영화관이에요.
마침 뽀로로가 상영하고 있어서 뽀로로를 좋아하는 다솔이에겐 어리둥절하면서도
멋진 체험이었을 것 같아요.


실망이 컸던지라 쓰다보니 너무 안 좋은 말만 잔뜩 늘어 놓은 것 같은데,
혹시라도 캐릭터 월드 관계자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좀 고쳐 주시면 좋겠어요.
유료 시설인데 그만한 값어치는 해야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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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한기가 느껴지는 꽃샘 추위 가득한 3월의 주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아침부터 봄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안방 분위기는 커튼이나 침대 시트만 바꿔 줘도 확 변하는 법.

겨울 내내 깔고 덮었던 진분홍색 침대 시트를 벗겨 내고 미리 빨아 널어 놓은, 하얗고 보들보들한 봄 느낌의 덮개와 이불을 가져왔다. 혼자서 낑낑대면서 덮개를 침대 매트에 끼우고 착착 편 다음, 그 위에 순백색의 고귀함 마저 느껴지는 구름 이불을 펼쳐 놓았다. 드디어 완성! 안방 분위기가 어찌나 화사해 보이는지 너무 기뻐서 양 팔을 벌리고 두 바퀴 쯤은 돌아야 될 듯 싶기도 했다.

사실 나는 청소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으른 주부 중 한 사람인데, 청소도 싫어하는 내가 '대'청소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나 나도 어느새 완연한 주부가 되어 가는지, 정리하고 쓸고 닦은 후 반들반들 윤기나는 집안을 보는 뿌듯함이 너무 커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가끔씩(?) 청소를 하고 있다.

내 손으로 인해 말끔해진 집 안을 보는 즐거움이란......!
자연스레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를 하고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솔이의 식사 준비를 마친 후, 진지를 드시라고 다솔이 님을 부르는데, 몇 초간의 적막. 등 뒤로 느껴지는 쎄한 느낌을 애써 지우며 다급히 다솔이를 찾으러 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예상대로 다솔이는 안방에, 침대 위에, 욕조에서 푹푹 밟아 빨아 그늘에서 이틀을 말린 새 침대 시트 위에, 너무나 깨끗해서 손대기 조차 아까운 새하얀 이불 위에 앉아 있었다. 혼, 자, 서...... 요 맘때 아이들이 쥐 죽은 듯 조용히 홀로 방 안에 있을 땐 십중팔구 사고를 치거나 이미 쳤거나 칠 계획을 하고 있는 중일 텐데, 안타깝게도 내가 슬픈 예감을 한 대로 다솔이는 이미 저지른 상태였다.

상황을 보니 하나의 그림이 내 머리속으로 휘리릭 휘리릭 영화처럼 지나갔다.
다솔이는 내가 요리를 하고 있는 틈을 타 조용히 몰래 혼자서 방으로 들어 왔다. 그러곤 안방에 있는 화장대에 의자를 밟고 올라가 화장품이 잔뜩 들어 있는 파우치를 가져와 침대로 간다. 그 위에 화장품을 모두 쏟아 놓은 뒤, 파우더 통을 뒤집어 이불 위에 뭉개고, 립스틱을 꺼내 무언가를 그리고, 크림 통에 손가락을 푹푹 찔러 넣은 후 손가락을 쓱쓱 옷에다 닦고 다시금 가루며 액체들을 침대 시트와 이불 여기 저기에 문지르고 닦았을 것이다.
아주 해맑게 웃으면서...... .




내가 방으로 들어 오자 다솔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움찔 놀랜다. 18개월 쯤 된 다솔이는 이제 자기가 친 사고가 '사고(事故)'인 줄 아는 것이다! 이다솔, 네 이놈! 나는 뒤늦은 소리를 질러 보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 대충 수습을 하고 침대 시트와 이불을 걷어내니 침대가 유난히 앙상해 보였다. 그래, 어차피 꽃샘추위라는데 봄은 무슨 봄.

자기 잘못을 알고 있는 다솔이는 곁에서 착한 척 인형과 함께 조용히 놀고 있다가, 일을 끝낸 내가 일어서자 와락 달려들어 목을 껴안는다. 내내 눈치를 보고 있다가 기회를 타 내게 화해를 요청한 셈인데, 다솔이의 계획은 이번에도 통했다. 사랑해? 엄마도 사랑해. 다솔이를 한 없이 따뜻하게 안고 쪽쪽 입을 맞춘 후, 아까 준비해 두었던 진지를 바치는 나.

읽고 있던 책을 갑자기 확 던져도, 뜬금없이 내 이마에 박치기를 해도, 갈아 입힌 지 얼마되지 않은 바지에 주스를 들이 붓고 내 얼굴를 할퀴어 상처를 내도, 꺄르르 웃음 한 번과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한순간에 미움이 사라지게 되는 사람이 바로 엄마이다.

일전에 7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와 얘기를 하다가 요즘 유행하는 말을 듣게 됐다. 예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랬는데 요즘엔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져서 덩달아 유행하는 말도 달라졌단다. 미운 네 살, 때려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나?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면서도 호호호 웃는 그 엄마의 얼굴이 그리 무섭게 보이지 않았던 까닭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그 말이 '엄마들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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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쉬웠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젖을 떼기로 맘 먹은 내가 더 서운할 지경이었는데, 다솔이는 18개월(정확히는 17개월 반) 씩이나 모유를 먹었으면서 끊을 때는 어찌 그리도 쉽게 단념을 할 수 있었는지 그저 대견하다고 칭찬할 수밖에......

예전에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유 수유에 관한 농담을 하면서, 돌이 지난 아이가 척척 걸어 오면서 '어머니 제가 배가 고프니 젖을 좀 먹겠습니다' 한다면 얼마나 징그(?)러울까 하는 이야기를, 한 개그우먼이 박장대소를 하며 꺼낸 적이 있었다. 그 때 다솔이는 돌이 지나 척척 잘도 걸었는데 그런 다솔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듣기엔 다소 불편한 농담이었지만, 뭐... 의사 선생님은 24개월까지도 수유를 권장하니까.

그러나 나도 내가 모유 수유를 이렇게 오래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갓 출산을 했을 때는 수유가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참고 백일까지만, 육개월만 하던 것이 점차로 익숙해져서 돌까지? 조금 만 더? 조금 더? 하다 보니 어느새 17개월이 넘은 것이다.

아, 이제 내가 단박에 젖을 땐 비법을 공유할 차례이다.

배를 부르게 할 것!

오랫동안 모유 수유를 해서 아이가 많이 자란 것이 첫번 째 비법인데, 이제 유아식을 하는 시기이므로 가릴 음식도 별로 없고 왠만한 간식도 별 걱정없이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식이 주식이고 모유나 분유(혹은 우유)는 간식이 될 시기에 젖을 뗄 결심을 했기에 더 쉬웠던 것 같다.

다솔이는 원래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엄마 속을 태우는 아이 중 하나였는데, 외갓집에서 강아지랑 바깥에서 뛰어 놀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해서인지 그곳에서는 세 끼와 간식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었다. 아침부터 사과 반 쪽을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세 끼의 식사와 중간중간 치즈, 아이용 과자, 귤, 딸기 등 계속해서 배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니 모유를 찾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모유를 주지 않으면 그것을 우유로 대체해야 되는데 (다솔이는 이미 돌이 지났기 때문에 생우유를 먹을 수 있고 돌 전의 아기라면 분유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우유를 처음부터 잘 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서서히 다솔이에게 우유를 마시는 연습을 시켰다.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빨대로 한 모금 놀이처럼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유를 먹이면 그대로 뱉어 버리거나 고개를 저었었는데, 비록 지금도 우유를 마실 때면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긴 하지만 그래도 몇 모금은 먹어 준다. 이제 젖을 완전히 끊었으니 차츰 나아져서 우유도 맛있게 마셔주길 기대해 본다.


시선을 돌릴 무언가, 사랑을 줄 누군가를 찾을 것!

만약 나 혼자 계획하고 젖 떼기에 돌입했다면 다솔이와 내가 둘다 스트레스만 받고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외갓집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기에 이렇게 쉽게 젖을 뗄 수 있었다고 확신하는데, 친정이나 시댁이 가깝고 일정 기간 머물러도 된다면 아이 엄마 혼자서 끙끙대지 어른들과 말고 함께 노력해 볼 것을 추천한다.

다솔이는 외갓집에 있으면서 엄마 말고도 자기와 놀아 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꼈다. 엄마와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엄마=젖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으므로 아이가 가슴을 파고 들 일이 많은데, 젖을 찾을 때 쯤 할아버지와 함께 간식을 먹거나, 할머니와 함께 노래를 하거나, 외삼촌과 함께 공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솔이는 젖을 먹는 것 보다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어른들과 함께 노는 것을 훨씬 더 좋아했고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젖을 뗄 수 있었다.


그런데 잘 때는?

내가 가장 걱정했던 대목인데, 다솔이가 잠을 잘 때 젖을 물고 자는 나쁜 습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건소에 예방접종을 하러 갈 때 마다 상담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아이 등을 바닥에 대고 토닥거리면서 스스로 잘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몇 번씩 강조하셨었다. 그런데 젖을 물리면 바로 잠에 드니까 내가 귀찮아서 안 좋은 버릇을 못 고치고 있었는데 젖을 끊고 나니 잠도 더 쉽게 자는 듯 싶다.

중요한 것은 낮에 아이를 충분히 피곤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제 곧 봄이니까 집에만 있지 말고 되도록 바깥으로 데려 나가서 왕성히 활동을 하도록 유도해 주고, 잠을 잘 때는 불을 완전히 끄고 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다솔이는 처음 이틀은 몸부림도 치고 가슴도 조금 할퀴는 등 힘들어 했지만 적응이 되니까 이제는 눕힌지 30분 이내에는 잠에 드는 것 같다.

토닥토닥 하면서 낮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조근조근 하루 일과를 되짚는 이야기도 해 주는 동안 다솔이는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엄마의 과제

아이가 의외로 쉽게 젖을 떼어 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젖은 아직도 계속 생산이 되기 때문인데, 나는 절대로 약을 먹거나 몸을 상하는 방법을 택하지 말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젖이 삭도록 기다리기를 권한다. 예전에 내가 쓴 글 중에 모유량 늘리는 방법(http://hotsuda.com/444)을 다룬 글이 있다. 이것도 내 경험에 의한 것인데 이것의 반대대로 하면 모유는 줄게 되어 있다.

내가 오래 모유를 먹여서 다솔이가 하루에 필요로 했던 양이 500ml가 채 안 되었기 때문에 나는 더 쉬웠을 테지만, 혹시나 지금도 왕성히 젖을 먹이고 있으나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급하게 젖을 끊게 되었다고 해도, 이 방법대로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젖은 아이가 먹는 만큼 다시 늘어나는 것이 원칙이다. 젖량을 늘리고 싶으면 그 만큼 아이에게 더 먹이면 되고 반대로 줄이고 싶으면 서서히 줄여나가면 된다. 아이는 젖을 단박에 끊었을지라도 엄마는 유축을 통해서 모유량을 차츰차츰 줄이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서서히 젖을 줄일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젖을 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에 통증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고, 다솔이와의 가장 친밀한 교감을 느낄 때가 바로 수유를 할 때였는데 이제 못하게 됐다니 너무 서운하기 때문이다. 젖을 떼면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서운한 감정이 더 커서 나도 놀라운데, 지금은 가끔씩 다솔이가 젖을 달라고 보채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그 마저도 잊어 버릴 것 같다.



<사진으로 보는 다솔이의 성장>



몇 장 없는 다솔이 초음파 사진
위의 것은 임신 확인하고 나서 9주~10주쯤 되었을 때, 아랫 것은 나만 알아 보는 임신 중기의 다솔이 얼굴.



2009. 9. 11. 다솔이 태어난 날.



다솔이 백일 때, 임신 했을 때 자주 먹은 음식을 바탕으로
외할머니께서 차려 주신 백일상.



태어난 지 300일 조금 넘었을 때.



첫 돌 맞이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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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봄이 맞긴 한가요?
어찌나 쌀쌀하고 추운지 다시금 따땃한 아랫목에서 뒹굴거리고만 싶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작년 봄에도 눈이 많이 내렸던 것 같아요.
그러니 3월이 됐다고 드디어 봄이 왔다고
맘을 푹 놓아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땐 만약을 대비한 목도리나 조끼는 필수인 듯?


이제는 즐거운 일상이 되어 버린
다솔이와의 공연 나들이.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공연은 뮤지컬 인형극 스노우맨이에요.


제가 어렸을 땐 이렇게 다양하게 어린이용 공연이 없기도 했지만,
있었다고 해도 다 찾아다닐 만큼의 형편도 못 되었기에 저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었어요.
요즘 다솔이 덕에 뒤늦게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뮤지컬도 보고 연극도 보고
다솔이 보다 제가 더 신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인데도 왜 이리 슬픈 내용이 많은지
(지난 번에 봤던 플란다스의 개도 슬펐잖아요)
저는 스노우맨도 이번에 처음 봤기에 내용을 몰랐었는데요,
추운 겨울에 만나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던 스노우맨이
결국엔 녹아 없어진다는 슬픈 내용이더라고요.


이제 곧 따뜻한 봄날이 오면
우리들은 두꺼운 외투를 훌훌 벗어 던지고
한결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나들이를 가게 되겠지만,
춥던 겨울날 우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던 스노우맨은
스르륵 스르륵 녹아서 없어져 버리겠지요.
뮤지컬 인형극에서는 너무 슬프게 표현했지만, 잠시만 안녕하면
다음 겨울에 또 만나면 되니까 괜찮아요!


인형극이라 대부분 조그마한 인형(사람의 손으로 움직이는)이 나왔고,
극의 마지막 부분에 잠시 동안만 커다란 인형이 나왔는데요,
제가 보기엔 너무 작아서 감질(??)났는데
다솔이의 모습을 살피니 재밌었나 보더라고요.


아이들은 작은 인형들이 걸어다니고 말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엄청 신기한 것 같았어요.
역시나 공연시간 내내 눈을 떼지 않고 숨죽여 스노우맨과 소년을 바라보았답니다.




공연을 다 보고 500원 짜리 놀이 기구를 태워줬는데
비교적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워 했어요.

500원 날릴까봐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면서
끝까지 태우고 돌아왔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공연을 보게 될지, 보고 와서 또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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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가 엄청 긴장했네요.
다솔이 옆에서 같이 포즈를 취해 준 친구는
완두별에서 온 왕자인 아이쿠랍니다.


저는 이번에 뮤지컬 보면서 처음 알았는데, 꽤 유명한가봐요?
매주 가는 어린이 소극장이 주말이면 한산한데
우당탕탕 아이쿠가 공연한다는 소식에
정말 많은 아이들이 보러 왔더라고요.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다솔이를 데리고(문화센터 대신으로) 소극장에 가는데요,
저희 지역에 어린이 전용 소극장이 드물어서 그런지 평일 2시, 4시 공연에는 너무 붐비더라고요.
그래서 대체로 한산한 주말에 주로 극장을 찾는데,
아이쿠가 왔다는 소식에 인파가 몰려 입장 번호가 무려 77번이었어요.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난 아이쿠 군,
알고 보니 어린이 안전캠페인을 벌이는 캐릭터더라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안전 교육을 해 주면
아이들의 호응도와 집중력이 높이져서 기획해서 만들었나봐요.
교통안전, 전기안전, 유괴예방법 등 지극히 교육적인 내용들로 뮤지컬이 이루어져 있었어요.
마지막엔 아이쿠 테스트라고 해서 퀴즈를 풀며 복습을 하는 시간이 있을 정도였어요.


너무 교육적인 내용이라 그런지 저는 재미가 하나도 없어서
속으로 언제 끝나나, 지루해 지루해를 외치고 있었는데
다행히 다솔이는 아이쿠 캐릭터가 맘에 들었나 봐요.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겠지만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아이쿠를 보고 있었답니다.


50분 동안의 공연이 끝나고 기다렸다가 사진까지 찍고 나왔지요.
사진을 찍을 땐 완전히 경직돼서 표정까지 굳었더니
극장을 나오자마자 다시금 개구쟁이로 돌변해서 저를 한 번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도망을 가 버립니다.





다솔 군!
방금 아이쿠 한테서 안전 교육을 배우고 나왔다고!




아이들은 영역 표시를 으로 하는지
아직도 새롭고 낯선 것만 있으면 빨기부터 합니다.




선배 엄마들의 말씀으로는 18개월 되면 아이 기르는 것도 쉬워진다던데
다음달이면 정말 다솔이가 순한 양이 될까요?
정말 한 달만 기다리면 그럴까요?




빛의 속도로 뛰어 다니는 다솔 군과
저 뒤에 짐가방을 든 사람이 바로 저예요.
다솔 아빠는 오전에 일을 보시고 2시에 공연장에서 만났답니다.
아빠가 찍은 사진이에요.




집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깔깔대며 뛰어다니기를 멈추지 않았던 다솔이,
다솔이에게는 아이쿠도 소용이 없었네요.


뮤지컬의 내용을 알아 듣기를 원하신다면 4살 정도 되는 아이부터 봐야될 것 같아요.
우당탕탕 아이쿠는 캐릭터 공연이라 다른 것보다 천 원(소극장 회원가)이 더 비쌌고요,
출연하는 배우는 달랑 세 명이었어요.
제가 보기에 솔직히 재미도 없었고 내용도  많이 부실한 것 같았는데,
캐릭터만 내세우지 말고 좀 더 내용에 신경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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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 아빠는 프리랜서예요.
다솔이를 함께 기를 수 있고, 많이 바쁘지만 않으면 늘 곁에서 이야기하고 책도 같이 읽을 수 있답니다.

다솔이가 자라면서 '낯가림'이 시작 되었을 때,
아빠를 어색해 해서 아빠에게 안기지 않으려고 하고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을 불안(?)해 했기 때문에,
다솔 아빠는 적잖이 상처를 받고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됐었어요.
문득 자신에 왜 일을 하며, 왜 가족들을 떠나 밖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야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결정한 일이 바로 프리랜서로 지내는 것이랍니다.

당연히 고정적인 수입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저희 가족은 '함께 함'이라는 더 큰 행복을 얻었답니다.
저희 집 가훈이 '같이 있고 가치있게!'거든요.

그런데 하루 세 번 삼시 세 끼를 매번 챙기는 일은 그리 녹록치가 않더라고요. 저희는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하루에 식사를 두 번, 그 사이에 간식을 한 번 먹는데 어찌나 재료들이 빨리 없어지는지 냉장고 속이 금세 텅텅비어 버리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다음 번에는 뭘 먹지? 고민을 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답니다.

간단히 먹자고 합의를 봤는데, 그 간단히도 쉽지가 않네요. 이번에 냉장고 속에서 발견한 재료
달걀게맛살로 아주 그럴싸한 음식을 창작해 봤는데 저희는 어른들이 먹었지만, 몸에 좋은 재료를 조금 더 넣으면 아이들 영양 간식과 밥 반찬으로도 아주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나눠 볼까 해요.


10분 만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초간단 영양식입니다.

재료(2인분) :

굴 통통한 것으로 다섯 개 (저는 냉동 굴), 게맛살 네 개, 달걀 네 개, 슬라이스 치즈 한 장, 케찹,
양파 작은 것 1/2, 애호박 한 줌, 당근 한 줌을 넣으면 정말 영양 만점!

--저는 급하게 만들다 보니 채소는 안 넣었는데 이미 냉장고 속은 텅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굴은 그냥 넣고 나머지 재료는 잘게 썰어 줍니다.
맛살에 짠 맛이 들어 있고 케찹을 넣어 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양념은 필요가 없어요.
진짜 간단하고 쉬운 영양식이에요.


앗! 사진을 찍는 사이 은근슬쩍 재료를 노리는 깜찍하고 오통통한 손 발견!
과연 누구의 손일까요?
정답은 바로바로,


태어난지 16개월 만에 벌써 세 살이 되어 버린
다솔 군의 손이었네요.

게맛살을 하나 슬쩍 집어 가는 다솔 군.


커다란 그릇에 담고 휘휘 저어 주고요,
그동안 프라이팬을 달궈 줍니다. 기름을 조금 두르고 재료를 바로 부어 줄 거예요.


채소가 없어서 썰렁해 보이는 프라이팬 속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양파, 당근, 애호박을 넣으면 훨씬 더 맛있고 영양도 있을 것 같아요.



센 불로 지글지글 굽다가, 반쯤 익었다 싶으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뚜껑을 덮어요.
그리고 거의 다 익었을 때 케찹을 뿌립니다.
달걀이 다 익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우실 땐 젓가락으로 찔러 보시면 돼요.

그러나 완벽하게 익히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케찹을 예쁘게 뿌리고
마음가는 대로 착착 접은 다음 슬라이스 치즈를 한 장 올려요.
그런 다음 전자레인지에 치즈가 녹을 때까지만 뚜껑을 덮고 20초 정도 돌려 주면,
달걀과 재료들도 완벽하게 다 익고요 치즈가 보기좋게 녹아 내려서 아주 먹음직 스러운 간식이 된답니다.

아이들에게 내 놓을 땐 우유 한 잔과,
소금을 넣으면 밥 반찬으로 먹기에도 좋고,
아빠들에겐 맥주와 함께 먹기에도 좋으니 쉬우면서도 여러 가지로 활용도가 높아요.

굴과 게맛살이 씹히는 식감도 일품입니다!


제가 가끔씩 선보이는 음식들은 정말 쉽고 간단한 것들이니까 냉장고가 텅텅 비었는데 뭘 해 먹어야 될 지 난감하실 때 한 번 만들어 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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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으으으--- 진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다행히 일이 심각해지기 전에  발견해서 무사히 잘 마무리 되었답니다. 걱정하실까봐 괜찮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전기장판이요, 난방비 절약하려고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계시는......
전기장판에서 아기를 재우실 때 정말 조심하셔야 돼요.

어른들이야 엉덩이가 뜨거우면 들썩들썩하면서 열을 식힐 수도 있고, 오히려 뜨거운 것을 즐기면서 일부러 허리며 다리를 지지기(?)도 하지요. 어른들은 왠만한 열에는 끄덕도 없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전기 장판도 무시무시한 흉기가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다솔이가 초저녁에 잠을 자기에 거실에 깔려 있던 전기장판 위에다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곳에 계시다가 거실로 오신 친정 엄마께서 전기장판에 앉아 보시곤 깜짝 놀라서 온도를 낮추셨다고 해요. 다솔아빠도 자고 있는 다솔이와 같이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으나, 다솔아빠에게는 그저 뜨뜻하게만 느껴졌던 그 전기장판의 온도가 무려 37도로 올라가 있었던 거였어요!

차가운 곳에 있다가 온 사람에게는 전기장판이 놀랄 만큼 뜨거웠지만 이미 적응이 된 어른에게는 몇 번씩 엉덩이만 들썩거리면 그저 뜨뜻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놀라신 엄마께서 전기장판의 온도를 급히 낮추고 저와 함께 다솔이를 살피셨는데 발에 두 줄 빨간선이 나 있었어요. 쯧쯧쯧 얼마나 아팠을까? 맘 아파 하면서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려는데!!!
더 큰 일이 엉덩이와 다리에 일어나 있었던 겁니다.



전기장판 속에 깔려져 있던 열선의 모양 그대로 다솔이의 엉덩이와 다리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어요.
흡사 그릴에 구워진 고기처럼 말예요.

다행히 친정에는 싱싱하고 커다란 알로에 화분이 있어서 그걸 2센티 잘라서 진액을 빨갛게 부어 오른 부위에 흥건하게 발라주었어요. 경미한 화상에 알로에 진액 강추합니다. 진짜 효과가 좋았어요. 마르면 또 바르고 마르면 또 바르기를 세 번 했는데 다음날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다 나았답니다. 다 나은 사진을 찍어 두지 못한게 아쉬운데요, 진짜 말짱하게 다 나았어요!!

'알로에'에 어찌나 좋은 효능이 많은지 귀찮아서 절대로 식물을 기르지 못하는 제가 한 번 키워볼 결심을 하게 됐답니다. 알로에를 반으로 갈라서 진액을 얼굴에 십분 쯤 마사지 한 후 물로 헹궈내면 즉시로 얼굴이 뽀샤시해지는 피부 미백효과가 있고요, 갈아서 요구르트 등에 섞어서(먹기 좋으라고) 마시면 변비도 싹 없어져요. 그리고 경미한 화상 치료에도 효과가 있으니까 댁에서 비상약??으로 길러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어요.

그런데 왜 전기장판은 온도는 37도까지나 올라갔을까요?

이것이 아이들 있는 댁에서 전기장판을 조심해야 될 또다른 이유랍니다. 전기장판은 켤 때, 끌 때, 그리고 온도를 조절할 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삐비빅 소리를 내거든요, 그래서 다솔이도 그 소리를 들으며 장난치고 놀다가 온도를 37도까지 높여 둔 것이었어요. 히유--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었네요.
 
다솔아! 개구쟁이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개구쟁이 다솔이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싱크대 서랍을 결국 열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고 들어가 앉아 있는 다솔이.
열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설치해 두었건만 천하장사 다솔이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청테이프까지 붙여 놓았으나 그마저도 결국 실패.


종이가방을 얼굴에 뒤집어 쓰고 아무도 자기를 찾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다솔이.
요즘 숨바꼭질에 재미를 붙였는데, 눈만 가리면 자기가 안 보일 거라고 믿고 있어요.


부딪혀서 이마에 혹과 멍을 단 채로 엄마의 젓가락을 빼앗아서 놀고 있는 다솔이.
매일 밥 먹이기 전쟁이지요.


이불을 덮어주면 기어이 발로 차 내고 배를 드러내고서 잠을 자고 있는 다솔이. 그래서 추워지고부터는 잘 때는 한치수 큰 사이즈의 조끼를 입혀주고 있답니다. 자는 모습이 천사같은 다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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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그네 타기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그네를 처음 사 주었을 때는 무서워서 몇 번 왔다갔다 하지 못하고 울면서 내려달라고 했었는데,
하루 이틀 그네 타기에 맛을 들이더니 요즘엔 시도때도 없이 그네 앞에서 다리를 위로 치켜 들고 서 있답니다.
태워 달라는 것이지요.

잘 올라가지도 않는 짧은 다리를 들고, 그네 앞에서 엄마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어요.
쌩쌩 세게 밀어 주는 것도 좋아하고, 이제는 장난감이 돼 버린 나무 주걱을 흔들며 타는 것도 좋아하고, 천천히 제 앞으로 올 때 인형을 안겨주면 인형을 안고 같이 타는 것도 좋아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그네가 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그네가 달려 있는 문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요즘 가장 잘 쓰는 말인 '이거? 이거?'를 복화술로 되뇌이고는 엄마와 함께 씽씽씽---.



그러다 외갓집에 놀러 갈 일이 생겼습니다.
외갓집에는 다솔이가 좋아하는 놀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막상 가게 되면 그네 따위는 쉽게 잊어 버릴게 뻔하지만, 저는 다솔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네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 그네를 가지고 내려가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네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앉혀 놓고 흔들흔들 몇 번씩 밀어만 주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서 잘 논다는 것인데요, 다솔이는 한 번 그네를 타기 시작하면 20분 이상은 타야만 내려 올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는 생색을 내면서도 참 쉽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어요.

그래서 더 그네를 챙겨가게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네를 고정시켜 놓은 철봉을 떼어내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었어요. 나사를 문틀에 박아서 철봉을 달아 놓았는데 낑낑대며 다시 빼 간다고 하더라도 (잠시 우리가 즐겁기 위해)친정 문을 뚫어 그네를 달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그냥 철봉없이 그네만 가지고 고향집으로 내려답니다.

친정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다솔이는 어김없이 그네를 찾아서 두리번 거리더니,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그네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를 외쳐대었어요. '이건 안돼, 걸 수가 없어' 제가 설명을 하는 틈에 자기 혼자서 바닥에 놓여 있는 그네 사이로 다리를 넣고 앉는게 아니겠어요?

스스로 다리를 그네 속에 넣다니, 도저히 안 태워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어요.


이 때 남편이 기지를 발휘해서 친정에 있던 운동기구에 그네를 연결을 해 주었답니다.
다솔아빠에게 다솔이를 맡기고 저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한참이 지난 후 다솔이가 잘 놀고 있는지, 아빠는 어떤 방식으로 그네 타기를 돕고 있는지 살짝 엿봤는데!!!!!!


차도남, 아니 차도아(차가운 도시 아빠)였던 다솔 아빠는 어느 틈에 고무줄을 찾아서 그네에 연결했는지, 자기는 책을 읽고 있으면서 가끔씩 그네와 연결이 돼 있는 고무줄만 살랑살랑 흔들어 주는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너무 우스워서 몰래 사진을 찍었답니다.


당연히 그네 타기가 재미없을 수밖에요...... .
다솔이는 그네 놀이 대신 고무줄 깨물기 놀이를 하며 씁쓸하게 홀로 고독을 씹고(?) 있었답니다. 그런데도 칭얼거림없이 조용히 있는 것은,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땐 자식도 몰라 본다는 차가운 아빠의 힘? 


제가 사진을 찍는 것을 감지하고는
뒤늦게 다솔이와 눈맞춤을 하고 어색하고 웃고 있는 다솔아빠! 이미 딱 걸렸어!!

그래도 다솔 아빠는 다솔이를 정말 사랑하고, 다솔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맨 위에 다솔이가 신이나서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은 아빠에 의해 아빠 휴대폰으로 찍혀진 사진이거든요. 외갓집에서 그네를 탄 첫 날 너무 재미가 없어서인지 외갓집에는 다솔이가 좋아하는 놀거리가 더 많기 때문인지, 돌아오는 날까지 다솔이는 저 그네를 쳐다보지도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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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들 무슨 반찬 해서 드시나요?
며칠 감기 걸려서 마트에 안 갔더니 냉장고는 텅텅비고 그래도 밥은 먹어야 되고, 물가는 올라서 별로 산 것이 없음에도 주머니는 탈탈 털리고 참 어려움이 많았어요. 

짧은 시간에 진수성찬을 차려내시는 신의 손 블로거 님들과 집에서 케이크며 머핀 등을 구워 드시는 멋쟁이 블로거 님들께 진심을 담아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하루하루 후다닥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어떻게 그런 여유로움과 근사함을 갖추고 사시는지...... 저도 꼭 본받고 말겠다는 결심을! 해 봅니다.

주부는 아파도 푹푹 퍼져 있을 수 없잖아요. 밥통이 비고 설거지통이 넘치니까요(아, 걱정은 이제 안 하셔도 괜찮아요. 감기엔 시간이 약이라고 정말 독한 감기였는데 일주일쯤 앓고나니까 결국 낫더라고요.) 아픈 와중에서도 머리를 굴려서 다음 끼니 또 그 다음 번 끼니를 생각해 내었었어요. 

냉장고에 남아 있던 감자, 양파 등의 자투리 채소들로 볶음밥을 해 먹고, 자투리의 자투리와 냉동실에 있던 닭고기를 꺼내 카레를 해 먹고, 김치와 캔 참치, 달걀로 덮밥을 해 먹고,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내 만두국을 끓여 먹고...... 결국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서,

아침 7시에 호떡 믹스 사 놓았던 것을 반죽해서 (아침식사로) 호떡을 먹고서야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답니다. 아침부터 우유와 호떡을 내미는 손이 민망했지만 정말 먹을 것이 똑 떨어졌었어요.


그래도 달콤하고 고소한게 맛은 있었답니다.

처음 만들어 봤는데 누르개(?)가 없어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파는 호떡 처럼 동그라미가 커지지는 않더라고요. 아무거나 잘 먹어 주고 특히나 입맛이 초등학생이라 단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남편은 맛있게 잘 먹었는데요, '밥'을 먹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매콤한 음식과 김치류를 좋아하는 저는 영 성에 차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왔는데, 허걱! 물가가 정말 비싸요.

손이 떨려서 장바구니에 담을 것이 별로 없고 그 가격에 그걸 먹느니 차라리 굶고 만다는 생각도 들게끔하는, 몸값 귀한 식재료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주말에 더 싼 마트로 장을 보러 가기로 하고 대강만 사 와서 뚝딱뚝딱 반찬을 만들었어요.

고수님들께 보여드리기도 민망한 반찬 몇 가지지만, 그래도 제 딴에는 해 놓으니 뿌듯해서 올려 봅니다.
(올리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서 두 번으로 나누어서 올릴게요. 쇠고기야채죽, 청국장, 삼겹살채소볶음을 먼져 올리겠습니다.)

1. 쇠고기야채죽


다솔이도 저와 같이 기침, 목 감기를 앓고 있었기에(사실 제 감기는 다솔 군에게서 옮은 거예요.) 다솔이가 목이 부어서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 것 같아서 죽을 좀 끓여 봤어요.

음식명 : 다솔 군, 제발 좀 먹어 주오!
입맛 없어하는 다솔이를 위한 시금치와 애호박을 넣은 쇠고기 죽이에요. 한 시간 이상 불린 쌀에 물을 5배 정도 더 넣어서 끓였는데요, 제발 좀 먹어 주기를 그토록 바랐으나 결국 몇 숟갈 '드시지' 않더라고요.

<초간단 쇠고기죽 끓이는 법>

냄비에 한 시간이상 불린 쌀과 쇠고기를 넣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 달달달 볶아 줍니다. 쇠고기의 색이 변하고 쌀알이 투명해지면 쌀의 5배가 되는 물을 부어 끓여 줍니다. 쌀이 맛있게 퍼지면서 익으면 잘게 썬 시금치와 애호박을 넣고 폭 끓여주면 끝


2. 청국장


다음은 제가 좋아하는 청국장이에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저는 이런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는데요, 몸에도 좋으니까 자주 상에 올리죠. 대신 차도남(?) 따도남(?) 그냥 도남인 남편은 따로 할당량을 주고 매의 눈으로 감시하지 않으면 잘 안 먹기 때문에 온전히 저를 위한 음식이기도 해요.

음식명 : 아내의 입맛!

장 봐 온 재료를 여기 저기에 다 활용해서 넣었는데요, 청국장은 한 번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플라스틱에 넣어 파는 것으로 사 왔고 두부 님도 가장 싼 것으로 사 왔어요. 버섯, 두부, 양파, 애호박, 양배추를 넣고 끓인 영양만점 맛도 만점인 청국장이랍니다.

<아주 쉬운 청국장 끓이는 법>

멸치 육수를 내고 멸치는 건지고 청국장을 넣어요. (기호에 따라서 잘 익은 김치를 넣기도 하는데, 저는 구수한 맛을 더 즐기기 위해 김치는 뺐어요.) 원하는 채소(저는 버섯, 양파, 애호박, 양배추를 넣었어요.)도 넣고 한소끔 끓인 후 마늘, 고춧가루 약간(반 숟가락), 두부, 파 넣고 3분간 더 끓여 주면 끝.

3. 삼겹살 채소볶음


그리고 삼겹살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음식인데, 고기만 먹고 채소를 먹지 않은 남편에게 딱 좋은 음식이랍니다. 고기를 싸서 먹지는 않지만 이렇게 같이 주면 먹어 주더라고요. 볶음이지만 삼겹살에서 기름이 나오므로 다른 기름은 필요없어요.

음식명 : 중국의 추억

중국에서 먹던 음식중에 비슷한 것들이 많아요. 물론 향신료와 양념류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모양은 비슷하지요. 아, 중국 사람들은 기름진 것을 좋아해서 삼겹살로 음식을 만들 때도 기름을 듬뿍 넣어서 만들어요. 이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잠시 중국을 그리워했답니다. 사계절 아주 싼 가격으로 질 좋은(중국산을 싫어하시겠지만 중국에서 먹는 채소들이 얼마나 맛있었다고요.) 채소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는데 말예요.

<쉽다 쉬워, 삽겹살 채소 볶음>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다가 소스 넣고 넣고 싶은 채소를 넣어 익히면 끝이에요. 저는 양배추와 마늘종을 넣었어요. 소스는 굴소스 한 숟가락, 간장 1/2컵(종이컵), 물 1/2컵, 물엿 한 숟가락으로 만드는데 기호에 맞게 원하시는 양념류를 더 넣으셔도 돼요.


보너스 마늘종 무침


남은 마늘종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매콤새콤아삭하게 무쳐 봤어요.

마늘종 두 줌, 고추장 한 숟가락, 고춧가루 반 숟가락, 식초 반 숟가락, 간장 반 숟가락, 다진마늘 약간, 설탕 약간, 통깨를 넣어 무쳤어요. 매실청이 있으면 넣어주셔도 좋아요. 


며칠 안 가서 또 냉장고가 비겠지만 만들고 나니 뿌듯하고 흐뭇한 것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네요. 다음 번엔 또 무슨 반찬을 만들어 먹어야 스스로 민망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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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뜻도 몰랐으면서 그저 연애시라고 생각했던 까닭에 학창 시절 입에 달고 살았던, 멋도 모르던 내가 멋도 몰라 더 좋아했던 '꽃'이라는 시다. 이 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내 생각이 원래 그러해서 이 시를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렸을 적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이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철이 덜 들었었기에, 아무리 멋있는 남자를 만나도 이름이 우스꽝스러우면 절대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었다. 분위기를 잡아야 될 시점에서 그저 나직히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피식 웃음보가 터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연예인의 본명을 듣고 깔깔대는 까닭도 그렇지 않나, 귀엽고 앙증맞은 소녀시대의 써니가 사실은 순규였고 엠블랙의 미르의 본명은 방철용이라니 순식간에 이미지가 바뀌는 순간이다. 



다솔이는 왜 '다솔'이가 되었을까?


이다솔(李多率).
남편과 내가 열 달의 임신 기간 동안 머리를 싸매어 지은 이름이다. 다솔이라는 이름을 미리 지어놓고 아들이든 딸이든 (우리는 출산을 하고 나서야 다솔이의 성별을 알았으므로) 이 이름을 쓰겠노라고 결정해 놓았다.

우리 부부처럼 아기 이름을 부모가 짓는 경우도 있지만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할아버지가 지어 주시는 경우도 참 많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이 집안의 돌림자를 쓰게 되는데, 어르신들이 지은 이름은 대체로 우직하거나 뜻이 좋지만 자칫 촌스러운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심사숙고해서 지어 오신 이름을 두고 아들도 아닌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을 받게 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신 기간 내내 아기 이름 짓기에 몰두 해야만 한다.

한편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다른 엄마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의외로 작명소에 가서 아기 이름을 받아 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작명하시는 분께 아기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가르쳐 주고 후한 이름 값까지 치르고 나면 훗날 여러 복을 받게 될 좋은 이름을 받을 수 있다. 요즘 작명소는 뜻이 좋으면서도 현대적인(?) 이름으로 지어주는 것이 유행이라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아기 이름을 짓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의 철학에 달려 있지만 어떻게 해서 지어진 이름이든 사랑을 담아 많이 많이 불러주는 것이 좋겟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이름이란 중성적이고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나쁜 것을 연상시키지 않고 동시에 너무 어렵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름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까다롭기도 하다.) 그래서 부르기도 쉽고 쓰기도 쉬우며 한자로도 멋있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르느라 열달 내내 고생을 했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한글표를 요리조리 섞어서 이름을 조합해 보기도 하고 간판의 글자를 보면서도 이름을 생각하는 등 갖은 정성을 쏟다가 마침내 성경에서 답을 찾았다. 남편과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성경 속 인물 중 본받을 만한 인물의 이름을 따기로 한 것이었다.

미소년이면서도 용맹스러웠던 '다윗'과 지혜로운자의 표상인 '솔로몬'의 첫글자를 따서 드디어 뜻도 좋고 부르기도 쉬운 '다솔'이라는 이름을 얻은 순간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다솔이의 이름이 한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다솔이가 백발 노인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 이름이 '다솔'인건 좀 웃기지 않겠냐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그저 부르기에 예쁘라고 다솔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라 다윗과 솔로몬의 용맹함과 지혜를 본받으라는 의미에서 다솔이라고 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글로 이름을 먼저 정하고 한문을 골랐는데 리더십을 가진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을 '多'에 이끌 '率'을 썼다.

오늘 재미삼아 다솔이의 이름풀이를 해 봤는데, 너무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대박!!
임신 기간 내내 고심했던 보람이 있었다. 이름풀이는 그냥 심심풀이로 재미삼아 해 보는 거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기분도 좋았다. 종교인으로서 운세를 보고 좋아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솔이의 이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기분 좋게 불려져 다솔이가 그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꽃'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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